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부터 임신 7개월까지는 동네 산부인과에서 매달 진료를 받다가 임신 말기, 즉 임신 32주 이후(임신 8개월과 9개월)에는 예약된 분만클리닉으로 가서 진료를 받는다. 내 경우, 동네 산부인과 의사가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임신 7개월째부터 분만클리닉으로 가라고 했다. 해서, 지난 주에는 분만클리닉에 가서 진료를 받고나서 의료시설과 분만실을 둘러보고나니 한결 안심이 되더라. 다들 남산만한 배의 임신 말기 임산부들이 모인 가운데 내 배는 아직 아무 것도 아니더만. --ㅋ

 

이곳까지 가는데 버스로 30분, 또다시 도보로 20분 걸렸다. 왜?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파리 외곽 중 하나)에는 분만실이 없기 때문이다. 파리라 하더라도 모든 구(arrondissement)마다 분만실이 하나씩 있는게 아니다.이곳에서 '마떼르니떼(maternité ; 불-한 사전을 찾아봐도 우리말 뜻이 없으니 편의상 '분만실'이라고 부르기로하자)'라고 부르는 곳은 일반 산부인과와는 달라서 일반 산부인과 환자를 받지 않는다. 임산부도 임신 32주 이후의 임산부만을 받으며, 임신 3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했어야하고, 그들의분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한다. 따라서 산부인과처럼 동네마다 분포되어있지 않고, 여러 동네를 그룹지어 그 그룹에 하나씩 산재한다. 대학병원이나 국립병원 분만실은 보험으로 다 환불되며, 사립클리닉의 경우, 개인부담금이 따른다.

 

이렇게 분만실을 일반 산부인과와 분리한 까닭은 분만이란게 닭이 알을 낳듯 단순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신 7개월~9개월은 조산의 위험이 따르는데, 어떠한분만이든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태를 대비해서 복잡하고 비싼 의료시설을 모든 산부인과에서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분만실을 별로로 둔다. 마떼르니떼에는 분만전문의, 싸쥬팜, 마취전문의가 365일, 24시간 상주한다.어떠한 의료시설이 얼마나 설비되어있는가에 따라 분만실은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나뉜다. 3등급은 분만 중 어떠한 긴급사태에도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시설을 완비한 큰 병원을 말한다.

 

예를 들어, 조산이나 제왕절개, 과다한 출혈이 동반된 분만, 또는 산모나 태아의 생명이 달린 위급한 이유로 임신을 중단해야 할 경우를 상상해보자.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경우들이다) 임신 몇 주 조산이냐에 따라 신생아에게 필요한 응급처치가 달라진다. 1등급 분만실 의료시설로는 손을 쓸 수 없는 사태이라면 신생아를 인큐베이터에 넣어 앰블런스에 싣고 3등급 병원으로 날고 뛰어야 한다. 물론 이런 위험을 동반한 분만은 소수다.

 

제왕절개..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산모의 선택이든 산부인과 병원측의 상업적인 제안이든간에- 한국에서는 제왕절개 분만률이 높아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에서 제왕절개 수술비가 보험으로 얼마나 환불이 되는지는 모르겠고, 병원 산후조리실에서 1주일간 머물게 된다고 들었다. 근데, 사흘 이상의입원비는 보험으로 환불이 안된다고 그러더군. 아니, 모 이딴게 다...?!!

 

이곳에서는 제왕절개는 '어쩔 수 없는 경우', 다시 말해서 산모나 태아의 생명과 건강이 심한 위기에 처할 경우에만 시행한다. 예를 들어, 태아가 4.5kg 정도로 너무나 크거나, 태아가 좌우로 드러누워있는 경우거나, 태아의 발이 아래쪽으로 내려왔는데 머리를 아래쪽으로 돌리지 못하게 생긴 경우 등이다. 태아의 발이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하더라도 자연분만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쌍둥이를 출산하는데, 한아이는 머리가 아래쪽으로 있고, 다른 아이는 다리가 아래로 있는 경우. 두 아이 다 자연분만을 유도한다. 재미나는 사실은 프랑스에서는 제일 나중에 나온 아이를 맏이로 친다는거다.

 

제왕절개 수술비는 물론 자연분만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묵게되면서 물게되는 입원비도 보험으로 전액 환불이 된다. 왜? 모자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제왕절개의 가장 큰 단점은 탄생의 순간을 산모가 지켜볼 수 없다는 점이다. 마취에서 깨어나보면 어느새 뱃속에서 꿈틀대던 아이가 몸단장 깨끗하게 하고 옆에 누워있다는 거. 영화가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진행이 되다가 어떻게 끝나는지는 아는데, 그만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잠드는 관객같은 거. 클라이막스만 보자고 영화관에 들어가서 다시 첫장면부터 보기는 뭣한 그 찜찜함... 어쨌거나아무?'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도 제왕절개는 산모의 건강을 위해서 세 번 이상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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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