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logie 친환경2013.02.27 08:24

프랑스의 유기농시장은 매년 평균 12~15% 성장하고 있으며, 프랑스인의 4분의 1이 유기농산물을 정기적으로 섭취하고 있다. 유기농 직거래시장, 유기농산물 생산자, 유기농 소비자에 이어 오늘은 프랑스 유기농시장 연재의 마지막 편으로 유기농 중간판매자와의 인터뷰를 다룬다. 개장한 지 3년이 되는 프랑스 생협 비오콥(Biocoop)’ 실무자를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 비오콥은 어느 나라에서 언제 생겨났나요 ?

마리-로르 : 비오콥은 프랑스에만 있어요. 20~25년 전에 브르타뉴 지방에서 시작했어요.

 

각 비오콥마다 개별명을 지을 수 있으며 개별적으로 운영한다. 이곳의 이름은 '그린디'

생협 실무자 마리-로르가 매장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어쩌다 유기농 식료품 일을 하게 되셨고, 생협에서 일한다는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  

마리-로르 : 제가 유기농을 처음 접한건, 15살인가 16살 때, 아틀리에에서 유기농산물로 요리하는 수업이 있었어요.

지금은 유기농산물을 거래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제겐 무척 의미있는 일이에요. 먹거리를 분배하는건 다른 일반 상거래와는 달리 매우 소중한 일이에요. 사람을 먹인다는거, 매우 기본적인 거잖아요. 사회가 변하면서 음식물은 아이폰, 평면스크린, 자동차 등을 사는 것처럼 흔한 소비품목이 되었어요. 너무나 흔해서 의미가 없는 음식물, 하지만 음식물은 가장 기본적인 소비품이에요.

유기농산물은 건강 외에도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적인 약속이에요. , 공기, 물을 보전하고, 이 지구에서 우리가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죠.

그리고 또 생협에서의 근무는 다른 분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가치가 있어요. ‘나눔말이에요. 모두의 월급이 동일하고, 바라보는 입장이 아니라 참여하는 입장에서 협력하는 기쁨의 장이에요. 소비자들은 건강 때문에 유기농산물을 사러오지만 우리가 이 가게를 연 이유는 건강 때문이 아니에요. 우리는 참여적인 친환경주의자 랍니다.

 

 : 직원은 어떻게 뽑았나요 ? 아는 사람을 통해서 아니면 공고를 통해서 ?

마리-로르 : 아는 사람을 고용하지는 않았어요. 개장하기 전에 이 가게 앞에 또는 다른 비오콥에 공고문을 붙였어요. 비오콥 사이트에도 공고를 냈구요. 직원들의 프로필이 다양해요. 제일 젊은 직원은 BTS( : 고등학교를 마친 뒤 2년 짜리의 고등기술자격 과정) 학생으로 이틀은 학교에 가고, 사흘은 회사에서 일해요. 직원들 모두가 출근시간 10분 내 거리에 살아요. 비오콥은 근거리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지역주민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가게가 들어선 지역의 주민을 채용함으로써 그 지역의 취업를 향상시키는 두 가지 축을 갖고 있어요. 출퇴근에 2시간씩 걸리거나  상가에 가려고 그 지역을 벗어나는 것을 지양합니다. 생협에서는 먹거리 제품만 중요한게 아니라 먹거리의 생산, 소비, 분배 전과정이 근거리에서 이루어지고 이 모든 과정이 친환경의 맥락에 있다는게 중요하죠.

 

 : 모든 생산자들이 다 지역생산자들인가요 ?

마리-로르 : 그렇지는 않아요. 원칙적으로 반경 150km 내의 생산자를 우선합니다. 운송거리가 짧은,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우선해요. 둘째로, 근거리 농산물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마다 우수한 먹거리들이 있어요. 우리는 제공하는 먹거리의 질적인 면도 존중하거든요. 예를 들어 사과는 노르망디에서 많이 납니다. 280km 거리에 있으니 근거리는 아니죠. 제가 지금 대접하고 있는 이 사과쥬스는 시드르(cidre) 용의 노르망디 사과에다가 알자스에서 생산된 키높은 사과 등3~4가지 종류의 사과를 합친거에요. 사과쥬스라고 사과를 그냥 갈아서 만든게 아니라 맛있는 사과쥬스를 만들기 위해서 서로 다른 산도의 사과를 적절하게 기술적으로 배합한 거에요. 근거리 유기농산물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기농산물을 통해서 과일이나 야채의 진짜 맛을 깨닫게 하는 것도 중요해요.

 

 : 야채나 과일 생산자를 컨택할 때, 한 가지 품목에 대해 여러 생산자로부터 여기저기서 물건을 받나요, 아니면 한 가지 품목에 대해서는 한 생산자로부터 물건을 다 받나요 ?

마리-로르 : 한 생산자로부터 물건을 다 받아요. 가능하면 지역생산자를 우선하는데,  생산자가 물건을 싣고 우리 가게에 올 때, 20유로어치 팔자고 차를 몰고 오는건 생산자에게도 이득이 안되고 환경오염적인 면에서도 안 좋아요. 반면에 비오콥 차원에서는 가지의 예를 들어보면, 다섯 명의 생산자와 계약이 되어 있어요. 서로 다른 지방에 있는 생산자들로부터 시기별로 동량의 물건을 납품받습니다. 생산지가 달라져도 가격은 균일하게 팔려요. 생산자들과 계약을 맺을 때는 1년에서3년의 기간을 두고 계약을 합니다. 그 계약기간 내에서는 생산자가 최소의 가격을 보장받기 때문에 마음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지요. 공정거래와 마찬가지로요.

 

인터뷰 나간 비오콥 매장 전경. '프랑스 제일의 유기농 체인, 비오콥'


 : 고기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

마리-로르 : 돼지는 100% 비오콥 계열사에서 키우고, 소와 닭은 프랑스 남서부에서 양질의 고기를 제공하는 단체가 있어요. 굴을 알자스에서 얻을 수 없는 것처럼 각 품목마다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단체로부터 받습니다.

비오콥은 전국에 4개의 플랫폼을 두고 프랑스 각지의 먹거리들이 그 플랫폼들로 집결된 뒤 플랫폼 사이에서 나눠 프랑스 전국의 비오콥으로 재배송되죠.

 

 : 모든 식품들이 그런가요 ?

마리-로르 : , 신선도가 요구되는 식품을 포함해서 모든 식품과 먹거리가 아닌 제품들까지, 예를 들면 세제 등 합쳐서 총 7,000~8,000가지 목록이 있어요.

 

 : 말씀하신 4개의 플랫폼은 어디 어디에 있나요 ?

마리-로르 : 생즈느비에브 데부아(Saint-Geneviève  des  bois ; 파리 남쪽), 보르도 (Bordeaux ; 프랑스 남서부), 꺄바이용 (Cavaillons ; 프랑스 남동부), 렌느 (Rennes ; 프랑스 북서부)에 있어요. 렌느에서 콜리플라워와 감자가 많이 생산되고, 보르도에서 야채와 과일을 대규모로 생산해요. 멜론과 살구가 다 거기서 올라와요. 4개의 플랫폼 사이를 오가는 차량은 빈 차로 움직이는 적이 없어요. 한 차 가득 와서 한 차 가득 싣고 갑니다.

 

'오늘 과일과 야채의 85%가 프랑스산입니다'


 : 매장에 오늘 프랑스산 야채/채소 몇 퍼센트가 써있는데요, 모든 비오콥에서 이렇게 표시하나요 ?

마리-로르 : 아니요. 저희 매장에서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겁니다.  국내 먹거리를 우선으로 하는데 제철채소를 기다리는 동안 외국산을 들이곤해요. 예컨대 프랑스에서 토마토가 익으려면 6월말이나 되야하는데 그 전에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딴 토마토를 팔기도 하죠.

 

 : 유기농 도매상도 있나요 ?

마리-로르 : 5명의 주요 유기농 도매상들이 있어요. 이들은 세계 도처에서 대규모 도매로 물건을 구입합니다. 비행기로 수송해오기도 하죠. 이들이 비행기로 수입하는 바나나는 물건 자체는 유기농이라서 유기농 라벨이 붙는데, 운송 중 처리에는 신경쓰지 않아요.

 

 : 그 도매상들과 거래하나요 ?

마리-로르 : 아뇨. 비오콥은 그들과 거래하지 않아요. 우리도 브라질, 이태리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있고, 가장 대규모로 수입하는 품목이 남미에서 오는 바나나에요. 가끔 페루에서 파인애플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비오콥이 수입하는 모든 먹거리들은 다 배를 통해서 들어옵니다. 절대 비행기로 운반하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저희가 파는 외국과일은 극히 적어요. 중국 과일 리취(litchis)의 경우, 배로 들여오다가는 다 썩어버려서 비행기로 운반해야 하는데, 그 이 때문에 리취는 저희가 절대 취급하지 않는 품목이에요.

 

 : 체인 수퍼마켓이나 까르프와 같은 대규모 상가에서도 유기농산물 코너가 있던데, 이들 상가 내 유기농 코너와 유기농 전문매장을 수익면에서 비교하면 어떤가요 ?

마리-로르 : 대형 및 중형 식품매장들이 유기농 시장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해요.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체인망이 수적으로 우위에 있으니까요. 르클레크 (Leclerc) 매장이 524, 까르프(Carrefour)가 약 200, 오셩(Auchan) 125개 있는 반면 유기농 전문매장은 라비클레르 (La vie claire) 220, 비오콥  325, 비오몽드 (Biomonde) 200, 나튜랄리아 (Naturalia) 59개 등 총 800여 개에, 매장 면적은 200m²로 작아요. 반면에 대형매장의 면적은 2000~4000m² 되서 산술적으로 유기농산물의 배급율이 유기농 전문매장보다 훨씬 클 수 밖에 없어요.

 

 : 아맙(AMAP)은 어떤가요 ?

마리-로르 : 아맙은 아주 작은 시장이에요. 전체 유기농시장의 1%도 안돼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기는 하죠.

 

 : 아맙의 성장을 어떻게 보시나요 ?

