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전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그 이후에(원제: Et Apres)>, 한국 번안 제목 <완전한 죽음> 영화판을 오늘 아침에 보고 왔습니다. 지난 수요일 1월 14일에 개봉했어요. 별 네 개 만점에 프레스 평가 1점, 관객 평가 2점을 받았습니다. 

 

원본 책을 10% 밖에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책에 써있는 내용의 90%를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거든요. 때문에영화관에 가서 보겠다는 독자들 있으면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습니다. 땅을 치고 후회하실 겁니다. '그래도 한번은 영화판을 봐야하지 않겠느냐' 하시는 독자들께는 DVD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권하고 싶어요. 기욤 뮈소의 책을 '참고'로 하되 아예 완전히 새로 썼다고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오죽하면 주인공 나단 빼고는 모든 등장인물의 이름이 개명되었을까요. 전처 '멜로리'는 '클레어'로, 의사 '갸렛 굿리치'는 '조세프 케이'로. 그리고 나단은 이민자가 아니라 '프랑스인'으로 나오구요, 나단의 엄마도, 클레어의 가족도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책 내용의 반이상이 사라진다는걸 감지하시겠죠?

 

그리고 영화 홍보 필름에 이미 나온 장면이니까 얘기를 해도 되겠지요, 나단과 전처가 만나는 사건도 완전히 개작됐습니다.책에선 나단이 물에 빠진 멜로리를 구해주고 난 다음 익사할 뻔하여 코마상태에 빠지는데, 영화에선 클레어가 물가에 나있는 다리(?)에서 발을 헛디더 물에 빠지지만 다리를 붙잡고 있어요. 나단에게 '가서 우리 부모님을 불러와'라고 말하자 나단은 디립다 뜁니다. 그러다 숲이 끝나고 도로가 나타나는 곳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코마에 빠지죠. 기욤의 책 <완전한 죽음> 뿐만이 아니라 <구해줘>에서도 마찬가지로 생과 사가 갈라지는 경계에서 생명을 구해준 여인과 평생 사랑하게 되는 운명에 빠지는 걸로 그려지는데, 영화에서는 이걸 완전히 개작했어요. 책에서 나타나는 긴박감과 긴장감은 영화 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굿리치 의사도 마찬가지. 책에서 보여지는 인간적인 모습은 온데간데 없지요.  

 

원본보다 나은 영화가 나오는 경우도 가끔 있기는 한데, 그럼 책을 안 읽고보면 후회하지 않을까? 역시 아닙니다.이 영화에는 등장인물의 심리적 변화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심리적 갈등의 원인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았습니다. 계속 책 얘기를 하게 되는데... 원저에선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유능하고 일 많은 변호사 나단이 갑작스런 의사의 출현으로인해 심리적 소용돌이에 빠집니다. 어렵게 잡았던직업상의 모든 약속을 무차별로 캔슬시키고 소속 법률사무소에 예고없이 절박한 2주간의 휴가를 얻어내지요. 근데 영화상에서는 그런 절박함이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미스테리한 의사가 결국 누군지를 알게 되는 장면도 의사의 한 마디로 드러내 버림으로써 관객에게 서스펜스 건더기 하나 남겨주지 않았습니다.또한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과의 대화가 시종일관 이어지기 때문에 영화전반적으로 -필요이상으로- 무거워요. 로망 뒤리는 영화 내내 낮은 톤으로 차갑게 얘기합니다.책에 나타나는 긴박감이 송두리채 빠지고 지루함만 남아있는 느낌이에요.그렇다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도 아닌데 말이죠. 큰 배우들을 기용한다고 잘 된 영화는 아니라는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네요.

 

감독: Gilles Bourdos

배우: Romain Duris, John Malkovich, Evangeline Lilly

 

참, 이 영화 초반에 거리장면 나올 때, 뒤에 지나가는 버스에 Richard Serra 전시광고 포스터가 붙어있어요. '얼마 전에 파리에서 크게 전시했을 때 봤지롱~ '싶어 반가왔더랬지요. ^^ 리차드 세라 전시에 대한 내용은 엮인글을 참고하세요.

