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프랑스2008.12.09 20:38

정내미없는 프랑스인이라고, 퍼줘도 고마운 줄 모르는 프랑스인이라고 남편에게 신경질을 내며 불평할 때가 있다. 자기나라 사람 욕하는 아내가 예쁠리가 있겠는가마는 그는 아무말 하지 않는다.

 

프랑스인.

1년 내내 일주일에 한번 이상씩 만난 프랑스 애기엄마가 있는데, 그녀는 내게 한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 늘 내 쪽에서 연락을 하고, 좋은 기회가 있으면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불러서 데려간 적도 여러 번. 내가 연락하면 반갑게 응대하기는 하지만 그녀가 먼저 내게 연락을 한 적은 한번도 없다. 내게 어디를 같이 가자고 제안한 적도 한번도 없다. 프랑스인들은, Les francais sont sympa mais pas gentils. Ils sont polis. C'est tout.

 

한국, 내 나라로 가고 싶다고 울컥 그리움이 쏠리다가도 '한국인이라고 별 수 있겠는가?' 싶게 만드는 실례들을 떠올려보면 방황하던 그리움이 타박타박 집을 찾아 돌아온다.

한국인.엮인글 제이님께서 나열한 에피소드에 뭐 더할 것이 별로 없다. 나역시도 파리에 살면서 여러 번 겪어본 일이라서. 

 

- 프랑스 베스트셀러 책 모니터링을 해서 한국 모 출판사로 연락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나중에 잘~되면후사하겠노라'고. 나중에 내게 번역을 맡기겠는 것도 아니고, 모니터링 하는데 필요한 실비 정도는 지불하겠다는 말도, 댓가로 제안하는 것도 없었다. 돈 없고 시간없는 학생의 발품과 시간만 뺏어먹으려는 나쁜 심보.

 

- 인터넷 게임하는 한국 회사에서 프랑스에 로컬리제이션(localisation)을 의뢰해왔다. 프랑스에서 그 캐릭터가 잘 먹힐 것 같느냐고.'나중에 잘~되면현지 사장으로 앉혀주겠노라'며. '나중' 얘기는 '나중'에 하고 당장 현지조사에 들어갈 실비정산부터 얘기를 하자,고 했더니 얘기를 더이상 꺼내지 않더라. 이 분은 내가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안면이 있는 분이었어서 실망이 더 컸던 케이스.  

 

- LG글로벌챌린저에 응모하는 두 팀이 쪽지를 보내서 자기 소개도 없고 인사도 없고 다짜고짜 '연세대 학생인데, LG글로벌 챌린저에 응모하는데 자료가 필요하니 자료를 보내달라'고 할 때는 참으로 황당했다. 니들은 인간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도 없냐?!! 거절당한 팀의 한 일원이 내게 다시정중하게 메일을 보내오고, 전화를 해서 나도 공손하게 응대했다. 시간약속도 잘 지키고 출발 전 다시 연락도 하는 등 그 예절바른 학생 덕분에 나도 그들이 원하는 이상으로 충실하게 자료를 퍼주었다. '인터뷰하러 가면 선물을 꼭 하라'는 LG의 스폰 덕분에 이때 야채분쇄기를 받았지롱~ 그때 내가 그들을 위해 해주었던 것은 그들이 내게 제출한 자료를 훑어보고 점검하고 정정하는데 4시간, 인터뷰하는데 5시간 (간난애 안고 5시간 인터뷰하기가 어떤 건지는 애기 키워본 사람은 알 것).

 

- 지식in을 통해 들어와서 번역을 부탁하는 쪽지는 하도 많아서 이젠 대꾸도 안한다. 제게 불어 질문하시고 싶으신 분들, 지식in에 게시판에 올리시면 누군가 대답해드립니다. 불어란 에디터로 있어봐서 알지만 제대로 된 답이 올라간다는 보장은 절대 없지요.제게 개별적으로 번역을 부탁하시고 싶다면 지식in을 통해서 1대1 질문으로 보내주시든가 번역비를 송금하세요.

 

- 프랑스 의류를 수입하고 싶다는 여성이 쪽지를 보내온 적이 있었다. 안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인사도 없고 자기 소개도 없었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부탁을 해오는 사람들은 대개 그렇다. 고자세로 나오던 그녀의 요구에 응답을 충실하게 여러 번 보냈더니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을 내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여겼는지 어느날 갑자기 살갑게 '프랑스 언니'라고 부르면서 무리한 요구를 해오더라.

 

- 프랑스에 오기 전에 현지 날씨 체크하고, 숙소와 관광정보 보내달라는 건 기본이고, 유학/이민을 오려고 한다며 보내오는 길고 긴 장문의 메일에 답변을 보내주면 '고맙다'는 답변 하나 없다. 내게 질문하고 부탁할 때는 '같은 한국인'이고, 원하는걸 얻고나면 남이다.

