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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9 Henry, 엉히? 앙리?
France 프랑스2007.07.09 18:12

불어 단어를 우리말로 독음을 달아가며 불어 공부를 하는건불어 발음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불어를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어로 된 단어를 한국에 소개하는데는 불어의 한글 독음이 불가피할 때 있다. 제일 흔한 예가 상표명. 모나미, 로레알, 이브셍로랑, 라흐두뜨 등.TGV처럼 '고속전철'이라는 우리말로 번역이 될 때는 번역을 해서 쓰지만, 상표명은 같은 뜻을 가진 단어가 있다해도 상표명이 된 이상은 고유명사로 쓰이기 때문에 번역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프랑스인들의 이름이다. 이건 뭐 단어의 뜻을 찾을래도 사전에 안 나오고, 인명사전을 찾아야 나오는, 한 마디로 한국어로 대치 불가능이다.예를 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 니콜라 사르코지, 파스칼, 베르그송 등. <무한도전>에 출연을 승낙했던 세계적인 축구선수 앙리의 경우도 마찬가지.

 

엮인글에 가보면 나는 '엉히'라고 적었는데, 독자가 덧글로 질문을 했다. '앙리'가 아니냐고? '앙리'도 맞다. 한국에서는 발음기호를 기초로 한 알파벳 표기로 적고, 나는 발음이 나는대로 적는데서 오는 오차 때문이다. 쟈크 시라크를 '시라크'라 적으나 '쉬락'이라 적으나 어느 것 하나 틀렸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반면에 한국에 가서 내가 '엉히'라고 하면 아무도 못 알아들을 것이고, 프랑스에 와서 '앙리'라고 하면 역시 알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늘 아침, 남편에게 시험을 해봤다. "내가 '앙리'라고 하면 뭘 말하는거 같애?" 남편은 내게 몇 번이나 다시 말해보라고 시켰다. '앙/리! 앙/리!'하니까 남편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말고 "ah, un lit ! " 하잖는가.un lit란 a bed, 침대 하나라는 뜻이다. 앙리가 한국에 갔을 때, 한국인들이 자기를 '침대'라고 부르는 걸 발견하고 자초지종을 모른 상태에서는 속으로 얼마나 황당해했을까? ㅎㅎㅎ 하지만 누군가 불어를 잘 하는 한국인이 그에게 설명을 했을 것이고, 앙리는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반대급부로, 한국어의 'ㅎ' 발음을 프랑스인들은 못한다. 불어 발음체계에 'ㅎ'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인 '안도현'을 Ahn Do-hyeon으로 소개하면 영어권 사람들은 '안도현'으로 읽지만 불어권 사람들은 '안도연'으로 읽는다. 성씨를 An으로 썼다면 '엉도연'으로 읽을 지도 모른다. '안도현'이라고 다시 알려줘도 불어발음체계에 ㅎ 자체가 존재하지 때문에 프랑스인들은 '현' 발음을 내지 못한다.

 

그럼 '엉히'의 '히'는 어떻게 가능할까? 불어 R발음에 있다. 불어의 R발음은 영어의 R과는 달라서 목구멍으로 바람을 뿜어내면서 그 통과되는 바람이 목젖을 흔드는 소리다. 흔히들 가래끓는 소리라고들 하는데, 불어 발음 중에 가장 어려운 발음이 바로 R이 아닌가 싶다. 단어 속에에서 발음되는 R을 적으려면 -바로 그 정확한 발음은 아니지만- 그나마 리을 보다는 히읗에 가까운 것 같다. 그렇다면, 도현을 Do-ryeon이라 하면 될까? '도흐연'이라고 발음할테니 '도연'보다는 본토발음에 가깝겠지만 문제는 영어권 사람이 이걸 읽으면 '도련'이라고 읽는다는게 문제다. (왠 도련님?)다시 말해서, 한국어 표기로 불어의 R을 제대로 표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반대로 한국어의 히읗을 불어로 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참고로 한국어의 '어'와 '으'도 영어나 불어로 옮기기 힘든 발음들이다. 아마도 일어를 제외하면 전세계 언어들마다 제각기 발음하기 힘든 발음체계가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 프랑스에 왔을 때, 여권에 적힌 내 이름을 프랑스인들이 잘못 읽는 바람에 호명되는 걸 알아듣지 못하고 빈 복도에서 2시간이나 기다렸던 적이 있다. 아까 들은 사람들의 이름이 다시 호명되고 있는데도 내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어디 목록 좀 봅시다. 제가 거기에 써있기나 한지."하고 물었지만 그는 목록을 내게 보여주길 거부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2시간이 지나 모두가 일을 마치고 갔고, 복도에는 아무도 없이 나밖에 남지 않았다. 그가 내게 이름이 뭐냐고 그/제/서/야/ 물었다. 진작 내가 목록을 보여달랄 때 보여줬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알고보니 그는 내 이름을 세 번이나 불렀다는거다 !!! 이름 석 자 중에 첫자와 끝자, 두 자를 잘못 발음하면 못 알아듣는게 당연하지. 더구나 나는 정씬데, 이걸 '마드모아젤 융'이라고 불렀으니, 내가 어떻게 알아듣겠냐고 ?!!!!

 

그럼 프랑스에 들어온 한국 기업들을 이곳 현지인들은 어떻게 부를까? 현대는 '윤다이'로, 삼성은 '삼쑹'으로 부르고 있다. 이들에게 '현대! 삼성!' 본토발음으로 또박또박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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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