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프랑스2016.10.17 23:00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투표와 개표는 그 꽃의 꽃, 클라이맥스가 아닐까 싶다. 오늘은 '프랑스 선거, 그것이 알고 싶다!' 마지막 편으로 프랑스의 투표방법, 투표용지, 투표함, 해외국민투표 등 투표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자. 한국인이 보기에는 이곳의 투표방법이 생소하기까지 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시스템이 좋고 나쁘다를 가르기에 앞서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투표용지의 예. 2015년 3월, 프랑스 지방 선거에서 내가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에 그래픽 디자이너가 만든 우리의 투표용지. 이렇듯 각 정당마다 자신의 후보들의 투표용지를 디자인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다. 투표용지는 단색이어야 하고, 선거 전에 모든 후보의 공약과 함께 가정으로 배달된다. 투표하는 날, 여러 당의 투표용지 중 지지하는 후보의 투표용지를 선택해 접어서 투표봉투에 넣은 뒤 투표함에 넣는다.



12. 투표용지 

한국은 투표용지 한 장에 여러 명의 후보가 적혀있고, 그중 한 명을 선택해 투표소에 비치된 도장을 찍지 않는가? 이러한 기표식 투표방법에 반해 프랑스에는 투표용지 선택 투입식 투표를 한다. 다시 말해서 투표용지가 후보의 수만큼 나오고, 지지하는 후보의 투표용지를 선택해 준비된 종이봉투에 넣어 투표함에 넣는다. 선택되지 않은 후보들의 투표용지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잠시, '그것이 알고 싶다! 프랑스 선거에 대한 모든 것' 제1편에서 보았던 선거 포스터와 선거 후보 리스트 용지를 기억하는가?(관련기사: 프랑스에선 후보 기호를 '제비뽑기'로 정한다). 앞면에 선거 포스터, 뒷면에 후보의 공약이 적힌 종이 한 장, 후보 리스트가 필요한 선거의 경우 후보 리스트가 앞뒷면에 실린 종이 한 장, 그리고 그 정당의 투표용지 한 장, 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모든 후보의 해당 용지들을 종이봉투 하나에 담아 각 선거인에게 우편 발송한다.  

이 세 가지 용지는 선거법이 정하는 크기와 규정에 맞춰서 각 정당에서 알아서 그래픽 디자이너와 상의해서 디자인한 뒤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다. 색 선택에 대해서는 자유롭지만, 투표용지는 어떤 색을 선택하든 간에 한 가지 색이어야 하고, 선거 포스터의 경우, 빨강, 파랑, 하양, 세 가지 색이 포스터에 동시에 있으면 안 된다고 선거법이 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국기인 삼색기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13. 투표방법 

이렇듯 투표용지가 가정에 미리 배달되기 때문에 선거일 전에 내가 선택할 후보의 투표용지를 미리 눈에 익혀둘 수가 있다. 그걸 들고 투표소에 가는 것은 아니고, 투표소에는 신분증과 선거인 카드만 달랑 들고 가면 된다. 선거인 등록을 한 경우에 선거인 카드를 분실했다면 신분증만으로도 투표할 수 있다.  

투표소에는 사진 및 비디오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사진을 보여줄 수 없고, 대신 묘사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투표소에 도착하면 입구에 긴 테이블이 있고, 각 정당의 투표용지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다. 애들 손바닥만 한 우편봉투를 우선 하나 집고, 내가 누구를 찍을지 알 수 없게 모든 정당의 투표용지를 하나씩 집어 든 뒤 커튼막에 들어가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투표용지를 우편봉투에 넣고 나머지 투표용지는 내 주머니에 넣든, 내 가방에 넣든, 투표소에 비치된 쓰레기통에 버리든 하면 된다. 

이래서2차 선거의 경우, 후보가 대개 둘이기 때문에 투표소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투표용지를 보면 어느 후보의 지지도가 높은지 얼추 알 수 있다. 

커튼막에서 나오면 긴 테이블에 다섯 명의 투표소 보좌인이 기다린다. 첫 두 사람 앞에는 선거법 책이 놓여있어 언제든지 필요한 경우 바로 선거법을 열람할 수 있다. 가운데 사람은 투표소장으로 투표함 앞에 앉아있으며, 마지막 두 사람은 선거인 목록을 갖고 있다. 

선거인이 투표함에 다가가면 앉아있던 투표소장은 일어나서 선거인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투표소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리게 큰 소리로 선거인의 이름을 부른다. 선거인 목록을 가진 사람에게 선거인 카드를 주면 알파벳순으로 정리된 선거인 목록에서 선거인의 이름을 찾는다. 목록에 적힌 선거인의 이름과 신분증, 선거인 카드에 적힌 이름이 같다고 확인되면 투표소장은 투표함 윗면에 있는 작은 레버를 당긴다. 투표함의 작은 틈이 열리고 투명한 투표함에 투표봉투가 떨어진다. 투표소장이 레버에서 손을 떼면 틈이 닫히고, "홍길동 투표했습니다"라고 크게 말한다. 


