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varde 잡담2017.10.19 20:55

우리 동네에 내가 알기로 나를 포함 한국인 3명이 사는데, 어제 하루만에 내가 아는 그들이 아닌 다른 두 명의 우리말 사용자를 만났다. 한 명은 우리 아파트에 공사하러 온 인부인데, 서울에서 12년 살았다고 한다. 한국어를 한국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을 한국에서 만나도 신기한데, 한국 밖에서 만나서 더 신기하다. 헤어지면서 « 수고하세요~ »하니 « 네에~ »하는 자연스러움에 그저 감탄 !

다른 사람은 지나면서 눈팅 몇 번 했던 이웃인데, 한국인 일 수도, 다른 동양인일 수도, 한국에서 어릴 때 입양된 프랑스인일 수도 있어서 서로 지나쳤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뭐하게 ? 나도 그런 쓰잘데 없는 호기심성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 지겹다.) 그러던 어제, 두발자전거를 안 타려고 버티는 아들래미에게 작심을 하고 자전거를 가르쳐주리라하고 아파트 단지 마당에 내려와있었다. 자전거가 싫다고 버티던 녀석이 두발자전거로 달리는데 성공을 하고 나니 주차장을 한 50바퀴는 돌았을까 여튼 40분째 주차장을 돌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내가 애들한테 하는 한국말을 알아듣고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듯한 아기랑 내려와있던 동양인 얼굴의 이웃이 말을 붙여왔다. « 한국인이세요 ? »

나만큼이나 프랑스 생활을 오래 했던 한국인이었는데, 18개월 된 아기에게 계속 불어로 말하고 있었다. 내가 앉아있는데로 아기가 오더니 내 옆에 앉았다. 아기가 하늘을 쳐다보며 손가락질을 하길래 내가 ‘비행기 ?’하는데 아이 엄마는 동시에 ‘아비용 ?’이라고 말했다. 불어로 '아비용'은 비행기를 뜻한다. 아이에게 ‘쎄쎄쎄~’를 해주면서 ‘얘 이거 할 줄 알아요 ?’하니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여기저기 딴전팔고 있는 새 아기가 내 손가락을 잡아 올리더니 ‘쎄쎄쎄~’를 하는게 아닌가 ?!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학수고대하는 아기 엄마를 뒤로하고 들어와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첫번째, 그 엄마는 다른 아이도 아닌 바로 자신의 아기에게, 아직 말도 안 뗀 아기에게 왜 한국인 억양이 섞인 외국어로 말을 가르쳐주면서 동시에 한국을 그리워하는 걸까 ?

나도 가끔 울컥 한국이 그립고, 한국 음식이 땡기고, 한국인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찰진 우리말로 얘기하고 싶을 때가 불현듯 쯔나미처럼 밀려들 때가 있지만 내년 1월이면 프랑스 생활 18년차가 되가는 판에 내가 나를 달래는 방법을 터득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향수병이 돋으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페북에 쏟아놓기. ㅎㅎ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고, 나에게 중요한 것은 언어 그 자체가 아닌, 언어를 통해서 전달되는 내용이다.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가졌으며, 어떻게 표현하는 지가 내 관심을 끈다. 그리고 시간을 들여 생각과 행동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지를 본다. 어떤 언어로 ‘말’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한국어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정서가 있기는 하다. 그건 동의하는데, 그 공유하는 정서가 반드시 커다란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은 아니다. 그건 마치 나도 사랑을 하고 싶고, 너도 사랑을 하고 싶지만 내가 너와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 사는 한국인, 여기에서 살다가 떠난 한국인, 여기 놀러왔던 혹은 일하러 왔던 한국인들과 숱하게 만나고 헤어지면서 이제는 단지 ‘한국인’이라는 공집합이 내게서 유대관계를 이끌어내는 주된 요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솔직히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모두와 친구관계를 맺는 건 아니지 않은가? 우리말로 대화한다고 해서 서로 '말'이 다 통하는 건 아니지 않나? 동일한 모국어로 얘기하고 있어도 말이 안 통해서 답답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우리말 할 때 한국이든 외국이든, 외국에서 수 십 년을 살았든간에 우리말에 외국어를 섞어 쓰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에 대해 왠지 거부감이 든다. 왜 그럴까? 내가 영어를, 불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태도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어를 하는 중에 모르는 단어를 모국어로 쓸 수는 있다. 모국어로 대체하기 힘든 외국어를 번역하기 힘들어서 외국어 단어를 그대로 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국어를 하는 중에 모국어에도 뻔히 있는 쉬운 단어를 외국어로 대체하는 건 그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태도를 은연 중에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번에 한국에 가서 우리말 반, 영어 반 섞인 웃기지도 않은 광고판을 어렵지 않게 봤는데 이건 언제 다시 한번 블로그에서 다뤄볼 만큼 할 얘기가 많다. 

