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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8 프랑스인들의 인간관계 (모임편) (1)
France 프랑스2007.06.18 16:16

프랑스인들의 만남은 한국인들의 것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 한국사람들이 모이는데 가면 신입회원이라고 말도 걸어주고, 새로운 회원과 떠나가는 회원들을 위해 환영식과 환송식을 해준다. 이 '뭉치자' 세레모니는 회원들 대다수가 날밤을 새우며 진탕 술을 마시는 걸로 끝장을 본다. 한국인들 모임에서 첫모임이 끝나고 그냥 집에 돌아가는 경우는 상상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가고, 헤어질 때는 전화번호를 -회사원이라면 명함을 교환하고, 때로는 집주소까지 적는다. 그렇다고 모 연락이 올꺼라거나 연락을 할꺼라거나 장담은 못하지만 말이다.

 

이런 모임에 익숙한 한국인이 프랑스인들의 모임에 가면 적응이 안된다. 우선, 신입회원이라고 말을 붙여주지 않고, 새내기가 오든 있던 회원이 떠나가든 환영식도 환송식도 없다. 모임이 끝나면 '다음에 봐요~'하고 다들 흩어져서 제 갈길을 간다. 오늘은 그래도 첫모임이니까 뒷풀이 비슷한 뭔가가 있겠지, 술은 한국처럼 많이 안 마신다해도 밥이라도 같이 먹겠지, 아니 적어도 차라도 한 잔 하겠지, 싶어 빈둥빈둥 남아봤자 헛수고다. (나도 해봐서 안다.) 어떤 모임이든 모임이 끝나면 '집에 간다'가 정답이다. 신입회원은 모임에 끼려고 적극적으로 제가 알아서 뛰어야 한다. 모임에 나오지 않는다고해서 '왜 지난 번에 안 나오셨어요? 내일 모임에 꼭 나오세요~' 아무도 연락주지 않고, 반대로 모임에 나오지 않는다고 제재를 가하지도 않는다. 탈퇴를 한다고 해도 어느 누구 하나 말리지, 아니 말려보지 않는다. 막말로 올래면 오고, 갈테면 가고. 처음 만나자마자 연락처를 주고 받는 것, 특히나 모든 회원의 연락처와 주소록을 만들어서 돌린다는 건 상상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집주소는 특히나 초대를 받았다거나 어디 여행가서 엽서를 보내내려고 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면 물어보지도 않고 적어주지도 않는다. 서로 대화가 되는 몇몇 사람들끼리 -그것도 여러 번에 걸쳐 보게 되었을 경우, 연락을 하고 따로 볼 뿐이다. 처음에 말이 잘 통했다고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겠지,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프랑스인은 누구와도 대화를 잘 나눌 수 있지만 그들에게 대화는 대화고, 관계는 관계다. 대화와 관계는 별개다. 어떤 작업을 통해서 모임이 진행되는 경우, 작업이 좋지 않으면 프랑스인들은 말도 걸지 않는다. 근데 사실 프랑스 모임에 친목모임은 극~~~히 드물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까지 순수친목모임을 본 적이 없다. 늘 어떠한 테마 하에서 모임이 구성되고, 모임은 그 테마 하에서 굴러간다. 내가 서울에서 만난 한 20대 중반 프랑스인은 프랑스에 있을 때, 또래의 4인구성의 음악클럽에서 10년째 활동하고 있었지만, 음악연습이 끝나면 바로 흩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한번도 뒷풀이를 한 적이 없단다. 그들과는 음악에 대해서 얘기할 뿐 사적인 얘기를 나누지 않는다고 했다. 4명밖에 안되는 그 모임에서, 그것도 10년째나 되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모임 뿐만이 아니라 학교도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도 어느 누구에게 신경쓰지 않는다. 모든 공고는 게시판을 통해서 나간다.할 사람은 하고, 말 사람은 말라 식이다. 제가 알아서 뛰어야 하고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같은 반 급우들과 오리엔테이션도 없고, 뒷풀이도 없고, 엠티도 없고, 입학식도 졸업식도 없다.이런 것들이 -이기주의(egoisme)과는 다른- 개인주의(individualisme)다. 이에 반해 한국 문화는 집단주의(collectivisme)라 부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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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