이제 선거인 목록에 사인해야 하는데, 서명을 크게 할 수도, 길게 할 수도 없게 되어있다. 가로 약 30cm, 세로 약 5cm 되는 긴 투명한 플라스틱 자에 5cm x 1cm 정도의 직사각형 크기로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 자를 선거인 목록에 올려놓고 그 칸 안에서 사인을 해야 한다. 타인의 서명란을 건드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서명하고, 선거인 카드에 투표 일자가 찍힌 스탬프를 받고 투표소에서 나온다. 


프랑스의 투표함은 투명해서 속이 다 들여다보이고, 투표봉투만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틈이 매우 작다. 그 또한 레버를 당겨야 열린다. 레버를 놓으면 틈이 닫히고 레버 옆에 숫자가 하나 올라간다. 당일 저녁에 개표가 끝날 때까지 이 투표함은 절대로 있던 자리를 뜰 수 없다.





14. 사전 투표? 대리 투표? 

선거인이 선거일에 투표소에 출두할 수 없는 경우, 한국에서는 사전 투표를 하는 데 반해, 프랑스에서는 대리 투표 혹은 위임 투표를 한다. 한국의 위키페이아에 의하면 대리 투표 혹은 위임 투표는 '부정 선거의 위험 때문에 정치적인 선거에서는 금지'한다고 하는데, 프랑스에서는 사전 투표를 허가하지 않고 위임 투표를 하는 걸 보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투표는 투표 당일에 한해서 투명한 투표함에 들어가야 유효하다는 원칙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것 같다. 

대리 투표 조건은 선거인등록을 한 사람이어야 하고, 같은 선거구에 있어야 하며, 또 다른 대리 투표를 위임받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투표소는 달라도 같은 선거구에 등록된 선거인은 대리 투표를 할 수 있으며, 한 선거에서 단 한 사람의 투표만을 위임받을 수 있다. 

대리 투표를 신청할 경우, 투표 전까지 투표대리인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 등을 경찰서에 등록한다. 투표 당일, 투표대리인이 위임자의 투표소에 가면 경찰서에서 받은 대리 투표자 목록과 대조한 뒤, 선거인카드와 신분증을 확인하고 위임투표를 한다.  



15. 투표함 

고대 그리스에서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불투명한 항아리를 투표함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투명한 투표함을 사용하고, 윗면에 레버를 당기면 투표용지가 들어갈 만한 틈이 열린다. 레버를 놓으면 다시 틈이 닫히면서 숫자가 하나 올라간다. 다시 말해서 레버가 한번 당겨질 때마다 몇 개의 투표가 그 안에 들어갔는지 센다는 얘기다. 투표를 시작하기 전에 투표함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지, 레버 옆에 숫자가 영(0)인 지 확인한 뒤, 투표함을 열쇠로 잠근다. 

우리 딸애가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반장선거를 하던 날, 시청에서 초등학교에 투표함을 빌려줬다. 아이들은 '진짜 투표함'으로 반장선거를 치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체험을 통해 민주주의를 배우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참고로 프랑스의 모든 시청이 학교에 투표함을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딸애 학교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16. 투표일, 투표시간, 투표소

투표일은 늘 일요일, 투표시간은 아침 8시부터, 대도시의 경우, 저녁 8시까지 12시간 동안 투표소가 열려있고, 인구가 작은 소도시나 마을의 경우, 저녁 6시에 문을 닫는다. 기타 대중을 위한 시설과 마찬가지로 투표소 또한 지체장애인을 비롯해서 모든 사람이 문제없이 출입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용이해야 한다. 

참고로, 호텔, 사무실, 상가, 영화관, 식당, 화장실 등 대중에게 열려있는 시설은 지체장애인에게도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프랑스 법이 명시하고 있다. 만일 그렇지 못한 경우, 제한된 기간 내에 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 



17. 개표 


선거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은 개표가 아닐까 싶다. 저녁 6시 혹은 8시에 투표소가 문을 잠그면 그 순간부터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그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다.

투표소장과 투표소 비서를 제외하고 투표소 보좌인이 되고 싶으면 선거인 등록된 자에 한해 선거일 24시간 전까지 시청에 신청하면 된다. 신청자가 많으면 시간표를 짜서 교대근무를 설 수 있어서 좋다. 개표에 참여하고 싶으면 시청에 미리 신청할 수도 있고, 투표 당일 아침까지 신청할 수도 있다. 개표 참관은 모든 시민에게 열려있다. 모든 개표는 반드시 수개표를 하며, 시의원이나 정당의 후보나 대리인은 개표에 참관은 할 수 있되 절대 개표에 간여할 수 없고, 개표는 오로지 시민만이 할 수 있다. 

투표소 내에 테이블을 2~3개 설치하고, 테이블마다 4개의 의자를 준비하는 동안 투표소장은 열쇠로 투표함을 열어 투표봉투를 꺼낸 뒤 참관인들이 보는 앞에서 100개 단위로 묶어 각각 우편봉투에 담는다. 각 테이블에 투표 100개들이 우편봉투 하나씩을 나눠준다. 