 

자, 그럼 다다음 문단부터는 스포일러가 본격적으로 무쟈게 깔려있으니 이미 읽은 책과 영화판을 비교해보고 싶으신 외에는 스크롤을 삼가해주세요. (주의 : 스포일러 무진장 많음!!!)

--------------------------------

 

리뷰시작> 형편없는 평가를 받은 이 영화를 보러가나.. 마나.. 많이 망설였습니다. 영화관 갈 시간이 없는 처지에, '의무감'에 내 돈 내고 보러가나.. 마나.. 결국 애 아빠한테 애 맡겨놓고 바람 세게 불고 빗방울도 조금 떨어지는 일요일 아침, 헝그리 블로거 정신으로 혼자 나가 보고 왔습니다.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는 6주째 상영되고 있는 코엔형제의 Burn after Reading이나 데니 보일의 화제작 Slumdog Millionaire 였는데 말이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ㅜㅜ 

 

(주의: 바로 다음 줄부터 스포일러 천지임!!! 책을 읽었다해도 영화판 스토리를 알고 싶지 않다는 분은 당장 이 창을 닫아주세요.)

================================

 

원본과 똑같은 부분은 아래 11가지 요소들뿐(!)입니다. 겨우!!! :

1. 나단은 뉴욕에 사는 변호사며, 그는 이혼을 했고, 딸이 하나 있다.

 

2. 나단의 둘째 아기(아들)는 자다가 죽고, 아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일에 파묻히고, 아내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하여 이혼하게 된다. / 차이는 원본에는 아기가 엎드려 자다가 죽는데, 영화 속에서는 아이가 누운 채로 죽어 있어요. 죽은 사유를 전혀 알 수가 없다.

 

3. 어느날 왠 의사가 찾아와 바빠죽겠는 나단을 붙들고 벽에 걸린 백조 사진을 보며 백조는 켈트의 전설 속에서 죽음과 관련이 있지, 어쩌씨구리 알 수 없는 소리를 하고 사라진다.

 

4. 나단은 8살 때 죽을 뻔했다가 코마상태에 빠졌다가 살아난다.

 

5. 그때 나단을 상담했던 의사가 바로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던 의사다.

 

6. 의사는 죽을 사람을 보는 능력이 있으며, 사별했고,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사람들을 돌보는 센터를 운영한다.

 

7. 뉴저지의 바에서 일하는 여인은 아버지와 오랜만에 상봉하고, 어린 아이가 있으며, 나단은 여인에게 목돈을 준다. 그리고 목돈을 주러 은행에 가는 날, 여인은 무차별 총격의 희생자가 된다.

 

8. 나단이 딸을 데리러 의사와 함께 전처네로 온다.

 

9. 딸과 의사와 함께 뉴욕가는 공항으로 가다가 전처를 다시 보겠다고 돌아간다.

 

10. 전처 주위에 빛이 도는 걸 목격하게 된다.

 

11. 나단은 메신저가 되고 전처에게 돌아온다.

 

 

나머지는 너무나 달라서 하나하나 세자면 날이 샐 듯.. ㅠㅠ

 

1. 부인의 이름은 '멜로리'가 아니라 '클레르'이며, (딸 이름은 원본도 영화에서도 기억이 가물가물)

 

2. 의사의 이름은 '갸렛 굿리치'가 아니라 '케이(Kay)'로 나오고,

 

3. 부인 가족과 나단의 가족 이야기를 하/나/도/ 등장하지 않을 뿐더러 언급도 없고, 그러니 그와 관계된 모든 이야기들이 싸그리 사라졌겠죠? 뉴욕의 아파트를 갖게 된 사연이나 죽자사자 유명한 변호사가 되려고 발버둥치게 된 사연 등등 모조리 안 나옵니다. 장인어른이 알콜중독이 되어 자동차 사고를 내는 이야기도 당근 끼어들 자리가 없구요. 그걸 위장하려다가 주유소에서 협박팩스를 넣는 장면도, 그걸 절친한 비서와 협박에 협박으로 대응하는 장면도 다 없습니다. 

