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프랑스2007.06.23 08:27

에피소드 1.

프랑스의 경우, 집 빼기 석 달 전, 서면으로 통지를 해야한다. 이사 날짜 석 달하고 이틀 전날, 부동산에 가서 서면을 제출했다. 그걸 한 부 복사해서 내게 건내줘야 하는데, 그 편지를 받은 여자 왈, "이 편지는 정확히 석 달 전이어야 해요. 이틀 후에 제출하세요."

나: "이틀 후면 일요일이에요. 여기 문 닫지 않습니까?"

녀: "그럼 날짜를 앞당겨 정확히 석 달 후에 방 빼세요."

나: "방 열쇠는 편지에 적힌 날짜에 건내고 싶어요. 미리 방 빼고 싶지 않습니다. 석 달에서 이틀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고, 이틀 먼저 제출하는건데 그게 문제가 되나요?"

녀: "그럼 편지에 적힌 서류작성일을 이틀 후로 하세요."

카피만 하는 이 고지식한 직원, 나더러 방을 빼지 말라는거냐 뭐냐.. 왠 트집을 이리 잡냐? 뜨하~ 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다른 부동산 직원 둘이 내 편을 들어줬다. 다행히. 이 얘기를 이웃집 여자에게 하니 대체 그 부동산 어디냐고 묻는다. ㅎㅎㅎ

 

에피소드 2.

행정상의 서면통지를 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오후 2시30분 이후에 전화를 하라는 내용이다.

집에서 5분 거리인데다 그곳에 다른 일로 갈 일이 있어서 들른 참에 담당자를 찾아 잠깐 얘기하려고 했다. 보이는 아무 문에 노크를 했다. 금요일 오후 2시였다.

나: "실례지만 XX를 찾습니다."

녀: "전데요. 무슨 일이세요?"

나: "편지를 받았어요." (편지를 보였다)

녀: "아, 그거요? 헝데부를 잡아야 합니다."

난 다이어리를 꺼내 헝데부(=만남 약속)을 잡으려고 했다.

녀: "편지에 전화하라고 써있잖아요. 월요일 오후에 전화주세요."

나: (@@!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뭐꼬? 지금 여기서 헝데부 잡으면 안되나???)

녀: "보시고 계시는대로 제가 지금 바빠요. 월요일 오후에 전화로 주세요."

나: "아..... 모..... 그러시든지."

녀: "고맙습니다. (Je vous remercie beaucoup. ; '고맙다'는 표현 중에도 굉장히 깍듯이 형식적인 방식이다)"

우리 신랑이 이 얘기를 듣고 어이없다고 웃더라.

 

에피소드 3.

우체국에 은행계좌가 있었을 때였다. 우체국에 우편물 건으로 아침 일찍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 우체국 문 바로 앞에서 출근하고 있는 내 계좌담당자를 만났다. 안 그래도 그에게 물어볼 것이 있던 차에 잘 됐다 싶어,

나: "안녕하세요. 당신이 계좌관리하는 클라이언트 중에 하나에요.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그: "전화로 헝데부 잡아서 오세요."

나: "지금.. 눈 앞에 있는데, 전화를.. 하라구요?" (이해를 못해서 어리둥절..)

그: "그게 더 프로페셔널합니다. 전화로 주세요."

띵~! 황당해하는 나를 뒤로하고 그는 우체국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하도 기가막혀서 길/건/너/ 공중전화박스에 가서 그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나: "여보세요? 방금 몇 분 전에 당신이 마주치고 지나간 클라이언트요. 이제 됐소?!"

난 그 날로 우체국에 남은 돈을 타은행에다 전액송금 시켜버리고 우체국 은행계좌를 닫아버렸다.

 

에피소드 4.

이건 몇 년 전 얘기다. 이삿날이 체류증 유효기간 마지막 날이었다. 이사 바로 전날, 경시청에 가서 사정 얘기를 하고, 유효 말일 하루 전날 기간연장을 부탁했다. 답하기를, "오늘은 유효기간 마지막 날이 아니기 때문에 연장 못 해드립니다. 유효기간이 끝나는 내일 오세요."

여기서 잠시 경시청 사정을 설명하자. 경시청 내외국인 체류증은 줄이 너무 많아서 새벽 5시반에 일어나 6시에 출발해서 7시전에는 도착해 줄을 서야했다. 경시청 문은 8시45분에 열린다. 7시에 도착하면 당일 오후 4시, 문이 닫히기 바로 전에 턱걸이로 일을 마칠 수 있다. 이러니 이삿날 잠시 들렀다 가기가 불가능했다.

그녀가 이어서 말하길, "안 그러면 새 거주지에 가셔서 하세요. 모든 서류를 처음부터 다시 다 준비해 가셔야 합니다." 모든 서류를 처/음/부/터? 꿱~~~~!!! 차라리 내일 다시 올께요. 깨갱~ 나는 이날 빠꾸 맞았다. 경시청에 가서 빠꾸 맞은 외국인이 어디 나 하나였으랴? 나도 처음이 아니었던 것을. 프랑스에서 경시청 가기가 젤~ 싫다.

 

다음 날. 새벽 5시에 일어나 밥을 먹는둥 마는둥 눈꼽만 떼고 출발, 6시에 도착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야 일을 마치고 이삿짐을 나를테니 서둘렀다. 이날이 12월 9일 (안 잊어버린당!), 추위 속에서 2시간 45분을 기다렸다. 8시45분이 됐다. 이날 문이 열리고 경시청 직원들 파업했다고 문 앞에서 다 쫓아냈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을 말자.

녀: "어제 말씀하시기를 오늘 이사하신다면서요?"

나: (뜨끔!!!) "네....."

녀: "거주지 이전신고는 이전일로부터 30일 내에 하셔야 합니다. 그러니 오늘 기간연장은 한 달로 해드릴께요."

원래 기간연장은 보통 석 달이다. 체류증에 한 달짜리 도장이 찍히려는 순간이었다.

"잠깐만요~~~~~~~~~~!!!!!!!!이것 보세요. 저 임산부요. 어제도, 오늘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왔어요. 8시45분에 열리는 문 앞에서 6시부터 저 추운데서 줄을 섰어요. 해도 뜨지 않아 깜깜한 그 추운 겨울 아침에 임신부가 밖에서 3시간씩.. 이 짓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또 한 달 후에 또 하란 말입니까? 한 달 후면 1월 9일, 역시 엄동설한이요. 사정 좀 봐주시오! 제발 부탁이오!"

그녀는 아직 티가 나지 않은 내 배를 보더니 (배가 나올 시기도 아니었지만 배가 봉긋하게 올랐다해도 겨울옷에 덮여 티가 나지도 않았을꺼다) 기간을 석 달로 연장했다.

솔직히 말하면 새벽같이 나가서 줄을 선 건 내가 아니라 신랑이었다. 그가 출근할 시간에 맞춰 내가 8시에 도착, 교대했다. 여기 겨울 아침 8시면 동이 트는 시각이었다. 45분이라해도 추위 속에 뱃속에 씨앗을 품고 서서 45분 줄서기가 결코 쉽지 않더라.

 

칼일까요? 밥통일까요?


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