마리-로르 : 저희 매장같은 사람들에게는 물론 안 좋지요. (하하) 하지만 아맙이 쌀이나 밀가루처럼 매장에서 파는 물건들을 다 취급하지는 못하잖아요. 반면에 아맙은 공정거래의 좋은 모델이에요. 매장, 운반자, 도매자 등 중간 매개자를 다 제거시켰다는 의미에서 공정한 거래라고 말하는 겁니다. 예컨대, 생유 1리터는 실제로 얼마 되지도 않지만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고 거르지 않은 채로 소비자가 마실 수는 없어요. 누군가 풀밭에서 공장까지 생유를 운반하고, 사람이 마실 수 있도록 공장에서 생유를 처리하고, 처리된 우유를 매장까지 운반하고, 매장에서 관리하고 파는 등 각 단계마다 매개자들이 있어요. 만일 중간매개자를 다 제거시키면, 소비자에게는 좋죠. 싸니까.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중간매개자들의 취업을 발생시키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어요. 아맙에 중간 매개자가 없다고해서 배급과정이 없는건 아니거든요. 누군가는 농작물을 거두고, 운반하고, 바구니에 일일이 담아서 바구니를 나눠줘야 해요. 그걸 모든 아맙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자원봉사로 해야하는데 모두가 솔선수범해서 하려하지는 않는다는거죠.

 

 : 중대형 식품매장 얘기로 돌아가서, 면적이나 수적인 면 외에 중대형 식품매장과 유기농 전문매장의 차이가 또 있나요 ? 이를테면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

마리-로르 : 두 가지 큰 차이가 있어요. 첫번재로, 대형 식품매장의 유기농 코너는 돈를 벌기 위한거지 땅을 위한게 아니에요. 지금까지 40년 동안 대형 식품매장들은 땅을 황폐화시키고 있어요. 옆동네 모 수퍼마켓 체인은 8%의 이윤을 남기는데 반해, 비오콥의 이윤은 2.5%에요. 단적인 예로, 토요일 하루에 저희 비오콥 매장에서 12 000€의 매상을 올리는데, 길 건너편에 있는 작은 체인 수퍼마켓에서는 120 000€의 매상을 올려요. 비오콥은 이윤을 얻기 위한 상가가 아니에요. 대형 식품매장들은 유기농 코너를 그린워싱[1]으로 이용할 뿐 환경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광우병 이후로 유기농에 관심이 쏠리게 됐고 이후로 유기농시장은 매년 30% 씩 성장하고 있어요. 그러니 황금달걀을 낳는 닭을 잡으려는거지요. 유기농이란 딱지가 붙은 먹거리를 아무데서나 다 들여옵니다. 소비자들도 유기농 마크만 보지 그 농산물를 구입하면 어느 나라 농부를 지원하게 되는지 상세한 티켓은 보지않아요.

돈을 분배하는데도 비오콥과 대형매장은 차이가 있어요. 비오콥에선 법정 최소임금 더하기 10%를 월급으로 주는 반면, 대형매장은 파트타임을 고용하고 법정 최소임금만 주죠. 일하는 사람을 찾고 관리하는데 차이가 있어요. 비오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친환경 행동주의자들이에요.

 

 : 까르프의 유기농 코너에 가보니까 거의 독일 제품들이었어요. 왜 독일에서 그렇게 많이 들여오나요 ? 독일 제품이 싸서 ?

마리-로르 : 독일의 유기농시장이 프랑스보다 역사적으로 앞서있는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독일 유기농산물이 저렴한 이유는 독일의 사회행정적인 이유 때문이에요. 독일에는 법정 최소임금이 없어요. 프랑스에서는 법정 최저월급(brut) 1100유로인데 독일은 800유로 받으면 기적이에요. 내일 당장이라도 프랑스에서 법정 최저월급을 800유로로 낮추면 가격도 내리겠죠. 하지만 그게, 즉 월급을 깍아내리는게 우리가 원하는게 아니거든요. 프랑스에선2년동안 실업상태로도 살 수 있지만 독일에선 불가능해요. 안젤라 메르켈 총리가 실업자에게 하루에 1유로 준답니다. 한 달에 300유로에요. 살 수가 없지요.

 

 : 프랑스는 식량자급률이 높고, 식량도 많이 수출하더군요.

마리-로르 : 푸아그라, 와인, 캐비어 등 사치품을 수출해서 그런거지 실제로 프랑스는 먹거리 수출보다 수입을 많이 해요.

 

마리-로르 : 유기농 가게에도 100% 유기농과 산업 유기농이 있다는거 알아요 ?

 : 무슨 말이죠 ? 

마리-로르 : 진짜 유기농 가게가 있고, 유기농이 수익성을 내기 때문에 유기농을 취급하는 가게가 있어요. 예컨대 비오콥에서 유기농 스파게티를 1톤 주문할 때, 1톤도 대단한 양인데, 대기업에선 250톤을 주문해요. 소비자들이 유기농에 대해서 이제 겨우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게 사업이 된다고 보는 거에요.

그리고 비오콥은 회계관리면에서 일반 유기농 가게와 달라요. 비오콥은 협동조합입니다. 사장이 위에 있어서 주식을 사고팔아 돈을 벌어들이고 직원은 아래에 있는게 아니라 생협 매장 325개의 직원 모두가 같은 비중의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가진 공동소유자에요. 결정할 일이 있을 때는 모두가 한 표를 행사해요.

나튜랄리아는 모노프리 계열사인데, 모노프리는 갤러리 라파이예트 백화점의 계열사에요. 카지노, 프랑프리, 리더 프라이스, 셋 다 이름만 다르지 같은 회사에요. (필자 : 카지노, 프랑프리, 리더 프라이스는 일반 수퍼마켓 체인으로 유기농 코너를 두고 있다.)

 

 : 아하~ ! 그래요 ?!!

마리-로르 : 나튜랄리아가 대기업의 계열사라는걸 사람들은 몰라요. 그리고 라비클레르의 자본은 나텍시스[2] 회사가 갖고 있어요. 2년 전, 나텍시스가 4~5백만 유로를 라비클레르에 투자했어요. 그다지 좋은 모습이 아닌 것이, 이렇게 되면 금융가들이 투기를 할 수 있어요.

비오콥이 기타 유기농 가게들과 또 다른 점은, 비오콥이 취급하는 물건은 100% 인증받은 유기농 재료로 만든 것들인데 반해 까르프나 오셩의 유기농 코너나 유기농 매장이라도 대기업 계열사인 라비클레르와 나튜랄리아에서는 95%만이 유기농이에요. 법적으로 95%만 유기농 재료를 쓰면 유럽 유기농 라벨을 받거든요. 실례로 까르프의 유기농 제품을 보면, 대두 레시틴을 쓰는게 있어요. 만일 그 대두 레시틴마저 유기농이 아니라면, 분명히 GMO에요.

유기농 가공식품 재료명 표기 중에 자연향료라고 표시된 것들이 있어요. 계란으로 토마토 소스 맛을 낸다거나 표고버섯으로 나무딸기의 맛을 내는 거에요. 어떻게 ? 표기는 그럴 듯 하지만 실은 화학물질로 변화시킨 거에요. 비오콥에서는 이런 눈속임을 쓰지않고100% 유기농 재료에요.

유기농 인증을 받은 유기농산물도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운반되었는지에 따라 친환경적인 진짜 유기농이 있고, 아닌게 있죠.

 :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유기농 생산자 둘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한 생산자는 기계를 쓰지 않고 빗물을 받아서 농사를 짓고, 다른 생산자는 사용하는 농기계도 여럿이고 파이프로 물을 대며 짓더군요. 

 

 : 일본이나 중국에서 들여온 유기농 제품들이 보이는데, 그 제품들에 대한 유기능 인증은 원산지, 그러니까 일본이나 중국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고 들어오나요,  아니면 유럽 유기능 인증기준에 따라 인증을 받은 건가요 ?

마리-로르 : 에코세르(Ecocert ; 유럽의 유기농 인증 기관의 하나)가 일본에 들어간지 이제 겨우 1년 반 됐어요. 일본 유기농 인증기준을 정립하고 있는 중이에요. 중국엔 에코세르가 들어간 지 꽤 오래 됐구요. 수입할 때는 유럽 기준에 맞는 제품을 들여옵니다. 현지 에코세르가 표본검사를 하고, 여기서 우리가 표본검사를 재차 요구할 수 있어요. 일례로 저희가 중국산 생강을 취급했었는데, 저희 표본검사에서 문제가 3~4차례 발생해서 더이상 중국 생강을 팔지 않아요.

 

 : 작년에 스페인에서 들여온 유기농 오이에서 수퍼 박테리아가 나왔다는 루머 때문에 큰 타격을 받으셨겠어요.

마리-로르 : 타격이 컸죠. 사건이 터지자마자 프랑스산 오이로 대체했고, 나중에 스페인 유기농 오이 때문이 아니라는게 밝혀지긴 했지만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오이를 사지 않았어요. 언론에서 이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매출이 10% 떨어지고, ‘이 제품이 몸에 좋다고 하면 매출이 10% 올라가요. 근데 언론에서 스페인 오이를 수 십 번 언급해댔으니... 나중에는 발아채소 때문이라고 했는데, 유기농 때문은 전혀 아니었죠. 2년 전에 이집트에서 문제의 프느그렉 씨를 받았는데, 유기농산물과는 전혀 관계없는 정원사가 그 일을 했어요. 타격을 받은건 유기농가였죠. 저희 매장에 유기농 발아채소 공급자가 있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매출이 바닥이 되서 결국 문 닫았어요. 소비자가 발아채소를 구매한 후에 여름에 실온에 오래 보관하면 박테리아가 빠르게 증식하는데 그건 생산자 탓이 아니거든요. 실제로 유기농 발아채소 회사는 생산에 사용하는 물을 매번 점검해요. 씨앗도, 물도 세균 감염여부를 매번 체크해요. 아무리 그래도 언론에서 떠들어대면 끝장이죠.

제가 볼 때, 사고도 종종 발생할 뿐더러 생산공정에 진짜 문제가 있는 먹거리는 스테이크 하쉐(필자 주 : 쇠고기를 갈아서 냉동시킨 제품)에요.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산의 쇠고기가 섞이기 때문에 어느 산지의 쇠고기로 만들었는지 추적을 할 수가 없어요. 스테이크 하쉐는 프랑스인의 90%가 먹고, 급식에 공급되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된 인구가 실제로 엄청나게 커요. 반면에 유기농을 매일 먹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5% 밖에 안되고 그중에 발아채소를 먹는 사람은 0.1% 밖에 안될꺼라구요. 발아채소 생산자들은 극소수였는데, 망했죠.

 

비오콥 야채 코너


 : 언론에서 스테이크 하쉐의 위험성에 대해서 별로 얘기하지 않던데요.

마리-로르 : 그 업체들이 얼마나 로비를 많이 하는데요. TV에 광고내는 식품 회사들 보세요. 발아채소 광고하는 거 봤어요 ?