 

4. 나단은 프랑스인이며, (으흠???) 유능한 완벽주의자 변호사라는 점은 전혀 언급이 없슴.

 

5. 원본에는 안 나오든데, 아침에 일어나 나단이 손이 저린다. 과로 때문이려니..하는 멘트가 하나 지나감.

 

6. 나단과 일하는데 죽이 잘 맞아 뉴욕까지 따라오게 된 비서는 영화 초반에 '의사가 찾아왔다, 딸이 전화했다'하는 장면 외에는 언급이 없고,

 

7. 어렸을 적에 물에 빠진 전처를 구해내고나서 익사할 뻔한 이야기도 완전히 새로 썼어요. 어느 여자애가 물가에서 놀다가 다리를 헛디어 물에 빠질 뻔하고, 불어만 하는 -그니까 서로 말이 안 통하는- 남자아이가 여자애를 구하려다가 여자애 부모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하러 뜁니다. 뛰다가 숲에서 도로로 통하는 지점에서 그만 차에 치어 코마상태에 빠지죠. 둘은 처음 보는 사이인데, 여자아이는 코마상태에 빠진 남자아이를 매일매일 찾아옵니다.

 

8. 굿리치의사가 나단을 데리고 메신저로서의 능력을 보이는 첫장면이 원본에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상인데, 영화 상에서는 뉴욕의 한 전철 승강장임. 그것도 나단이 '헛소리'로 취급하고 전철역에서 나오려고 하는걸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생겨 운명처럼 자살장면을 목격하게 됨.

 

9. 두 번째로 굿리치는 뉴저지의 한 바에서 일하는 여인을 찾아가보라고 하죠. 이 여인에 대한 스토리로 완전히 새로 썼습니다. 뉴저지의 바에서 일하는건 맞는데, 영화 속에서는 나단의 절친한 대학 친구로 나옵니다 (황당)! 여자가 한눈에 바로 나단을 알아보죠. 러시아인인 여자의 아버지는 원본에서처럼 감옥에서 바로 나온게 아니고, 캐나다에 사는데 딸과 연락이 끊긴 채로 있다가 케이 의사가 쌍방에게 사진과 연락처를 편지로 주어 연결을 시켜주지요.

 

10. 이 여자의 아버지가 먼저 죽는 것은 맞습니다만, 영화 속에는 사인이 전혀 다르죠. 여인의 친구가 출산한 걸 축하하려고 러시아인들이 모여 파티를 여는데 나단이 초대도 없이 나타납니다. 파티 도중에 자꾸 전기가 나가자 여인은 두꺼비집을 만지요. 나단이 '위험하니 손대지 마라. 부탁이다'. 불이 들어왔다가 다시 나갔을 때, 여인의 아버지가 두꺼비집을 만졌다가 그 자리에서 즉사합니다. 

 

11. 여인에게 돈을 주기로 한 나단은 은행에 동행하는데, 원본에서는 여인이 아이와 함께 은행에 오고, 구급차 팀들이 엄마잃은 아이를 데리고 가지요. 근데 영화에서는 여인이 나단과 둘이 은행에 옵니다. 아이는 어떻게 되는지 전혀 얘기가 없지요.

 

12. 이혼한 전처 주위를 도는 부자 친구(이름이???)인 대학동창도 전혀 안 나옵니다.

 

13. 말로리는 사회활동에 열심인데, 영화 속의 전처는 식물만 돌보는 자연주의자에요.

 

14. 의사 케이가 전처의 모친을 찾아가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원본에는 언급도 없는데..

 

15. 딸래미를 데리고 오는 날, 원본상에는 하늘이 어둡고 비가 오는데, 영화촬영장이 비 한 번 안 내리는 지역인가 봅디다.

