France 프랑스2016.02.08 23:02

지난해 이맘때쯤 프랑스 도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 등록 마감을 불과 일주일 앞둔 때였다. 평생 선거 캠페인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었고, 집안 어른이나 지인 중에도 정치는커녕 이장 한 번 지내본 사람이 없었다. 

정치인이 되려고 마음먹고 저지른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2015년부터 선거법이 바뀌어 남녀 1조로 후보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마저 수락하지 않으면 우리 선거구에서 녹색당이 후보 명단에서 사라지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 이유로 후보 수락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내가 아니까.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내가 사흘 동안 고민 끝에 마음을 바꾼 결정적인 원인은 나를 추천했던 동료의 추천사에 있었다. 

"정치는 '정치가'만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2015년 이블린 도의원선거 후보 기자회견 사진 이블린(Yvelines)에서 가진 녹색당 도의원선거 출범식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단체 기념촬영. 이블린은 파리 서쪽에 위치한 데빡뜨멍(departement; 도)으로, 이곳의 수도는 베르사이유다. 위 사진의 링크> http://yvelines.eelv.fr/les-ecologistes-battent-la-campagne-yvelinoise/


"정치는 '정치가'라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민주주의라고 봐. 그 때문에 나도 지난해에 시의원으로 출마했고, 시의원이 됐어. 나는 네가 녹색당 여성 후보로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너의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가 우리에게 몹시 필요해. 넌 아주 좋은 여성 후보야."

내 선거 파트너는 운도 대단히 좋지. 마침 그때 내가 백수여서 두 달간 밤낮으로 선거 운동에 오체투지를 할 시간이 있었다. 내 선거 파트너가 '그런 거 필요 없다'고 단칼에 무시해버리는 선거 운동을 다 해내는 고집과 '포스'가 있었다. 

집에서 1시간 반 떨어진 경시청(Prefecture of Police,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 조직)에 후보등록부터 시작해서 포스터에 들어갈 사진을 찍고, 포스터를 붙이고, 전단을 뿌리고, 보도 자료를 만들고, 시민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준비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열어 운영하는 등 선거 캠페인의 모든 과정을, 선거 8개월 후 국가로부터 선거 자금을 환불받을 때까지 혼자서 다 해냈다. 



015년 우이(Houilles) 선거구 도의원선거 포스터 내가 2015년 도의원선거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선거 포스터. 우이 선거구에는 우이, 까리에르 쉭센느, 몽테쏭의 세 도시가 포함된다. 이 사진 촬영과 색보정을 내가 직접 했다.



녹색당 동료들로부터 "적당히 해, 이건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고"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것도 여러 번.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때 확실히 미쳐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개정된 프랑스 도의원 선거법 조항을 꼼꼼하게 읽게 되었고, 선거 자금이 어떻게 모이고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 통달했다. 

내 선거구뿐만 아니라 옆 동네 삭투루빌 선거구에 출마한 녹색당 동료의 선거 캠페인도 물심양면 도왔다. 그 결과 삭투루빌 선거구의 1차 선거에서 녹색당은 7.44%를, 우리 선거구에서는 7.30%의 지지를 얻어냈다. 내겐 나름의 승리였다. 3%도 넘지 못할 거라고 여겼던 선거 파트너의 배신을 맛봐야 했던 건 바로 다음 날 아침이었다. 

내 선거 파트너는 전년도 시의원 선거 때보다 갑절 이상 뛰어버린 녹색당 지지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선거 사무소별로 집계한 결과표를 신줏단지처럼 고이 품 안에 넣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2014년 시의원 선거에 그는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고, 1차 선거에서 389표를 받아 지지율 3.27%를 기록했다. 일곱 명의 후보 중 꼴찌였다. 

그런데 2015년, 인구와 면적이 3배 이상 커진 도의원 선거에서 일곱 후보 중 4위를 기록했으니 놀랄 만도 했다. 참고로, 도의원 선거 우리 선거구의 면적은 약 17km²에, 인구는 약 6만3000명이다.  

