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1.16 미용실에서 돌아와 대성통곡 하다
France 프랑스2008.01.16 07:47

북경에서 돌아오는 길에 북경 공항에서 시간이 남아 자르리라 벼르던 머리를 9유로(=1만8백원)에 하고 돌아왔었다. 중국에서는 9유로도 사실 비싼 가격인데, 프랑스에선 여자 머리 커트하는데 25~30유로는 드는지라 '싼 값'에 예쁜 머리했다고 신났었다. 드라이에 빗질 곱게 해서 미용실에서 나올 때는 찰랑찰랑~ 간만에 맘에 드는 머리를 한 흐뭇함에 12시간이 넘는 비행기 안에서 머리스탈 구길까봐 잠도 제대로 안 잤다. 집에 돌아와 만 24시간 후, 샤워를 하고나니 그 예쁜 머리는 도로 북경으로 도망가버렸다. 드라이어질을 해주는 열성이 있으면 괜찮은데, 내가 원래 1년 열두 달 머리에 해주는 손질이라고는 빗질밖에 없는 지라. ㅠㅠㅋ

 

찰랑찰랑~이 북경사자머리가 된 채 보내기를 두 달. 참을 수 없는 변화의 충동에 미용실에 갔다. "앞으로 머리를 기르려고 하는데, 머리 좀 쳐주세요. 전 드라이질 안 하니까 미용실에서 나갈 때는 예쁜데, 집에 가서 머리감고 나면 변하는 헤어스타일은 원치 않습니다"라고 주문하면 원래 다 머리가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나오나? 더이상 자를 머리가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를 해야할런지. '전/후'의 변화가 거의 없는 이 머리 하자고 젠장 36유로(=4만3천원)나 줬단 말인가? "삭발을 하고 싶군요"라고 하자 "원하시면 해드립니다"라길래 "바리깡은 저도 집에 있어요"라고 대꾸하고 미용실을 나왔다. 집에 돌아와 대성통곡을 했다. 아니 고작 이 머리 하자고 36유로를?!!

 

지금껏 프랑스에서 미용실에 간 적이 채 10번도 안 되는데, 미용실에서 기분좋게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하면 새빨간 거짓말이고, 맘에 든 적이 딱 두 번 있다. 한 번은 결혼식 때 신부헤어를 했을 때, 그 전엔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인이 커트를 해줬을 때다. 기타 프랑스인이 하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맘에 든 적은 오늘을 포함해서 한/번/도/ 없/다. 미용실 나올 때, 적어도 24시간만큼은 기분이 좋아야 하는거 아닌가? 기분 나쁘게 미용실 나오면 돈이 아깝다. 한국에서는 파마든 커트는 늘 기분좋게 미용실을 나왔었는데. 다음 번엔 장거리 걸음을 해서라도 한국인 미용실을 찾아볼까보다. 이번 주 내로 머리스타일을 바꾸고 싶다. 안 그러면 바리깡으로 밀어버릴지도. 흑흑흑~

 

미용실 얘기가 나왔으니 헤어 얘기를 계속 해볼까?난 대개 단발을 많이 했는데, 프랑스에 와서 몇 년 간은 미용실가서 쓰는 돈이 아까와서 냅쳐 길렀다. 어깨를 타고 내리는 머리에 들어가는 샴푸가 아까와질 쯤, 집에서 가위를 갖고 냅쳐 잘랐다. 당연히 좌우는 언발란스였다. 다음날 만난 친구 말이, "야, 머리 멋진데! 어느 미용실에서 했어?"신이 나서 그 다음에도 또 내가 잘랐다.이 김에 바리깡 좋은 걸 하나 사자,싶어 200프랑을 주고 바리깡 세트를 샀다. 근데 아뿔싸, 이번엔너무 많이 잘랐다. 발란스 맞춘다고 계속 자르다가 머리에 빵꾸가 났다. 야구모자를 쓰고 나갔다. 앞에서 보면 잘 잘랐다. 뒤에서 보면 '모자쓰고 있으'란다. ㅠㅠ한번은 한국에 갔다온 후였을꺼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왔는데, 아침에 머리감고 9시 수업에 가려니 말리고 빗질할 시간이 없는거다. 대충 말린 머리에 빗질도 못 하고 젤을발라 목욕하고 나온 개가 온몸으로물을털듯이 미친 듯이 흔들어대고 학교에 갔는데, 뭉쳐다니던 프랑스친구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네 머리 진짜 멋있다! 어떻게 한거야?" "그건 말이지,머리를 감고 빗질을 안 하면 이렇게 돼."

 

한번은, 딱 한번은 삭발을 한 적이 있다. 내 인생에서 진짜 연애같은 연애를 했는데, -만남이란게 상처를 남기지 않고 헤어질 수도 있는데- 그는 실연 이상의 큰 상처를 주고 떠나갔다. 그가 누구인가는 더이상 내게 필요치 않았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했다. 가위로 머리를 대충 자르고, 3mm 짜리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었다. 벽에다 성인 키보다 큰 만다라를 걸고.. 그러고보면 프랑스와서 참 별짓을 다 했다. ㅎㅎ

 

프랑스는 머리하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학생 때는 집에서 엄마 아빠가 머리를 잘라주는 집이 꽤 된다. 특히 한국에서 머리하다가 프랑스에서 하려고하면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이거 하자고 미용실에 온겨 시방?'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다. 나는 그랬다, 그것도 늘. 내 머리하다가 빵꾸낸 걸 아는 사람들은 나한테 머리를 맡기지 않았다. 하긴 머리 맡긴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면 새빨간 거짓말이고, 하나 있다. 빵꾸낸 걸 알고도 겁도 없지, 나한테 머리통을 들이댄 사람이 하나 있는데, 나랑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머리를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내가 잘라주고 있다. 그리고 이젠 두 번째, 우리 딸. 여자머리는 남자머리처럼 단순하지 않아서 언제까지 잘라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대성통곡하는 그지같은 머리라도 미용실가는 복을 누리는 인간은 이 집안에서 나밖에 없고나. ㅎㅎㅎ

'France 프랑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에겐 네 삶이, 나에겐 내 삶이 있는거야  (0) 2008.05.10
미용실에서 돌아와 대성통곡 하다  (0) 2008.01.16
파업  (0) 2007.10.23
마르셀 마르소 타계  (0) 2007.09.24
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