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ualités 시사2007.12.06 17:19

한국 산부인과의 62%가 분만을 거부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김주하 아나운서가 출산과 영유아 육아를 위해 뛴다는 기사도 보았다. 분만과 육아를 분담하겠다는 이명박의 선거공약 광고도 보았다. 분만과 영유아 육아문제가 대세긴 대세인가보다.

(관련기사 참고 : 

http://news.media.daum.net/economic/industry/200712/06/moneytoday/v19134817.html)

 

네이버에 올라온기사의 댓글 중에는 '치과의사가 사랑니 시술을 거부하는 격이군'이란 제목의 글도 보았는데, 정당한 비유는 사실 아니라고 본다. ((*참고: 네이버 기사의 트랙백으로 이 글을 썼는데, 네이버에 올라간 그 기사를 다시 찾지 못찾겠다)) 프랑스에서 사랑니를 뽑았고, 프랑스에서 분만을 했으니 사랑니와 분만에 관한 나의 의료지식은 프랑스에 준할 수 밖에 없다. 프랑스의 경우, 치과의사가 사랑니를 뽑지 않으며, 산부인과의사가 분만을 담당하지 않는다. 사랑니를 뽑아야 할 지 어떨 지를 결정은 하는 건 치과의사지만 치아 엑스레이를 촬영하지는 않는다. 치아 엑스레이는 엑스레이 전문의가 촬영하고, 엑스레이 필름을 치과의사에게 건내면, 치과의사는 어떤 이를 뽑아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결정한다. 뽑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 환자는 치과의가 써준 처방전을 들고 구강병과의사를 찾아가 수술을 받는다.분만도 마찬가지.

 

분만의 경우, 이미 '임신' 카테고리에서 매우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다시 요약하면 이렇다. 동네 산부인과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하면 확인서를 들고 '마떼르니떼'라고 불리는 전문분만시설을 직접 가서 보고 분만실 예약을 한다. 동시에 임신 확인서를 보험국과 -회사에 다닌다면- 회사에 제출하는데, 보험국에서는 임산부로 분류하며 앞으로 있을 정기검진과 분만에 관련된 의료보험률을 조정하며 (70~100%로 상향조정됨), 직장에 다니는 경우 회사에 제출하면 임신 휴가를 언제쯤부터 받을 수 있는 지 결정하도록 된다.

 

초음파는 임신 기간 중 3개월에 한번씩 시행하게 되며, 산부인과의로부터 받은 처방전을 갖고 초음파 촬영 전문의 캐비넷에 가서 한다. 그보다 필요없이 잦은 초음파를, 예를 드면 매달, 임산부가 원할 경우는 사설 초음파 촬영회사를 찾아가면 된다. 사진으로 볼 수도 있고, CD에 구워도 주지만 담당산부인과는 처방전을 써주지도 않으며 보험은 한푼도 적용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기 때문에 프랑스의 산부인과 캐비넷엔 복잡한 의료 기계가 필요없다.  

 

산부인과는 사주팜 리스트를 내어주고, 임신부는 사주팜을 개별적으로 컨택해서 자리를 예약한다. 사주팜은 한 교실(?) 2~3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분만교육을 하며, 7회 받는다. 왜? 7회에 한해서 전액 보험처리되기 때문에. 분만과 관련해서는 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 적이 별로 없을 정도다. 보험카드를 제출하면 알아서 다 처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임신 중의 모든 질문은 담당 산부인과에 하거나 진료시간 외 질문은 모~~~~두 다 사주팜에게 물어보면 된다. (사주팜이 하는 일은 산전부터 산후까지 실로 굉장히 많다. 이는 따로 차후에 설명하도록 한다.)

 

동네 산부인과에서 다달이 진료를 받다가 분만예정일 두 달 전이 되면 분만의료진은 슬슬 비상이 걸린다. 이제부터는 언제 애가 나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분만을 앞둔 마지막 2회의 정기검진은 예약했던 '마떼르니떼'로 가 사주팜으로부터 진료를 받게된다. 국립 마떼르니떼의 경우, 출산비가 전액 국가지원으로 처리되어 빈손으로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나오면 된다. 아참, 애도 안고 나온다. 여기서 '빈손'이란 진짜 빈손이 아니라 경제적인 의미의 빈손을 말한다. 분만을 위해 병원에 갈 때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입을 첫옷과 산모의 출산준비복, 수유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간다.