이후 1차 선거를 통과한 사회당이 우리에게 2차 선거에서 본인들을 지지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왔다. 우파와 대결할 좌파인 사회당을 지지하는 일은 나로선 재고할 여지가 없었다. 더구나 선거 캠페인 동안 가장 많은 조언을 해주며 도와주었던 이가 40년 동안 사회당원이었고, 나의 시어머니는 18년간 사회당 당원이자 시의원으로 활동했다.

프랑스 전국에서 유일하게 녹색당이 도의원으로 선출된 곳도 다름 아닌 시어머니가 계신 도였다. 어머님은 그 사실을 내 일처럼 기뻐하셨다. 사회당이신 어머님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녹색당인 나를 물심양면 도와주셨다. 때문에 녹색당인 나와 가까운 사회당의 2차 선거를 도와주는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당연히 사회당을 지지해야지! 우파가 이기게 놔둘 수는 없잖아?"

하지만 내 말에 나의 선거 파트너는 주저 없이 "글쎄, 난 아니야, 사회당에 실망해서"라고 말했다. 3월 22일, 밤바람이 아직 쌀쌀한 자정에 우리는 각자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종종걸음을 치며 헤어졌다. 

다음 날 아침, 선거 파트너의 배신에 형용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집을 나서니 사회당 선거 게시판마다 '녹색당 아무개 남자 후보, 사회당 지지'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더군다나 일은 다 내가 했는데 생색은 그가 내다니. 

며칠을 앓고 드러누웠다가 일어나 같은 길에 위치한 사회당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상황을 이야기하고 2차 선거에서 사회당을 돕고 싶다고 했다. 전단에 내 지지 의사를 인쇄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내 사진과 지지 의사를 그들의 페이스북에 싣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사흘간 그들의 선거 캠페인에 동행했다. 바로 그때 나는 진짜 선거 캠페인이라는 게 뭔지를 보았다. 

나에게 '대선 준비하느냐'던 녹색당 동료들의 비아냥을 잊게 만든 진짜 선거 운동을 체험해보았단 말이다. 프랑스 전국에 있는 녹색당원들이 우리 선거구 동료들 같지는 않다. 내 선거 운동을 당연한 과정으로 여기고 나를 응원해주던 타 선거구의 녹색당 동료들이 있었기에 힘든 과정을 모두 감수할 수 있었다. 


2차 선거에서 사회당을 지지하기위해 사회당원과 함께 가가호호 방문하는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동행하던 때. 왼쪽에서 두 번째가 도의원선거 사회당 여성 후보 마리셩딸 듀플라이고, 맨 오른쪽이 사회당 남자 후보 실방 티아롱이다.


서론이 길었다. 어쨌거나 내 인생에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덕분에 2015년 초에 개정된 도의원 선거 관련법규를 통독했고, 프랑스 선거 절차에 대해서 그 어느 프랑스인보다도 훨씬 잘 알게 되었다. 

4월에 있을 한국의 총선을 맞아 프랑스의 선거는 어떻게 치러지는지 전반적으로 소개할 좋은 기회인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언제 어떤 선거를 치르며, 선거 운동은 어떻게 하며, 기탁금을 얼마나 내며, 선거 자금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몇 차로 나누어 소개해볼까 한다. 

1. 프랑스에서는 어떤 선거가 언제 있나?  

한국에서는 여러 종류의 의원을 한 날에 뽑기 때문에 투표용지 여러 개를 들고 투표소에 들어간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한 선거에서 한 종류의 의원을 뽑는다. 프랑스에서 시의원 선거, 도의원 선거, 지방 선거는 6년마다 치러지고, 유럽의원 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는 5년마다 치러진다. 

