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프랑스2008.11.16 19:04

ParisPhoto 사진페어에서 생긴 일이다. 뉴욕에서 온 갤러리를 둘러보고 있을 때였는데, 한 프랑스 여인이 책을 사고 싶은데 갤러리스트와 대화가 안되고 있는 거였다. 프랑스 여인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갤러리스트는 불어를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 옆에서 통역을 해줬다.

 

프랑스인: 이 책, 불어판으로 있나요?

미국인 : 네, 있어요. 작가의 사인도 들어 있어요.

프랑스인: 카드로 결제할 수 있나요?

미국인: 아뇨. 현금만 받아요.

프랑스인: (돈을 지불하는 동안) 이 작가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미국인: 77살이에요.

프랑스인: 책을 이따가 와서 찾아가도 될까요?

미국인: ok, ok.

하길래 난 미국인이 알아들었는 줄 알았다. 근데 책을 프랑스인에게 내밀고 있는거다.

다시 통역에 들어갔다.

미국인: 그러세요. 영수증을 제게 다시 주세요.

 

전혀 어려운 대화가 아니었기 때문에영어든 불어든 내가 통역한 문장은 완벽했으며, 하긴 아주 쉬운 대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의사소통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게 중요한거지,  불어든 영어든 내 발음은 현지인의 발음과 구분이 안 갈 정도다.그리고 둘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었다. 갤러리스트가 '파리에 사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고는 갤러리스트에게 제안했다. ParisPhoto 기간동안 나를 고용하는게 어떠냐고. 갤러리스트가 미소지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라고, 원한다면 내년을 위해서 내 전화번호를 주겠다고 하자 갤러리스트가 주저하지 않고 정색을 하며 이렇게 답하더군.

"I prefer hire a French." (프랑스인을 고용하겠어요)

 

그 갤러리스트가 프랑스 고용법에 따른 사업을 하는 자였다면 '인종에 따른 고용차별'로 신고를 했어도 가능했을 것.프랑스 국적을 따고 싶을 때가 이런 때다. "저 프랑스인인데요"하고 여권을 보여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래도 마찬가지로 거절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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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France 프랑스2006.03.2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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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장이 열리니까 확실히 세계가 변화하고 있다는게 피부로 느껴지는군요.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봐도 작년에 비해 확실히 중국인 관광인이 눈에 띄게 늘었구요. 오늘 아침 방송에서 신간 소개가 나오는데, 흥미롭습니다. 동양인 클라이언트를 이해하는 법에 대해 쓴 책이거든요. 동양의 문화는 이러이러하니 문화적 충격으로 황당해하지 말고, 이렇게 이렇게 하면 고객과의 유대관계가 좋아질 것이다,라는.. 훈수주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과 거래할 경우입니다. 중국인들은 체면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주는 한이 있어도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체면을 깍는 행위나 말을 하지 절대 하지 말아라.

중국인들은 나이, 결혼여부, 가족관계 등 사적인 질문을 쉽게 물어보니 이런 질문을 받거든 당황하지 말 것. 오히려 가족사진을 보여주면서 답하면 당신을 좋아할 것이다. 중국인들은 맘에 드는 물건을 보면 가격을 묻는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므로 혹시 당신의 시계를 보고 '그거 얼마에 샀냐?'고 물어도 불쾌하게 여기지 말아라. 당신 시계를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차를 마시겠느냐고 할 때, 서양인들은 'yes/no'가 뚜렷해서 'no'라고 거절을 해도 무례가 아니지만 중국인들은 이러한 제의를 거절하는 것을 무안하게 여긴다. 맘에 들지 않더라도 차를 제안하거든 받아라. 반대로 중국의 'no'는 서양의 'no'와 달라서 거절을 한번 해도 몇 번 계속 권한다. 그게 그들의 문화다.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일본, 한국, 타일랜드,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등의 고객과 거래할 때의 처세술이 실려있습니다. 한국편에서는 뭐라고 적었는지 무척 궁금하군요.

 

워낙 큰 땅떵이의 장삿꾼과 상대를 하려니 그들 문화를 이해해야 장사가 잘 되겠다는 계산에서 온 착상인지, 문화의 상대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이들의 톨레렁스(tolerance)에 감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상업적인 계산 때문이든 이타적인 배려 때문이든 서양이 -혹은 꼭집어서 프랑스가- 동양의 문화적 상대성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점을 무척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반대로, 한국은 유럽인들 또는 서양인을 아/직/도/ 너무나 모르고 있는 걸 발견할 때, 참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서구문화를 모방만 하려고 하지 그들을 다루는 법을 너무 몰라요. 한국이 서구화되어야 한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한국(인)이 한국(인)으로 당당하게 맞서야 그들 앞에 웃음꺼리가 되지 않아요. 다만,우리가 서구인들을 '다루는 방법'을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그들의 행동방식과 답변을 어떻게 해석해야하고, 그들의 논리를 어떻게 공략해야하며, 그들과 어떤 식으로 협상해야 하는지 몰라도 너무 몰라요. 서구인들과 만나는 자리에 나가서 한국식으로 준비하고 나가서 한국식으로 처신하고 오니 협상장에 나가서 손해만 봅니다. 그것도 나라대표로 나가서 진탕 깨져서 풀 죽어 되돌아올 때, 하늘이 꺼질 정도로 무쟈게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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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