한번은 프랑스에 온 지 고작 2년 되었는데 ‘우리 애기 공원에 프로므나드하러 가요’하는 엄마를 만났다. 외국인이 드물었던 그 동네에서 내가 우리애들한테 한국어를 하고 있었으니 너무나 반가와서 내게 말을 걸어왔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는 한국어를 하는 어떤 누구라도 반가왔을꺼다. XXX라는 이름의 나라는 인간은 그저 그에게는 허상에 불과한 거였다. 속을 다 터놓을 듯이 쉽게 친해졌던 그 엄마와의 관계는 결국 3개월도 가지 못했다. 쉽게 친해졌던만큼 헤어질 때도 전화 한 통으로 불발로 끝나더라. 어제 만난 엄마도 아직 말도 떼지 않은 아기에게 불어를 쓰고, 내가 일하는 프랑스 회사를 모른다. 프랑스에 살고 있고, 환경과 유기농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모를 수가 없는 회사인데. 이 엄마와의 공감대를 어디쯤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 엄마는 한국인 엄마를 같은 단지에서 만나서 너무나 반가와하는데, 그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감당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 그의 기대감에 못미칠 것 같아 만남의 첫단추가 불안하다. 

반대로, 가끔 내 불어를 완전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프랑스인들이 있는데, 그들 또한 언어 그 자체 밖에 보지 못하는 맹인들이다. 말하다가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아니면 상대가 하는 말을 잘못 알아들었을 때, 그게 프랑스인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히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거고, 똑같은 경우가 외국인에게 닥치면 '프랑스를 제대로 모르는구나’라고 치부한다. 이건 편견이다. 또한 상대로부터 자기보다 못한 무언가를 찾아내서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스스로를 높이 추켜 세우려는 그릇된 자존심이다. 우리 모두 언어 저편에 있는 진실과 마주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는 시간을 두고 차곡차곡 쌓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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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16.12.31 23:32

지난 한 해를 결산할 시간이 29분 남았다. 부족한 게 많은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한테 고맙고, 미안하고, 더 잘 해야겠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야지.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새해에도 사랑과 행복이 충만하길 기도한다. 우리 가운데 혹은 저 멀리 더 많은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아멘 혹은 나무아미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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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12.09.28 23:31

떡볶기가, 떡국떡이 너무 먹고 싶은데 한국가게가 멀어서 집에서 가래떡을 만들었다. 송편도, 경단도, 인절미도 프랑스에서 여러 번 만들어 봤지만 살다 살다 집에서 손으로 가래떡 뽑기는 첨이다. 쌀가루를 익반죽하여 삶아낸 것을 반죽해갖고 랩으로 싸서 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가래떡(비스무리한 놈)을 뽑아냈다. 꾸덕꾸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썰어야 하는데 어찌 하루밤을 참을 수 있겠나? 찐덕찐덕한 떡볶기라도 얼큰하게 소원성취하고나니 얼굴에 생기가 돌며 때깔이 살아나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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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12.06.29 14:06

프랑스, 미국, 벨기에, 노르웨이, 스웨덴 등지에 흩어져 살고있는 한국 인양인들이 어제 파리에서 국제적인 모임을 가졌다. 전후 해외 입양된 한국아이들 수가 총 2십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수치(number)고, 수치(shame)이다. 프랑스에 올 때, 홀트 에스코트로 왔고, 이후에 프랑스 가정에 입양된 한국출신의 동년배들을 만나면서 가슴이 참 많이 아팠다. 만나도 어떻게 또 가슴아픈 사연, 상처깊은 사연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되었는지 내 잘못도 아닌데 내가 받은 마음의 짐이 참으로 컸다. 그들과의 만남에서 내 안에 생긴 한의 매듭을 풀어야할 필요가 있었다. 

세계각처에서 한국 입양인들이 파리에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처음 그 자리에 갔다. 세느강에 둥실둥실 떠있는 바지선 위에 수 십 명의 한국인이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밖에서 보면 영락없는 한국인들 모임이지만 실은 한국어를 능통하게 하는 이는 없다. 프랑스 입양인, 다른 프랑스인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던 중, 한국에서 나온 홀트 관계자가 테이브에 잠시 와서 인사만 하고 가시려는걸 내가 우리말로 이런 저런 질문을 드렸더니 대화가 길어졌다. 어떤 이유로 아이들을 버리는지, 왜 상처깊은 입양인들이 미국보다 프랑스에 더 많은지,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되었다가 양부모가 거두지못하고 왜 프랑스 고아원으로 보내게 되는지, 누구는 친부모를 찾고, 누구는 친부모를 찾지 못하는지, 왜 친부모를 찾았다가 다시 안 만나게 되는지 등등. 한참 얘기를 나눈 뒤 그분이 자리를 뜨시자 우리 둘 사이의 한국어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며 아는 한국어를 들어보려고 애쓰던 프랑스애가 날 보고 "너 한국말 잘 하는구나! 몇 년 공부했니?"한다. ㅍㅎㅎㅎ

그 프랑스애가 한국친구가 있다고 했다. 누구? 했더니 프랑스 한국입양인을 가리켰다. 내가 그래서 "아니야. 걔는 한국인이 아니야. 한국출신의 프랑스인이지." 프랑스애가 나보고 '아주 정확한걸'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살면서 한국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어중간한 지점 어딘가에, 프랑스와 한국 사이의 어느 바다 위에 나의 정체성이 둥둥 떠돌아 다니고 있노라고 믿던 시절을 상기했다. 출신도, 국적도, 언어도, 부모도 100% 한국인인 나마저도 두 나라 사이에서 정체성을 헤깔려하는데 아무렴.