 

16. 먹성좋은 의사의 성격이 영화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으며, 의사네 집이 나오는 일도 없어요.

 

17. 나단이 어릴 때 치료했던 의사였다는 사실을 의사가 직접 말로 썰합니다.

 

18. 딸을 데리러 '같이 가자'는 제안에 원본에선 의사가 '내가 왜???' 하는데, 영화상에선 아무런 태클걸지 않고 바로 동행합니다.

 

19. 원본에서는 딸래미를 의사에게 맡겨 뉴욕으로 먼저 가게하고, 나단은 전처에게 돌아와 쌓인 얘기를 하고 그날 밤비행기로 뉴욕에 오지요. 근데 영화는 이걸 완전히 새로 썼습니다. 딸래미와 함께 전처에게로 돌아오고, 의사에게 먼저 뉴욕으로 가라합니다. 의사는 뉴욕으로 안 가고 공항 근처 모텔에서 묵지요. 나단은 전처와 얘기를 나눈 뒤, 딸래미와 함께 그 집에서 낡은 의자에 페인팅을 하며 '세월아~ 가거라~' 느긋하게 지냅니다. 에이전트의 비서가 전처네 집으로 전화해서 응답기에 나단을 찾는 메시지를 남기는 걸 빼면 뉴욕은 더이상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아요.

 

20. 원본에서는 창문 앞에 서있는 전처 주위에 밝은 빛이 도는 걸 역광으로 착각하지요. 그리고 곧 전처가 외출을 합니다. 근데, 영화 속에서는 햇빛이 쏟아지는 집 베란다에서화초를 돌보는 전처 주위로 밝은 빛이 도는 걸 보자마자 '앗, 이거 의사가 말한 바로 그 밝은 빛!!!'이라는 걸 알아채고 의사에게 바로 전화를 합니다. 의사가 뉴욕이 아니라 공항 근처 모텔에 있다고하자 부인에게는 말도하지 않지않고 차를 타고 사라지지요.

 

16. 원본에서는 의사를 찾아가 자신이 메신저가 됐다는 걸 알게 되고는 생이 얼마 안 남은 전처를 마지막까지 사랑해주리라 마음먹고 돌아오는 장면에서 끝이 나는데, 영화 속에서는 말도 하지 않고 사라졌다가 돌아와서 전처와 창밖을 보며 대화하며 끝납니다.

 

 

신고
Posted by 에꼴로

기욤 뮈소의 <그 이후에> 또는 <완전한 죽음>을 영화로 만납니다!2008년 10월에 개봉한다더니 크리스마스로 연기됐다가 2009년 1월 19일로 개봉일이 또 한번 연기됐습니다. 맛배기 화면, 함 보실까요? ^^

 

영어버전

Plus d'infos sur ce film

 

불어버전

Plus d'infos sur ce film

 

아래는 동일 사이트에서 스크랩해온 영화 포스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고
Posted by 에꼴로
France 프랑스2008.10.13 17:23

2008년 4월, 뮈소의 신작 <널 찾으러 여기 왔어>발간 기념으로 독자와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내용이 길어서 원문은 생략하고 번역해서 올립니다. (아.. 이 중노동 ㅠㅠ)

 ----------------------

뮈소: 안녕하세요. 이른 오후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제롬: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미국에서의 체험이 작품에 무척 많이 배어나오는데요. 프랑스에서, 특히 프랑스의 지방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상상의 문이 미국을 통해서만 열리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뮈소: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거의 모든 제 소설들은 다 뉴욕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지요. 뉴욕은 뭐든지 다 벌어질 수 있는 곳이라는 인상을 주거든요. 하지만 다음번 소설에서는 반드시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될꺼에요.

 

크픽토리: 안녕하세요, 뮈소 선생님. 무척 존경하고 있어요!!! 선생님의 소설에는 운명이라는 개념이 늘 등장하는데요. 자유의지를 믿으십니까?