 

 : 과거에 비해 극심한 가뭄, 홍수 등의 기후변화로 농산물 생산율의 변화폭이 큰데, 비오콥에서는 가격변화를 그때 그때 바로 반영하나요 ?

마리-로르 : 바로 반영되지는 않고 작게는 몇 개월에서 크게는 1년이라는 시간차가 있어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은 농산물이 매장으로 들어올 때 가격이 반영되니까요. 예를 들어 꿀의 경우, 기후변화로 양봉업이 큰 타격을 받으면 그 꿀을 거둬들여 다음 해에 팔 때 가격이 바뀌죠.

 

 : 그렇게 가격변화가 생겨나면 다른 품목들도 영향을 받나요 ?

마리-로르 :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다른 제품들이 다 영향을 받아요. 2012년에 유기농 식품가격이 다 올랐어요. 기후변화 때문만이 아니라 투기 때문에요. 유기농 수요가, 특히 중국에서 최근 유기농 수요가 늘고 있어요. 둘째로, 까르프에서 유기농 닭을 100,000마리를 키우는데, 닭에게 먹이는 사료값이 오르면 닭고기 값도 올라가는거에요. 대형 마트가 가격에 한번 영향을 미치면 유기농 전문매장들은 그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아요. 소규모 양계업자들이  예전에는 옥수수 한 톤에 200유로를 줬었는데 가격이 2배로 뛰어 400유로를 주고 사야 하니까요.

 

 : 비오콥도 투기에 참여하나요 ?

마리-로르 : 전혀요. 저희한테 투기라니 욕이에요. (하하하. 같이 웃음)

 

프랑스의 유기농 시장 연재 첫편으로 아맙 기사를 내보낸 뒤, 아맙의 불편한 점을 개선한 라 휴슈끼디위(La ruche qui dit oui)’라는 유기농 직거래장터가 프랑스에 새로 등장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라고 말하는 벌집>이라는 김수아무 거북이와 두루미에 해당할 희한한 이름의 장터인데, 이 장터의 회원을 아베이(abeille)’, 우리말로 이라고 부른다. 전철을 갈아타고 가야하는 옆동네에 이 벌집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로 등록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유기농 생산자들이 구성되어 첫거래가 시작됐다.

아맙의 불편한 점은 소비자의 장바구니가 구매자의 기호에의해 채워지지 않고 100% 생산자의 생산품과 생산량에 좌우되며, 6개월에서 1년간 선납하고, 매주 정해진 시간 내에 누군가 바구니를 찾으러 가야한다는 점이다. ‘예라고 말하는 벌집들이 찾아와 물건을 바구니에 담아가는 것은 아맙과 마찬가지인데, 시대에 맞게 개선된 점이 여럿 있다. 우선, 인터넷을 통해서 장터가 서기 사흘 전까지 주문을 받는다구매자가 100% 자신의 기호에 따라 장을 볼 수 있고, 구매 필요량에 맞는 장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당분간 어딜 놀러가서 장 볼 필요가 없다면 아맙처럼 누군가 대신 받아줄 필요없이- 그 주에는 주문을 하지 않으면 된다. 제품의 선택폭도 넓어졌다. 야채 외에도 닭, 오리, 기타 고기와 다양한 그 가공품들, 잼과 빵에게 이르기까지.

아쉽게도 6월말을 끝으로 우리 옆동네 벌집에서 더이상 장을 보지 않기로 했다. ? 이유는 고기를 먹지 않는 내게 장의 주대상물은 야채와 버섯인데, 정직하지 못한 이들 생산자에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우선 야채와 사과 가격이 일반 유기농 매장 가격과 엇비슷하고 오히려 더 비싸기도 했고, 품질은 그보다 훨씬 열등했다. 첫번 주문에서 상추를 주문했을 때는 이미 상추가 시들어 그날 저녁에 바로 먹어치워 버려야했다. 다음에 시금치를 주문했을 때는 시금치에 잡초가 섞여 들어와 골라내야 했고, 당근을 주문했을 때는 내 새끼 손가락만한 것들이 스무 개는 들어있었다. 버섯 생산자는 상자 윗면은 큰 버섯으로 덮었지만 안을 열어보면 가로세로 1cm만한 잔챙이 버섯으로 채웠고, 집에와 버섯 무게를 달아보면 주문했던 킬로수보다 늘 약 100g 미달이었다. 야채를 대는 생산자는 벌집을 오픈하던 날 나왔던 뒤로 한번도 장터에 나타나지 않았다. 늘 오리 생산자와 닭 생산자가 바구니를 분배하는 세실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바구니 분배는 2주에 한번씩 벌집을 구성한 세실의 집에서 이뤄졌다.

그러다 지난 5월말, 야채 생산자가 사고를 쳤다. 주문한 누에콩의 2/3가 썩었거나 썩기 시작하는 것들이었다. ‘어디 내다팔 수 없는 것들을 우리한테 처분하는 느낌이다. 솔직히 그리 저렴하지도 않은 가격에 유기농 매장과 비슷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직거리장터를 찾는지 그 의도를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고, ‘식중독의 위험이 있는 식품을 판매해선 안된다고 게시물을 올렸다. 월급도 안 나가고 가게세도 안 나가는 직거래장터 가격이 비오콥과 비슷한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내 글 이후로 화 난 들의 게시물이 줄줄이 올라갔다. 2주 후, 야채 생산자가 직접 장터에 나와 해명을 하기로 했다. 난 아무 주문도 하지 않았고 오로지 농부의 해명을 듣기 위해 장터에 나갔다. 그날은 평소보다 주문이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농부는 나타나지 않았다. 자리에 나타나지 못한 해명을 애꿎게도 세실이 대신 해야겠다. 대신 싱싱한 누에콩 1kg를 무료로 나눠줘서 들고 왔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건 그까짓 공짜 누에콩 1kg가 아니었다. 콩깍지가 까매진 누에콩을 일일이 까고 발려내면서, 애들한테는 줄 수 없는 누에콩, 다 버리자니 아까와 위험을 무릅쓰고 나와 남편이 먹어치우는 콩, 도저히 먹을 수 없을만큼 곰팡이가 피어올라 버려야하는 콩을 1시간 이상씩 추려내며 화가 났던 배신감에 대한 해명을 바랬다. 도대체 누에콩을 수확하고나서 몇 주나 묵은 물건을 판 것일까 ? 물건을 보지도 않고 산다는건 생산자를 믿고 지원하기 위해서지 어디 처분하지 못할 쓰레기를 받으려는 것은 아니었다. 농부가 우리에게 농장을 직접 보여주든가, 하다못해 직접 변명이라면 변명, 해명이라면 해명을 듣고 싶었다. 이제 농사를 짓기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젊은 농부였거나 이해가능한 사유가 있었다면 거래를 계속 할 생각이었다.

싱싱한 누에콩을 받아들고와서 보름 후,  이번에는 생산자가 온다기에 장을 약소하게 주문했다. 장을 보고 싶은 마음은 거의 없었고 해명을 듣고 싶었다. 수요일 저녁, 바구니를 찾으러가려고 준비하는데 세실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네가 너무 실망할텐데, 오늘도 야채 생산자가 오지 못한다는구나.’ 난 그날 장바구니 찾아오라고 남편을 보냈다. 두 번의 바람을 맞은 뒤, 장터에서 수다 한번 떨어보지 못한 얼굴 없는 부정직한 생산자를 더이상은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비오콥 매장 내부

불어에 « consom’action (꽁소막시용) »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Consommation (꽁소마시용 ; 소비) action(악시용 ; 행동)의 두 단어를 조합한 것으로, 장바구니로 투표하는 책임있는 소비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가 하는 소비가 어디에 사는 누구를 지원하고, 어디 사는 누구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지 소비과정 뿐만이 아니라 생산에서부터 처분과정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고려하는 소비를 하자는 말이다. 이런 의식있는 소비를 하는 소비자 (consommateur, 꽁소마뛔르)consommation(소비) acteur (악뛔르 ; 배우)를 조합해consom’acteur (꽁소막뛔르)라고 부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를 통해서 지원할 대상과 보이콧할 대상을  구분하는 꽁소막뛔르는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의식있는 행동가이자 활동가다. 부자가 아닌 이상 가격도 무시는 못한다마는.

 

한국 유기농의 메카, 두물머리 행정대집행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들으며 프랑스 유기농 시장의 삼각구도 연재를 마감하려니 마음이 그다지 편치않다. 연재를 써보내면서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한국 사정을 거의 모르고 글을 쓰면 뜬구름잡는 글이 되지는 않을까 싶어 트위터에서 유기농업 관련인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인터뷰에 전격 반영했다. 프랑스 유기농 시장이 유럽연합 안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도 아닌데 프랑스 유기농시장을 모델로 하려 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유기농 농부를 소개할 때는 내가 농부로부터 받은 감동이 전해지길 바랬고, 아맙과 소비자를 소개할 때는 한국의 농산물 생산자들이 소비자들 앞에서 더욱 당당해지길 바랬고, 생협 실무자를 소개할 때는 드러나지 않는 프랑스 유기농 시장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랬다.

먼 타국에 있는 저를 믿어주고 연재를 실어준 귀농통문 편집위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특히 편집자와 필자의 업무적인 관계 이상으로 늘 따뜻하게 환한 웃음 가득 대해주신 편집장님께 이루말할 수 없는 감사와 사랑을 드립니다. 그리고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원고료로 받은 농산물 생산자분들께 하늘만큼 땅만큼지지와 응원을 드립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귀농통문 편집위원들, 독자들, 생산자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존경을 보내며.

 

 '귀농통문'에 기고 (2012년 가을호, 63호)



[1] Green washing ; 환경에 책임을 지는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주기위한 목적으로 기업이나 정부에서 이용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실제로는 환경운동보다 광고에 많은 돈이 투자된다.

[2] 융자 투자 은행으로 은행의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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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Ecologie 친환경2013.01.25 14:45

쿵따리 싸바라 친환경 농산물

한국에는 친환경농산물안에 유기농산물, 저농약 농산물, 무농약 농산물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마시면 죽는 농약을 -많이는 안쳐도 치기는- 치는 저농약 농산물도 친환경 농산물이 아니고, 농약은 안쳐도 화학비료를 치는 무농약 농산물도 친환경 농산물이 아니다. 유기농산물조차도 친환경 농산물이 아닐 수 있는데, 도대체 누가 이런 분류를 해놓았는지 그 혼동스러운 명칭에 대해서 말할 수 없이 개탄하는 바다.