바지선 위에서 나와 똑같은 피부색과 얼굴 모양을 한 그들과 때로는 불어로, 때로는 영어로 얘기하면서, 깔깔 웃으면서, 마치 어학연수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듯이 친절하게 대하고 즐겁게 대화 나누면서, 나는 내가 어디 있는지 잊은 채 내가 과거에 입양인들로부터 받았던 힘든 마음의 짐을 그제서야 해가 저물어가는 세느강에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같은 피부를 가진 이들과 다른 언어로 얘기하는게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던 우려는 맑게 개인 하늘의 구름처럼 다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그들에 대한 애틋함도 연민도 없었고, 그들이 한국인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들과 외국어로 소통하는게 난 즐겁기만 했다. 어쩌면 한국인답지 않게 불어를 하고, (발음만) 미국애처럼 영어를 하는, 그리고 우리말로 수다도 치는, 그 가운데 어딘가에 내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과 어제 자리가 편하고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지난 6월6일에 개봉된 'Couleur de peau : miel'을 포함한 입양 관련 영화상영이, 내일은 하루 종일 세미나가 예정되어 있다. 어제는 카메라가 무기처럼 보일까 싶어 가져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들과 며칠 남지 않은 만남을 필름에 기록하기위해서 들고나가려고한다. 출산과 양육을 거치면서 나라는 정체성과 기나긴 투쟁의 터널을 통과한 지금, 이제는 그들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듣게된다해도 내 마음에 위치한 천칭이 균형을 잃지않고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당신들도 행복하기를. 


La Libération, Enfant adoptés : dans le pays d'origine, "nous nous sommes que des touris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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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12.04.23 21:07

오늘 야후에서 이상한 메일을 받았다. 비사용중인 계정을 정지시키니까 본 메일에 답신을 보내야지만 계정을 계속 쓸 수 있다는 내용. 내가 하루에 야후 메일 몇 십 통을 읽고 쓰는데 이런걸 보내는건지? 이거 혹시 사찰??? 이걸 어디다가 의뢰하지? 야후 관리자 메일 주소도 없고 이걸 어디다가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다음은 오늘 내가 받은 메일의 전문 :

-----------------------------


De : L'équipe yahoo <fab1702@gmail.com>
À :
Envoyé le : Lundi 23 avril 2012 18h40
Objet : FERMETURE DE VOTRE COMP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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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메일, 야후
Bavarde 잡담2012.02.24 19:08
시할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산소마스크 끼고 오늘 낼 하신다는 소식을 출국하면서 들었고, 귀국날 새벽에 부고 메일을 받았다. 한평생 칠십을 채우기도 힘든데, 1살 연상과 결혼해서 70년을 해로하셨다. 남편은 오늘 장례식에 참석하기위해 아침 8시 기차를 타고 내려갔다.

귀국하고 시어머님께 '장례식에 내려갈까요?' 물으니 "애들이 어려서 증조 할아버지 모습을 보면 무서워할꺼다. 뼈에 가죽만 씌운 듯이 앙상하시거든. 오지말라고 하면 듣기 서운하겠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너는 파리에 있거라. 대신 시할머님께 위로의 카드를 우리애(=그니까 나한테는 남편)를 통해서 보내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구나." 자기 아버지의 죽음을 차분하게 말씀하시는게 퍽 인상적이었다.

결혼하기 전에 지금의 시댁 식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보내러 내려갔을 때, 시할아버님을 처음 뵈었다. 그때만해도 건강하셨고, 유머감각이 넘치셨다. 옷매무새 단정하고, 사교성 좋은 시할머님의 모습과 개구장이같은 시할아버님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늙어가야지'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인천공항에서 나오면서 사서, 다 적고 부치지도 못했던 관광엽서 한 장을 골라 위로의 말을 적었다. 그리고 증손주들을 찍은 디카 이미지를 출력해서 같이 보내드리려고 사진출력소를 찾았다. 부랴부랴 동네 출력소에 도착한게 12시, 점심시간 문닫는 시간이 12시30분이라고 문에 적혔다. 휴우~ 안도의 한숨도 잠시. 급하게 나오느라 USB는 들고 나왔는데 지갑을 안 들고 나왔네! 집에 다시 갔다와도 되느냐 물으니 어두운 얼굴로 '죄송하지만 오늘 오후에 장례식이 있어서 12시에 문을 닫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후 5시에 다시 문을 엽니다.'