 

뮈소: 고맙습니다. 삶과 행동은 어떤 장애물에 의해 바뀔 수 있지만 다행히 자유를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오로르: 한 인터뷰에서 말씀하시기를, 소설 평이 나쁘게 나오면 선생님 경력에 타격을 입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신다고 하셨어요. 늘 그걸 염두에 두시나요? 대중을 상대로한 글쓰기 열정을 언젠가는 끝내야겠다고 생각하세요?

 

뮈소: 말씀하신 인터뷰가 기억이 나지 않네요. 매번 소설을 쓸 때 최대한 진지하게 쓰려고 늘 노력하고 있어요.

 

베르나르쿠: 작가님의 비블리오그라피에 왜 첫소설 <스키다마링크>를 전혀 언급하지 않으시는건가요?

 

뮈소: 그 소설을 2001년에 썼죠. 모나리자가 도난당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한 스릴러에요.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첫소설을 특별히 아끼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 이야기를 좀더 현실적으로 다시 써보려고 해요.

 

아유미: 얼마 전부터 저를 놓지 않고 쫓아다니는 질문이 하나 있어요. 선생님의 소설은 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시는데요. 왜지요?

 

뮈소: 사실은 제 소설은 죽음보다 삶에 대해 훨씬 많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죽음을 피할 수 없는거라는 걸 깨닫게되면 현재 이 순간을 좀더 밀도있게 살아가도록 자극하고, 매번 과거를 돌이켜보지 않도록 하며, 미래의 환영 속에서 헤매이지 않도록 하지요.

 

프랑소와: 에단과 공통점이 있다면?

 

뮈소: 제 소설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등장인물과 저하고 어느 정도 닮은 점들이 있어요. 마치 프리즘같은거죠. 그렇다고 제가 제 자신에 대해서 쓰는건 아니에요.

 

아멍다: 가난함에 대한 수치를 아시나요?

 

뮈소: 잘 몰라요. 운이 좋았죠. 하지만 이해는 한다고 생각해요.

 

카츠: <널 찾으러 다시 왔어>를 발간되는 날 사서 밤새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삶 중에서 다시 한번 했으면..하고 바라는 것이 있으신지요?

 

뮈소: 현실에 만족하는 철학같은 걸 갖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만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인생이 어떻게 굴러갈까 하고 가끔 자문할 때가 있어요.

 

제롬: 선생님의 성공한 작품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소재, 천편일률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데요. 다른 욕심이나 다른 생각을 품고 계신지요?

 

뮈소: 다음 번 소설은 완전히 다를꺼에요. 프랑스를 배경으로 다수의 코믹한 순간들이 등장할꺼에요.

 

제롬: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너를 아끼고 도와주는 일, 이건 아마도 내가 지구상에 태어나서 맡겨진 임무일꺼야'라는 구절이 있잖아요. 선생님은 기욤 뮈소로서의 임무는 무엇일꺼라고 생각하세요?

 

뮈소: 아마도 독자들을 위해 좋은 이야기를 써주는 것이겠죠!

 

나덩: 선생님도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고 싶거나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을 때가 있나요? 예를 들면 누가되고 싶으신지?

 

뮈소: 모든 사람들이 이미 사는 순간 속에서 무엇인가를 꿈꿨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우리가 되지 못한 것을 사랑한다'라고 알베르 코헨이 말한 것처럼요.

 

로린: 글쓰게 동기가 뭐였나요?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받으시나요?

 

뮈소: 어머니가 도서관 사서로 일하셨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책 속에서 살았어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제가 15살 때 저희 불어선생님께서 주최하신 글쓰기 대회 이후로 가졌구요. 영감에 대해서는 세상과 사람들을 응시하는 것, 독서, 영화 등 어디서든 영감을 받아요. 

 

루씨: 안녕하세요, 기욤. 먼저 선생님의 소설들에 축하드려요. 영화로 만들어진 <그 이후에>에 만족하시는지 궁금해요.