농산물에 친환경적(ecological)’이란 단어를 쓰려면 농약과 화학비료를 3년간 쓰지 않은 유기농산물( : organic agriculture,  : agriculture biologique)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농산물 재배와 유통 전과정에 이르기까지 물도, 공기도, 땅도, 인간도 오염시키지 않는 농산물이어야 한다. 외국에선 유기농산물 인증마크는 있어도 친환경 농산물 인증마크는 없다. 그런데 한국에만 친환경 농산물 마크가 존재한다!

예컨대, 유기농 커피나 유기농 팜유를 얻어내기 위해 인도네시아 원시림을 불사르고 밭으로 만든다면 그 경작물은 결코 친환경 농산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브라질의 원시림을 불사르고 일군 방목지에서 소에게 유기농 곡류를 먹여 키웠다해도 그 유기농 쇠고기는 절대 친환경적이지 않다. 아니, 대체 쇠고기를 먹으면서 친환경이라 여기는게 가능하기나 하단말인가?! 캘리포니아산 유기농 블루베리를 수확하기위해 대량재배를 위한 대형 농기계와 석유가 소비되고, 캘리포니아에서 한국까지 배송되는  장거리를 고려해본다면, 한국에서 팔리는 캘리포니아산 유기농 블루베리는 결코 친환경 농산물이 아니다. 유기농산물을 비닐포장이나 통조림캔에 넣어서 팔면, 내용은 유기농이긴 하나 비닐이 자연에서 생분해되지 않으므로 친환경적이지 않고, 통조림캔 내부에서 성호르몬을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에 역시 친환경적이지 못하다. 즉 유기농이긴 해도 친환경일 수 없는 제품들이 시중에 널렸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 모든 유기농산물들과 비유기농산물마저 친환경농산물 분류 아래에 들어가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지난 겨울호 땅의 원리에 맞춰가는 사람들 아맙편에서 유기농 직거래 시장에 물건을 납품하는 두 명의 유기농 농부를 잠깐 소개했는데, 그 둘은 재배방식에 차이가 있다. 둘 다 유기농산물을 재배하지만 그중 친환경농산물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 누구의 농산물일까? 그리고 이들 중 한 농부님은 귀농하셨다는 것도 특이하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농부(paysan)’라는 단어보다는 politically correct하게 생산자(producteur)나 농업인(agriculteur)이란 단어를 쓴다. , 오늘은 프랑스의 귀농 농업인의 사람 사는 얘기 한번 들어볼까? 참고로, 프랑스어에는 귀농이란 단어가 없다. 귀농을 영어로 뭐라 하면 좋을까? ; Back to the farm? Back to the soil?

 

Back to the earth  1 - 드니 벨러이


흙을 아는 이, 그대 이름은 농부 !


드니 벨러이씨가 물건을 싣고 파리 인근 까리에르쉬르 센느(Carrière-sur-Seine)로 나오는 날, 개장 2시간 전에 그를 만나러 지도를 가방에 찔러 넣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그는 내게 핸드폰도 집전화도 알려주지않았다. 전화도 핸드폰도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이메일을 며칠에 한번씩 확인하는게 다였다. 때문에 그와 약속을 잡는데만 2주일이 걸렸다.

약속장소에 거의 다 도착했을 쯤, 언덕길을 낑낑대며 올라가다가 기어를 전환했는데 그만 자전거 체인이 탈선되버렸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도착은 했으나 탈선한 체인을 만졌다가 자전거 기름이 손에 묻어 검은 얼룩이 졌다. 거기 있던 두 사람에게 비누로 손을 씻을데가 여기 어디 있느냐물으니 눈이 십 리는 들어간 한 남자가 오더니 나를 조용히 수돗가로 안내했다. ‘비누가?’라고 물으니 옆에 나무가 심어져있는 흙 한 줌을 보여주면서 그걸로 씻으라한다. 나는 그날 흙으로 기름때를 지운다는걸 처음 알았다! 동시에 순간적으로 그가 바로 유기농 농부 드니 벨러이라는걸 직감했다.



무대미술에서 유기농부로


파리에서 동쪽으로 80km 떨어진, 중세 도시로 유명한 프로방(Proven)이란 곳에서 소규모의 농사를 짓기 전까지 벨러이씨의 직업은 파리 트로카데로 극장의 무대 소품 디자이너였다. 나또한 연극판에서 스탭으로 2년 활동했던 적이 있어서 그를 만나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어쩌다 연극판을 때려치고 유기농 농부가 되었을까? 트로카데로라면 에펠탑이 마주보이는 자리, 그래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이 사진찍기에 딱 좋은 곳! 공연계에서 일했다면 무척 재미있을텐데 왜 그만 두었냐고 묻자 매일 지하 27m에서 일하는게 싫었다고 답했다. 정부가 바뀌면 극단 대표의 성향도 바뀌는건 일상적이었지만 연극 중심의 극장에서 무용 중심의 극장으로 바뀌자 벨러이씨는 결국 해를 보고, 땅을 밟으며 살아보고 싶다는 욕구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11년간 일했던 극장에 사표, 아니 일단 1년치 무급휴가를 냈다. 마침 소꿉친구의 아버지께서 놀고 있는 땅 2.6헥타르를 빌려주시기로 했기에 가능했다. 그것도 소작료 없이. 소작료를 안 내는 대신 농산물을 준다는 조건이었다. 그중에  경작가능한 땅은 고작 2헥타르였다.

원격 교육으로 농업전문인 자격증을 따고, 지인을 통해 알게된 까리에르쉬르 센느 음악클럽 단원 40여 명에게 첫농산물을 팔았다. 유기농 인증을 기다리며 2~3년이 흐른 뒤, 2005, 까리에르쉬르 센느에 아맙[i]이 창설되면서 아맙 회원에게 물건을 대기 시작했다. 유기농산물로 인증받으려면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않고 채소밭은 2, 과일밭은 3년이 지나야했기 때문이다. 7개로 시작했던 아맙 바구니가 15개에서 20개로, 지금은 40개의 바구니를 벨러이씨 혼자서 채운다. 이 동네 아맙에 회원으로 등록하고 싶어도 이제는 리스트가 다 차서 받아줄 수가 없는 실정이다. 바구니 40개 이상은 그가 농사짓는 방법으로는 혼자서 더 댈 수가 없기 때문이다.


« 밭 밑에 파리에 식수원으로 쓰는 지하수가 흘러 »


그가 농사짓는 방법을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우선, 대개 모든 경작지들이 수도에 파이프를 연결해서 밭고랑 사이로 뿌리거나 자동 물뿌리기 기구를 사용하거나 지하수를 펌프로 끌어올려 물을 주는데 반해 벨러이씨는 빗물을 받아서 농업용수로 쓴다. 전세계적으로 우려할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는 지하수위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에게 왜 유기농?’이냐고 뜬금없이 물었다. 그의 밭 아래 파리에 식수원으로 쓰는 지하수가 있다고 한다. 그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 농약도 화학비료도 쓰지 않는다는 말에 난 감동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수 십 만 명이 마실 깨끗한 지하수를 보호하기 위해 농약도 화학비료도 쓰지 않을 뿐더러 마구 뽑아쓰는 농업용수로 지하수위가 낮아질까봐 유기농사라는 이름으로라도 손도 대지 않는 것이었다. 빗물을 받아 손으로 물을 뿌려주는, 마디마디 굵어진 그의 손에 인터뷰 내내 눈이 갔으나 끝내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가 농사짓는 방법


한국에서 농부들에게 받았던 질문, 멀칭을 하는지, 온실을 위해 비닐을 사용하는지 물었다. 제초용으로 멀칭을 하고, 초봄과 늦가을에 비닐하우스를 사용한다고 한다. 생분해되는 친환경 비닐을 써봤지만 6개월도 못 버티고 낡아버려서 1년에 2~3년씩 바꿔줘야했기 때문에 한번 사서 오래 쓸 수 있는 일반 비닐을 사용한다고 한다.

유기비료를 주는지 물어보니 상품화된 유기비료는 비싸서 잘 주지 못하고, , 말똥을 삭힌 퇴비, 이웃에 사는 유기농 양계장에서 닭의 배설물을 받아 퇴비를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그 양계장 이웃과 벨러이씨는 가끔 달걀/닭을 유기농 밀과 물물교환한다. 이렇게 유기농산물과 유기농 가축사육자가 같이 모여있으면 서로에게 유익해 이상적이라고 그가 말한다.

송고하고나서 최기영 편집장으로부터 옷감을 만드는 마가 맞느냐 ? 어떻게 마를 유기농사에 이용하느냐 ?’는 질문이 들어와 벨러이씨에게 이메일로 질문을 보냈으나 늘 그렇듯이 인터넷과 친하지 않은 이 농부, 1주일이 다 가도록 답변이 없다. 마감이 지나도 한참 지난 어느 금요일, 약속도 잡지않은 채로 황급히 벨러이씨를 다시 찾았다. 그를 보자마자 나는 질문만 달랑하기 미안해 그의 물건을 몇 개 사려고 바구니에 이것저것 담는데, 그는 나를 보자마자 굳이 장 안봐도 된다면서 메일로 보냈던 질문에 답변하기 시작한다.

« 이메일로 답변 드리지 못해서 미안해요. 마는 질소가 풍부한 천연비료에요. 마를 다 쓰는게 아니라 옷감으로 쓸 줄기와 먹는 씨앗을 빼고 남은 찌꺼기를 이용합니다. 가까운데 사는 마 생산자로부터 버리는 찌꺼기를 받아다가 그걸 퇴비화 시켜 잘 말린 뒤 밭에 뿌려 흙과 섞으면 그만이에요. 말똥이 비료로 최고로 좋은데, 말똥은 무겁잖아요. 그리고 퇴비화하는데 6개월간 삭혀야 하는 반면에, 마는 퇴비화하는데 3개월밖에 안들고, 말리고나면 뿌릴 때 훌훌 날아갈 정도로 아주 가벼워서 좋아요. 참고로, 닭똥은 너무 강해서 흙을 많이 섞어서 희석해야해요. »

한국에선 마를 천연비료로 쓴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하자 착한 농부 벨러이의 안내가 이어진다.