총선을 앞둔 한국은 정치인들의 '줄서기'가 한창이던데, 프랑스는 선거가 없어 조용하다. 내년 4월 23일과 5월 7일 대선을 시작으로, 6월 총선, 2020년 초 시의원선거, 5월 유럽의원 선거, 2021년 3월 도의원 선거, 12월 지방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유럽의원 선거를 제외하고 모두 1차와 2차 투표를 거친다. 유럽의원 선거는 프랑스만의 선거가 아니므로 앞으로는 이 글에서 거론하지 않겠다.  

2. 결선투표제는 어떻게 진행되나? 

1·2차, 두 차례에 걸쳐 선거를 치르는 결선제를 도입한 나라마다 상세 규정에 차이가 있다. 프랑스라 하더라도 총선과 시의원 선거는 규정이 다르다. 총선과 도의원 선거의 예를 들어보면, 1차 선거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고, 동시에 등록된 선거인 중 25%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다시 말해서 50% 이상의 지지율이 나왔다 하더라도 선거율이 저조해서 등록된 선거인의 반의 반 표도 얻지 못했다면 2차 선거를 치러야한다. 

실례를 들어보자. 지난해 도의원 1차 선거에서 삭투루빌(Sartrouville) 선거구의 우파 정당 대중운동연합(UMP)후보가 55.74%라는 상당히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하지만 지지율이 아닌 득표수를 집계해보면, 등록된 선거인 (혹은 전체 등록유권자) 5만1177명 중 23.74%인 1만2016표를 얻었다. 

즉 선거율이 낮은 탓에, 과반의 지지율에도 선거인의 반의 반 표도 얻지 못해서 2차 선거를 준비해야했다. 후보 다섯 팀 중 12.5% 이상 득표한 팀이 UMP밖에 없었으므로 최다득표한 두 팀의 후보가 2차 선거를 치렀다. 참고로, 이 선거구의 선거참여율은 1차 선거 43.18%, 2차 선거 38.90%이었다. 

3. 프랑스에도 비례대표제가 있나? 

대통령, 국회의원, 도의원은 2차 선거를 통과한 후보만이 실무를 수행하고, 시의원과 지방의원은 2차 선거에 오른 후보들 사이에 비례대표제가 적용되어 의원직을 차지한다. 비례대표제의 경우, 후보자 단독출마가 아니라 '리스트'라고 불리는 팀을 구성해야 후보등록이 가능하다. 

후보자는 선거구의 인구수에 비례해서 정해진 홀수의 팀을 구성해야 한다. 예컨대, 시의원선거에서 해당 시의 인구에 비례해서 39명의 리스트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 시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1번이 되고, 그와 함께 시의원으로 일하고자 하는 사람 38명 찾아서 명단을 채워야 한다. 1번이 남자면 이어지는 순서는 반드시 여자-남자-여자-남자순이 되고, 1번이 여자면 2번 이후는 남자-여자-남자-여자순이어야 한다. 

지방선거의 경우, 하나의 지방 안에 여러 개의 도(département)가 있어서 명단등록과 의원점유율 계산이 아주 복잡해진다. 지난번 프랑스 지방선거에 대한 글에서 상세한 설명을 했는데,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다시 설명을 해보자면 이렇다. 

일드프랑스(파리와 인근)의 경우 녹색당 후보로 에마뉘엘 코스가 나섰다. 일드프랑스에는 여덟 개의 도가 있고, 각 도마다 인구수에 비례해 명단을 작성해야만 에마뉘엘 코스가 지방의원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파리는 에마뉘엘 코스를 필두로 한 리스트에 총 42명, 센에마흔느에 77명, 이블린에 27명, 에쏜에 24명, 오드센느에 30명, 센생드니에 29명, 발드마흔느에 25명, 발드와즈에 23명해서 일드프랑스에서 총 225명(반드시 홀수!)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녹색당과 시민연합(CAP21)이 연합했다. 다른 당 후보도 마찬가지로 각 도마다 같은 수의 지지자를 찾아 총합 225명의 명단을 작성해서 경시청에 제출해야만 후보등록이 된다. 



