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프랑스2015.05.15 06:17

지난 3월 하순, 프랑스에서 치뤄진 도의원선거(les élections départementales)에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다. 내 생애 첫 출마였을 뿐 아니라 첫 선거캠페인이었다. 2015년 도의원선거는 여성의 정치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 1명의 후보 대신 반드시 한 여자 후보와 한 남자 후보가 1조가 되서 출마하도록 바뀌었고, 각 후보마다 같은 성별의 대행인이 있으니 총 4인1조, 임기도 3년에서 6년으로 바뀌었고, 선거구의 대대적인 재정립이 따르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쩌다보니 후보 제안을 받았고, 어쩌다보니 4인1조임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이 시간날 때마다 가끔 조금씩 도와주긴 했지만 1월 중순부터 약 두 달간 선거 캠페인을 풀타임으로 혼자서 거의 다 도맡아했다. 베르사이유 경시청에 선거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인구 5만명, 선거인 900명이 거주하고 있는 우리 선거구 선거 공식 게시판에 포스터를 다 붙이고 다녔고, 우리 후보의 페이스북 페이지, 인터넷 홈페이지, (옆동네 녹색당 후보의 스케줄을 포함해서) 6회의 시민들과의 자리 스케줄 잡기, 언론자료 작성, 이메일링, 선거 포스터 사진 촬영, 전단지 내용 문구 작성 등 지긋지긋하리만큼 도맡아한 일이 많았다. 선거가 끝난 지금은 다음 주에 회계사와 만남에 앞서 선거자금 뒷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두 달 후면 국가에서 선거자금 감사가 나오는데, 그때 2명의 후보 중 대표로 내가 감사에 응답을 하게 된다. 


이렇다보니 경험이 없어서 좌충우돌했지만 프랑스의 선거법 조항을 유심히 읽게 된 계기가 됐고, 선거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준비되는지 여느 프랑스인보다 더 잘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일을 같이 하다보니 사람을 제대로 다시 보게 된 인간도 몇몇 있었고, 반면에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멋진 친구들을 알게 된 기회이기도 하다. 


더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 형식적이지 않은 연설


지난 5월 10일에는 아무런 준비없이 정말 우연히 들린 녹색당 Conseil Fédéral 회의에서 어안이 벙벙해진 놀라운 경험을 했다. 9일과 10일, 연이틀간 하루 종일 치뤄졌던 Conseil Fédéral 이 나는 사실 뭐하는지 모임인지도 모르고, 단상에 올라가기 전에 발표자 등록을 해야한다는 것도 몰랐다. 프랑스 전국에서 모인 녹색당 회원들이 모인 회의라는 것밖에. 내가 있던 일요일 오전에 휴식시간도 없이 9시부터 12시반까지 프로그램이 돌아가는데 이 자리에서 12월에 있을 프랑스 지역선거의 각 선거구 녹색당 대표들이 투표로 선출됐다. 

일요일 아침에 최근 여론의 도마에 오른 Loi de reseignement 에 대한 토론이 있을꺼라고 해서 갔는데, 동료가 프로그램을 착각했는지 새 법안에 대한 토론은 없었고, 지난 도의원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에게 3분간 자유발표 시간이 주어졌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맨마지막에 단상에 올라가 내가 느낀걸 말하고 내려왔다. 그곳을 뜰 때까지 몇몇 사람들이 복도에서, 화장실에서 나를 지나치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내 발표가 멋있었다고 그러는거다. 이해가 잘 안갔다. 내가 단상에서 내려올 때, 사회자가 "더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고 한건 기억이 난다. 나에게 칭찬을 하는 사람에게 마침내 물어봤다. "나한테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지금 3번째인데, 내 연설이 뭐가 좋았어요? 뭐가 마음에 들던가요?" 답하기를, "신선했어요! 체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였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형식적인게... 주저하지말고 연설(발표)하세요." 하더니 갔다. 나 감동 먹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한거지?


Conseil Fédéral 에서 3분간 연설 중



정치는 '정치가'라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게 아니라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것 


한국인 친구들은 '오, 프랑스 정계 진출!'이라고 띄우는데, 무엇보다 우리 선거구에서 여성 후보로 나서려는 사람들이 없었던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후보 제안을 승락하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던 것은 내가 정치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를 후보로 추천한 동료의 추천사유 때문이였다. 

"나는 정치적인 감각도 없고, 정치적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이고 감성적인 인간인데, 어째서 나를 후보로 추천하느냐" 물었더니 그 친구 말이, "정치는 '정치가'라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민주주의라고 봐. 그 때문에 나도 작년에 시의원으로 출마를 한거고, 시의원이 됐지. 나는 네가 녹색당 여성 후보로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너의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가 우리에게 몹시 필요해. 넌 아주 좋은 여성 후보야." 이 동료의 추천을 받고 사흘간 고민한 뒤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출마를 결정했고, 캠페인 내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에 이 동료의 추천사가 내겐 가장 큰 힘이 되었다. 


3월 22일, 50%도 넘기지 못한 저조한 선거률 속에서 우리는 1차선거에서 7.30%를 끌어냈다. 일곱 팀의 후보 중 4위였다. 내 파트너였던 남자 후보가 작년에 녹색당 시의원 후보였는데, 39명 1조로 출마해서 고작 3%를 받고, 선거후보들 중 꼴찌를 했던 기록에 비하면 투표인 거주지역이 두 배나 넓어진 올해, 매우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내가 뛴 첫 선거캠페인이자 첫 출사표 치고는 무척 좋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히 열심히 뛴 내가 자랑스럽다. 



살다보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순간들이 가끔 찾아오는 것 같다. 

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