 

국립 마떼르니떼는 일반 국립병원에 지상층에 위치해있다. 이곳에도 사주팜은 상주한다. 사주팜이란 나폴레옹이 만든 제도로, 남편이 전쟁에 나가 임신한 아내를 보살필 수 없게 되자 국가에서 임산부와 산모만 전문적으로 보살피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정말이지... 나폴레옹은 인물이다!) 오늘날에도 사주팜은 프랑스에서 임신/분만과 관련된 시설이라면 어디든지 찾아볼 수 있다.

 

참고로, 마떼르니떼의 설립 동기를 알고보면 매우 흥미롭다. 이전에는 분만 때가 되면 의사를 급하게 불러 집에서 아이를 낳았는데,분만 사고로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잦자 국가에서 (17세기던가? 자세한 정보는 확인해보고 수정하겠슴) 임산부만 전문으로 받는 의료시설, 즉 '마떼르니떼'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 당시에는 제왕절개의 경우, 임산부는 100% 사망이었다. 마취도 개발되지 않았던 때라 배를 째는 시술을 마취없이 시행해야 했으며, 봉합기술도 어설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왕절개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아이와 산모, 둘이 사망하기 때문이었다.여성의 역사 앞에서 잠시 묵념.

 

본론으로 돌아와, 국립 마떼르니떼에서 분만할 경우, 분만교육을 담당했던 사설 캐비넷 사주팜은 분만실에 들어오지 않으며, 분만실에 들어오는 사주팜은 병원소속이다. 분만실에 들어오는 의료진으로는 분만전문의, 마취전문의 (따라서 마취가 필요할 경우, 한국처럼 따로 전화해서 급하게 부를 일이 없다!), 간호사, 사주팜, 그리고 출산 직후 아이의 상태를 체크할 소아과의사 등이 들어온다.이들은 교환근무를 하면서 마떼르니떼에 365일, 24시간, 밤낮으로 상주한다. 언제 어느때 산통이 오더라도 바로 전화를 걸어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며, 앰블런스나 소방차에 실려 새벽 3시에 달려가더라도 급한 산모를 받을 의료진은 늘 있다. 자연분만으로 여기고 있었다가 출산 당일 바로 수술을 해야할 상황이 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를 대비해서 제왕절개 시술전문의도 역시 상주한다.

 

분만 후 산모의 병실은 2인1실이며, 쌍둥이를 출산했거나 위독한 산모의 경우, 독실로 인도된다. 나도 제왕절개를 마치고 나서 독실에서 쉬고 싶었는데, 워낙 독실이 얼마 없는데다가 나는 '위급'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위급한 산모들에 밀려 자리가 없었다. 참고로, 국립 마떼르니떼라 하더라도 독실은 자비 부담이 따른다. 산모는 샤워나 양치를 24시간 후에 하고, 제왕절개를 포함해서 자연출산의 경우, 4~5일째 퇴원한다.

 

반면에 사립 마떼르니떼를 선택할 경우, 경우가 달라진다. 임신 초기에 사립 마떼르니떼를 예약하면, 임신 기간 내내 마떼르니떼에서 정기검진을 받으며, 마떼르니떼에 상주하는 사주팜이 있어 출산시 임신 기간 내내 보았던 의사, 사주팜, 간호사가 분만실에 들어와 출산을 도와준다. 사립 마떼르니떼는 보험으로 전액환불이 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할 액수가 상당하며, 따로 등록한 사보험의 정도에 따라 환불액의 차이가 있다. 

 

한국의 산부인과 시스템은 프랑스의 사립 마떼르니떼와 비슷한데, 차이는 한국의 산부인과는 임산부 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고, 프랑스의 사립 마떼르니떼는 only 임산부만 받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마떼르니떼에 갈 일은 일생에 한 번, 또는 두세 밖에 없다. 

 