리스트의 예) 2015년 지방선거 당시 녹색당의 일드프랑스 후보 리스트 (앞면) 선거 일주일 전, 각 가정에 모든 정당의 후보 소개, 지지자 및 예비후보 리스트, 투표용지가 한 봉투에 담겨 배달된다. 모든 후보의 유인물 규격은 동일하다. 일드프랑스에는 여덟 개의 구가 있고, 각 구마다 인구수 대비 리스트의 수가 정해진다.


리스트의 예) 2015년 지방선거 당시 녹색당의 일드프랑스 후보 리스트 (뒷면) 선거 일주일 전, 각 가정에 모든 정당의 후보 소개, 지지자 및 예비후보 리스트, 투표용지가 한 봉투에 담겨 배달된다. 모든 후보의 유인물 규격은 동일하다. 일드프랑스에는 여덟 개의 구가 있고, 각 구마다 인구수 대비 리스트의 수가 정해진다.






1차 선거에서 과반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없거나, 과반을 넘었다 해도 등록된 선거인의 반의 반의 표도 얻지 못했을 때는 12.5%를 넘긴 후보1, 후보2, 후보3이 2차 선거를 치른다. 만일 지지율 12.5%를 넘긴 후보가 하나밖에 없거나 아무도 없다면 최다득표를 한 두 후보가 2차 선거를 치른다. 지난 지방선거 1차 선거 결과의 실례를 볼까? 

파리에서 1차 선거 결과, 우파연합과 좌파연합이 각각 32.93%와 31.42%로 박빙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고, 그 다음으로 녹색당이 10.92%, 극우전선이 9.66%의 지지를 받았다. 이하 후보는 생략하기로 한다. 그렇지만 파리 주변 지역을 통합한 '일드프랑스'에서의 득표수를 집계한 뒤, 등록된 선거인 수를 분모로 득표 비율을 산출해보면 각각 30.51%, 25.19%, 8.03%, 18.41%로 순위가 뒤집힌다. 파리에서는 녹색당 지지율이 3위, 극우전선 지지율이  4위였지만 일드프랑스에서는 극우전선이 녹색당을 월등히 앞질러 12.5%를 넘기면서 2차 선거 후보로 오른 것이다.  

1차 선거 결과, 프랑스 전국에서 극우전선의 파도가 넘실댔다. 전국의 52%가 넘는 시에서 극우전선이 선두를 달리는 경악할만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에마뉘엘 코스는 녹색당의 이름으로 좌파연합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2002년 극우전선이 대통령 2차 선거 후보로 오르던 그 악몽이 반복될 것인가? 프랑스는 긴장상태에 놓이고, 선거참여율을 높이자는 시민캠페인이 펼쳐졌다. 

상대적으로 높은 선거참여율 속에 치러진 2차 선거 결과, 극우전선은 프랑스 전국 그 어디에서도 최다득표를 이뤄내지 못했다. 파리의 경우, 좌파연합이 녹색당의 지지를 흡수하면서 1차 선거의 순위를 뒤집고 49.64%로 1위를 달렸고, 우파연합은 44.26%, 그리고 극우전선은 높아진 선거참여율에 밀려나 6.10%를 기록했다. 하지만  파리가 포함된 선거구획 일드프랑스 집계에서는 우파 43.8%, 좌파 42.18%, 극우전선 14.02%를 기록해 전체 판도가 달라졌다. 

이 경우, 지방의원 좌석점유율을 어떻게 계산할까?

일드프랑스 지방의원의 총 좌석 수가 209석이다. 최다득표를 한 우파연합이 먼저 '보너스'로 25%를 차지한다. 따라서 52석 선 점유. 이어서 남은 157석을 세 후보가 득표율로 나눠 각각 68석, 66석, 22석을 차지한다. 다 더하면 총 208석, 한 자리가 남는데, 이건 최다수 득표를 한 당에게 돌아가 우파연합은 총 121석을 차지하게 된다. 각 당의 도별 의원수 배정은 일드프랑스의 각 도별 득표비율에 따른다. 