아, 당신도 장례식?!!

"저도 시할아버님이 돌아가셔서 할머님께 사진을 내일까지 부쳐드리려고 하는데, 문을 그렇게 늦게 열면 우체국에서 편지를 걷어가는 시간이 지나 내일까지 도착할 수 없을텐데 어쩌나..." 하고 있는데 그는 습관처럼 바로 디카 이미지 출력을 돌리면서 "오후 3시15분에서 30분 사이에 문을 열테니 그 15분 사이에 오세요." "아, 그럼 우체국에서 편지를 걷어가기 전에 부칠 수 있겠네요. 그럼 그때 돈을 갖고 와서 사진을 찾아갈께요."하니 그새 벌써 다 출력된 사진을 건내면서 '이따 오시겠지요? 믿겠습니다.' 단골이 아니구서 프랑스에서 이렇게 장사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아니, 없다.

사진을 받아 집에 들러 동전지갑과 지갑을 들고 12시30분에 문닫는 우체국으로 유모차와 함께 들고 뛰었다. (그 사이에 집에서 큰애 코피 한 번 터져주시고~) 카드를 부치려고 지갑을 여니 아뿔싸! 지갑에 돈이 없다. 귀국하고 유로화를 채워넣지 않았던 것. 다행히 동전지갑에 들어있는 동전으로 빠른우편값을 치루고 돌아와 오후 3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아이 둘을 대동하여 '얘들아, 엄마 외상 갚아야돼. 어서 가자, 어서 어서~' 부랴부랴 사진가게에 도착하니 3시 25분.

당연히 내야할 돈을 내는데 그가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참고로, 프랑스에선 뭐든지 받으면 'Merci'라고 한다. 외상 떼먹지 않아서 아마도 특별히 더 감사?) "제가 되려 감사하지요." 3유로 8쌍팀을 내면서 '명복을 빕니다'라고 하니 '감사합니다'한다. 돌아서서 나오는데 "언제고 다시 출력하러 오세요." 그가 내게 고마왔나보다. 나는 그가 고마왔는데.

어두운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아주 친한 사람이 돌아간 것 같다.
같은 날 장례식을 치루는 두 사람의 신용거래, 참으로 우연하고 신기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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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12.01.25 10:17

큰애 한글학교에서 오늘은 수업없이 설행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간식을 설 전통음식에 맞춰서 보내주면 좋겠다'는 학교측의 부탁에 따라 나는 쑥인절미와 수정과를 해주기로 했다. 어제 저녁엔 수정과를, 오늘 아침엔 1시간만에 쑥인절미를 뚝딱~! 트위터에서 인증샷을 원하셔서 포스팅으로 답합니다. ^^

 


프랑스의 다른 도시에도 있으려나 모르겠는데, 파리엔 H떡집이 있어요. 한국가게에 가래떡, 인절미 등을 납품하고, 명일에 맞춰 떡주문도 받아요. 500g 짜리 3봉지 사서 설에 한 봉 뜯었습니다. 다시마와 황태국물에 국간장과 천일염 소량으로 간하고 마지막에 더 뽀~얘지라고 뭔가를 풀었습니다. 그게 과연 뭘까요? ^^ 오른편 뒤쪽엔 초록색이 많이 도는 이 동네 무로 담근 깍두기에요. 많이 먹다보면 좀 쓰네요.



오늘 아침에 찹쌀가루와 현미가루 반반 섞어 만든 '유기농' 쑥인절미입니다. 정말로 '떡같이' 생겨서 자르기 전에 한 컷! 한글학교에 가져갈꺼에요. 딸래미 급우들에게 3조각씩 나눠줄 겁니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오늘의 인증샷 : 쑥인절미와 수정과 ! 곶감까지는 바라지 마세요. ㅠㅠ

수정과에 들어간 계피만 빼고 들어간 설탕과 잣까지 모든 재료가 유기농입니다. 유기농을 고수하는건 (이 장면에서 길게 썰할 자리는 아니고 간단하게 말하면) 이 땅과 환경을 위한 결의와 행동입니다. 적어도 애들한테 먹이는 것만큼은 전 유기농을 고집합니다. 아이들이 먹기 좋게 작게 썰었어요. 오른편 인절미가 한글학교에 가져갈꺼고, 왼편이 남은건데 이 사진 찍고나서 애 둘이 달려들어 눈감짝할 사이에 콩가루만 펄펄 날립디다. 수정과는 제 입엔 아주 맛있는데, 애들이 생강맛 때문에 맵다고 안 먹네요. 이따가 한글학교에 가져갈까 말까 고민입니다. ㅜㅜ



