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나와 응급실로 실려간 게 4월 16일. 어이 잊으랴, 그날을. 부활절 일요일이었으니. 자궁 수축이 비정상으로 와서 병원에서 궁댕이에 주사도 2대 맞고, 팔에서 피도 많이 뽑아 검사도 하고, 약도 몇 시간마다 먹고... 생전 처음으로 이렇게 입원이란걸 해보는군. 날도 화창한 부활절 휴일을 병원에서 보내고 퇴원한 뒤로 침대에서 한 달을 보냈다. 아직도 식사를 침대에서 받아서 하고 있다.

 

침대에서 한 달을, 거북이 걸음처럼 사는 요즘. 외출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한 마리 커다란 번데기가 된 듯한 기분. 장애자같은 답답함에 우울할까.. 말까.. 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을 바꿨다. 푸르른 봄날이 창 밖에서 흐드러지게 춤을 추며 유혹을 해도,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3> 개봉하는 날 헬리콥터 타고 파리를 방문을 했다해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다빈치 코드>가 코 앞에 맞닥쳐도 이젠 눈 따~악 감고 지낸다. 아기를 하루라도 더 오래 뱃속에서 키워 건강하게 세상에 내놓는 것이 현재 나의 가장 큰 목표다. 가장 큰 목표를 얻기 위해 다른 자잘한 욕망들은 다 걷어내기로 했다.

 

남들에게는 침대에 누워지내는 일이 한가태평해 보일지 몰라도 조산의 위험을 하루 하루 줄어가는 나날들이 나에게는 얼마나 의미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보낸 하루 하루가 어느덧 한 달을 채워간다.어제 본 병원 검진에서 뱃속의 아이가 체중이 늘었다하니 꼼짝 못 하고 지내는 신세 타령은 커녕 얼마나 기쁘던지.

 

입원했을 때가 임신 32주. 아기의 허파가 만들어지지 않아 세상에 나오기는 위험했던 때. 오늘은 35주하고 5일. 이번 주 일요일이면 36주. 더이상 '조산'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되는 시기로 건너간다. 가만히 누워서 보내는 하루.. 하루..들에 이렇게 감사하게 여겼던 때가 있었던가 싶다.

 

아.. 배 땡겨. 어서 가서 다시 누워야겠다.

Posted by 에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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