« 마 외에 토끼풀도 땅에 질소를 고정해요. 질소가 땅 속으로 내려가지 않고 지표에 붙들어매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제 경우, 첫해에 유기농 토끼풀 씨를 사서 뿌려요. 밭에 토끼풀만 무성하게 생산물 없이 그렇게 한 해를 보내죠. 그 다음 해에 땅을 갈아엎을 때, 토끼풀과 같이 땅을 갈아엎은 뒤 밀을 심으면 아주 잘 자라요.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보리를 심지요. 이렇게 3년마다 돌아가며 토끼풀--보리 농사를 지어요. 토끼풀 대신 루선(lucerne)을 심기도 해요. 루선은 씨앗을 발아채소로 내다팔 수도 있죠. »


유기농산물 생산자로서의 애로사항


유기농으로 농사짓는데 애로사항이 있느냐고 물으니 그 첫째로, 유기농산물 인증기준이 2년마다 바뀌는 점을 꼽았다. 예컨대, 기존의 프랑스 기준에 의하면 이웃하는 관행농지와 6m 간격을 두고 떨어져야 하는데, 2012년부터 적용되는 유럽기준에 의하면 2m 간격을 두고 떨어져도 된다고 한다. 특히 프랑스 기준에 맞춰 인증받은 잼을 2011 12월말까지 다 팔지 못하면, 2012년 새로 시작되는  유럽연합 기준 재심사를 위해 잼 뚜껑을 다시 따야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 다음은 종자문제! 벨러이씨는 F1 유기농 종자를 여러 회사로부터 사들인다. 어느 회사의 것이 튼실한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한 회사의 종자라도 열매를 잘 맺어야 농사를 망치지 않는다는 계획에서다. 부식토는 독일에서 오고, 씨앗은 네덜란드, 브르타뉴(프랑스 북서부), 알자스(프랑스 동부)에서 온다. 근데 이것도 종자의 이름과 품종이 매년 바뀐다. 매년 유기농 종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자는 줄어들고, 그것도 관행농 씨앗보다 2~3배 비싼 유기농 종자의 가격은 4~5% 오른다. 게다가 유기농인증을 받기 위해서 매년 500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력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하려면 관행농보다 손이 더 많이 가기 때문에 노는 실업인력을 유기농사에 돌리면 좋겠다고 한다. 내 생각엔 그렇게 되면 인건비 비싼 프랑스에서 유기농산물 가격은 더 오를 것 같다. 하지만 실업자가 숙박과 식사를 무료로 제공받고 농사일을 돕는다면, 즉 노동력 대 숙박 및 식사를 교환한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유기농은 삶의 철학


많은 돈 벌지 못해도, 이듬해 농사지을 자금 마련하고, 먹고 살아갈 수는 있는 정도로는 유지한다는 벨러이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유기농법으로 계속 농사를 짓느냐?’는 질문에 답을 이었다. 맛을 위해서, 지구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은 그의삶의 철학을 위해서라고 했다. , 감동의 쓰나미에 방점을 꽈악!

그렇다, 1년 무급휴가가 끝난 뒤 벨러이씨는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트로카데로 극장으로 되돌아가지 않았다. 땅을 위해서는 10년을 내다보고 농사를 지어야 한다며, 그는 단일작물보다는 윤작과 혼작으로 땅의 힘을 믿으며 농사를 한다. 윤작을 위해 감자는 10년에 한번만 경작한다. 트랙터 한 대만 믿고 나머지는 일일이 손으로 하려니 수고는 많이 들지만 대신 빚 하나 지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홀로 꿋꿋이 농사를 한다. ‘빚 하나 없다는 점을 그는 무척 자랑스럽게 여겼다. 내가 봐도 그가 참 존경스럽다. 인터뷰가 끝날 쯤 우린 존댓말을 내려놓고 편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돌아오는 길에 그가 재배한 농산물을 한 바구니 샀다. 평소에 늘 가는 유기농가게보다 종류의 다양성은 떨어지지만 가격은 조금 더 저렴했다. 벨러이씨도 직거래에다 내다파는게 더 이윤이 남는다고 했다. 프랑스 유기농 인증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잼도 바구니에 담았다. 그가 옆에서 고맙다고 했다. 장을 봐왔는데, 신기한건 상추가 보통 하루 이틀 지나면 냉장고 속에서도 시들해지는데 그의 상추는 일주일이 넘도록 냉장고에서 싱싱했다. 펑펑 물주며 키우지 못하고 비싼 유기비료 제대로 못주고 자연농법에 가깝게 지어서 그런가. 땅에 스며든 빗물 먹고 해 보고 바람 맞고 사람 정성 먹으며 하늘의 뜻, 땅의 뜻, 사람의 뜻 깨치며 자란 녀석이라 그런가보다. 

 

Back to the earth 2 – 프랑소와 드르몽


« , 사람,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


57세의 드르몽씨가 농업에 종사한 지는 35년째로, 사계절에 걸쳐 총 40가지 종류의 채소를 생산한다. 지금은 7헥타르 농지 전체를 유기농으로 운영하지만 처음 유기농을 시도했던 면적은 0.5헥타르였다고 한다. 어째서 관행농에서 유기농으로 전환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으니 땅과 사람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아내도 자식도 없이 혼자 모든 농사를 짓는 벨러이와 달리 프랑소와 드르몽씨는 아내와는 사별했지만 아들이 셋이나 있다. 세 아들이 다 일손을 도와주는 것은 아니고, 막내가 농사일을 물려받겠다고 남았다. « 나는 홀로 살고 있지만 우리 막내는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어. 여자친구가 아들과 뜻을 같이 해 »라며 농사를 업으로 할 아들을 장가보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척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가 농사짓는 방법


그 외에도 드르몽씨는 벨러이씨와 여러 모로 달랐다. 유기농부가 되기 전에도 부모 세대부터 계속 농업에 종사했다는 점도 다르고, 관개용수를 기계로 대는 것도 다르고, 그 외에도 기계를 여러 대에다가 기계와 설비를 구입하느라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점도 달랐다.

최근 5년간 농지면적을 넓히고 설비를 발전시키느라 심는 기계, 분리하는 기계 등등 드르몽씨는 자그마치 약 서른 개의 기계를 갖고 있다. 비닐하우스도 10m X 90m짜리 5개를 설치하느라 지역협의회(Conseil régional)에서 비닐하우스 설치비용의 40%( 4만유로)를 보조해주고도 7년동안 6만유로(한화로 약 9천만원)의 빚을 졌다.

비료와 농약대신에 어떻게 농사를 짓느냐는 질문에 낙엽이나 나뭇가지를 썩혀만든 퇴비를 주거나, 동물의 배설물을 삭혀서주거나, 병충해에 에센스오일을 쓰기도 한다고 답했다.


« 우리 농부가 기분이 좋아야 일을 더 할 수 있는거에요 »


한국 유기농부로부터 받았던 질문을 드르몽씨에게도 했다. 농사짓는데 애로사항이 무엇이 있느냐고.  제일 먼저,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땅과 함께 일을 하다보니 (프랑스 샐러리맨이라면 다 가는 연간 5주의) 바캉스를 갈 시간이 없다는 것! 그리고 바캉스를 떠날만한 돈도 넉넉치 않다고 한다. 떠러소 농업인들의 수입을 더 늘이고, 인력을 더 확충하고, 수확량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가 갈수록 농지가 점차 줄어들고[i], 농업에 종사하려는 젊은이들도 감소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드르몽씨 왈, « 우리 농부가 기분이 좋아야 일을 더 할 수 있는 거에요. » 맞는 얘기다. 파업도 못하고 바캉스도 못가는 농부들이여, 감사하나이다 !

다음 호는 프랑스의 유기농 시장 연재 마지막편으로 생협(비오콥) 실무진과의 인터뷰를 다룬다.  프랑스 유기농시장 전체구조를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i] 필자의 귀농통문봄호 중 발췌 - 프랑스 농림부 장관의 발표에 의하면, 프랑스에서 2006~2010년간 경작가능한 땅 327,000ha가 사라졌다. 매년 82,000ha, 초당 26m²의 경작가능한 땅이 사라지는 셈이다. 더구나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아갈 때, 농경지를 둘러싸고 마을을 이루기 때문에 산업화에 우선적으로 희생되는 땅이 농업에 적합한 땅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농경에 적합한 흙 위에 시멘트를 부어 주거 및 상업시설을 짓고, 일부는 공원과 같은 녹지로 사용된다. 농경지 감소 현상은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다.

 

'귀농통문'에 기고 ('귀농통문' 2012년 여름호, 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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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ogie 친환경2012.11.13 08:03

지난 호에 아맙(AMAP)을 소개했다. 반경 160km 이내의 지역농산물(주로 유기농)을 거래하는 회원제 직거래장터 아맙은 프랑스에서 현재 폭발적으로 증가추세에 있어 전국에 천 여 개, 파리에만 23개가 있다. 새로운 아맙을 신설한, 또는 하려는 두 명의 20대 젊은이가 있어 이들과 얘기를 나눠보았다.

직거래장터는 자본주의에 대한 보이콧


<쌍블레즈 아맙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20구에서 8번째가 될 아맙을 개설하려는 총각 조제 (José)>


필자 : « 길 건너편에 새 아맙을 틀면 소비자를 두고 쌍블레즈 아맙과 경쟁이 되지 않을까요 ? »

조제 : « 전혀요. 쌍블레즈 아맙 생산자들이 새 아맙에 물건을 제공할꺼거든요. 같은 날 시간차를 두고 장터를 열꺼라서 생산자들은 한번에 두 탕을 뛰고 갈 수 있으니 오히려 잘됐죠. 더구나 쌍블레즈 아맙은 바구니가 60개로, 이미 인원이 다 찼어요. 오늘만해도 쌍블레즈 아맙에 회원가입을 희망하는 이들이 4명이나 왔다갔는걸요. 대기목록에 오른 이들이 새 아맙에서 장을 볼 수 있게 될겁니다

필자 : « 아맙의 채소가 제한적인데, 여기서 다 구하지 못하는 야채는 어디서 장을 보나요유기농가게에서 장을 보는지 아니면 수퍼마켓 ? »

조제 : « [1]이 끝난 뒤에 버려진 야채 및 과일들을 가져다 먹습니다. 수퍼마켓에서도 진열한 뒤에 버리는 것들이 있구요. 완전채식주의를 비건(Vegan)’이라고 하듯이 버려진 채소와 과일 중에 먹을 수 있는 것을 가져가 먹는걸 프리건(freegan)’이라고 해요. 세계적으로 음식쓰레기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해요. 먹고 남은 음식 뿐만 아니라 먹을 수 있는 채소 및 과일 중에 30%가 팔리기 전에 버려진답니다. »


세계 총생산량의 1/3가 쓰레기통으로 !