첫번째 사람이 투표봉투에서 투표용지를 꺼내 기권이나 무효표인지를 확인하고 두 번째 사람에게 건네면 두 번째 사람은 투표용지에 적힌 후보자의 이름을 부른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사람은 개표결과를 적는 용지를 받아들고 있다가 호명된 후보가 해당하는 칸에 작대기를 긋는다.

100개의 투표용지를 개표하고 나면 투표소 비서는 작대기를 그은 두 사람의 결과가 동일한 지 확인하고, 기권과 무효표를 포함해서 총합이 100개가 되는지, 투표용지도 100개가 되는지 확인한다. 결과를 투표소장에게 넘긴 뒤 새로 100개의 투표용지 묶음을 받아 개표한다. 

개표가 완전히 끝나면 테이블마다 두 개씩 배부된 개표결과 용지에 네 명의 개표자 이름을 적는다. 무효표 봉투에도 네 명의 개표자 이름을 적는다. 투표소장이 개표 결과를 전화로 시청에 알리고 나면 개표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건물을 나갈 수 있다. 시청은 모든 투표소의 개표결과 집계를 당일 밤 지체없이 시청 앞에 게시한다. 


18. 해외국민투표 


한국도 2012년부터 해외국민투표를 시행해오고 있는데, 재불 한국대사관 공무원의 말에 의하면, 해외국민도 투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서류를 만들어 청을 넣은 이들이 바로 재불 한인들이라고 한다. 

이번 총선의 경우, 유권자 등록 신청이 11월 15일(일)부터 2016년 2월 13일(토)까지 91일간이었고, 투표는 3월 30일(수)부터 4월 4일(월)까지 6일간 해외공관에서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한국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해외국민투표 경험담을 말씀드릴까 한다. 2012년, 대통령 선거 해외국민투표에 참여했던 바에 의하면, 투표용지는 한쪽 모서리에 일련번호가 적혀있고, 선관위의 빨간 도장이 찍혀있었다. 그 모서리는 점선에 따라 뜯어낼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런데 독일의 한 교포가 투표했을 때는 빨간 도장이 아닌 흑백의 복사본이었다고 내게 증언했다. 

투표함은 흰 종이로 엉성하게 싸여있고 투표봉투를 집어넣는 틈은 여자 손이 하나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열려있었다. 투표소 보좌인으로 있었던 지인의 말을 빌리면, 투표함은 매일 저녁 개봉되어 표를 다른 자루에 담고 빈 투표함은 다음 날 투표를 위해 다시 포장된다고 했다. 해외국민투표가 끝나면 자루에 담긴 표들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간다고 했다. 한국에서 개표하기 위해서. 

자, 그럼 프랑스의 해외국민투표는 어떻게 진행될까? 

유권자등록은 선거 전년도 마지막 날까지이다. 내년에 프랑스 대선이 있으니 유권자 등록은 올해 12월 31일까지다. 프랑스의 선거일은 늘 빨간 날(일요일)이고, 전 세계 재외 프랑스 국민도 동일한 날, 즉 일요일 하루 동안 선거를 치른다. 시차가 있어서 시간은 각 도시의 현지 시각을 따른다. 

개표도 프랑스 선거법을 따른다. 투표가 끝나는 즉시 투표소의 문을 잠그고 프랑스 재외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그 자리에서 바로 수개표하고 결과를 프랑스 선관위에게 전달한다. 투표함은 투명해야 하고, 그 어떤 경우에도 투표 시작부터 개표가 끝날 때까지 절대 자리를 이동하지 않는다. 투표가 끝나는 정시에 투표소 문을 잠그고, 투표함을 열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4인 1조로 수개표가 진행되며, 정부 및 정치 관련인은 절대 개표에 참여하지 못한다. 이것이 프랑스 개표의 원칙이다. 

4월 13일,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프랑스는 이중국적을 허용하지만 한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한국 재외국민투표에 참여할 수가 없다. 2012년 해외국민투표를 마치고 나왔을 때, 어찌나 기쁘던지. 지난 10년 넘게 모국에도, 체류국에도 투표를 할 수 없었던지라 그 감격이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 해외국민투표를 끝으로 나는 프랑스 국적으로 지방 선거에 후보로 출마했으며, 7.30%라는 지지를 받았다. 투표소 보좌인도 해봤고, 개표에 직접 참여도 해보았다. 선거가 어떻게 준비되고, 선거자금이 어떻게 유통되고 운영되고 감독받는지, 투표와 개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체험을 통해서 그 어떤 프랑스인보다도 더 잘 알게 되었다. 그 덕분에 한국 독자들에게 총 3회에 걸쳐 프랑스 선거에 대한 모든 것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자는 정치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 내 나라 한국에서 민주주의 꽃을 시민의 손으로 부디 아름답게 피워내기를 멀리서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소망한다. 



2016년 3월 27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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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