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프랑스2006.03.01 20:38

온라인에서 프랑스 뉴스를 접할 때, '강경희 기자'란 이름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기자가 프랑스에 체류하면서 프랑스에 대해 쓴 기사들이 참 많다. 조선닷컴에 최근 글이 올라왔는데, 십분 동의하는 글이라서 메모로그에 퍼왔다. (제목 : '만년학생' 이방인들)

내 메모로그에서 볼 수도 있고, 직접가기를 하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라.

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29019&logId=943580

 

강경희 기자의 글이 실감나는 이유는 도입부분에 나오는 '씁쓸한 농담'같은 대답을 나도 실제로 들어봤기 때문이다. 그것도 친구라는 자가. '논문은 잘 되어가니?'라고 안부를 물으니, "그런 건 묻는게 아니야"로 날아온 대답 앞에서 얼마나 막막하던지.

 

1년에 마치는 석사과정을 2년이 끝나가도록 논문 쓰는 방법도 몰라 자료를 하나도 못 찾아 헤매이며 매년 학생증만 연장하던 유학생이 있었다. '지금 입때까지 이러면 안되는데' 싶어 "내게 밥 한 끼 사라! 논문 쓰는 방법을 알려줄께!". 학생식당에서 밥 한 끼 얻어먹으면서 논문주제 잡는 법, 자료 찾는 법, 글 엮어가는 법 등을 열심히 설명했다. 1년 뒤, 무사히 논문을 발표하더라마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가 그러더라. "없는 돈으로 제가 그때 언니에게 밥을 샀었죠?" "왜 샀는지 기억나?"하고 물으니 기억을 못하더라. '남들에게는 주머니 사정 힘든 저에게서 내가 밥 사달랐다는 얘기만 하겠구나. 내가 그때 왜 도와줬을까' 싶은 생각에 씁쓸. 선행은 사람에게 쌓는게 아니라 하늘에 쌓는거라고 위로를 한다.

 

믿지 못할만한 사실은 한국학생들은 서로 학업에 도움되는 이런 조언을 해주지 않는다는거다. 그러니 '만년학생'의 가방끈 햇수만 하염없이 길어진다. 남들이 주지않는 조언을 준다해도 고맙다고 여기지 않으니 조언을 아예 안 해 주는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1년만에 마치는 과정을 2년, 3년, 5년에 마치는 탓에 3년만에 끝낼 수 있을 과정을 갖고 10년을 끌기도 한다. 이럴수록 한국에다가는 프랑스 체류연수를 마치 쌓인 능력의 척도인양 허영되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체류연수가 길다고 '와~'하고 감탄하는 사람도 같은 수준.

 

또 기억나는 에피소드 하나. 앞으로 프랑스에서 영영 사라질 학제 때문에 모두가 기를 쓰고 논문을 쓰던 해, 한 한국학생이 논문심사를 못받았다. 미완성이어서가 아니라 논문자료가 너무도 미비했기 때문이다. 논문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걸 내가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긴긴 여름방학 다 지나 남들 논문발표하던 가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같은 클라스의 한 한국학생의 논문발표준비를 도와주러 만난 카페에서. 

 

나: "자기는 논문 발표일이 언제야?"

그: "전 쓰지도 못했어요."

나: "아니, 어째서?"

그: "제 작업하고 비슷한게 없어서 자료가 찾아도 없더라구요. 참고자료 2개 갖고 어떻게 논문을 써요?"

 

둥~! (뒷통수 맞는 소리) 난. 기.가.막.혔.다!!! 그가 공부를 안해서가 아니라 그의 주변에는 한국친구가 무수히 많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첫에피소드도 마찬가지. 그가 다니는 교회에나 학교에나 한국친구가 무수히 많다. 밥도 같이 먹고, 서로의 집을 자주 왕래하며, 자질구레한 생활 속의 얘기를 나누며, 마음의 의지가 되는,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 친구가 그렇게 많은데, 왜 살갑게 지내는 그들 중 어느 누구 하나 조언을 해주지 않았느냐 말이다! 그의 한국인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논문을 못써서? 절대 아니다. 주변에 많은 한국 친구들은 논문 척척 통과했다. 그런데 어찌하여 -학생신분으로서 가장 주된 주제가 될- 논문 진전상황을 서로 체크하지 않았으며, 부딪히는 어려움을 토로하지 않았으며, 조언을 주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던건지 나로서는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늦는 사람을 기다리며 카페에 둘이 앉아 -앞날에 또 후회할 지 모를- 성토를 시작했다. 그의 작업 속에서 주제어 찾아내는 법, 관련자료 고르는 법, 자료 찾는 법, 글 써내려가는 방식 등. 그가 고맙다며 커피값을 내고 일어섰다. 그날 이후로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 논문 잘 써서 통과받았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훗날, 그와 학교에서 붙어다니던 한국인 연장자와 둘이 있을 때, 넌지시 말했다. "그와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 친구들이 그렇게 많고, 다들 논문 통과를 했는데, 어떻게 한 사람도 그가 논문이 막혀서 1년을 꿀어야 할 정도가 될 정도로 조언을 주는 사람이 없었는지 이해가 안돼요. 그애가 막혀하는 문제 하나만 풀어주면 여름내내 논문을 쓸 수 있었을텐데 말이에요."한국인 연장자는 앞만 볼 뿐 아무 말도 안했다. 그도 한국에서 대학졸업하자마자 프랑스로 유학 온 지 15년 되는 만년학생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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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