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프랑스2006.01.30 22:21

1.

"한국은 안 그런데 프랑스는 왜 이래?" 할 때마다 '저러다 한국가서 살자는거 아냐?' 조마조마했던 신랑이 작년 가을, 한국에 가더니 난~~리가 났다, 난리가.

 

신랑: "서울 진짜 크다! 강도 진짜 크고! 세느강하고 비교가 안되네? 다리 진~~~짜 길어! 시장이며 가게며 밤 10시가 되도록 다 열려있네? 도시에 저 불빛들 좀 봐! 물건 값도 저렴하고, 특히 음식들이 왜 이렇게 싸? 술 한 잔에 30센트? (; 소주 한 잔에 500원) 와~ 와~"

 

입 다물어라. 그러다 턱 빠질라... 안 그래도 기차로 4시간 걸리는 곳에서 살고 있는 아들내미가 국제결혼해서 먼 한국가서 살겠다고 할까봐 걱정스런 시어머니, 옆에서 프랑스 자랑을 열거하신다. 필자는 아무 소리 안 하고 씨익~ 미소만 지어준다.

 

2.

작년에 생긴 일이었다. 체류증 갱신을 해야되는데, 여권을 잃어버려 여권재발급을 위해 파리주재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했다. 며칠 안에 다행히 분실된 여권을 찾아서 재발급은 면했지만 이후로 남편은 식구든 친구든 만나기만 하면 한국대사관 영사과 얘기를 꺼냈다.

 

남편: "프랑스 행정이 좀 그지같은게 느려 터졌잖니. 우리 마누라가 작년에 체류증 하나 받으려고 경시청에 5~6번은 들락거렸거든. 그러고도 아직도 배우자 체류증이 안 나왔잖아? 근데 한국 행정은 얼마나 빠른지 알아? 여권분실 때문에 재발급하러 한국대사관에 갔더니 '그건 좀 오래 걸린'데. 근데 그 '오래'가 얼만 지 알아? 1주일이야. 1주일!!!"

 

3.

나중에 여권기간 연장을 위해 한국대사관을 찾았다. 이후로 한국대사관 영사과의 놀라운 업무는 또다시 남편의 친구들과의 대화 소재로 올랐다. 

남편: "한국 행정 진짜 죽여주더라. 우리 마누라가 여권기간 연장을 했는데, 그게 얼마 걸린 줄 알어? 3일 걸렸어, 3일!!! 프랑스같으면 몇 주 걸렸을꺼야. 더 대단한건 있잖아... 기간연장된 여권을 받으러 갔는데, 점심시간에도 근무를 한다는거야! 한국사람들은 밥도 안 먹고 일하나봐!"

 

4.

최근의 일이다. 지난 토요일, 떡국 사러 한국수퍼에 갔는데, 셔터가 내려가있네? 혹시 방으로 연결되서 받을까 싶어 가게 문에 써붙인 번호로 핸펀을 때렸다. 때르릉~ 때르릉~ 받지는 않고 팩스로 연결. 음.. 멀리서 왔는데 어쩐다? 떡국없이 어찌 설을? 아니면 다른 가게를 전전?

 

남편은 그만 가자는걸 아쉬움에 가게 유리창에 붙어 안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 가게 안에서 아저씨 한 분이 부시시 눈을 비비며 이미 팩스로 떨어진 전화 받으러 오는게 보인다. 창을 두드렸다.

"아저씨이~~! 내일 설이라 떡국 사러 왔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저희 멀리서 왔는데잉..."

셔터가 올라간다. 스르르. 으흐~

 

아저씨: (눈비비며) "문 10시 반에 여는데요.."

필자: (남편에게) "문 30분 후에 연데. 어떻게 할까?"

남편: "이 추운데 어떻게 30분을 기다려?"

아저씨: "추운데 안에 들어와서 기다리시겠어요?"

필자: (남편에게) "안에서 기다리는데 어쩌지?" (가게 쥔에게) "아저씨, 저희 낼아침에 먹을 떡국만 사면 되거든요? 떡국만 좀 파시면 안될까요?"

아저씨: "잔돈 있으세요? 계산대 잠겨있거든요."

 

장을 보고 나와,

필자: "문도 안 열린 시간에 와서 죄송해요. 고맙습니다, 아저씨. 설 잘 쇠세요."

아저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필자: "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녕히 계세요."

 

필자: "아저씨 굉장히 친절하다. 그지? 여기가 프랑스 가게였으면 셔터 열어주지도 않았을꺼고, 밖이든 카페든 어디서든 시간 죽이다 30분 후에 오라고 했을게 분명해. 게다가 9유로 27센트 나왔는데, 9유로만 내라잖아. 프랑스 가게였으면 그런게 어딨어? 1센트, 2센트 짤없이 다~ 받았을꺼야."

남편: "음.. 음.. 아니, 한국사람들은 대체 왜 그래? 밥 안 먹고 잠 안 자고 일하는거야???"  

우리 원래 이래.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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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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