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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6 끝이 없는 마녀사냥
Actualités 시사2008.10.26 14:15

한국 기사를 보면 가끔 프랑스 기사에서는 가히 볼 수 없는 해외토픽감의 기사를 보게 된다. 진실이 아닌 일에 대한 단지 떠도는 '구설수(!)' 때문에 자살을 하거나, 인터넷에 올라가는 악플의 내용도 경악할 수준이고, 그렇다고 그 욕설더미에 자살을 하거나,정치인이 기자한테 욕설 한 마디 던진 것이 온 미디어를 떠들썩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말로 말을 잡는 마녀사냥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선 누구든지 구설수에 올릴 수 있으며, 누구든지 난도질할 수 있다. 구설수에 오르는 이유도 말 때문이고, 도마에 올린 이에게 내리치는 칼도 역시 말이다. 평가를 내리는 칼은 구설수에 오르는 말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잔인하다. 근데 그걸 인식을 못하는 듯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멀리서 미디어에 보도되는 잇단 사건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누구 한 개인의 특정한 문제가 아니라한국 전반에 퍼져있는 문화의 병적인 한 면이 보인다.잘못을 했든 단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든 타인의 무엇을 지적할 때, -지적하는 것 자체도 실로 참 조심스러운 일인데 critique(비판)과 jugement(주관적 판단)이 들어가게되면 상대가 감정적으로 상하게 된다. (한국어로 번역하고나니 '판단'이라는 단어의 해석상 이중성이 좀 걸린다.) 대화에서도 감정이 상하는데, 공개가 되는 글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화가 났을 때 critique과 jugement 없이 표현하는 법을 하긴 나도 프랑스에 와서 배우고 있다. critiquer하지않고, juger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한국에서는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9시뉴스를 비롯한 모든 매스미디어와 모든 사람들이 주관적 판단과 비판을 거침없이 하는데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문화 속에 있었기 때문에 그때는 전혀 의식도 인식도 하지도 못했다.

 

객관적인 지적이 되느냐, 감정적인 뒷담화가 되느냐는 비판과 주관적 판단, 독설과 비아냥이 가해지느냐 마느냐에 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네 가지에 길들여져있으며그 위험성에 대해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화가 났을 때 -또는 화가 안 났을 때 하는 건 더 비정상- 단순한 지적 이상으로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여, 상대가 잘못을 했다하더라도 그 말, 말, 말 때문에 불끈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잘못한 행위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잘못을 한 사람 자체를 비하하거나 비아냥거리거나 인신공격을 하는건 부당하다! 연배가 많든 직위가 높든 부모든 상대방의 가치를 상하게 하는 critique과 jugement을 할 권리를 가진 자는 어느 누구도 없다.

 

비판과 판단, 독설의 예를 찾는건 아주 쉽다. 한국의 인터넷 기사나 기자들의 블로그,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연예인들 홈페이지에 남긴 수두룩한 덧글을 뒤지면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컨데 "유인촌 장관, 완장 차니 눈에 뵈는 것 없나?"라는 기사 제목은 감정을 대놓고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매우 자극적인 비판이다. 한 정치전문기자의 블로그를 한 예로 들어보자. 블로그에 올라있는 문장만 읽어보면 욕만 안 했다 뿐이지 비아냥과 사람자체에 대한 비판이 가득한 그의 글은 고등교육을 마친 기자가 쓴건지 일반인이 익명으로 쓴건지 분간이 안된다.

 

  • 웬만하면 입 꼭 다물고 넘어가려 했는데, 열불나서 더는 못 봐 주겠네요. 그렇다고 누구처럼 욕할 수도 없고 이거 참...! -> 격한 감정이 거침없이 그대로 드러남.
  • 문광(狂)부의 창의력이 이렇게나 뛰어날 줄이야. 웁스~! -> 비아냥
  • 유인촌 장관 정말 큰 일 날 사람이로군요. -> 비판
  • 아무래도 문광부 장관이란 완장을 차고 보니 눈에 뵈는 게 없어진 모양입니다. -> 비판
  • 국민을 병신 만들고...얼마나 국민이 우습고 만만하게 보였으면...! -> 과장, jugement
  • 하긴 장관 완장 찼을 때부터 좀 유별나긴 했었드랬죠. -> 비판
  • "이게 어디 유인촌 잘못이겠습니까. 자식교육 잘못시킨 최불암 김혜자가 문제지." -> 비판하기 위해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유명인의 이름을 거론함. 최불암과 김혜자씨가 원하기만한다면 충분히 소송거리가 될 수 있슴. 만일 유장관이 출연했던 드라마와 연관지어 배우가 정치하는 사실 자체를 비아냥거릴 생각이었다면 최불암과 김혜자의 본명이 아닌 극중 인물이름을 적었어야 한다. 하긴 사소한 일에 거는 소송비가 아깝겠지? 그냥 웃고 넘어가자고?