깍두기를 두 통 담궜는데, 한국가게에 내려가서 그만 조선무를 보고 반해서 무를 또 2개나 덥석 집어왔지 뭡니까? 트위터에 SOS를 청했더니 트위터 사용자들께서 무요리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셨어요. 그 덕분에 조선무 한 통을 단 하루만에 해치워버렸어요! 야호~! 이 자리를 빌어 무요리 팁을 주신 트위터 사용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복 많이 받으실꺼에요~! ^^ 무밥, 무나물, 무생채를 했는데, 애들은 고춧가루 하나 넣지 않은 무나물, 무밥도 안 먹네요. OTZ 위 무생채에 새로 산 바질+박하잎이 들어간 백포도주 식초를 뿌렸더니 상큼하고, 개운하고, 향긋하고, 깃털을 달고 사뿐히 날아갈 듯한, 한 마디로 환상적인 맛이 나더군요! 제가 요리는 잘 못하지만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만큼은 엄선합니다. ^^;



올 한 해도 댁내 모두 건강하시고, 사는게 많이 힘들지라도 용기와 희망을 갖고 꿋꿋하게 헤쳐가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m^^m_


+ 추가 : 한글학교에 수정과와 쑥인절미를 해간 결과를 보고합니다.
1인당 떡 3개씩이 다 뭡니까? 애들이 하나같이 떡을 째려보면서 '이거 뭐에여?' 먹어보려하지도 않더이다. OTZ 수정과도 마찬가지. 맛도 보려하질 않더이다. OTZ 반면에 엄마들이 "어머, 어떻게 인절미를 집에서 하셨어요?"라며 놀라더라는! (어깨 으쓱~) 하여 인절미는 어머님과 선생님들이 하나씩 맛만 보시고, 우리 두 떡보가 서로 질세라 서로 미친듯이 '떡 줘! 떡 줘!'하며 끝내주게 먹어줬네요. 수정과도 선생님과 엄마들의 사랑을 독차지! 서로 달라고 하여 한 병 비워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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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12.01.08 11:12
1차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생겨난 추상주의에 대해 퐁피두 전시담당자가 설명하면서 'mondialisation(세계화)'란 단어를 쓰더군. "왜 세계화?"냐고 물으니 '러시아,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프랑스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라는거야. '미국에선 일어나지 않았지만...'이라고 토를 달더니 무리 중에 동양인이라곤 유일했던 내가 '세계화'란 단어에 이의를 달고 가만히 전시담당자를 쳐다보고 있으니까 '아프리카에도 없었고...',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까 마침내 '중국에도 없었고'.

그게 무슨 '세계화'야? 추상주의는 유럽 내에서의 움직임이었다고 솔직히 인정해. 유럽이 the world(세계)니?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가 다 빠졌잖아? 웃기는건, 유럽 밖에서도 서양(유럽+북미)이 the world라고 철떡같이 믿는 이들이 있다는거야.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세계사'라고 배웠던 걸 상기해본다면 말이지. 그건 세계사가 아니라 '서양사'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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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11.07.01 12:36


내셔널 지오그래픽(여긴 사진한다는 사람은 한번쯤 꿈꾸는 직장이고)과 KATA(이건 뭐하는 회사인지 모르겠고)에서 대학생 기자단을 모집한답니다. 이메일로 들어온 내용인데, 관심있을 젊은이들이 많을 것 같아서 공개합니다. 많이 응모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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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11.02.10 15:23


잡지에 실렸습니다~라고 글을 쓰고나서 몇 시간 뒤, 딩동~ 택배로 <여성중앙> 2월호를 받았습니다. 오홋~!
일반등기로 보내셔도 된다고 누누히 말씀을 드렸는데도 수고스럽게도 비싼 택배로 보내주셨네요. ^^

봉투를 뜯어서 '나랑 인터뷰한 대목이 어딨지?' 바로가기를 시도.
목차를 뒤지는데 목차가 대체 어디 숨은거야.... @@;;;
약 10분이 걸렸습니다. ㅠㅠ

564쪽입니다. <일본 주부의 골반 다이어트 vs 프랑스 주부의 뒤캉 다이어트>



 
이 중에서 저와 10분간 국제전화하고, 제가 추가로 메일을 보냈는데,
실린 글은 빨간 괄호와 괄호 사이단 한 줄이었습니다. ㅠㅠㅋ

뒤캉 다이어트의 위해성에 대해서 얘기를 했지만 역시.. 저는 영양학자가 아니므로 실리지 않았습니다.
채식하면 다이어트가 필요없을 정도라고 말했지만 역시.. 실리지 않았습니다.,

여하튼 한국어로 된 읽을거리를 보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네요.
더군다나 잡지값이 9500원인데, 택배비가 43000원 나왔으니... 헐헐헐~

사족인데.. 제가 프랑스에 나오고나서 한국에서 대학 후배가 '라면을 부쳐주겠다!'고 부쳤는데,
라면 5천원어치에 택배비가 5만원이 나왔더랬슴다.
소포 한 번 부치고나서 녀석이 연락을 끊겼슴다. 을매나 속이 상했으믄.. ㅠㅠ
지금쯤 장가는 갔는지.. 장가를 가도 벌써 가서 애가 초등학생일텐데 녀석...