 

뮈소: 그 영화는 프랑스에 10월에 개봉될꺼에요. (역자 주: 12월 24일로 변경됨) 로망 뒤리, 존 말코비치, 에반젤린 릴리 등 캐스팅이 화려해요. 앞부분 화면들이 매우 기대할만 합니다. 독자들이 사랑해주셨던 소설 속의 감정과 스릴러를 제대로 담아낸 영화가 될꺼에요.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신고
Posted by 에꼴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리 살면서 <파리> 영화를 이제사 봤습니다. 영화평이라 하기는 그렇고 여기 사는 사람으로서 왠지모를 의무감 비스무리한 후기를 올려봅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파리/텍사스> 등등파리가 제목으로 대대적으로 들어갔거나 <아멜리에> <Un long dimanche des fiancailles>처럼 파리가 주배경으로 등장하는 등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참 많습니다.다 못 봤습니다만..참고로 <사랑해 파리(Paris, je t'aime)>는 여직껏 못 봤습니다. Video Futur 비됴샵에 없네요. 조만간 인터넷 영화대여샵을 통해서 수중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

 

여튼 <파리>에는 등장인물이 산만스럽게 많습니다. 굵게 두 인물을 중심으로 흘러가지요. 심장병으로 죽을 날이 하루 이틀 남은 물랑루즈의 댄서 삐에르(로망 뒤리)와 파리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꿰뚫고 있는 파리1대학 역사학자 롤렁 베르너이(파브리스 루치니). 삐에르와 그 주변인물은 평범한 서민층을 묘사하고, 롤렁은 'classe'라 불리는 상위층을 묘사하고 있더군요. 둘 다 제가 좋아하는 남자배우여서 -특히 파브리스 뤼시니는 제가 다섯손가락에 손꼽는 좋아하는 프랑스 남자배우여서요-아주 영화 즐겁게 봤습니다. 음핫핫~ 작설하고... 이 영화, 두 가지에 대해서 말합니다.

 

첫째, 정말 파리를 잘 묘사했을까?

네, 파리를 잘 그렸습니다. 제가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집이 없이 떠도는 SDF(Sans Domicile Fixe)로부터 SDF를 사회 시스템으로 동皐獵?assistant social(줄리에뜨 비노쉬 분), 아프리카에서 건너오는 불법이민자, 물랑 루즈의 댄서, 직원 개무시하고 수다스러운 빵집 주인, 새벽에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받아다가 일주일에 1~2번 열리는 장에서 소매로 파는 사람들, 패션쇼 모델들, 건축가, 대학교수, 허벌나게 깔린 학생 등 파리에서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민들을 하나씩 표본으로 끌어다 온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손님에게 대하는 표정과 직원에게 대하는 태도가 180도로 다른 빵집 주인은 과장한 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특히 빵집에서 새 직원을 구할 때, 머리가 뽀글뽀글한 여자가 와서 직원에 응모를 하는 장면 있죠? 깍쟁이같은 빵집주인이 '저쪽으로 좀 가있으라'며 기분나쁘게 굴지요. 알제리나 모로코 태생으로 보이는 여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당신 프랑스인이야?'라고 캐물어 보는 장면은 인종차별의 뉘앙스를 띄는 장면으로 사회문제를 집어내려는 모종의 의도가 있는 장면으로 보여요. 산만하긴 하지만 이 영화는 다각도로 파리를 담아보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사실 불법이민과 SDF 등의 파리의 사회문제, 빛나는 역사와 아름다운 도시와 건축물, 관광객들이 잘 가는 물랑루즈와 에펠탑, 패션의 중심지 등 모든 걸 담아내기는 실로 불가능하죠. 불가능한데, 이 영화는 그 복잡다단한 파리를 다각도의 시선에서 담아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는거죠. 예를 들어 <아멜리에>는 파리를 지나치게 낭만적인 도시로 그렸습니다.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그건 한낱 환상적인 영화 한 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아요. 반면에 <파리>는 엑스트라로 지나가는 역이라 할지라도 '어, 저 사람 나랑 비슷하네'하고 파리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영화에요. 뿐만 아니라 <아멜리에>가 팅커벨이 나오는 동화에 가깝다면 <파리>는등장인물의 직업과 계층 뿐만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도 -전형적인 모습은 결코 아니지만(!)- 파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실례들이에요.

