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프랑스2005.08.31 18:30

11-15살 사이의 프랑스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5.9%가 "스트레스를 좀 느낀다"고 답했고, 40%(던가?)가 불면에 시달린다면서 오늘 아침 뉴스에 나온다. 입에 거품을 물고 나는 아침을 먹다말고 개탄을 하기 시작한다.

 

"아니, 이것들이 공부는 안하면서 무슨 스트레스? 화장하고, 예쁜 옷 -솔직히 말하면 야한옷이라고 봐야..- 사러 옷가게나 다니고, 데이트나 하고, 길거리에서 뽀뽀나 하고, 데모나 하면서 '나 스트레스 있어요'??? 저것들이 자유와 스트레스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는거 아냐? 쟤들 다 한국으로 보내버려야돼!!! 한국학생들은 하루에 10시간, 12시간씩 공부하고 살아가면서도 다 그러려니..하고 살어! 학교 공부만 하는 줄 알어? 요즘은 초등학생부터 과외를 2-3개씩 받고 저녁 늦게 파김치가 되서 들어와. 스트레스 있다고 답한 놈들 다 한국으로 보내서 진짜 스트레스가 뭔지 깨닫게 해야돼! 저것들이 복에 겨워저래!!! 프랑스의 앞날이 걱정된다, 걱정돼.."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은 없는거 아닐까? 스트레스를 어떻게 감당하고 이겨내는가가 관건이라고 보는데.. 스트레스 완전제로에서 어떤 발전을 꾀하리라고 기대하나? 스트레스를 '약간' 느끼는 정도라면 난 오히려 긍정적으로 본다. 뭔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고, 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은 상태,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남은 상태.

 

신랑 앞에서 신랄하게 비평을 한 뒤 가만 생각해보면 프랑스 청소년의 스트레스는 학업에서 온다기보다, 아니, '온다기보다'가 아니라 절대 아니라고 봐. 뉴스에서는 '학업, 가정, 친구' 등 뭉뚱그려서 대체 뭐가 주원인인지 알 수 없다만 이들의 주요 스트레스는 가정문제에서 온다고 본다.

 

실제로 프랑스는 친엄마, 친아빠로 이루어진 가정은 유감스럽게도 많지 않다. 외모, 외부, 또는 친부와 새엄마, 친모와 새아빠, 그리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어느날인가부터 '오늘부터 난 너의 가족이야'가 되는 경우가 참 많다. 결혼을 한 번하고, 두 번하고, 또는 동거를 통해서 태어난 아이들. 엄마가 같아도 아빠가 다른 형제가 있고, 서로 다른 엄마에서 태어나 같은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은 형제들도 많다. 또는 태어나고보니 엄마가 재혼 전에 낳은 아이들과 아빠가 재혼 전에 낳은 아이들이 있어서 이들을 언니, 오빠, 형, 누나로 부르며 크는 가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성씨가 다른 형제와 식구가 된다. 왜?엄마의 전남편 성을 따르는 아이들은 엄마가 재가를 하더라도 한번 정해진 성씨가 바뀌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디 그뿐인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빠가 엄마하고 살기 전에 낳은 아이들이 놀러오기도 하지. 남자에게 친부권이 있다면 어디 일년에 한번만 보나?

 

지난 일요일, Zone interdit라는 다큐프로에서 새학기을 맞아 '아이많은 집'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주제가 tv에 방송되었다. 각각 11명, 12명, 5명의 아이를 둔 프랑스 가족이 소개되었다. 다산을 선호하는 아랍이나 아프리카 출신 가족은 그렇다치고 이렇게 많은 아이를 낳는 프랑스인도 있구나.. 턱이 떡! 벌어져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열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하다니.. 허걱!

 

그중 11명과 12명의 아이를 가진 가족은 엄마와 아빠로 구성되어 아이들은 모두 이들의 자식이고, 5명의 아이를 가진 가족은 아빠가 없는 가정이다. 파리 7구에서만 15년을 살았다는 이 커리어 여인은 아빠가 서로 다 다른 아이 다섯 명을 혼자 키우며 멋진 일도 하며 살고 있다. 현재 아파트에 동거중인 남자는 없었다. 첫 두 아이만 두 번의 결혼생활을 통해 각각 하나씩 갖게 되었고, 셋째부터는 동거남이나 남자친구로부터 갖게 되었다고 하는데 딸이 넷, 막내가 아들. 내게 굉장히 낯설었던 것은 집안에 걸려있건 보여주는 앨범이건간에 사진에 남자가 없다. 엄마와 딸들. 큰딸은 18세가 되서 이미 출가, 동거하는 남자친구가 있고, 가끔 찾아와 같은 엄마를 통해 이루어진 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전남편들이 바람을 펴서 밖으로 애를 가졌다니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동의하지만, 나머지 세 아이는 왜 가졌는지 모르겠다. 그렇게라도 아이가 갖고 싶었을까? 아이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 아이를 갖고 싶으면 다인가? 그 여인이 방송 끝에 그러더라. 아이를 또 갖고 싶다고. 모.. 그런 말 할 용기가 있으니까 취재에 응했겠지. 흔치않은 가족이니 방송국이 컨택한 거겠지. 곱게 보이지 않는 그 여자를 두고 내가 블로그라 참 더이상 험한 말은 못한다.

 

프랑스인들이 다 이렇게 자유부인인 것만은 아니다. 내가 아는 한 프랑스 특파원은 아내의 바람으로 이혼을 한 뒤, 두 딸애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않기 위해 20년간 애인을 두지않았다고 한다. 자식을 위해서! 엄마, 아빠, 자식으로 구성되는 가정은 일생에 하나만으로 족하다는 것이 그의 신념. 두 딸 시집 다 보내고난 뒤에야 애인을 사귀기 시작하지만 애인이 설령 결혼을 하자고 해도 하지않고, 아이만이라도 갖자고 해도 절대 갖지 않는다고 하더라. 

 

사랑찾아 자유찾아 퍼즐맞추듯 만들어가는 가정때문에 프랑스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내 할 말이 없다. 어디 이게 니들 잘못이겠니? 가정문제라는게 어디가서 쉽게 터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으로 곯아터지는 것이다 보니. 얘들아,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 친부모와 함께 살아도 누구에게나 사는게 개떡같다고 여겨질 때가 있어. 그것도 여러 번. 하지만 어느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it's your life 잖니. 안 그래, 응?

 

이집트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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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