읽으면 은행이나 미용실에서나 읽었을 여성지를 타지에서 보니 그것마저도 반갑네요.
한국에서 물 건너왔을 종이도 만져보고.... 그냥.. 울컥~

조한별 기자님, 감사합니다. 한국분들과 돌아가며 잘 읽겠습니다. ^^

* 추가 : '여성중앙'에 실리지 않은 실제 인터뷰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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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Bavarde 잡담2011.02.10 07:09

한 달 전, <여성중앙>에서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해왔어요.

(찾기도 잘 찾어.. 하긴 블로그가 있으니까. -,.-ㅋ)


프랑스 영양학자가 쓴 다이어트 책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인데 프랑스에도 그 다이어트가 정말 인기냐면서요. 

주변에 그 다이어트를 해본 프랑스 주부가 있어서 인터뷰에 답변을 해줬습니다.

마감 끝나고나서 제 덕분에 기사를 잘 쓸 수 있어서 고맙다고 인사 메일이 왔어요.

내용을 다 실을래기 제 얼굴사진을 싣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던데,

제게는 오히려 천만다행이지요. 휴우~~~


인터뷰 끝에 저한테 '다이어트 할 필요를 느끼십니까?'하고 묻길래
'아니요~ 전혀요~' 하면서 채식 얘기를 꺼냈어요. 채식하면 살 잘 빠진다고...
'채식하고나서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저는 잘 먹어서 찌워야돼요' 했지요.

단백질 다이어트의 위해성과 채식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기사가 어떻게 나갔는지 궁금하네요. 

지금쯤 이 잡지가 어느 해상을 날고 있을까...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에 도착하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프랑스에서 한국어로 된 잡지를 읽어보는 호사를 누리네요.

그것도 (평소에 안 읽는) 여성지를.. 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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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10.10.07 11:01
남은 초대장이 8장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 말씀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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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10.06.13 10:22

1.

지금껏 나름 신세대라고 믿어왔고, 새로운 기기에 그때 그때 쉽게 적응했었는데, 아.. 나도 늙었나보다. 트위터와 yozm에 적응이 잘 안된다. 복잡해보이고.. 귀찮고.. 그런거 왜 하나 싶고.. 완전히 구세대가 됐네그랴. 


2.

오랜만에 (몇 달인지?) 가족나들이로 파리 시내에 나갔다왔다. 샹젤리제에서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사고, 미테랑 도서관 근처에서 치즈 전문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특이하더만..), 다시 메트로를 타고 Fondation Cartier에 가서 다케시 기타노의 전시를 봤다. 아.. 근데 파리는 정말 소음의 천국. 메트로를 타도, RER를 타도, 거리를 걸어도, 기타노 전시장에서도. ㅠㅠ 그런데서 어떻게 사나? 우리 동네로 돌아오니 역에서부터 조용~한게 좋더군.


3.

다케시 기타노의 영화팬으로서 전시보러 가는 날을 기다리며 간건데, 딱 하나 마음에 든 작품 외에는 실망만 가득. 기타노, 당신은 뼈 속까지 일본인이었어. 지나친 왜색이 묻어나는 전시에 거부반응이 일더라고. 기타노의 전시에 대해 오늘 아침에 신랑한테 일장연'썰'을 했는데, 그 지루한 '썰'을 들어준 남편에게 캄사~!


4.

예술시장과 상업시장이 다른 한 가지.

상업적인 시장에서는 메이커가 제아무리 유명하더라도 신제품이 꽝이면 별로 안 팔리는데, 예술시장에서는 메이커만 일단 유명하면 그가 뭔 짓을 하고 뭘 만들어 내더라도 비싸게 팔린다는거다. 6월에 끝나기로 했던 전시가 9월까지 연장되는 기타노의 전시는 후자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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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10.04.25 01:31
오후에 정원일을 했다. 오두방정 딸래미가 삽을 들고 나서서 도와준다고 난리다. 땅도 파고, 씨도 뿌리고, 물도 뿌리고, 잡초도 뽑고, 뽑은 잡초는 봉지에 담았다. 땅을 파는데 지렁이가 나왔다고 흠찟 놀래더라. "지렁이가 있는 땅은 좋은 땅이야. 지렁이는 땅을 비옥하게 하거든"
공동정원에도 사흘째 내가 물을 주고 있는데, 딸애가 거들겠다고 서둘러 뛰어나왔다. 아이에겐 정원을 돌보는 '일'조차도 '놀이'인 것이다. 아이와 땅이 친해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참 흐뭇하다. 내가 가르쳐주는 것 이상으로 자연은 아이에게 큰 배움의 장이 될꺼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요사이 딸기꽃이 한창이다. 지난 겨울에 시아버님께서 한 짐 지고오신 거름을 주었더니 확실히 잎사귀와 꽃이 크고 튼튼하다. 나 자신에게 넉넉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나이가 (또 or 더) 들었구나, 싶다. 아빠가 보내주신 씨앗들, 땅이 쬐만해서 다 뿌리지 못하는게 유감이다. 해가 가면 발아률도 떨어질텐데... 숲에가서 휘이~ 뿌려주고 올까? 생명과 생명력 앞에서 잠시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번 감탄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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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10.04.07 14:16
김연아가 클린턴 장관에게 자필 편지를 썼다기에 당연히 영어일 줄 알았는데, 한국어더라구요. 클린턴 장관께서 한국어를 하실 줄 아십니까? 김연아가 영어를 잘 할 줄 알았는데... 긁적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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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놔주고 적당한 거리에서 보아줬으면 좋겠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관심'이란 이름으로 '간섭'을 정당화하고 '부담'을 얹어주는 건 아닌지. 연애를 한다고 바로 결혼으로 골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한번쯤은 실연을 해본 당신은 알지 않는가? 연애의 목적은 결혼이 아니고, 결혼의 목적은 2세를 낳는게 아니고, 2세를 낳는 목적은 제삿밥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 적어도 한 편의 왕가위의 영화에 눈물을 흘려본 당신은 알지 않는가? 모든 연애가 결혼으로 끝이 나고, 그 끝을 다 '해피 엔딩'이라 부른다면 왕가위가 어떻게 영화를 만들 수 있겠냐고?