 

둘째, 영화에 나온 배경들

신랑하고 나란히 앉아서 보면서 화면이 바뀌면 스틸켓 잡아놓고 '여기 어디게?'하고 알아맞추기 놀이하면서 아주 재밌게 봤어요.중심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영화에 나온 파리의 배경 설명 나갑니다. 이 놀이 직접 해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 부분 스크롤하지 마세요. ^^

 

삐에르와 누나 엘리즈(줄리에뜨 비노쉬)가 사는 곳은 18구 몽마르트르 언덕이에요. 파리는 평평한 땅이라 높은 곳이 없습니다. 유일하게 높은 언덕이 몽마르트르에요. 파리 안에서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곳이 세 군데가 있는데, 재밌는건.. 영화에서 이 세 곳을 동시에 조명하더군요. 몽마르트르사끄레꾀르 사원앞에 레티시아가 남친과 놀러가죠. 이때 롤렁은에펠탑에서 레티시아에게 연신 핸펀을 때립니다. 같은 시간,몽파르나스 타워꼭대기에 올라간 야채장사는 죽은 동료의 뼈가루를 이곳에서 뿌리죠.

롤렁이 파리1대학 교수라는건 영화에서는 설명이 나오지 않습니다만 배경보니까 알겠더군요. 생미셀과 뤽상부르그역 사이에파리 팡테옹-소르본느 대학(일명 파리1대학)이 있는데, 그곳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찍었네요. 강의실과 도서관 죽이게 멋있지 않습니까? 이 대학에서 언덕배기로 조금 더 올라가면 언덕(?) 정상에 팡테옹 건물이 있어요. 레티시아가 주로 차를 마시고 있던 바는 팡테옹-소르본느 대학을 등지고 섰을 때, 왼편에 있어요. 분수대 바로 앞이죠. 파리 안에 있는 대학들은 캠퍼스가 없이 이렇게 길가에 건물만 덜러덩~ 있습니다. 분수대가 있는 것만도 용치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롤렁이 한 카페에서 짱짱한 페이의 아르비를 소개받고 눈이 번쩍 뜨입니다. 이곳이 어딜까요..빨레 르와얄 정원입니다. 빨레 르와얄, 뤽상부르그, 몽쑤리, 몽쏘 등 도심 속에 이런 고즈넉한 정원이 도사리고 있는게 파리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롤렁의 형, 쟝의 아파트는 어딜까요? 13구에 있는미테랑 국립도서관쪽이에요. 도서관에서 남쪽으로 유리로 마감되어 있는 아파트가 있는데, 억수로 모던합니다. 미테랑 국립도서관을 설계한 건축가 도미니끄 페로의 전시가 이 달 말까지 퐁피두센터에서 열리고 있지요. 저는 쟝의 tete de lit(침대 머리맡에 세운 판대기)가 아주 맘에 들더군요. 쓰읍~

카메룬에서 밀입한 남자가 파리에서 날라온 엽서를 들고 실제와 대조해보는 장소는 줄리에뜨 비노쉬가 출연해서 너무나도 유명한 <퐁네프의 연인들>의 그 퐁네프구요.영화 마지막에 삐에르가 택시를 타고 파리를 한 바퀴 돕니다.18구몽마르트르에서 시작해서나씨옹(Nation)역 근처을 지나바스티유를 지나 -바스티유 광장 한가운데 우뚝 선 Genie de Bastille(제니 드 바스티유)에서 한번 앵글 돌려주고-13구를 살짝 지나 달립니다. 또 빼먹은 장소가 몇 군데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이 영화의 첫장면에 흐르는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의 그노시엔느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도 흐릅니다. 제가 연주한 버젼으로 올려봅니다. 한 5년 동안 피아노를 안 쳤더니 중간에 손가락이 한번 꼬였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


