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프랑스2015.08.24 22:28

지난 3 22일과 29, 파리와 리옹을  제외한 프랑스 전국에서 도의원 선거(les élections départementales)가 치뤄졌다.  어쩌다보니 본의아니게 녹색당  후보로 출마하게 되어 베르사이유 경시청에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선거 캠페인 전과정에 걸쳐 모든 일을 하는 바람에  프랑스인들도 다 모르는 선거법도 자세히 읽게 되었고, 선거자금이 어떻게 준비되고 유통되는지 선거를 둘러싼 일체의 준비 과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내가 후보로 나섰던 건 옆동네 녹색당 시의원의 추천사유 때문이었다.  « 정치는 정치가라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민주주의라고 봐. 그 때문에 나도 작년에 시의원으로출마를 했고, 시의원이 됐지. 나는 네가 녹색당 여성 후보로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너의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가 우리에게 몹시 필요해. 넌 아주 좋은 여성 후보야. » 이 동료의 추천을 받고 사흘간 고민했다.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는 사회라, 얼마나 좋을까 ?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출마를 결정했고 캠페인 내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에 이 동료의 추천사가 내겐 가장 큰 힘이 되었다.

프랑스의  행정 및 선거제도를 다 설명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지만 프랑스 녹색당을 소개하는데 앞서 프랑스의 행정적인 골격을 이해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되서 도의원선거와 관련된 사항만을 간략하게  소개할까한다. 이 골격을 보고나면 프랑스 녹색당이 프랑스 사회 전체에서 어디쯤 위치하고 얼마만큼 영향을 끼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예년과 다르게 이번 도의원선거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먼저, 도의원선거의 선거구 단위가 되는  껑똥’(cantons)의 수가 반으로 축소되었다.  다시 말해서 선거지구의 면적이 두 배로 늘어 자신이 거주하는 곳이 어느 선거지구에 소속되는지 투표 전에 확인해야했다. 여러 개의 꼬뮨(communes; )’이 하나의 껑똥을 이루고여러 개의 껑똥이 하나의  ‘데빡뜨멍(département; )’을 이룬다한 껑똥의  주민수는 약 10만명으로 껑똥은 행정적인 구획 단위데빡뜨멍은  지리적인 구획 단위다.  프랑스는 현재  시  36 700, 101, 지역(régions)  22개로 나뉘어져있다. 작년에 시의원선거, 올해 도의원선거, 올 연말에 지역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로, 이번 선거부터 도의원 명칭이 꽁쎄이 제네랄(conseil général)’에서 꽁세이 데빡뜨멍딸 (conseil départemental)’로 바뀌고임기도  3년에서 6년으로 늘어나고, 과거에는 한 명의 후보였던 것이 « 여성의 정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 반드시 여자와 남자가 한 팀이 되어 출마하는걸로 바뀌었다. 내가 도의원선거 개편 상세를 말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는 남성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여성의원과 남성의원이 동일한 비율로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각각의 후보는 동성의 대타후보가  있어야하므로  41조가 되는데, 한 껑똥이 걸치고 있는 여러 시에서 서로 다른 정당의 후보 넷이 공동의 선거공약을 만들어 출마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고 좌파와 우파가 손을 잡는 경우는 없다. 좌파든 우파든 소수정당들이 여럿 있으므로 좌파는 좌파 내에서, 우파는 우파 내에서 결합한다.  아버지에서 딸로 이어지는 르펜(Le Pen)  대를 물려 거의 독재체제로 군림하는 극우파는 어느 누구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극우정당 후보들은 선거포스터만 걸었을 뿐 (돌 맞을까봐 ?) 선거 캠페인도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별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선거포스터가 훼손당한 경우는 대부분 극우정당의 포스터들이었다. 프랑스는 지금 극우파가 일어나는 배경과 원인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성 중이다

 

녹색당은  도의원 선거에서 좌파의 대표격인 사회당(PS: parti socialiste)과 손을 잡지 않기로 애초에 당 차원에서 지침이 내려왔었다. 사회당의 올랑드가 대통령으로서 그다지 좌파적이지 않은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겉만 좌파 속은 우파라는 조롱을 받아왔고그에대한 보이콧이었다. 제 갈 길을 제대로 가지 않은 정당의 결과는? 그렇다. 참패였다. 국민의 믿음을 져버린 뻔한 결과였다. 그리고 우파와 극우파의 대승이었다. 국민 앞에 철저하게 선거로 재판받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다.