(원본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91742)

 

 

사람의 발언이라는게 그렇다. 앞뒤 상황과 문맥 다 잘라내고 한 토막만 떼어 전달하면 얼마든지 왜곡이 가능하다. 왜곡이 가득한 기사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래서 '특종을 만/들/어/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불똥만한 기사거리가 초가삼간 태우는 큰불이 되는 것도 한국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왜? '누가 그러는데..'라면서 누군가에 대한 험담이 소재가 되면 그 소문은 마른 숲에 장작을 갖다댄듯이 퍼져나간다. 유장관이든 이대통령이든 그들이 어떤 말실수를 하고 실질적인 정책상의 실책을 했다해도 건축적인 비난을 해댔으면 좋겠다. 비난이랍시고 인신공격을 하거나 비아냥이 가득한 비판을 한다면 당신도 그보다 나은 사람은 결코 못된다는 걸 증명할 뿐이다.

 

+ 추가 : 몇 분 전에 유장관의 사과가 기사에 올라왔다. 역시나 내가 생각했던대로 TV에 나간 필름 이전에 유장관은 누군가로부터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격적 모독이라고 느낄 수 있는 발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누군가 그에게 극히 주관적이고 부적절한 비판을 했든가 모욕(insulte)을 한 것이다. 언론은 유장관 사냥이 목적이 아니라면 잘려나간 필름 이전의 상황을 보이라!

 

프랑스 같았으면 신문지상에 구석에 조각기사로 한번 실리고 지나갈 일인데, 한국에는 일면기사 다루는 듯한 분위기같다.만일 프랑스에서 같은 경우가 생겼다면 쪼가리 기사에 '왕년에 유명했던 스타 OO 문체부 장관이 감사장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에게 '씨팔'이라고 했다'라고 썼겠고,  그 말을 하기 전 상황은 어떠어떠 했다라고 설명이 나갔겠지요. 근데 그걸 사실 기사로 다루지도 않을 겁니다.

 

한국에서는 유인촌이란 장관이 -또는 문체부 장관이? 대체 어느 쪽에 더 타켓이 간건지 모르겠는데- '찍지말라'며 욕설을 한 사실로 스캔달이 성립되겠지만, 멀리서 볼 때는 그 욕설 하나로 온 미디어와 대중이 싸잡아 그를 힐책하고 비판하고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장관직을 그만두니 마니하는데까지 파장이 퍼져가게되는 그 '사회현상'이 상당히 낯설고 스캔달적이군요.

 

실례를 들면, 프랑스에 아주 최근 일인데, 정치계의 큰인물이 원나잇 스탠드를 했다는 기사가 떴어요. 그것도 정계에 있는 유부녀와 함께. 그나마 그가 앞으로 차기대통령후보 유망주였기에 기사화될 수 있었죠.공개적으로 부인과 아이들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부인은 "그 일은 이미 우리 두 부부의 과거에 있다"고 대답했답니다. 마음이 아주 넓은 부인이든가 힐러리처럼 남편을 차기대통령으로 만들 포부를 갖고 있든가 뭐 또다른 전제도 있지만 공개적으로 할 얘기는 아니네요. 이 사건이 한국같았으면 한 달을 끌고 도마질에 올랐겠지요. 각종 인터넷 기사서버에서 아마도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그 하룻밤에 일어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겠다고 덤비겠지요. 프랑스 온라인 기사에서는 그날 하루 다루고 끝났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하고 넘어갑니다. 악플이고 자시고 덧글 올릴 간도 없지만 그 정치인을 싸잡아 인신공격까지하며 헐뜯을 이유가 없어요. 며칠 동안 회자할만큼 중요도가 있는 문제도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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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