그러고보니 지난해 가을, 파리 소르본느 대학 강당에서 열렸던 슬로우푸드 설립자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의 강연이 떠올랐다. 팔러나가기도 전에 못 생기고 자잘한 야채와 과일을 골라내 거름으로 직행시키는데, 그 양이 자그마치 생산량의 50%나 된다고 !

최근 조사에 의하면[2], 유럽인들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20%를 버리며, 그중 30%가 포장도 뜯지않은 채 버려진다고 한다. 버려지는 음식물의 절반 이상이 야채와 과일. 연간 주민당 버리는 음식쓰레기로 계산했을 때,  유럽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장 많이 버리는 국가가 프랑스라는 오명을 얻었다. 프랑스의 음식쓰레기 양은 56십만 톤으로, 초당 자그마치 38kg! 프랑스에서 매년 주민 한 명이 버리는 음식은 89.9kg, 독일은 80kg, 스페인은 63.5kg.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음식쓰레기 양은 55십만 톤. 인구 약 5천만명으로 나누면 연간 1인당 110kg의 음식쓰레기를 버리는 셈이니 프랑스보다도, 즉 어느 유럽국가보다도 많은 음식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음식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될까 ? FAO(UN 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총 13억 톤으로 총생산량의 1/3에 이른다. 전세계에서 식품 분배 과정에서 분실되거나 버려지는 먹거리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천억 달러에 이르는 반면, 기아구제에 쓰이는 돈은 (단돈) 35억 달러! 지구상의 기아의 원인은 늘어나는 인구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생산량때문이 아니라는 소리다.

필자 : « 왜 유기농산물을 드시고, 어떤 이유로 유기농 직거래 장터를 만들려고 하시는건지요? »

조제 : « 전 유기농 먹거리를 고집하지는 않아요. 유기농산물은 땅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않기 때문에 환경을 위해서 선호합니다. 직거래장터를 이용하면 비싸다는 유기농산물을 매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죠. 아맙은 생산자나 소비자나 둘 다에게 이득이에요. 더불어 중간상인, 유통, 포장 등이 다 사라지기 때문에 반-자본주의적이죠. 직거래장터는 자본주의에 대한 보이콧이라고 볼 수 있어요. »

필자 : « 아맙 개설 외에 사회운동도 하십니까 ? »

조제 : « 돈 거래가 없는 중고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멀쩡하긴한데 쓰지않는 물건들, 신형으로 바꾸느라 내다버리는 구형을 제 가게에 갖다놓으면, 그 물건이 필요한 누군가가 와서 가져가요. 모든 거래는 공짜에요. »


유기농 - 환경, 건강, 동물, 그리고 진짜 맛을 위해서


<파리 3구에 아맙을 개설한 이팔청춘(실제로 만28)의 바바라 (Barbara)>


필자 : « 유기농으로 장을 본 지는 얼마나 됐고, 평소에 어디서 장을 보세요 ? »

바바라 : « 유기농으로 장을 본 지는 5년 됐고, 전문 유기농 가게에서 장을 보거나 유기농이 꼭 아니더라도 지역농산물이 들어오는 시장에서 장을 봐요. 동네의 작은 수퍼마켓의 유기농 코너도 이용하구요. »

필자 : « 왜 유기농을 드십니까 ? »

바바라 : « 농약과 화학물질이 들어간 먹거리를 피하는 첫번째 이유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위해서죠. 두번째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건강을 위해서고, 세번째로, 동물을 존중하기 위해서에요. 유기농으로 먹기 시작한 뒤로 고기를 덜 먹게 됐어요. 1주일에 한두 번 정도 ? »

필자 : « 유기농을 먹었을 때 달라지는 걸 체감하시나요? »

바바라 : « 건강은 잘 모르겠고, 맛의 차이는 확실히 있어요. 유기농산물은 맛이 현저하게 달라요. 제대로 된 미각을 찾는건 매우 중요하죠


유기농으로 먹는 것보다 지역 유기농 생산자를 지원하는게 더 중요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싶은 무써운소비자는 지난 연말에 프랑스 남서부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던 중에 만났다. 다름아닌 내 시누이 실비(Sylvie). 그는 프랑스에서 아맙이 생성되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아맙회원이다. 어떤 동기로 아맙에 가입했고 지금까지 유지하는지 궁금해졌다.


<프랑스 最古의 아맙 회원 실비(42)>


필자 : « 프랑스 남서부 쌍텅드레 드 쿨쟉(Saint-André-de-Coulzac) 아맙에 가입한게 2002년이라면 프랑스에 아맙이 막 생겨나던 초기였는데, 어떻게 아맙을 알게 되셨나요? »

실비 : « 당시에 저는 그 옆동네인 엉바레스(Ambarès)에 살고 있었어요. 토요일마다 서는 장에서 단골로 가던 야채가게 주인이 아맙에 대해 알려줬어요. 직접 재배한 야채를 장에 가져와 파는 생산자였는데, 쌍텅드레 드 쿨쟉 아맙에 물건을 댄다면서 소개해주셨어요. »

필자 : « 그렇다면 그 생산자의 물건을 시장에서 사는 것도 직거래였는데, 아맙에 회원으로 가입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실비 : « 아맙이 신설될 당시에는 유기농산물이 아니었어요. 유기농으로 재배하려는 농부를 지원하는 의미에서 아맙에 가입했어요. 아맙은 가격을 낮춘 직거래장터일 뿐만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의 장이라는 의미가 더 커요. 아맙회원은 유기농에 뜻을 둔 아맙 생산자를 지원하는거죠. 아맙이 신설되고나서 4년이 지난 후에야 유기농산물이 됐어요.[3]»

현재 85개의 바구니를 대는 대규모 아맙으로 성장한 쌍텅드레 드 쿨쟉 아맙은 생산자의 수와 그 품목도 다른 어떤 아맙보다 훨씬 다양했다. 2명의 야채생산자에 더불어 닭과 오리(한 달에 1) 및 송아지 고기(1년에 3)를 대는 축산업자 1, 치즈를 만드는 낙농업자 2, 생선장수 1, 레몬과 귤 공급자 1(11월부터 4월까지 프랑스령인 코르시카의 협동조합으로부터 한 달에 1번 물건을 받는다), 과일장수 1(과일과 빵, 또는 호두기름, 호두, 과일쥬스, 잼 등). 아맙에 생선장수가 있는게 무척 생소했으나 바다가 멀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이곳 아맙은 매주 화요일 저녁에 직거래장이 선다. 때문에 실비는 화요일 저녁에 아맙에 들렀다 오느라고 화요일 퇴근시간이 평소보다 훨씬 늦다. 85명의 가입회원들은 돌아가면서 직거래장터에서 바구니를 나눠주는 일을 거들며, 온실 짓기, 포도 및 과일 따기, 야채 수확 등 연중 8~10번의 농사일 중 최소한 1번 이상은 참여해야 한다. 1년치 선불하는 아맙의 한 달 회비는 17€로 기본 공급물품은 야채. 고기류 및 감귤류는 별도 계약으로 주문받는다.

필자 : « 지방이라서 더 저렴할 줄 알았는데, 17유로면 파리와 근교에 있는 아맙보다 비싼데요. »

실비 : « 저희도 예전엔 15유로였는데, 최근에 젊은 농부를 지원하기 위해서 가격이 인상됐어요. 그 농부가 땅이 없거든요. »

프랑스 농림부 장관의 발표에 의하면, 프랑스에서 2006~2010년간 경작가능한 땅 327,000ha가 사라졌다. 매년 82,000ha, 초당 26m²의 경작가능한 땅이 사라지는 셈이다. 더구나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아갈 때, 농경지를 둘러싸고 마을을 이루기 때문에 산업화에 우선적으로 희생되는 땅이 농업에 적합한 땅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농경에 적합한 흙 위에 시멘트를 부어 주거 및 상업시설을 짓고, 일부는 공원과 같은 녹지로 사용된다. 농경지 감소 현상은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2~2007년 사이에 4,080,300에이커(=1,651,238ha)의 농경지가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변경됐다[4].  캐나다의 94%는 농사에 적합치 않은 땅인데, 1971~2001년 사이 농업에 적합한 땅40,000km²가 사라졌다. 인구는 느는데..

필자 : « 일종의 계를 조직해서 생산자를 돕는거군요. 아맙에서 모자른 장은 어디서 보세요 ? »
실비 : « 토요일 오전에 서는 장에 가요. 유기농이 아니더라도 지역농산물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채소류를 살 때는 절대로 수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서 안사요. 국내산이든 수입산이든 먼거리를 달려온 농산물들이잖아요. »



<파리 인근 몽테쏭에 위치한 대형마트 까르프의 유기농(le bio) 코너. 2011년 여름, 이곳 까르프는 유기농 코너를 4배 확충했다.>

<까르프에서 파는 야채 및 과일들은 프랑스산 뿐만 아니라 스페인,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각지에서 수입된 농산물들이 과반수다. 이들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뿌리지 않았으니 유기농산물이긴 하지만 비닐포장과 장거리 운반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CO2 등을 고려하면 넓은 의미에서 결코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없다>


조제, 바바라, 실비, 모두 다 농업관련인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유기농 소비자이며, 유기농산물  소비를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환경운동, 사회운동을 실생활에서 실천하며,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연대를 지어 유기농 시장을 넓혀가는데 한몫하고 있었다. 식품 구매 형태에서도 동네에 3~4일마다 서는 장이든 아맙이든 직거래장터와 지역농산물 구매를 우선으로 하고, 대형마트나 대형 체인망을 가진 수퍼마켓을 멀리한다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유기농 시장을 움직이는 무서운 소비자들이었다. 

내가 전편에서 파리의 3구와 20구의 아맙을 비교했는데, 사실 두 지역을 선택한 기준은 빈부격차였다. 3구는 파리에서 부촌에 속하는 지역이고, 20구는 그 반대. 두 지역에서 유기농 직거래 장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접근하며, 어떻게 운영하는지, 두 지역의 직거래장터 운영에 차이가 있는지 한국 독자들이 직접 사례를 보고 선입견없이 판단하게 하고 싶었다. 내가 보긴 차이가 없는데, 독자들이 보기엔 어떠했는지 모르겠다. 유기농을 가격이 비싸서접근하지 못한다는 이들에게 파리20구에 아맙 장터가 파리에서 가장 많은 8개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다음 호에선 재배방식이 전혀 다른 두 프랑스 유기농 생산자, 생협(비오콥) 실무자와의 인터뷰를 다룬다.