2차선거를 통해 당선된  4 108명의 도의원 중 녹색당 소속은 전국에서 딱 3!  녹색당의 당지침과는 역설적이게도 사회당과 손잡은 보르도의 녹색당 후보들이었다. 사실 프랑스 남서부는 대규모로 농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연대감이 그무엇보다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우파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사회당의 터다.

 

프랑스 녹색당의 정식 명칭은 ‘Europe Ecologie Les Verts’ ‘유럽 친환경 녹색당이란 뜻이다. 2008년에 그냥 녹색당(Les Verts)’이라고 시작했다가  2009년에 유럽선거를 앞두고 유럽 친환경(Europe Ecologie)’이란 이름으로 바뀌었고, 2010년에서야 ‘Europe Ecologie Les Verts (유롭 에꼴로쥐 레베르)’란 명칭으로 바뀌었다. 정회원은 약 1만명, ‘조합원(coopératifs/ coopératrices)’이라고 불리는 준회원이 2013년까지만도 2만명이었는데 현재 1400명으로 줄었다.  녹색당 조합원이란 다른 정당에는없는 독특한 시스템인데, 녹색당을 지지하는 친환경주의자이지만 직접적인 정치적인 활동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는 이들이다. 녹색당  회의에 참여할 수 있고, 의견을 낼 수도 있지만 투표권은 없다. 반면, 선거에 녹색당 후보로 나서는건 가능하다.

회비를 낸 정회원수로 프랑스의 각 정당의 규모를 가늠해볼까 ? UMP 우파가 압도적으로 많아  270 000, 그 뒤를 잇는 정당은 다름아닌 극우정당으로   83 000. 공산당이 사회당보다 더 많은 정회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공산당 정회원이 7만명, 사회당이  6만명. 기타로 민주적 운동당이 2만명, PRG 좌파와 녹색당이 각각 1만명, 멜랑숑이 이끄는 극좌파가 9천명 등이다. 어느 당이든 당수가 신임을 얻지 못하면 내부분열이 일고 지지가 주는 법이다.

궁금해할 것 같아 내가 뛴 선거 캠페인의 결과를 말하자면, 두 달간의 선거운동 기간동안2280유로의 선거자금을 썼으며 (한화로 34십만원), 전체적으로 50%를 밑도는 선거율 속에서1차선거에서7.30%의 지지를 받았고, 우리 선거지구에서 출마한 일곱 팀 중에 4위에 올랐다. 지난 해 내 파트너가 시의원선거에  녹색당 대표로 출마해  3%의 지지를 받고 일곱 팀 중에 꼴찌를 한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국회로 갈꺼냐고 농담삼아 물어오는 분들이 계신데, 계속 정치활동을  할 생각은 없고, 친환경 시민운동을 전개하는데 역점을 두고싶다. 녹색 전환 연구소에 이보다 더 정치적인 글은 앞으로 쓰지 않을 것을 약속하면서 첫글을 마친다.

 

사진 설명: 이블린(Yvelines)의 녹색당 도의원선거 출범식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념촬영. 참고로, 이블린은 파리 서쪽에 위치한 데빡뜨멍(도)으로, 이곳의 수도는 베르사이유다.

프랑스 녹색당 공식 사이트 : http://eelv.fr/


녹색전환연구소 해외소식 6월호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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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France 프랑스2015.05.15 06:17

지난 3월 하순, 프랑스에서 치뤄진 도의원선거(les élections départementales)에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다. 내 생애 첫 출마였을 뿐 아니라 첫 선거캠페인이었다. 2015년 도의원선거는 여성의 정치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 1명의 후보 대신 반드시 한 여자 후보와 한 남자 후보가 1조가 되서 출마하도록 바뀌었고, 각 후보마다 같은 성별의 대행인이 있으니 총 4인1조, 임기도 3년에서 6년으로 바뀌었고, 선거구의 대대적인 재정립이 따르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쩌다보니 후보 제안을 받았고, 어쩌다보니 4인1조임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이 시간날 때마다 가끔 조금씩 도와주긴 했지만 1월 중순부터 약 두 달간 선거 캠페인을 풀타임으로 혼자서 거의 다 도맡아했다. 베르사이유 경시청에 선거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인구 5만명, 선거인 900명이 거주하고 있는 우리 선거구 선거 공식 게시판에 포스터를 다 붙이고 다녔고, 우리 후보의 페이스북 페이지, 인터넷 홈페이지, (옆동네 녹색당 후보의 스케줄을 포함해서) 6회의 시민들과의 자리 스케줄 잡기, 언론자료 작성, 이메일링, 선거 포스터 사진 촬영, 전단지 내용 문구 작성 등 지긋지긋하리만큼 도맡아한 일이 많았다. 선거가 끝난 지금은 다음 주에 회계사와 만남에 앞서 선거자금 뒷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두 달 후면 국가에서 선거자금 감사가 나오는데, 그때 2명의 후보 중 대표로 내가 감사에 응답을 하게 된다. 


