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ualités 시사2007.12.06 17:19

한국 산부인과의 62%가 분만을 거부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김주하 아나운서가 출산과 영유아 육아를 위해 뛴다는 기사도 보았다. 분만과 육아를 분담하겠다는 이명박의 선거공약 광고도 보았다. 분만과 영유아 육아문제가 대세긴 대세인가보다.

(관련기사 참고 : 

http://news.media.daum.net/economic/industry/200712/06/moneytoday/v19134817.html)

 

네이버에 올라온기사의 댓글 중에는 '치과의사가 사랑니 시술을 거부하는 격이군'이란 제목의 글도 보았는데, 정당한 비유는 사실 아니라고 본다. ((*참고: 네이버 기사의 트랙백으로 이 글을 썼는데, 네이버에 올라간 그 기사를 다시 찾지 못찾겠다)) 프랑스에서 사랑니를 뽑았고, 프랑스에서 분만을 했으니 사랑니와 분만에 관한 나의 의료지식은 프랑스에 준할 수 밖에 없다. 프랑스의 경우, 치과의사가 사랑니를 뽑지 않으며, 산부인과의사가 분만을 담당하지 않는다. 사랑니를 뽑아야 할 지 어떨 지를 결정은 하는 건 치과의사지만 치아 엑스레이를 촬영하지는 않는다. 치아 엑스레이는 엑스레이 전문의가 촬영하고, 엑스레이 필름을 치과의사에게 건내면, 치과의사는 어떤 이를 뽑아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결정한다. 뽑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 환자는 치과의가 써준 처방전을 들고 구강병과의사를 찾아가 수술을 받는다.분만도 마찬가지.

 

분만의 경우, 이미 '임신' 카테고리에서 매우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다시 요약하면 이렇다. 동네 산부인과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하면 확인서를 들고 '마떼르니떼'라고 불리는 전문분만시설을 직접 가서 보고 분만실 예약을 한다. 동시에 임신 확인서를 보험국과 -회사에 다닌다면- 회사에 제출하는데, 보험국에서는 임산부로 분류하며 앞으로 있을 정기검진과 분만에 관련된 의료보험률을 조정하며 (70~100%로 상향조정됨), 직장에 다니는 경우 회사에 제출하면 임신 휴가를 언제쯤부터 받을 수 있는 지 결정하도록 된다.

 

초음파는 임신 기간 중 3개월에 한번씩 시행하게 되며, 산부인과의로부터 받은 처방전을 갖고 초음파 촬영 전문의 캐비넷에 가서 한다. 그보다 필요없이 잦은 초음파를, 예를 드면 매달, 임산부가 원할 경우는 사설 초음파 촬영회사를 찾아가면 된다. 사진으로 볼 수도 있고, CD에 구워도 주지만 담당산부인과는 처방전을 써주지도 않으며 보험은 한푼도 적용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기 때문에 프랑스의 산부인과 캐비넷엔 복잡한 의료 기계가 필요없다.  

 

산부인과는 사주팜 리스트를 내어주고, 임신부는 사주팜을 개별적으로 컨택해서 자리를 예약한다. 사주팜은 한 교실(?) 2~3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분만교육을 하며, 7회 받는다. 왜? 7회에 한해서 전액 보험처리되기 때문에. 분만과 관련해서는 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 적이 별로 없을 정도다. 보험카드를 제출하면 알아서 다 처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임신 중의 모든 질문은 담당 산부인과에 하거나 진료시간 외 질문은 모~~~~두 다 사주팜에게 물어보면 된다. (사주팜이 하는 일은 산전부터 산후까지 실로 굉장히 많다. 이는 따로 차후에 설명하도록 한다.)

 

동네 산부인과에서 다달이 진료를 받다가 분만예정일 두 달 전이 되면 분만의료진은 슬슬 비상이 걸린다. 이제부터는 언제 애가 나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분만을 앞둔 마지막 2회의 정기검진은 예약했던 '마떼르니떼'로 가 사주팜으로부터 진료를 받게된다. 국립 마떼르니떼의 경우, 출산비가 전액 국가지원으로 처리되어 빈손으로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나오면 된다. 아참, 애도 안고 나온다. 여기서 '빈손'이란 진짜 빈손이 아니라 경제적인 의미의 빈손을 말한다. 분만을 위해 병원에 갈 때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입을 첫옷과 산모의 출산준비복, 수유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간다.