Gnossienne N°1, Eric Satie

Played by ecolo


 

신고

'France 프랑스 > Cinéma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강(Sagan)과 라몸(La Mome)  (0) 2008.10.04
Paris 파리  (2) 2008.09.16
다질링 리미티드  (0) 2008.04.30
Je vous trouve tres beau (참 잘 생기셨네요)  (0) 2007.02.14
Posted by 에꼴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De battre mon coeur s'est arrêté>란 프랑스 영화제목을 멋대로 번역해봤다. 저 제목으로 상영관에 사람끌기가 과연.. ㅠㅠㅋ 사실 제목의 심장이 멈춘게 아니라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 멈췄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란 피아노! 1978년에 만들어진 <손가락>이란 영화를 리메이크했다고 한다.

피아노를 치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피아노와 등을 돌린 톰은 어느날 우연히 어린 시절의 피아노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그의 천재적인 능력을 기억하고 있던 선생님은 명함을 건내주면서 오디션을 보러오라고 당부를 한다. 아버지와 함께 부동산소개업을 하면서 좀 드러운 짓을 많이 하며 살고 있으며 피아노 치던 손가락엔 이제 곰팡이가 피었다고 차마 말은 못하고 톰은 오디션을 보러 가기로 날짜를 잡고, 급하게 피아노레슨 선생님을 구한다. 프랑스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서 아주 약간의 영어와 중국말밖에 못하는 중국여자(링당팜)를 소개받는데 말이 통하나 이게.. 10년이상 건반을 두드리지 않은 굳은 손가락과 말도 안 통하는 레슨교습. 오디션은 다가오고 부동산소개업판에선 드러운 일이 끊이지 않는데...

톰역을 맡은 로망 뒤리2년 전에 개봉한 <L'auberge espagnole>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한층 물이 오른 74년생의 프랑스 배우. 사실 현재 프랑스 영화계에는 이렇다할 젊은 남자배우가 없다. 파릇파릇한 소피마르소와 함께 <붐>을 찍었던 뱅상 페레즈는 이제 머리가 슬슬 벗겨지고, 요즘 개봉되는 프랑스 영화의 반은 다 제라르드 파르디유(참고: 영화배우 중에 작년 최고수입을 올렸음)가 주연하는 판에 젊은 남자배우는 가뭄에 콩나기! 이 판국에 그래도 꾸준이 일 년에 한 편 이상씩은 주연하는 영화를 뽑아내는 촉망맏는 젊은 배우가 바로 호망 듀리다. 장난기 넘치는 표정에 느믈느믈한 연기가 압권! 해가 갈수록 병아리에서 수탉으로 커가는게 보여서 이제는 머리 세우고 눈썹에 힘주면 카리스마가 버쩍 서기도 한다. 위 영화에서는 직접 피아노 치는 장면을 연기해냈다. 무슨 역을 시켜도 다 잘 어울릴 것 같은 전망있는 배우다.

내 심장 뛰게 하는 건 아직 안 멈췄는데잉... 피아노만 갖다 주세요. 엉엉~
 
 
Réalisé par Jacques Audiard
Avec Romain Duris, Aure Atika, Emmanuelle Devos
Film français. Genre : Drame
Durée : 1h 47min. Année de production : 2004

+ 추가정보 : 이 영화가 2006년 세자르상을 휩쓸었군요. 최우수 감독상, 남우조연상, 최우수 프랑스영화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최우수 각색상, 최우수 영화음악상, 최우수 사진상, 최우수 편집상.
(2005년에 쓴 글)
신고

'France 프랑스 > Cinéma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루먼 카포트 Truman Capote  (0) 2006.03.15
뛰던 심장은 이제 멈추고  (0) 2006.03.08
프랑스 영화는 잼없다? 누가 그래!!!  (0) 2006.03.08
게이샤의 추억  (0) 2006.03.03
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