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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02 부침개 먹고 졸지에 왕됐다
France 프랑스2011.02.02 18:24

1월의 첫째 일요일은 걀렛 데 후와(Galette des rois, 아래 사진)를 먹는 날이다.

번역하면 '왕들의 걀렛(걀레뜨)'이란 뜻이고, 걀렛이란 펑퍼짐하게 생긴 파이류를 가리킨다.


여튼간에 왜 1월 첫째주 일요일에 걀렛 데 후와를 먹는데, 왜 왕들의 부침개가 됐을까?

유럽의 명절이 늘~~ 그렇듯이 크리스챠니즘과 관계가 밀접하다.


문: 12월 25일은 무슨 날?

답: 크리스마스.

문: 크리스마스는 무슨 날?

답: 예수탄생일.


솔직히 말해서 기원 1년 12월 25일에 예수가 태어난건 아니다. 이 정도 지식은 이제 다들 알고 있을꺼라고 생각하는데...

노파심에서 간단하게 설명하자. 이렇게 삼천포로 새는구나~~~


12월 25일이 예수탄생일이 아닌 몇 가지 논리적인 근거가 있다.

첫 째, 성경의 4대복음에 의하면 예수가 태어난 날, 양들이 풀밭에서 자고 있었고, 예수가 태어나자 목동들이 하늘에 큰 별을 보았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12월 말, 역사가들에 의하면 당시 이스라엘은 양들을 밖에서 재울 수 없을만큼 실제로는 무척 추웠다고 한다. 마굿간에서 애를 낳을만큼 따뜻하지 못했다는거다. 물론 신의 아들이니 마굿간이 아닌 어디선들 건강하게 출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마는.. 적어도 목동이 양들을 풀밭에 풀어놓고 재울만큼 따뜻한 기후가 아니었다는 것만은 명백하다.


그 보다 더 확실한, 아니 가장 명확한 근거. 성경의 어느 구석, 4대복음 어느 구석을 뒤져봐도 예수가 탄생한 날짜가 '며칠'이라고 적힌 기록은 없다. 성경에 써있지 않다면? 다시말해서 12월 25일이라는 날짜는 후세의 누군가가 정했다는거다.


게 다가 선물을 나눠준다는 산타 할아버지는 성경과 관련이 없다. 산타 할아버지가 Saint Nicolas (니콜라스 성인)에게서 기원한다고 하는데, 니콜라스 성인일은 참고로 12월 24일이다. 산타 할아버지의 복장이 빨간색으로 정해진건 훗날, 1920년대 불티나게 유행하게 된 코카콜라의 광고(!)에서 유래한다.


어쨌거나 12월 25일. 성경에도 없다면 대체 과거의 어떤 날짜였을까?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의 연말부터 다음 해 1월말까지 프랑스의 모든 빵집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눈치가 빠른 사람은 12월 20일이 동지와 멀지않다는걸 집어낼 것이다. 실제로 많은 역사가들이 말하길, 12월 25일을 2천년 전 만세력으로 재계산보면 과거 로마시대의 동지와 일치한다고 한다. 당시 로마는 이민족들을 자기네 문화로 끌어들이기 위해 유화정책을 썼는데, 태양을 신으로 떠받드는 동지제에다가 기독교인들의 신을 접목해버리는데 성공한다.


어쨌거나 (오늘 여러 번 쓰네...) 예수가 12월 25일에 탄생했다고 철떡같이 믿는 사람들이 많아져버렸다. 예수는 안 믿어도 크리스마스와 산타할아버지는 믿으니 2천년 전 고대 로마인들이 목적달성을 매우 완벽하게 해낸 셈이다. 


다시 성경과 유럽의 명절 얘기로 돌아오자. 유럽의 명절은 예수의 탄생부터 죽음, 부활에 이르기까지 예수의 일대기에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다. 예수가 탄생한 다음, 누군가 예수를 방문한다. 누구? 헤롯왕? 땡! 3명의 동방박사. 딩동댕~


<집에서 유기농 밀가루, 유기농 버터, 유기농 설탕을 갖고 손수 만든 유기농 걀렛데후와>


이들은 예수가 탄생하자마자 바로 다음 날 나타나지 않는다. 기록, 즉 성경에 의하면 하늘에 큰 별이 떠있는 것을 보고 동방박사 세 명이 별을 따라 온다고 써있다. 자동차도 기차도 비행기도 없던 그 시절, 낙타를 타든 말을 타든 날짜가 한참 걸렸을 것이다. 한국어 성경에서는 동방박사라고 번역을 해놨는데, 무슨 전공의 박사인지는 내도 알 턱이 없고... 불어 성경에서는  rois mages라고 써있다. roi는 '왕'이고, mage는 고대 마술가, 점성가를 말한다. 그래서 예사롭지 않은 별이 뜬 걸 보고 예수 있는 곳까지 인사를 드리러 찾아올 수 있었던거다.


1 월의 첫째주 일요일에 걀렛 데 후와를 먹는 것은 이 동방박사의 방문을 의미한다. 걀렛 안에는 feve(페브)라고 하는 작고 딱딱한 물건이 하나 들어있다. (feve라고 부르는 큰 콩도 있다.) 걀렛을 모인 사람들 수대로 갈라서 그중에 가장 나이가 적은 사람이 먼저 하나 집는다. 먹다가 페브가 나오는 사람, 이 사람이 오늘의 왕이 된다. 왕이 그 자리에서 왕비를 간택한다고 하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은 얘기고. 1월의 첫째주 일요일에 못 먹으면, 둘째 일요일에 먹고, 그래도 못 먹었으면 셋째 일요일에도 먹고.. 여튼 1월이 가기 전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먹으면 된다. 친구들과 함께, 동료들과 함께, 식구들과 함께.. 여러 번 먹을 수도 있다. 여튼 올해 내가 왕 됐다.  1월이 간다.

<생라자르 역 앞에 위치한 한 빵집에서 걀렛데후와를 컨셉으로 한 윈도우 데코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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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