 

국립 마떼르니떼는 일반 국립병원에 지상층에 위치해있다. 이곳에도 사주팜은 상주한다. 사주팜이란 나폴레옹이 만든 제도로, 남편이 전쟁에 나가 임신한 아내를 보살필 수 없게 되자 국가에서 임산부와 산모만 전문적으로 보살피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정말이지... 나폴레옹은 인물이다!) 오늘날에도 사주팜은 프랑스에서 임신/분만과 관련된 시설이라면 어디든지 찾아볼 수 있다.

 

참고로, 마떼르니떼의 설립 동기를 알고보면 매우 흥미롭다. 이전에는 분만 때가 되면 의사를 급하게 불러 집에서 아이를 낳았는데,분만 사고로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잦자 국가에서 (17세기던가? 자세한 정보는 확인해보고 수정하겠슴) 임산부만 전문으로 받는 의료시설, 즉 '마떼르니떼'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 당시에는 제왕절개의 경우, 임산부는 100% 사망이었다. 마취도 개발되지 않았던 때라 배를 째는 시술을 마취없이 시행해야 했으며, 봉합기술도 어설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왕절개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아이와 산모, 둘이 사망하기 때문이었다.여성의 역사 앞에서 잠시 묵념.

 

본론으로 돌아와, 국립 마떼르니떼에서 분만할 경우, 분만교육을 담당했던 사설 캐비넷 사주팜은 분만실에 들어오지 않으며, 분만실에 들어오는 사주팜은 병원소속이다. 분만실에 들어오는 의료진으로는 분만전문의, 마취전문의 (따라서 마취가 필요할 경우, 한국처럼 따로 전화해서 급하게 부를 일이 없다!), 간호사, 사주팜, 그리고 출산 직후 아이의 상태를 체크할 소아과의사 등이 들어온다.이들은 교환근무를 하면서 마떼르니떼에 365일, 24시간, 밤낮으로 상주한다. 언제 어느때 산통이 오더라도 바로 전화를 걸어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며, 앰블런스나 소방차에 실려 새벽 3시에 달려가더라도 급한 산모를 받을 의료진은 늘 있다. 자연분만으로 여기고 있었다가 출산 당일 바로 수술을 해야할 상황이 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를 대비해서 제왕절개 시술전문의도 역시 상주한다.

 

분만 후 산모의 병실은 2인1실이며, 쌍둥이를 출산했거나 위독한 산모의 경우, 독실로 인도된다. 나도 제왕절개를 마치고 나서 독실에서 쉬고 싶었는데, 워낙 독실이 얼마 없는데다가 나는 '위급'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위급한 산모들에 밀려 자리가 없었다. 참고로, 국립 마떼르니떼라 하더라도 독실은 자비 부담이 따른다. 산모는 샤워나 양치를 24시간 후에 하고, 제왕절개를 포함해서 자연출산의 경우, 4~5일째 퇴원한다.

 

반면에 사립 마떼르니떼를 선택할 경우, 경우가 달라진다. 임신 초기에 사립 마떼르니떼를 예약하면, 임신 기간 내내 마떼르니떼에서 정기검진을 받으며, 마떼르니떼에 상주하는 사주팜이 있어 출산시 임신 기간 내내 보았던 의사, 사주팜, 간호사가 분만실에 들어와 출산을 도와준다. 사립 마떼르니떼는 보험으로 전액환불이 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할 액수가 상당하며, 따로 등록한 사보험의 정도에 따라 환불액의 차이가 있다. 

 

한국의 산부인과 시스템은 프랑스의 사립 마떼르니떼와 비슷한데, 차이는 한국의 산부인과는 임산부 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고, 프랑스의 사립 마떼르니떼는 only 임산부만 받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마떼르니떼에 갈 일은 일생에 한 번, 또는 두세 밖에 없다. 