 



[1] 프랑스 전국에선 동네마다 1주일에 1~2 장이 선다. 마을 중심에 장이 설만한 넓은 광장이 있으며, 야채, 과일, 고기, 생선, 어패류, , 옷장수들이 온다. 

[2] 통계는 2011 3, Albal TheConsumerView 통계연구소가 공동으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의 1,500가구, 스웨덴, 벨기에, 러시아, 오스트리아의 1,000가구 유럽 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3]프랑스에서 유기농산물 인증마크를 받기 위해서는 야채는 2, 과일은 3년의 전환기를 거친다.

[4] 2007, National Resources Inventory.



 '귀농통문'에 기고한 글 ('귀농통문' 2012년 봄,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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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ogie 친환경2012.11.13 07:39

프랑스에서 보내는 유기농 시장에 대한 기사 첫 편으로 아맙을 소개할까 한다.

아맙이란 ?

아맙(AMAP)이란 불어로 Association pour le maintien d'une agriculture paysanne의 이니셜로 농업 유지를 위한 협회란 뜻이며, 한 마디로 요약하면 회원제 유기농 직거래 장터라고 할 수 있다. 회원등록은1년을 주기로 하며, 지급은 선불, 한 아맙의 총 회원은 30~60명이다. 모든 회원들에게 전달되는 농산물은 동일하며, 가격은 주당 약 15€(한화로 약 22,500),  거래대상은 지역농산물(local food)이다. 야채와 과일 등 신선한 제철농산물이 주종을 이루지만 닭, 계란, , 사과쥬스, , 토마토 퓨레 등의 먹거리가 부수적으로 유통되기도 한다. 아맙 회원을 아마피앙(AMAPien)’이라고 부른다.

유기능 인증은 1년에 1회 유기농 인증기관에서 나와 흙과 농산물을 테스트하는데, 유기농 인증 여부를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 아맙도 존재한다.


<아맙 장터 사진>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소비자측의 장점

중간상인이 개입하기 않기 때문에 가격은 오로지 생산비에 따라 책정된다. 거래가 이뤄지는 장소는 공공건물의 한 귀탱이. 운송, 가게세, 점원들 월급, 포장 및 유통 마진을 건너뛴 탓에 소비자는 가격이 비싸서라는 이유로 주저했던 유기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생산자도 중간상인에게 내다파는 것보다 나은 보수를 받는다. 만일 시장가격에 급격한 변동이 온다해도 아맙 회원은 안정적으로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다.

생산자측의 장점

생산자가 유통업자의 가격흥정에 휘둘리지 않아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으니 그 이윤은 고스란히 재생산에 투자된다.  

1년 단위의 회원제로 운영되어 미리 일시불로 지급받기 때문에 생산자가 얼만큼 생산해야 하는 지를 예측하고, 계획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기후변화나 천연재해로 인해 생산량이 예기치않게 떨어진 경우, 농부 혼자 땅을 치고 우는 일은 없다. 회원들이 생산자를 이해하고 독려하기 때문이다. 파리 근교 북서부에 있는 까리에르 쉬르 센느(Carrière-sur-Seine ; 이하 CsS) 아맙에 물건을 공급하는 농부 드니 벨러이(Denis Beloeil)씨의 말을 들어보자.

벨러이 : « 아맙에 물건을 대기 전에는 식당에 물건을 대거나 시장에 나가 팔았어요. 식당은 제일 나쁜 고객이에요. 물건은 최상품을 골라가면서 가격은 제일 낮게 쳐주거든요. 게다가 지불은 물건 받고 80일 이후에나 줍니다. 아맙에 물건을 댄 뒤로 다른 거래는 다 끊었어요. CsS 아맙 바구니 35개 채우는 것만도 제겐 빠듯하거든요.  »

이분은 파리에서 동쪽으로  80km 떨어진 곳에서 농사를 지어 매주 금요일 저녁 (겨울엔 2주에 한 번) 과일과 야채를 용달차에 가득 실어 파리 서쪽 외곽인 CsC까지 100km를 운전해오신다.

필자 : « 아맙이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있어 어떤 점에서 좋은가요 ? »

벨러이 : « 대형상가나 수퍼마켓과는 다르게 아맙은 제철야채와 과일을 공급하기 때문에 농사를 짓지 않는 이들이 아맙에 나오는 물건들을 통해 계절을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야채와 과일의 진짜 맛을 발견할 수 있죠. 또한 아맙은 생산자가 농사를 안정적으로 짓도록, 농사에 전념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서리를 맞아서 농사를 망쳐도 수입에 큰 차질을 빚지않거든요. 실제로, 저는 빗물을 모아서 손으로 직접 밭에 물을 주는데,  지난 4월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어요.[i]  모아둔 빗물도 다 떨어져서 물을 주지 못했고 생산량이 떨어졌죠. 하지만 아맙회원들이 평소보다 가벼운 바구니를 가져가면서도 저를 이해해주셨어요. 여름이 되면 일손이 딸릴 정도로 생산량이 많아지는데 그땐 바구니가 가득했죠. 이렇듯이 어쩔 때는 바구니가 모자르고 어쩔 때는 넘치고 하면서 전체적으로 상쇄가 되는거에요. »


환경발자국이 적어 친환경적이다

노지에서 막 따온  채소와 과일의 신선도야 두 말 할 나위도 없을 뿐더러 계절채소를 생산하고,  생산물의 이동거리가 150km 이내이며, 포장 없어 장바구니에 바로 담아가니 친환경적이다.

못 생겨도 맛은 좋아

모양이 고르지 않은 것을 사지 않으려는 소비성향 때문에 농산물의 50%가 팔리기도 전에 거름통으로 직행한다. [ii] 작거나 무게가 표준미달인 것도 거래처에서 가져가지 않으면 역시 폐기처분의 대상이 된다. 아맙의 또다른 좋은 점은 이렇게 버려지는 채소나 과일이 없다는 것이다.  드니 벨러이 농부에 의하면, « A의 바구니에는 큰 토마토가, B의 바구니에 작은 토마토가 들어있다고해서 사람들이 불평하지는 않아요.  대신 A의 바구니에 작은 가지가, B의 바구니에 큰 가지가 들어가면서 상쇄되는거죠아니면 다음 주 바구니에서 A는 작은 토마토를, B는 작은 토마토를 받아갈 수도 있구요

소비자와 생산자의 직접적인 소통

생산자를 직접 보고, 대화를 나누며 구입하는 시스템이다보니 생산자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질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소비자의 의견이 바로 생산자에게 전달될 수 있고, 그때 그때 날씨변동 등에 따른 생산자의 노고가 바로 소비자에게 전해진다. 한 마디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믿고 소통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 ! 

1주일에 한번 모여 농산물을 받아가는 것 외에 아맙 회원들 사이의 활동은 전혀 없다. 하지만 다들 한동네 사는 이들이기 때문에 장터에서 주기적으로 마주치면서 대화도 나누고, 먹거리와 환경에 대한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만남과 소통의 아맙 장터는 생산자에게도 큰 즐거움을 준다.

파리 3구의 아맙에 야채를 대는 농부 프랑소와 드르몽(François Dreumont)씨는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125km 떨어진 피카르디에서 농산물을 싣고 온다. 예전엔 유기농 가게에 물건을 납품했지만 지금은 시장 2군데와 아맙 4군데에만 물건을 내다판다.


<드르몽씨 사진>


« 제가 아맙을 좋아하는 이유는 첫째, 소비자도 유기농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을 뿐더러 저도 가게에 내다파는 것보다 훨씬 나은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둘째로, 유기농가게에 납품할 때는 물건만 주고 돌아서는데, 아맙이나 시장에 오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할 수 있잖아요. 사람들 만나서 얘기 나누는게 좋아요. 여름엔 새벽 6~7시부터 밤 10~11시까지, 겨울엔 7~8시부터 저녁 6~7시까지, 다시 말해서 하늘에 해가 걸려있는 동안은 농사일 하느라 사람을 볼 수가 없어요. 농사일이라는게 주중/주말이 없어서 샐러리맨들처럼 주말이나 휴가라고 어딜 놀러갈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럴 돈도 없지만요. 지금 기자님하고 이렇게 마주앉아 인터뷰하고 있는 게 전 정말 좋아요. »

드르몽씨는 자기 밭에서 난 채소와 이웃의 사과를 싣고 오시는데, 이웃은 유기농 사과만  40종류를 재배한다고 한다. ‘사과만 키우시는 분의 사과를 한번 맛보고 싶었는데 저희가 인터뷰하는 동안 아맙회원들이 장을 다 정리했네요하자 드르몽씨는 그래도 남은게 있을꺼라며 비닐봉지를 찾아와 사과를 주섬주섬 담으셨다. 내가 1kg만 사고싶다고 했는데 드르몽씨는 내 사과도 아니고 이웃 사과인데..히히~ ‘ 하시더니 내게 그냥 가져가라며 주셨다. 사람만나는게 좋아서 주는거라면서.

자신은 농사일을 신념으로 한다면서계속 질문만 받던 드르몽씨가 날 보고 어째서 농업에 관한 기사를 취재하느냐고 물었다. ‘취재에 들어가는 시간, 비용, 보수를 보면 절대 못 할 일이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와 땅(지구)을 위해서 한다고 대답했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사과가 담긴 봉지를 내밀었다.

장이 서는 2시간 동안 물건을 나눠주는 일은 누가 할까 ?

CsS아맙에 물건을 대는 드니 벨러이씨와의 약속시간이 장 서기  2시간 전이었는데, 벨러이씨는 벌써 와서 용달차에서 궤짝을 혼자 내리고 있었다. 나도 가방을 내려놓고 벨러이씨를 도와 용달차의 궤짝을 다 내려드렸다. 장이 서기 15분 전, CsS 아맙을 4년 운영해온 후앙(Juan, 52)이 도착하자 벨러이씨가 그날의 바구니 구성을  후앙에게 설명했다. 후앙이 회원들에게 물건을 배부하기 때문이다.

파리 3구의 아맙 생산자는 내가 간 날 개장시간에 늦어서 도착했는데, 용달차에서 궤짝을 내리고 테이블에 진열하는 일체의 모든 일을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회원들이 했다. 내가 농부님과 인터뷰하는 동안 궤짝을 정리해서 용달차에 차곡차곡 싣고 차의 문을 닫은 것도 모두가 회원들이었다.  