 

-몇 년 동안 아무 연락없다가 연수 나온다고 '답장 좀 달라'고 수선을 떨며 여러 번 메일을 보내오는 건 비일비재한 일. 그렇게 메일 주고 받고 메신저하다가 한국에 들어가고나면 나랑 언제 연락했었느냐는 듯이 다시 연락 두절 모드로 컴백. 그래, 바쁜게 이유지. 필요하면 다시 연락하겠다구? 됐다그래, 응. 

 

-유럽에서 연수가 끝나고 한국 들어가기 전에 한국에서 온 식구들이랑 파리로 여행 나오는데, 숙소를 잡아달라는 후배가 있었다. 나 유학시절에는 연락 한번 없다가 연수준비할 때부터 시작해서 연수하는 동안내내 '외롭고 한국이 그립다'고 메일과 메신저로 연락을 해오던 녀석이었다. 호텔은 비싸니파리 나 사는 근처에다가 한인민박집 하나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민박집에서 묵을 애가 아닐 것 같아서 부드럽게 거절을 했는데반드시+꼭!!! 언니가 구해주는 숙소에서 묵겠다며 몇 번 씩이나 신신당부를 해오는거다. 민박집에 직접 가서 예약을 하고 '꼭 올겁니다'라고 장담까지 하고 왔더랬는데, 출발 며칠 전 연락이 왔다. 민박집 취소해달라고,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고. 한국에 돌아간 뒤로 그녀는 잊혀질 듯 하면 나한테 연락을 하는데, 할 때마다 번/번/이/ 요구사항이 있다. 그녀가 아는 척하면 긴장된다. 또 뭘 해달라고 하는걸까? 싶어서.

 

- 블로그에 올렸던 책을 보고 한 이웃분이 출판사 친구에게 소개를 했다. 친구분과 메일을 주고 받고 통화를 했다. 프랑스 출판사와 연결을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근데 통화 중에 내게 사적인 질문을 필요이상 참 많이 하시더라. 한국에서는 어느 대학, 무슨 과를 나왔느냐, 남편은 무얼하느냐, 남편 나이는 어떻게 되느냐, 프랑스에는 언제 갔느냐, 프랑스에서 뭘 하고 있느냐 등등. 불편한 질문에 다 대답을 하면서 '이렇게라도 비즈니스로 연결되면 좋을텐데'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빗나갔다. 내게 공짜로 부탁을 하기가 민망했기 때문이었는지 남의 사생활에 원래 그렇게 시시콜콜 관심이 많은건지? 프랑스 출판사를 직접 만나 연결시켜주고 나니 연락 두절.

 

- 한인지에서 읽은 기사인데, 한국 관광객들이 프랑스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부득이 현금이 떨어져서 파리 한국대사관에 '돈을 빌려달라'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갚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갚는 경우는 거의 없답니다.

 

멀리 내 조국 한국이라고 그리움을 품다가 이런 황망한 일들을 당하면 그리움이 증발해 허공에 사라져 버린다. 차가운 프랑스인, 자기가 필요할 때만 살갑게 굴어별반 나을 것도 없는 내 나라 한국인, 그 사이에 산다. 해줘도 고마운 줄 모르고, 그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주지 못하면 그때껏 받은건 생각하지 못하고 못 받은게 아쉬워서 '못됐다'고 뒤에서 욕하지. 때문에 해외에서 외국인 만나기보다 한국인을 만나기가 더 어려울 때가 있다. 뭐라고 뒷말이 나갈 지 몰라서.

 

이 글 읽으시는 분들, 프랑스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신 분들은 알아서 찾으세요. 그리고 사진이면 사진, 글이면 글, 아이디어면 아이디어, 출처를 반드시 밝히세요!!! 현지 특파원이 필요하신 분들은 댓가를 지불하세요. 성사가 된 후에 하는 댓가는 물론이구요, 성사가 설령 되지 않더라도 현지조사에 들어가는 실비와 시간이 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발품과 시간을 공짜로 뺏으려 하지말고 당신이 프로라면 프로답게 현지 특파원에게 투자하세요. 그 돈 내기가 아깝다면 비행기 타고 날아와서 당신이 직접 뛰세요. 프랑스에 직접 날아와봐야 이곳 실정도 모르고, 지리도 모르고, 말도 안 통하는 모든 어려움들을 한방에 공짜로 날려주길 바라지 마세요. 다행히 댓가를 받으며 현지 특파원 일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람 마음 좋아서 마음에 상처만 받는 해외동포들이 있답니다. 

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