 

한국 산부인과가 분만을 거부한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사 내용에 의하면, "분만시설을 운영할 경우 매출은 높아질지 모르겠지만 의료사고율과 시설 투자비는 높고 분만수가는 낮아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든 현실" 때문이라고 한다.출산률이 미래를 좌우하는 국가의 큰 문제라면, 차기대통령의 공약이 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라면 가임여성들과 산부인과들에게 출산률의 책임을 문책하지 말고, 문제의 근본을 찾아내어 사회를 개선시키도록 해야할 것이다. 산부인과의 분만거부에 대해 산과와 부인과를 분리시켜 기존 산부인과는 진료만 전문으로, 그리고 국가가 전문 분만시설을 설립해서 분만을 담당하는 건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 글 첨가 : 산부인과를 산과와 부인과로 분리시키면 특히 한국의 실정에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다고 본다. 첫째, 산부인과 캐비넷에서 첨단장비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므로 시설투자비가 낮아진다. 게다가 분만전문의 중앙시설이 설치되면 마취전문가, 수술전문가, 분만전문가, 간호사 등이 상주할 수 있으므로 상주하는 의료진과 첨단 장비 덕분에 의료사고율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셋째, 자연분만을 해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매출을 높이기위해서 제왕절개로 유도하는 일부 산부인과의 행포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애가 울어서 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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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후 약 2개월이 되었을 때, 우울증이 왔다. 그때 당시엔 신경질이 자주 나고, 기분의 고저가 심했다. 예를 들면, 애기를 가만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가도 동시에 기분이 다운되는. 특히 밤이면 밤마다 우울은 널을 뛰었다. 내 과거와 현재를 통털어 모든 우울한 기억들이 밤마다 찾아와 눈물로 얼굴을 적시지 않고 잠들지 않는 밤이 없었다. 이게 남들이 말하는 그 산후우울증인가? 우리 시누이도 겪었다하는 바로 그? 하긴 분만 두 달 전부터 출산 두 달 후까지, 넉 달간 집 현관 밖을 나가보질 못했으니 정상적인 사람을 넉 달동안 집안에다 가둬두면 우울증이 생길만도 했을꺼다. 더구나 인간관계에서 깊은 실망을 받은 후로 '친구'라고 만나고 다녔던 모든 사람들과 연락을 끊었다. 사람을 안 만나고 다녔다. 아니,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관계를 맺지 않았다. 내가 맺으려 한다고 인연이 맺어지는게 아니라는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잊으려고 애썼고, 잊어버렸던 내 지난 과거가 송두리째 뒤집어 엎어져 의식의 수면으로 떠올라와버리는 시련과 마주해야했다. 마음에 상처받았던 일들이 한꺼번에 나를 덮쳐왔다. '친구'라고 칭했었던 숱한 사람들과 아주 가까운데서 나를 힘들게 했던 내 가족들까지, 기억 저 편에 있던 기억들이 정말 말 그대로 송두리째 나를 짛눌렀다.

 

정기적으로 psy를 만났다. 고작 한 달에 한 번, 1시간이었다. 불평할 수는 없었다. 무료치료였으니까. 복용약을 처방해주려고 했지만 나는 '수유 중'이라고 거부했다. psy(=psychologue)가 내게 심리치료사(psychotherapeute)를 소개시켜주었고, 그는 1주일에 한번씩 만나주었다. psy라고 불러도 종류가 그렇게 여러 가지로 나뉘는건지는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한 번에 30분. 그가 내게 답을 주는 건 없다. 그는 내게 질문만 던진다. 그것도 한 두 개. 나머진 나 혼자 떠든다. 떠들다 보면 시간이 다 지나가서 말하던 중에 일어나서 악수하고 나와야했다. 그러고보면 파리에 올라와서 그렇게 속을 다 터놓고 말한 사람이 없었다. 남편을 제외하면.