소비자가 생산자를 이해하는 기회

회원들은 1년에 2번 생산지를 방문해 그들의 농부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노고를 들여 농산물을 얻어내는지 직접 볼 기회를 갖는다. 농부를 도와 밭에 물도 주고, 열매도 따는 등 생산자의 입장에서 일해볼 기회를 갖으므로써 자연과 환경, 농업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다. 벨러이씨가 손으로 물을 주며 재배하는 것을 알게 됐을 때, 회원들이 그의 노고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한다. 농산물 뿐만 아니라 공산품도 그렇고 모든 의식적인 소비의 첫걸음은 바로 생산과정을 알게 되는게 아닐까?

이 외에도 아맙이 추구하는 바는 안전한 먹거리와 미각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내고, 젊은 농부를 양성하며, 지역농산물 소비를 통해 생산물의 이동거리를 줄여 에너지를 절감시키고, 생태다양성을 존중하며 땅을 비옥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있다.

 


<아맙에서 건내주는 한 바구니>



Q & A )

1.   한 바구니에 무엇을 얼마나 주나요 ?

한 바구니에 채우는 야채의 종류와 양은 그때 그때 수확에 따라 달라진다. 토마토가 많이 익은 날은 토마토가 3kg, 사과 수확량이 많은 날은 사과가 3kg 나올 수도 있다. 아맙은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계절을 무시한 채소를 먹는게 아니라, 땅과 기후에 따라 농부의 손에서 자라난, 자연이 내준 열매를 먹기로 동의하는 계약인 것이다.  한 바구니는 보통 4인기준으로 책정되는데, 양이 많다면 반 바구니짜리 계약도 있다.  

위치

파리 3

파리 20구 쌍블레즈

파리 외곽 CsS

생산지까지 거리

120km

120km

100km

바구니 수

(=회원 수)

33

60

35

장이 열리는 시간

수요일 저녁 830~930

수요일 저녁

530~715

금요일 저녁

630~8

한 바구니의 내용물 (그날 그날 생산자의 수확에 따라 종류와 양 변동가능)

 

감자 1.5kg, 당근 500g, 엔다이브 600g, 단호박 4, 달착지근한 빵 2, blette 1,작은 피망 2, 큰 피망 2

감자 1kg, 1kg, 붉은양배추 반 개, 당근 1kg, 가지 500g, 사과 1kg, 상추 2, 1.

순무 1kg, 사과 1kg, 비트 1kg, 렌즈콩 1kg, 에샬롯(양파와 마늘의 중간) 500g, 마늘 1, 검은 무 1, 계란 6

한 바구니의 가격

15유로

15유로

15유로

(겨울엔 생산량이 적어서 13유로)

기타

사과, 고기, 빵은 별도로 계약서가 있다. 사과는 겨울철에만, 고기는 1년에 3(쇠고기 1, 돼지고기 2~3)

병에 담은 사과 쥬스와 토마토 퓨레를 한쪽에서 소량으로 팔고 있었다.

벨러이와 그 주변의 생산자들이 만든 토마토 잼, 밤 잼, 치즈, 시드르(cidre ;탄산사과주), 식초, 버섯 등을 소량 팔고 있었다.

 

2.   비회원인데, 아맙에서 장을 보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회원이 되고 싶지만 회원수가 초과해서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을 때, 아맙에 관심은 있지만 차편이 불편한 옆동네에 살아 아맙에 매주 오기가 힘들 때, 또는 매주 정해진 시간에 아맙 장터에 올 자신이 없는 사람도 아맙 장터에서 장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회원에게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3구 아맙같은 경우, 파장이 될 때서야 일반인에게 장을 보도록 허용한다.  CsS의 경우는 회원들을 위한 바구니를 미리 다 준비해놓고, 비회원에게 판매할 물건은 따로 모아 놓는다

3.   일이 생겨서 바구니를 찾으러 갈 수 없으면 ?

휴가를 가거나 부득이하게 일이 생겨서 바구니를 찾으러 갈 수 없으면 원칙적으론 돈만 내고 물건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생산자의 부당이득획득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회원들 사이에서 해결할 수 있다. CsS 아맙을 4년간 운영해온 후앙 왈, « 하루 정도는 바구니를 받아달라고 서로 부탁하면 됩니다. 하루 저녁 정도가 아니라  A가 몇 주 간의 긴 여름휴가를 가는 경우, B에게 그동안 두 바구니를 받아 먹으라고 하고, B가 여름휴가를 가는 동안 A B의 몫까지 두 바구니를 받아먹는 등 회원들끼리 서로 조율할 수 있어요. 돈만 내고 바구니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요. »

4.   협동조합인 비오콥(Biocoop)과 비교하면 ?

아맙의 제일 큰 단점은 생산자가 주는대로 받는다는 것일게다. 농산물을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골라가는게 아니고, 땅에서 그때 그때 수확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예컨데 순무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순무1kg을 아무 소리 않고 받아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아맙의 물건은 비오콥보다 저렴한 반면 농산물의 종류면에선 제한적이다. 필자의 경우,  비오콥을 애용하는데, 이유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만큼 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채소 및 과일의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버섯, 파스타, 곡류, 견과류, 두유, 두부,  치즈, 콩소세지, 피자 도우, 허브, 고기류, 차와 커피, 식용유, 소금, 설탕, , 밀가루, 식빵, 발아채소 등의 식료품과 빨래 및 설거지 세제, 스킨 로션  등 모든 제품을 구할 수 있다. 고기를 먹지 않는 필자에겐 채소와 곡류가 장의 주가 되기 때문에 우리 동네에 아맙이 생긴다면 아맙에서 장을 먼저 볼 적극적인 용의가 있다.

5.   유기농 생산자라는걸 어떻게 믿을 수 있나요 ?

Ecocert나 유럽 유기농 인증기관에서 1년에 1~2회 생산지를 방문해서 흙과 농산물을 표본측정한다. 생산과정이 불투명하면 아맙과 계약이 파기되기도 한다. 반면에 유기농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 관용적인 아맙도 존재한다.

 

아맙의 기원은 바로 일본?!

프랑스 아맙은 60년대 일본의 테이케이(提携 ; 협동이란 뜻)’에서 유래한다.  1957년에 수은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이 처음 나타났고, 농업이 산업화되면서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살포하자 이에 우려를 나타낸 일본 엄마들이  1965년 테이케이를 조직했다. 유제품 노동조합부터 시작한 테이케이 회원은 화학물질로 재배하지 않은 음식물을 제공받았다.

1971, 테이케이 창설자들이 만든 단체 중 하나로 JOAA(Japan Organic Agriculture Association ; 일본 유기농 협회)가 나타났다. 그러나 오늘날 테이케이는 원래 의미에서 많이 멀어져 도시중심적이 되었고, 유기농산물을 상업화하는 소비조합으로 변질되었다. 생산자와 직접 접촉하는 경우는 이제 거의 볼 수 없다.

60년대의 테이케이를 본따 프랑스에서는 2001 4월 오반뉴(Aubagne)의 한 주차장에서 바구니 32개로 시범거래가 있었다.  2004년에 일본의 테이케이, 영어권의 CSA, 프랑스의 AMAP, 퀘벡의 ASC 등이 참석하여 오반뉴에서 제1회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두번째 국제학술대회는 2005 12월 포르투갈의 팔멜라에서 국제조직 URGENCI 창립과 동시에 열렸으며, 이후 2008 2월말 오반뉴에서, 2010 2월 고베에서 각각 학술대회가 열렸다.

프랑스의 아맙, 일본의 테이케이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영국의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 공동체 지원농업), 퀘벡의 ASC(Agriculture soutenue par la communauté ; 공동체 지원농업), 벨기에의 GASAP(Groupes d’achats solidaires de l’agriculture paysanne ; 농산물 연대 구매 단체), 포르투갈의 Reciproco(상호적인), 네덜란드의 Pergola-associatie(페르골라[iii] 협회), 독일의Landwirtschaftsgemeinschaftshof(공동체 지원농업), 스위스의 Agriculture contractuelle de proximité (ACP ; 근거리 계약 농업), 루마니아의Asociatia pentru Sustinerea Agriculturii Taranesti(농업 지원 협회), 이탈리아의 GAS(Gruppo di acquisto solidale ; 연대 구매 단체) , 한국의 꾸러미 사업 등이 있다.

 

젊은이들이 주동하는 아맙, 농업의 미래를 바꾼다

2003년부터 본격적인 틀을 갖춘 아맙은 2007년말 통계로 750여 군데, 3만 가족, 9만명이 혜택을 받았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맙은 현재 프랑스 전국에 약 천 여 개,  파리와 인근지역에만 134, 파리엔 23개의 아맙이 있다. 아맙 회원이 되고 싶어하는 대기자만도 수두룩. 새로운 아맙 개설에 있어 문제는 생산자 확보가 관건 ! 파리의 아맙 중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20구에는 아맙이 가장 많아 7개가 있는데,  놀라운건 20구에 8번째 아맙을 만들려고 뛰어다니는 조제도, 2011 9월에 부촌 지역인 3구에 아맙을 만든 바바라도 모두가 20대란 점이다. (이들과의 인터뷰는 다음 편에서 다루기로 한다.)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지는 아맙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  20구 지역신문[iv]에 실린 쌍블레즈 아맙회원 쟝-로렁의 발언을 끝으로 글을 마감할까한다.

« 시엉스포(Sciences-Po)[v] 학생들과 계약을 맺었어요. 이 젊은이들이 훗날 중요한 자리에 오르겠지요. 아맙에 민감하다면 그들이 아맙을 전국적으로 발전시키겠지요아맙이 더 많아지면, 프랑스 농업도 책임있는 농업으로 바뀔 겁니다.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손에 쥐고있는거죠. »

 



[i]2011, 프랑스에 전국적인 가뭄은 6월까지 이어졌고, 사르코지 대통령은  비상대책 회의를 소집했었다.

[ii] 슬로우푸드 설립자 카를로 페트리니씨의 강연 . (2011 10 14, 파리 소르본느 대학)

[iii]페르골라 이태리어로, 기둥으로 받쳐진 평평한 지붕 모양의 정원 조형물이다. 대개 담쟁이덩쿨이 장식한다.

[v] 정치학 중심의 그랑제콜로서, 전통적으로 프랑스 정치,외교 분야 엘리트들을 배출해 소수정예 명문 교육 연구기관이다. 프랑스 역대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 외교관 주요 관계 정계 인사들의 거의 대부분은 학교 출신이며, 외에도 학계 재계는 물론 각종 국제기구들에서도 학교 동문들이 다수 활약하고 있다. (자료 : 위키백과)

 

'귀농통문'에 기고 (귀농통문 60호, 201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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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