연예인들이 '연애'를 하든 '열애'를 하든 '사랑'을 하든 그게 당신과 무슨 관계가 있길래?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랑에 빠지고 곧바로 결혼하는 걸로 끝이 나고, 우리는 그걸 '해피 엔딩'이라 부르지. 결혼하는 순간 인생이 마치 끝이 나기라도 하는 것인 양말야. 난 백설공주와 신데렐라에게 묻고 싶어. '니들 애 낳아봤어? 키워봤어? 니들이 인생을 알아? 니들이 남자를 알아? 무엇보다, 그렇게 섣불리 결혼해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

가슴 떨림으로 까만 밤을 하얗게 새는 날도, 속상하고 슬퍼서 질질 짜는 날도,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뒤집어 지겠는 날도, 모두가 살아가는 과정이야. 사람을 사귀고 헤어지고 연애하고 결혼하는 모든 것들, 다 살아가는 '과정'이야. 그 어느 것 하나도 과장하지 말고, 판단하지 말고, -특히 남의 사생활에 말이야- 시간이 강물처럼 흘러가듯 흘러가도록 내버려둬. 당신이 아낀다는 스타를 정말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게 김혜수든, 김연아든- 그의 손톱부터 발톱까지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모든 순간에 대한 사진을 다 입수해야 한다고 여기지 말고 (그건 집착이야), 그를 자유롭게 해주고 북돋아주고 응원해줘. 당신도 김혜수씨도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도 다 행복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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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09.09.18 10:36
미국은 시민권, 영주권, 국적으로 나뉘지만 프랑스는 시민권이 없이 영주권과 국적으로 나뉜다. 영주권은 10년간 체류증을 갱신할 필요가 없다. 영주권을 기다리는 동안 3개월마다 체류증을 갱신해야 했다. 어느덧 1년이 다 되간다. 학생비자로 있을 때는 1년에 한번 갱신하면 되었던 것을. 1년.. 징하다.

주변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 친구들이 있다. 그중 한 동유럽 친구는 모국에서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아 모국 국적을 버리고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그 친구는 인터네셔널하게 움직여야 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유럽 국적을 갖고 있는 것보다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는게 절대적으로 유익하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 내 국가간 이동할 때마다 체류 및 노동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한국인으로서 서유럽 내에서 관광이 목적이라면 비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3~6개월간 무비자협정인 국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근데 약간 껄끄러운 일들은 남편과 아이와 같이 여행할 때 생긴다. 가까운 주변국에 갈래도 그들은 '유럽인' 줄에 서서 프랑스 국내 신분증만 보여도 된다. 신분증을 보는 둥 마는 둥 줄도 빨리 빨리 준다. 반면에, 나는 유럽체류자보다 관광객이 절대 다수인 '비유럽인' 줄에 서서 여권을 보여줘야 한다. 그 줄은 길기도 나래비로 길거니와 여권을 보는 행정관들은 봐도 아주 꼼꼼하게 살펴본다. 사진도 대조해보고, 때로는 꼬치꼬치 질문도 해댄다. 입국했다가 눌러앉을까봐서? 나와 동행해주기 위해 남편과 아이가 간편하고 짧은 유럽인 줄에 안 서고 비유럽인 줄에 서준다. 고맙기도 하지만 나 때문에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한 맘이 더 크다. 하기사 '내가 누구 때문에 여기 사는건데!' 하고 되려 큰소리 칠 수도 있지만 그런 치기어린 말은 부부사이에 하지 않기로 한다.