 

psy에게만 의존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노력을 많이 했다. 분석하고, 사유하고, 탐구하고, 연구하고... 난 이제 산후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같다. 지난 번 psychotherapeute를 봤을 때, 난 이제 당신을 그만 만나거나 덜 자주 봐도 될 것 같다,고 선언했다. 이제는 그를 2주일에 30분씩 보기로 했다.

 

좋은 남자 만나 애 낳고 키우면서 남편과 자식을 성공적으로 내조하는게 최고의 미덕이자 인생의 목표였던 전세대 어머니들에게는 산후우울증이란 없다. 자아실현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여성들이 결혼으로 집안에 틀어박혀있게 되면서 나타나게 되는 것 같다. 내 존재가 남편과 아이의 그늘 속에서 완전히 용해되면서 생기는 존재감의 위기, 그것이 산후우울증이다. 또한 임신과 출산이란 과정을 통해서 여성은 다시 한번 탄생한다.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보게 된다. 그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겐 백만개의 단어로는 형용이 불가능하다. 내가 미스였을 때, 애아줌마가 내게 똑같은 소리를 했는데, 그때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나.. 했으니까. 출산은 아기의 탄생만이 있는게 아니라 임신한 여성도 다시 한번 탄생한다. 자신의 과거가 현재와 미래 위에 오버랩이 되면서 존재가 뿌리털 하나하나 끝까지 흔들린다. 모든 임산부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쨌꺼나 나는 그랬다. 괴로왔고, 많이 울었다. 이젠 그 터널을 지나 '나 실은 아팠어요'라고 웃으면서 말하고 있지만.

 

나의 고백이 산후우울증으로 말 못할 고민을 겪는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말한다. 몇 마디 말로 당신의 산후우울증을 치유할 수는 없습니다. 한 사람과 많은 대화를 해야합니다. 당신을 '이렇다 저렇다' 쉽게 판단해버리지 않고 인내심있게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당신에게 필요합니다. 당신이 믿는 사람, 한 사람과 많은 얘기를 하세요. 절친한 친구나 남편은 좋은 대화 상대입니다만 가능하다면 psy를 찾아가세요. 그들은 당신을 모르지만 당신이 믿고 말할 수 있으며, 당신을 판단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거든요. psy는 당신에게 '신경쓰지마. 잊어버려. 따끈하게 우유 한잔 마시고 자. 내일이면 잊혀질꺼야'라고 간단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늘 우울해하던 당신이 어느날 기분이 좋다고 난리를 칠 때, 친구라면 '얘가 이젠 괜찮아졌군'하고 마음을 놓을테지만 psy는 곧 얼마 후 우울이 바닥을 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껍니다. 하지만 그에게서 답이 나오기를 기다리지 마세요. 답은 사실 당신 안에서 나옵니다. 그는 당신이 어둠 속에서 잃어버린 열쇠를 찾을 수 있도록 후레쉬를 이리저리 비춰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산후우울증을 겪었고, 겪고 있습니다. 주원인은 임신에 동반된 호르몬 영향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끝나고 아이가 쑥쑥 자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들이 간혹 있습니다. 제 생각으론 임신호르몬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혼자 갇혀지내지 마시고, 밖으로 나오세요. 사람을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세요. 반드시 친구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관심분야의 책도 읽고, activity를 찾으세요. 실례로, 제게 우리말로 된 블로그를 운영하는 건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만의 무엇이였지요. 답답하면 노래도 하고, 빈 종이에 낙서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우울증에서 벗어났는지 전문잡지나 전문서적에 실린 -여성잡지는 금물!- 사례들을 읽어보세요. 그리고 우울에서 벗어나도록 스스로 많이 노력하세요. 우울에 자신을 맡기지 마시고, 우울에서 벗어나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세요. 무엇보다 가끔 아기와 떨어져있는 시간을 가지세요. 친정엄마, 시어머니, 친구, 이웃집 아줌마, 남편 등에게 잠시 아이를 맡기고 동사무소든 장을 보든 혼자 외출해보세요. 예전에는 너무나 평범해서 아무렇지 않았던 일이 날아갈 듯이 즐거울 겁니다. 사고 하나에 집착하지 마세요. 긍정적으로 사고하도록 노력하세요. 누군가 건져 읽기를 기다리며 바다에다 병 하나 던져 보내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이 세상의 모든 젊은 엄마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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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서 떠나셨다. 다시말하면, 미션이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는거지. 쿄쿄쿄~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오늘은, 한국과는 달리 진료와 분만이 분리된 프랑스의 시스템을 설명해야할 것 같다. 