한국 산부인과가 분만을 거부한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사 내용에 의하면, "분만시설을 운영할 경우 매출은 높아질지 모르겠지만 의료사고율과 시설 투자비는 높고 분만수가는 낮아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든 현실" 때문이라고 한다.출산률이 미래를 좌우하는 국가의 큰 문제라면, 차기대통령의 공약이 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라면 가임여성들과 산부인과들에게 출산률의 책임을 문책하지 말고, 문제의 근본을 찾아내어 사회를 개선시키도록 해야할 것이다. 산부인과의 분만거부에 대해 산과와 부인과를 분리시켜 기존 산부인과는 진료만 전문으로, 그리고 국가가 전문 분만시설을 설립해서 분만을 담당하는 건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 글 첨가 : 산부인과를 산과와 부인과로 분리시키면 특히 한국의 실정에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다고 본다. 첫째, 산부인과 캐비넷에서 첨단장비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므로 시설투자비가 낮아진다. 게다가 분만전문의 중앙시설이 설치되면 마취전문가, 수술전문가, 분만전문가, 간호사 등이 상주할 수 있으므로 상주하는 의료진과 첨단 장비 덕분에 의료사고율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셋째, 자연분만을 해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매출을 높이기위해서 제왕절개로 유도하는 일부 산부인과의 행포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애가 울어서 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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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6~7개월에 들어서면 아기를 곧 눈으로 보게된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슬슬 분만에 대한 불안이 코앞에 닥친다. 진통이 오면 어떻게 하지? 병원으로 곧장 가나? 분만시 어떻게 하면 진통을 줄이고 분만을 수월하게 또는 가능한 빨리 분만할 수 있을까? 출산 후 수유는 어떻게 하지? 애 기저귀는 어떻게 갈지? 등등 실질적인 질문들이 쏟아져나온다. 엄마한테 물어? 주변에 애를 낳아본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해? 출산 후, 산모나 신생아의 몸에 이상이 있는 것 같은데 기진맥진한 몸을 일으켜서 택시라도 타고 병원을 가나?

 

이러한 불안들을 잠재우기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으로 프랑스에는 sage-femme(싸쥬팜)이라는게 있다. 산부인과 의사와 함께 '건강한 출산'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출산 전, 보통 1회의 1대1 상담과 7회의 출산준비 수업으로 구성된다. 의료보험으로 모두 환불된다. 출산 후, 필요한 경우에는 산모의 집에 직접 찾아와 의료검진을 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산부인과 의사가 일일이 시간내서 들어주지 못하는 산모의 실질적인 고민과 질문을 들어주고, 산모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고, 건강한 출산으로 친절히 안내해주는 사람이다. 나처럼 엄마가 멀리 있고, 출산경험자가 가까이서 실습을 보여줄 수 없는 이에게는 매우 매우 필요한 존재다. 엄마가 사실 가까이 있다해도 세대를 지나면서 산모와 아이 다루는 법이 발달되기 때문에 쌰쥬팜은 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식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다.

 

분만실 병원에 소속 된 쌰쥬팜도 있고, 개인허가를 내서 운영하는 쌰쥬팜도 있다. 모두 정식으로 쌰쥬팜 교육을 받고 허가를 받은 이들이다.전통적인 분만법 -그러니까 침대에 누워서 분만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분만법을 원하는 산모라면, 자기가 원하는 분만법을 실습시켜줄 수 있는 쌰쥬팜을 찾아야 한다. 물론 산모가 분만하려는 병원에 희망하는 분만법을 위한 의료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임신 말기인만큼 굳이 멀리까지 가야하는 싸쥬팜을 찾아서도 안되겠다. 예를 들어, 수중분만을 하는 산모가 있다고 하자. 모든 쌰쥬팜이 수중분만법을 가르치지 않으며, 모든 분만실이 수중분만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해당 쌰쥬팜과 분만실까지 가는데 1시간 반~2시간이 걸린다면, 수중분만을 굳이 고집하는건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출산예정일까지 내가 받는 수업 스케줄을 보면 호흡법, 진통이 올 때, 분만시 힘 주는 요령, 수유하는 법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지막 두 수업인 아이 다루는 법과 아빠의 역할 시간에는 남편이 동행해야 한다. 수업인원은 3명을 넘지 않으며, 남편이 동행하는 수업은 토요일로 잡혀진다. 한국에서 '육아교실'이라고 운영되는 프로그램에 해당할 것 같다. 유료인지 무료인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 쌰쥬팜 리스트 중에서 집에서 가까운 싸쥬팜 둘을 찜! 그중 친절한 쌰쥬팜 하나를 선택. 남편과 함께 첫상담을 통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지난 월요일, 첫수업. 산모 둘을 앉혀놓고 싸쥬팜의 강의가 시작됐다. 양수의 역할을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양수가 터져흐를 때, 기타 분비물이 나올 때 처치요령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질문도 받는다. 곧이어 호흡법 실습으로 들어갔다. 나야 호흡과 명상에 익숙해있던 터라 복식호흡이 어려울 것이 없었다. 나와 함께 수업을 받았던 산모는 일을 하기 때문에 수업을 7개 다 들을 수가 없어서 출산예정일 전까지 겨우 2개 밖에 못 듣는다고 했다. 5월 1일이 출산예정일이라 배가 남산만한 그는 호흡법과 수유법만을 듣기로 한단다. 나처럼 배가 부른 산모와 마주 앉아 서로 배 쓸어내리며 얘기하는거, 색다른 느낌이었다. 한 마디로, 재밌었다.

