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프랑스2010.09.16 12:30
'빛 좋은 개살구'를 먼저 읽고 읽어주세요. 첨가분입니다. 이전 글에서 알려드린 집세와 식비는 최소 가격입니다. 최저생활비를 목표의 평균치로 놓고 살다가는 '100일간의 서바이벌'이면 몰라도 그 이상 가면 심신이 지쳐요. 그리고 식비 주당 50유로는 이전 글의 덧글에서 설명했듯이 결/코/ 잘 먹고 사는 식단의 값이 아닙니다. 그리고 입에 풀칠만 해도 다행인 전쟁통이 아닌 이상 집세와 식비만으로는 생활이 안돼요. 잡비, 교통비, 인터넷, 핸드폰 등 내다보면 허리를 졸라매고 살아도 파리에서 한 달에 생활비로 천 유로는 아주 우습게 넘깁니다. 집세를 포함한 한 달 생활비로 1500유로 책정하셔야 할 겁니다.

식모방이라도 좋으니 그런데서 살면서라도 버티겠다? 불굴의 정신은 가상하지만 '한국인 워킹홀리데이들은 찌질한 방만 찾더라'는 인식이 프랑스 사회에 팽배해지면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어떻게 될까요? 이거 아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근데 또 생각해보니 식모방이든 꼬로까시용이든 집주인이 세를 들일 지도 심히 의심스럽네요. 왜냐? 불어를 배우려고 학교에 등록을 한 학생도 아니고, 집계약은 1년은 기본으로 해야되는데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들어왔으니 방세 몇 달 밀리고 있다가 언제 불현듯이 훌쩍 나갈 지도 모르는 일이고, 워킹 홀리데이 해봤자 한 달 봉급으로는 방값도 못낼게 뻔한데, 당신같으면 방을 세놓겠습니까? 불법체류자가 될 소지가 다분하고, 인보증 또는 은행보증에다가 최근 석 달 치 월급명세서 들고오는 세입대기자들이 줄을 섰는데?
 
'아니, 지금 나보고 불법체류자가 될 소지라니?! 한국에선 내가 버젓이 어느어느 학교 학생인데!'하고 발끈하시겠지요. 유학생으로 왔다가 체류증 연장이 안되서, 학교에 결석을 너무 많이 해서, 학교에서 입학이나 재등록을 받아주지 않아서, 학생비자에 '유효 끝. 1달 내 당장 출국' 도장받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수도 없이 봤습니다. 그중에는 불법으로 체류하는 사람도 봤구요. 프랑스에서 가난하게 밑바닥생활이라도 하면서 버텨보겠다는 생각은 불법체류자로 몰릴 수 있는 다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거에요. 프랑스에서 그런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으시죠? 저도 역시 님이 그런 취급을 받는 대상 속에 합류되길 원치 않습니다. 그런 취급을 받기엔 당신은 너무나 젊고 꿈이 많은 젊은이에요.


프랑스의 실업률 높은건 아시니까 접어두고요, 생활비에 보태려고 알바하려는 프랑스와 외국인 학생들이 파리에 얼마나 득시글 거리는데, 그 경쟁을 뚫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을 구하시려는겝니까? 대체 어떤 멋진 일을 꿈꾸고 계세요? 제게 그 꿈을 들려주시지요. 식당 서빙, 사무실 서류 복사, 도로 청소, 수퍼마켓 가판대요? 학위없는 프랑스인들 고졸자들 시키면 돼요. 구태여 왜 가방끈은 길고, 불어는 딸리고, 프랑스 사정을 몰라 어리버리하니 다 설명해줘야하고, 게다가 프랑스 인력도 남아도는 판국에 굳이 왜 외국인을 고용하겠습니까? 당신이 고용자(employer)라면 선택하시겠냐고요. 안 그래도 프랑스 물정 다 알고 불어 능통한 프랑스 학생과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생활비에 보태보겠다고 파리 구석구석에서 알바를 하러 나오는데,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일을 쉽게 구할 수 있을꺼라고 보십니까? 꿈깨세요. 그나저나 프랑스에서 먹혀먹을 이력서랑 lettre de motivation 쓰는 기술은 아세요? 인터뷰 통과할만큼 불어 듣고 말하기가 능숙한가요?

워킹 홀리데이라는 것이 놀며 여행하는게(홀리데이) 주가 두고 '워킹(일)'이 부가 되는건데, 파리에서 일을 해서 돈을 벌어갖고 그 돈으로 놀러다닌다고 보시면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계신거에요. 그러다간 큰코 다칩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신데렐라를 믿는 완벽한 환상이에요.  Jun님, 전 당신의 영혼이 상처입길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이렇게 긴 글을 쓰고 있는 겁니다. 정 프랑스에서 워킹홀리데이로 돌아다니고 싶다면, 물가 비싼 파리를 떠나서 다른 지방으로 눈을 돌리세요.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2~3달 풀타임으로 하고 프랑스 일주를 한 달 하고 하시든가, 과일따기 1달하고 여행하고, 유적지 보수공사장에서 1달간 돌쌓기하고 또 여행하고.. 이러면서 1년간 돌아다니는거면 몰라도 파리에서 워킹 홀리데이로 1년을 지내면서 '오~ 샹젤리제!' 낭만의 파리생활을 해보겠다는 건 잘 그려진 그림 속의 떡일 뿐이에요. 실제로는 먹을 수 없는.

조언은 충분히 드렸으니 결정은 알아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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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