 

1. 한국 : 종합선물세트형

서울에서 가봤던 산부인과는 -그 병원 시설이 워낙 좋아서 그랬던건지 몰라도- 산부인과 의사가 초음파도 보고, 진료도 한다. 임산부가 "뱃속의 아이가 보고싶다"고 하면 의사는 즉석에서 초음파로 태아를 보여주고 찍어주고 CD에다가 녹화까지 해준다. 임신 5주차에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착상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러 갔던 첫진료에서 친척언니의 제안대로 초음파촬영을 했고, 하혈기가 보였던 7주차에 갔을 때는 아무말 없이 의사가 초음파로 태아를 보여줘서 봤다. 의사는 굉장히 친절했고, 초음파촬영(3만원)은 보험으로 처리가 되지 않았다. 친척언니는 그때 태아의 심장에 미세한 문제가 있다는 의사의 진단 하에 태아의 심장테스트를 더 정밀하게 했는데, 그 진료비로 15만원이나 나왔다. 보험처리가 한푼도 되지 않았다. 언니는 내 초음파 촬영비용까지 18만원을 냈다.'애를 낳는데 매달 생돈이 이렇게 나가면 돈 없는 사람은 애도 못 갖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보험이 되는 의무적인 항목만 검진을 해주던가.

 

어쨌거나 산부인과에서는 분만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내가 갔던 산부인과는 같은 건물에 산후조리원이 붙어있는데, 비용이 자그마치 1주일에 100만원이었다. 1주일에 1,000유로!!! 어거거걱~! 여튼 서울의 산부인과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되어 있어서 임신 전과 후, 분만과 조산까지 모든 문제를 한 곳에서 다 처리할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2. 프랑스 : 따로국밥형

2-1. 초음파 촬영

반면, 프랑스의 임산부관련 시스템은 참으로 초라하다 할 수 있지만 반면에 훨씬 세분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가 초음파 촬영을 하지 않으며, 분만을 돕는 산파역할을 하지도 않는다. 초음파 촬영은 초음파 전문의가 담당하고, 임산부가 원할 때 보여주는게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가 진단을 내릴 경우에만 가능하며 의사의 진단서를 동반해야한다. 초음파 촬영을 CD에 담아주는 산부인과가 있다고 TV에서 본 적은 있지만 대중화는 되지 않았고, 약 9개월의 임신기간 중 초음파는 3개월에 한번씩 촬영한다. 그저께 초음파 촬영 헝데부를 잡으려고 전화를 했는데, 내가 며칠이라도 좀더 일찍 보고 싶다고 애교를 떨어봤지만 '완전히 12주를 넘긴 후에 보자'며 헝데부 날짜를 잡는다. 촬영해봐야 사실 형태가 뚜렷하게 보이지도 않지만 유산 확률이 높은 초기 3개월은 초음파 촬영을 할 필요조차 없다고 보는 것 같다.

 