나도 프랑스 국적을 신청할 자격은 되고, 프랑스 국적을 갖고 싶은데 하지만 한국이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신청하지 않고 있다. 모국이란게 대체 뭐길래... 기다린 지 9개월만에 프랑스 여권을 취득했다는 대만친구가 부러웠다. 대만은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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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09.08.27 14:50
지난 주, 옆집 아이, 저희집 아이, 저, 셋이 감기에 걸렸습니다. 콧물도 나고 기침도 했지요. 신종플루일까? 조심을 해야되냐 어쩌나? 마스크를 쓰고 외출해야 되나? 나보다도 주위에 전염시킬까 두려워 아침 일찍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지요. "열이 있느냐?"하길래 "없다"했더니 "그러면 (돼지)독감 아니다. 마스크 없이 외출해도 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1주일이 지났습니다. 아직까지 고열, 몸살, 무기력증 등의 독감증상은 없고, 의사도 보지 않았지만 집에서 아침 저녁 코세척하는 걸로 저나 애나 감기 다 나았습니다. 한국 친인척들에게는 '감기 걸렸다'고 하면 '신종플루 아니냐'고 호들갑 떨까봐 감기 걸렸다는 말도 일절 안 했답니다. 휴~ '감기 = 신종플루'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한 일주일이었네요. 환절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정말 조심해야겠지요. 몸 따시게 하고, 수시로 손 씻고, 영화관 등 사람 많은 곳 피하고, 상가에서 캐디 끌기 전에 알콜소독액으로 캐디 손잡이를 닦고, 과일로 비타민C 충분히 섭취하고, 충분한 수면으로 평소에 몸을 피곤하지 않게하고, 담담하게 잘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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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2009.08.21 09:19
1. 조갑제, 이 사람 빨갱이 아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능멸하고, 그의 국장을 결정한 현정권을 신랄하게 비판? 유명하게 되는데는 두 가지가 있다지. 하나는 남보다 훨씬 뛰어난 업적으로 유명해 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명한 사람을 걸고 넘어지는거. 자손대대로 짊어질 천업을 애써 쌓고 있구나. 조선일보 돈 주고 사거나 구독하는 사람은 바보, 천치, 멍청이. 요즘 한국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조갑제는 유명일간지 편집장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여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로서 거짓유포를 했다는 이유로 당장 잡아다 가둬야 하는거 아닌감? 누구의 아가리는 '모르면 입닥쳐' '너무나 잘 알아도 닥쳐'고, 누구의 어불성설은 남용해도 되는겨? 

2. 경향신문에 올라온 DJ의 일기(발췌)를 읽었다. 아내를 사랑하고, 국민을 걱정하는, 충만한 삶을 살다가신 이가 다시 한번 존경스럽다. 김대중의 일기, 책으로 발간되면 꼭 사보리라. 또 눈물이 난다.

북에서 보내오는 사절단의 예도 받으시고.. 정말 큰 일 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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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인터넷에서 본 한국 기사를 불어로 옮겨 남편에게 얘기해주면 이이는 내가 농담하는 줄 안다. 한국같은 경제선진국에서 프랑스같으면 말도 안되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어서. 예컨대, 전과14범이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오는데도 아무 제동이 걸리지 않는 시스템이라던가, 국회가 멱살판이 된다든가, 그렇게 멱살을 잡아야 했던 이유라든가, 그런 개판오분전 국회를 보고 대통령이라 하는 자가 '시간이 촉박해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해해달라'며 뒷조종한 인물이라는 사실이라든가, 평화시위에 물대포와 췌루탄으로 진압을 한다던가, 철거민 현장 진압에서 시민이 여럿 죽어나갔는데도 침묵하는 정부라든가, 나라의 주요기업을 정부가 외국에 헐값에 팔아먹고 자국민 진압을 마치 테러리스트 때려잡듯 한다든가, 신종플루 백신 접종의 우선권이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을 제치고 군인에게 0순위로 있다든가, 줄어드는 출산률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복지와 출산휴가 및 복직, 분만 및 육아시스템에 신경쓰기 보다는 '애국'을 빌미로 출산을 유도한다든가, 미취학아동에게 한 달 50~100만원씩 사교육비가 들어가고, 취학하기 시작하면 공부/공부/공부! 경쟁/경쟁/경쟁!에 매달려 밤10~11시에나 집에 기어들어오는 학생들의 생활을 얘기할 때 등이다.

위에 나열한 모든 것들은 당연한 게 아닙니다. 당연한게 아니라구요! 뭔가 잘못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살기 위해 구성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어떤 시스템에 사람을 가두고 조이고 있는 사회에요. 모두가 한꺼번에 저항하면 바뀔 것도 같은데 다들 하나같이 불평을 하고 욕을 하면서도, 남이 먼저 바뀌면 나도 덩달아 바뀌어 지겠지하는 식인지, 아무도 저항하지 않습니다. 목에 핏대가 서도록 외치던 두 분이 하늘나라로 가셨는데도. 후.... 오늘 글이 많이 비관적이네요. 죄송합니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너무 슬퍼서 말이에요. 흰눈 가득 쌓인 광야에 푸르른 소나무처럼 의로운 사람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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