 

시어머니께서 '임신/출산 가이드'에 이어 '육아가이드'를 보내오셨다. 임신해서도 배워야 할 것이 끊이지 않는다. 이 책은 신랑과 함께 읽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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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분만실 예약을 하던 날, 병원 소속 조산부(싸쥬팜)와의 인터뷰 날짜를 받았다. 근데 사실 이 날 싸쥬팜을 만나서 뭐하자는건지 도무지 알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약속시간에 칼같이 맞춰서 갔다. 버스타고 옆동네로 가기를 45분.

 

약속시간이 10시 30분인데, 벨 누르고 11시 15분이 되도록 대기실에 조산부가 안 나온다. 12시에 남편 친구들하고 동반 점심약속이 있는데, 약속장소로 이동하려면 11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참다못해상담실 문을 두드렸다."두 분 대화 중에 죄송합니다만, 저랑 10시반에 약속있지 않으신가요? 이미 45분이 기다렸는데요. 뒤에 기다리는 사람도 존중해주셨으면 합니다."

 

수다스런 임산부와 조산부가 잠시 후 나왔고, 내 시간을 어처구니없이 타인 때문에 빼앗겨버린 열받은 나는 조산부에게 신랄한 비판을 쏟아댔다. 그녀 말이, "제가 일을 하려면 45분이 필요합니다. 저랑 인터뷰를 하시던가, 시간이 없으시다면 다음에 오도록 약속을 다시 잡죠. 선택하세요."

 

눈 똑바로 뜨고 당돌하게 대꾸했다. "제 불찰때문이라면 이해를 하고 받아들이겠는데, 제 앞에 있던 손님이 그의 할애시간을 넘어서서 제 시간까지 잡아먹은 이 상황에서는 그걸 '선택'이라고 부른다는게 어처구니 없군요. 45분이나 들여서 온 거리를 45분이나 기다린 나에게 이번 방문을 헛걸음으로 하고 추가적으로 왕복 1시간반을 쏟아붓든가, 점심약속을 취소하라는 말로밖에 안 들리는군요.당신이 말하는 '선택'은 매우 제한적이네요."

 

하지만 나도 선택을 하기는 해야했다. 남은 토막시간을 인터뷰로 보낼 것인가, 실랑이로 보낼 것인가. 인터뷰라는게 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헛걸음치고 저 조산부 상판 보러 다시 오기는 싫었다. 결국 12시간까지 인터뷰를 했고, 남편은 늦어지는 나를 기다리기 위해 친구들과의 점심약속을 취소했다. 

 

인터뷰의 내용은 내가 궁금해했던 것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임산부 진료노트를 점검하고,임신에 대한 전반적인 현상과 행정절차, 의료테스트에 대해 설명해주고,임산부가 갖는 불안과 질문에 대해서 답해주는 시간이었다. 45분동안. 내 약속 앞에 있던 여자는 1시간 15분을 상담했다가 나의 개입으로 자리를 떴다하니 내 시간 30분을 잡아먹고도 뭐가 더 궁금했다는 걸까 대체? 요즘같은 세상에 인터넷을 뒤지면 달별 임산부의 변화와 진료테스트에 대해서 다 설명이 나오고, 책에도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는 판에! 주변에 임신한 여자가 없을리도 없고, 중간중간 궁금한게 있으면 다달이 보는 산부인과에게 물어도 되고, 스무개가 넘는 조산부의 전화번호 리스트를 그녀도 분명 받았을텐데 말이다!

 

여튼 첫임신 3개월에는 쉽게 피곤했어서 버스에 타면 앉을 자리 찾을 때마다 내가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유산이 되기 쉬운 시기라고해서 나는 특별히 몸을 사리는데 '나, 임산부!'가  밖으로 드러나야 말이야. 산부인과는 날 무슨 고깃덩이처럼 다루고 말야. 섭섭했는데, 임신 3개월이 넘어서부터는 친절한 의사선생님을 만나고, 행정절차나 의료진이 나, 임산부와 함께 뛰어주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되니까 임신했다는 사실이 점점 뿌듯해진다. 진찰도 남편과 함께 오라고하고, 시어머님, 시할머님이 아기 옷을 뜨개질해주시느라 바쁘고, 나라에서 출산보조금도 준다고 하고, 산부인과 의사뿐만이 아니라 분만병원, 조산부들이 내 뒤에 든든히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한결 놓이고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임산부라는 사실이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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