2-2. 산부인과와 마떼르니떼

산부인과는 임신초기부터 임신 5개월 또는 최대 7개월까지의 진료만 담당한다. 한 달에 한번씩 산부인과를 보다가 임신 6개월 또는 8개월이 되면 -지금까지 내가 편의상 '분만실'이라고 부른- '마떼르니떼(Maternité)'로 가야한다. 임신 초기부터해서 임신 8개월이 넘어가도록 한 임산부를 계속 진료하는 개인 산부인과 전문의는 없다. 마찬가지로마떼르니떼에서는 나같은 초기 임산부는 아예 받지도 않는다. 1주일에 2번씩 의사를 봐야하는 후기 임산부만 받는다. 다시 말해서 마떼르니떼란 임신 6개월 또는 8개월이 된 후기 임산부의 진료를 담당하며, 분만이 24시간 준비되고, 출산 후 3~5일의 조산원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산부인과 의사는 한 동네에도 선택을 해야할 정도로 여럿이지만 마떼르니떼는 동네마다 다 있는게 아니다. 실례로 현재 우리 동네는 주민수가 5만인데, 마떼르니떼가 없다. 이사갈 동네에도 역시 없다. 큰 옆동네로 가야한다. 이런 상황이어서 임신 1~2개월에 신속하게 마떼르니떼에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마떼르니떼에 예약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어제 어머님과 함께 마떼르니떼에 가니 그동안 걱정했던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 쉽게 일이 풀렸다. 이사갈 집 옆 동네에 같은 병원 소속의 마떼르니떼가 2개 있는걸로 알았는데, 안내를 듣고보니 한 곳에서는 임신 6개월 이후의 임산부의 산부인과 진료만 보고, 다른 곳에서는 8개월이 지나 분만을 앞둔 임산부만을 받는다고 한다. 매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초음파 검사, 혈액검사도 요구하지 않은 채 이름과 주소만으로 예약을 받았다. 그리고는 출산과 관련된 정보지를 쥐어주었다.

 

2-3. 조산부

정보지에는 무통분만에 대한 상세한 설명, 조산부들의 목록, 산통이 시작될 때 병원에 들고 와야할 짐의 목록 등이 써있다. 짐은 신생아의 베냇저고리를 비롯해서 임산부와 아이가 조산원에 머물면서 필요한 것들인데, 임신 7개월에 준비해둔다. 흥미로운 것은 조산부들의 목록이다. 조산부란 출산과 임신에 대한 상담을 해주고, 수영이나 요가, 명상 등임산부를 위한 운동을 시키고, 신생아 돌보는 방법을 교육시키고, 산후 운동을 시키는 등 산부인과 진료만 빼고 빠르면 임신4개월부터 출산 후까지 산모를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조산부에 따라서 침술을 하는 이도 있고, 마사지를 할줄 아는 이도 있다.주말에도 일하는 조산부라면 남편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2.4. 보험

지금까지 설명했듯이 모든 것이 한 곳에 집중되지 않은 탓에 산부인과 진료 따로, 혈액/소변검사 따로, 초음파 촬영 따로, 분만 따로, 출산 전후 조리 따로, 다 '따로국밥'으로 되어 있다. 지금까지 발견한 가장 큰 장점은 임신과 분만에 관련된 모든 진료비가 보험으로 다 처리된다는 것이다. 진료비, 초음파 촬영비, 분만에 들어가는 비용은 당근이고, 조산원에서 3~5일 간호받고, 조산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두가 다!

 

어제 마떼르니떼에서 상담하면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분만시 응급차는 물론이고, 소방차나 택시를 불러서 병원으로 달려가면 소방차든 택시든 임산부 운반비용이 보험으로 다 처리가 된다는거다. 난 보험처리 안되면 버스타고 걸어서 가려고 했다,면 새빨간 거짓말이고, 교통비가 어떻게 되든 감수할 생각이었는데 정말 놀랐다. 분만실로 실려가는 임산부의 택/시/요/금/이 전액 보험처리가 되다니! 

 

프랑스는 유럽에서 출산률이 높은 나라 중에 하나라고 한다. 이는 프랑스 부부가 다른 나라 커플보다 유독 사랑을 많이 나누는 때문이 아닌 것 같다. 임신과 출산에 따른 보험, 보조금, 휴가 등 실질적인 혜택을 요사이 하나 둘 발견하게 되면서 출산을 장려하는 국가적인 지원때문이라는 사실을마떼르니떼에서 돌아오면서 실감했다.

 

그나저나 택시요금까지 환불해주는 훌륭한 보험 저편에 우리 신랑이 매년 국가에 얼마나 많은 세금을 갖다바치는 지는 나중에 얘기하자고...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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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분만, 임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