4. 연합 출마와 2차 선거 연합은 어떻게 가능한가?

파리회의로 이곳에 오신 한국의 녹색당 대표님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아니, 어떻게 '연합' 출마가 가능할 수가 있나? 합당을 해서 새로운 당을 만들면 만들었지 서로 다른 당이 어떻게 연합을 해서 출마를 할 수 있나? 한국에서는 절대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며 깜짝 놀라하셨다.  

선거구역이 작은 시의원 선거에서는 연합하는 일이 없지만 선거구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연합해 출마하는 경향이 강하다. 도의원 선거와 지방 선거가 그렇다. 

도의원 선거는 리스트가 없고, 2015년부터 여성의 정치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남녀 후보가 한 조가 되어 출마해야 한다. 남녀 후보에, 부후보 두명까지 총 4명이 한 조가 된다. 선거가 끝나고 의원이 된 후에는 남녀 후보는 각각 독립적으로 의원생활을 한다. 

도의원 선거에서 한 선거구는 보통 세 개의 도시에서 많게는 약 40개의 마을을 포괄하게 되는데, 그중 한 도시에 사는 후보들끼리 출마하는 경우는 드물고 서로 다른 도시나 마을에 사는 서로 다른 당 후보가 연합해 4인1조를 이루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되면 서로 다른 도시나 마을의 지역적인 사정을 더 잘 알게 되어 하나의 도시·마을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여러 도시·마을을 포괄한 도 단위의 광범위한 프로그램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 

서로 다른 당과 연합하는 경우, 좌파와 우파가 연합하는 일은 결코 없으며, 극우전선과 연합하려는 당은 더욱이 하나도 없다. 보통 우파는 우파끼리 좌파는 좌파끼리 연합하고, 녹색당은 좌파와 연합해왔는데, 사회당과 연합했다가 지난해에는 극좌파와 연합했다. 

공약 프로그램 작성 과정부터 함께 참여하고, 리스트를 같이 짜게 되므로 다수 정당은 소수 정당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수 정당 지지자의 표를 얻게 될 뿐만 아니라 당선이 될 경우, 소수정당에게는 그들의 정치적 노선을 공식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1차 선거에서 패배한 당이 2차 선거에서 아무개당 지지를 공식으로 표명하는 경우, 리스트를 다시 짜는 경우는 드물다.  

5. 후보의 기호는 늘 고정되는가? 

한국에서는 여당이 기호 1번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선거 때마다 바뀐다. 경시청에서 선거 후보들을 어느 한 날 일제히 소환해 그 자리에서 제비뽑기로 정하기 때문이다.  

6. 창당이 쉬운가? 

프랑스 녹색당의 현재 당원이 1400명이라는 말에 한국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한국 녹색당 당원 수보다 훨씬 적다"며 놀라워 했다. 한국에서는 창당하는 데 최소한 5000명의 당원이 필요한데, 어떻게 당원이 1400명밖에 안 되는 당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장뱅상 플라세가 지난해 여름 녹색당을 탈퇴하고 가을에 새 당을 만들었다는 말에 역시 놀라워하며 창당이 그렇게 쉽냐고 나에게 물었다. 

프랑스에서는 당원수가 창당의 조건이 아니다. 창당은 협회(association)를 만드는 것만큼 간단하다. 최소한 회장과 총무만 있으면 되고, 간단한 서류절차를 경시청에 제출하면 가능하다. 문제는 당을 얼마나 쉽게 많이 만드느냐가 아니라 그 당이 동시대 시민의 소리를 얼마나 많이 대변하고, 얼마나 많은 당원을 확보해서 재정적으로,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에 있다고 본다. 

다음번에는 많은 분들이 굉장히 궁금해 할 프랑스의 선거자금, 그리고 한국에서 보면 생소할 투표용지와 투표방법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오마이뉴스 2016년 1월 31일자로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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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