이렇다보니 경험이 없어서 좌충우돌했지만 프랑스의 선거법 조항을 유심히 읽게 된 계기가 됐고, 선거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준비되는지 여느 프랑스인보다 더 잘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일을 같이 하다보니 사람을 제대로 다시 보게 된 인간도 몇몇 있었고, 반면에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멋진 친구들을 알게 된 기회이기도 하다. 


더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 형식적이지 않은 연설


지난 5월 10일에는 아무런 준비없이 정말 우연히 들린 녹색당 Conseil Fédéral 회의에서 어안이 벙벙해진 놀라운 경험을 했다. 9일과 10일, 연이틀간 하루 종일 치뤄졌던 Conseil Fédéral 이 나는 사실 뭐하는지 모임인지도 모르고, 단상에 올라가기 전에 발표자 등록을 해야한다는 것도 몰랐다. 프랑스 전국에서 모인 녹색당 회원들이 모인 회의라는 것밖에. 내가 있던 일요일 오전에 휴식시간도 없이 9시부터 12시반까지 프로그램이 돌아가는데 이 자리에서 12월에 있을 프랑스 지역선거의 각 선거구 녹색당 대표들이 투표로 선출됐다. 

일요일 아침에 최근 여론의 도마에 오른 Loi de reseignement 에 대한 토론이 있을꺼라고 해서 갔는데, 동료가 프로그램을 착각했는지 새 법안에 대한 토론은 없었고, 지난 도의원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에게 3분간 자유발표 시간이 주어졌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맨마지막에 단상에 올라가 내가 느낀걸 말하고 내려왔다. 그곳을 뜰 때까지 몇몇 사람들이 복도에서, 화장실에서 나를 지나치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내 발표가 멋있었다고 그러는거다. 이해가 잘 안갔다. 내가 단상에서 내려올 때, 사회자가 "더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고 한건 기억이 난다. 나에게 칭찬을 하는 사람에게 마침내 물어봤다. "나한테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지금 3번째인데, 내 연설이 뭐가 좋았어요? 뭐가 마음에 들던가요?" 답하기를, "신선했어요! 체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였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형식적인게... 주저하지말고 연설(발표)하세요." 하더니 갔다. 나 감동 먹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한거지?


Conseil Fédéral 에서 3분간 연설 중



정치는 '정치가'라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게 아니라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것 


한국인 친구들은 '오, 프랑스 정계 진출!'이라고 띄우는데, 무엇보다 우리 선거구에서 여성 후보로 나서려는 사람들이 없었던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후보 제안을 승락하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던 것은 내가 정치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를 후보로 추천한 동료의 추천사유 때문이였다. 

"나는 정치적인 감각도 없고, 정치적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이고 감성적인 인간인데, 어째서 나를 후보로 추천하느냐" 물었더니 그 친구 말이, "정치는 '정치가'라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민주주의라고 봐. 그 때문에 나도 작년에 시의원으로 출마를 한거고, 시의원이 됐지. 나는 네가 녹색당 여성 후보로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너의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가 우리에게 몹시 필요해. 넌 아주 좋은 여성 후보야." 이 동료의 추천을 받고 사흘간 고민한 뒤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출마를 결정했고, 캠페인 내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에 이 동료의 추천사가 내겐 가장 큰 힘이 되었다. 


3월 22일, 50%도 넘기지 못한 저조한 선거률 속에서 우리는 1차선거에서 7.30%를 끌어냈다. 일곱 팀의 후보 중 4위였다. 내 파트너였던 남자 후보가 작년에 녹색당 시의원 후보였는데, 39명 1조로 출마해서 고작 3%를 받고, 선거후보들 중 꼴찌를 했던 기록에 비하면 투표인 거주지역이 두 배나 넓어진 올해, 매우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내가 뛴 첫 선거캠페인이자 첫 출사표 치고는 무척 좋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히 열심히 뛴 내가 자랑스럽다. 



살다보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순간들이 가끔 찾아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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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