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프랑스2005.10.28 04:10
baguette란 불어로 '딱딱하고 길다락 막대기'를 말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밥 먹을 때 쓰는 젓가락도 '바게뜨'라고 하며, 요술지팡이는 '바게뜨 마직'이라고 한다. 다만 젓가락은 반드시 2개가 있어야 쓸 수 있으니까 baguettes 라고 복수로 표시하며, 불어에서 단어 끝 자음은 발음하지 않으므로 발음은 불변이다. 

 

수많은 빵 중에 길고 딱딱한 빵을 '바게뜨'라고 한다. 블랙홀님 말마따나 "일단 딱딱하고 맛이 없다". 'delicious'의 반대개념으로서 '맛이 없다(no good)'가 아니라 달고, 짜고, 달콤하고 등 형용할 뭔가의 그 건더기가 바게뜨에는 없다 (no taste).

 

딱딱한 이유는 매우 간단한 바게뜨의 재료때문이다 : 밀가루, 물, 소금, 그리고 약간의 이스트. 때문에 빵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빵이다. 그 중국집 요리 잘 하는가, 테스트할 때 자장면 한 그릇 시켜보면 알 수 있듯이 그 빵집의 빵이 맛있는가를 알려면, 가격도 제일 저렴한, 바게뜨와 크로와쌍을 사먹어보면 된다. 바게뜨에는계란, 버터, 우유를 넣지않기 때문에 부드러운 맛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집마다 맛의 차이가 있는 이유는 이 네 가지 성분의 비율차와 구워내는 정도에 빵집마다 각기 비법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식빵에는 버터와 우유가 들어가기 때문에 부드럽지만 프랑스인들은 식빵보다 바게뜨를 선호한다.

 

프랑스인들이 밥상에서 고집하는 3가지가 있다 : bon pain, bon vin, bon fromage. 즉, 맛있는 빵, 맛있는 포도주, 그리고 맛있는 치즈다. 맛있는 빵에 맛있는 치즈를 발라 맛있는 포도주와 함께 식사를 하는 구르멍드 프랑스인들. 근데사실 매식사 때마다, 아니 하물며 저녁식사에라도 포도주에 치즈까지 챙겨먹는 프랑스 젊은 세대는 많지 않다. 포도주의 국내 소비량이 점점 줄어서 해외시장을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빵 바게뜨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열정만은 '님 향한 일편단심 가실 줄이 이시랴!'우리에게 밥이 주식인 것처럼,프랑스인들에겐 빵이 주식인 탓이다.아침 7시면 문을 여는 빵집의 제1메뉴는 뭐니뭐니해도 바게뜨. 우리 동네에 빵집이 3개가 있는데 그중 유독 줄을 나래비~ 나래비~ 서는 집은 하나밖에 없다. (아래 사진)우리집에서 이 가게보다 가까운 빵집이 2개나 있고, 우리집 건물 지상층에 바로 위치한 수퍼마켓에서도 바게뜨를 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집까지 가는 걸음을 절대로 마다하지 않는다. 갓구워나온 따끈한 바게뜨를 옆구리에 끼고 돌아오면서 야금야금 뜯어먹는 재미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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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바게뜨를 언제 어떻게 먹을까?

맛을 보려고 먹거나 배가 고파서 뜯어먹는게 아니면 바게뜨를 맨입에 먹지는 않는다. 아침에는 바게뜨를 길게 반토막으로 잘라 바삭하게 구워 버터나 잼을 발라 커피나 핫쵸코, 또는 오렌지쥬스 등과 함께 식사를 한다. 

 

한 면은 떨어지지않게 길게 반으로 가른 후에 고기, 참치, 야채 등을 사이에 넣으면 간편한 점심용 샌드위치가 된다. 이럴 때는 굽지 않는다.

 

식당에서 요리를 시킬 때, 작은 바구니에 어슷썰기나 통썰기로 나오는 바게뜨가 있다. 에피타이저가 아니다. 메인요리가 나왔을 때 바게뜨와 함께 먹으라고 나오는 것이다. 생선요리든 고기요리든 하물며 샐러드든 소스나 국물이 조금이라도 없는 요리는 없다. 바게뜨를 먹을만큼 손으로 작게 찢어서 주요리의 소스나 국물에 찍어서 먹는다.배가 고프면 주요리가 나오기 전이라도 뜯어 먹어도 상관없다.

 

달팽이 요리를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올리브유에 익은 초록색 달팽이가 6개 혹은 12개의 홈이 파진 동그란 원판에 서빙이 되면, 같이 따라나오는 포크로 우선 달팽이를 꺼내서 먹고, 파진 홈에 흥건하게 괸 녹색의 올리브유는 바게뜨의 흰 부분을 대어 남은 국물을 찍어서 먹는다.

 

프랑스요리를 풀코스로 먹을 경우, 디저트만도 세 번 서빙이 되는데, 그중 치즈는 그냥 먹기도 하지만 보통 바게뜨에 발라서 먹는다.

 

내 식생활을 예로 들면, 아침은 프랑스식으로, 점심은 주로 면류 (오늘처럼 라면이 되는 날도 있고.. --ㅋ), 신랑과 함께 하는 저녁은 그날 그날 되는대로 한국식, 프랑스식, 퓨전 등으로 먹는다. 아침의 경우,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바게뜨보다는 그래도 영양을 고려해서 여러 가지 곡류가 섞인 넙적하고 누르스름한 호밀빵을 먹는다. 때문에 늘 집에 빵이 떨어지는 적은 없다. 바게뜨를 사면 당일이나 그 다음 날 다 먹지 못하면 딱딱해져서 먹기 힘들어지는데, 둘이 사는 살림에 삼시세끼를 바게뜨를 먹는 것도 아닌데, 하루에 바게뜨를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나? 신랑도 치즈를 즐겨찾는 편이 아니라서 빵은 아침으로 족한 편이다. 그러니 어쩌다가 찍어먹을 빵이 필요한 경우, 굳이 바게뜨를 또 사기보다는 집에 있는 호밀빵을 썰어 먹는다.

 

 

지금까지의 글을 요약하자면, 바게뜨는 빵 중에서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빵으로, 우리가 반찬없이 밥만 달랑 먹지 않는 것처럼 바게뜨도 다른 식품과 동반해서 먹는다. 동반되는 재료와 식품의 성질에 따라서 먹는 방법과 모양새는 약간 다르지만 프랑스인들에게 바게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 끼 모든 식사에 끼어들 수 있는, 우리로 말하자면 밥과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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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