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프랑스2016.10.17 23:00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투표와 개표는 그 꽃의 꽃, 클라이맥스가 아닐까 싶다. 오늘은 '프랑스 선거, 그것이 알고 싶다!' 마지막 편으로 프랑스의 투표방법, 투표용지, 투표함, 해외국민투표 등 투표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자. 한국인이 보기에는 이곳의 투표방법이 생소하기까지 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시스템이 좋고 나쁘다를 가르기에 앞서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투표용지의 예. 2015년 3월, 프랑스 지방 선거에서 내가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에 그래픽 디자이너가 만든 우리의 투표용지. 이렇듯 각 정당마다 자신의 후보들의 투표용지를 디자인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다. 투표용지는 단색이어야 하고, 선거 전에 모든 후보의 공약과 함께 가정으로 배달된다. 투표하는 날, 여러 당의 투표용지 중 지지하는 후보의 투표용지를 선택해 접어서 투표봉투에 넣은 뒤 투표함에 넣는다.



12. 투표용지 

한국은 투표용지 한 장에 여러 명의 후보가 적혀있고, 그중 한 명을 선택해 투표소에 비치된 도장을 찍지 않는가? 이러한 기표식 투표방법에 반해 프랑스에는 투표용지 선택 투입식 투표를 한다. 다시 말해서 투표용지가 후보의 수만큼 나오고, 지지하는 후보의 투표용지를 선택해 준비된 종이봉투에 넣어 투표함에 넣는다. 선택되지 않은 후보들의 투표용지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잠시, '그것이 알고 싶다! 프랑스 선거에 대한 모든 것' 제1편에서 보았던 선거 포스터와 선거 후보 리스트 용지를 기억하는가?(관련기사: 프랑스에선 후보 기호를 '제비뽑기'로 정한다). 앞면에 선거 포스터, 뒷면에 후보의 공약이 적힌 종이 한 장, 후보 리스트가 필요한 선거의 경우 후보 리스트가 앞뒷면에 실린 종이 한 장, 그리고 그 정당의 투표용지 한 장, 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모든 후보의 해당 용지들을 종이봉투 하나에 담아 각 선거인에게 우편 발송한다.  

이 세 가지 용지는 선거법이 정하는 크기와 규정에 맞춰서 각 정당에서 알아서 그래픽 디자이너와 상의해서 디자인한 뒤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다. 색 선택에 대해서는 자유롭지만, 투표용지는 어떤 색을 선택하든 간에 한 가지 색이어야 하고, 선거 포스터의 경우, 빨강, 파랑, 하양, 세 가지 색이 포스터에 동시에 있으면 안 된다고 선거법이 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국기인 삼색기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13. 투표방법 

이렇듯 투표용지가 가정에 미리 배달되기 때문에 선거일 전에 내가 선택할 후보의 투표용지를 미리 눈에 익혀둘 수가 있다. 그걸 들고 투표소에 가는 것은 아니고, 투표소에는 신분증과 선거인 카드만 달랑 들고 가면 된다. 선거인 등록을 한 경우에 선거인 카드를 분실했다면 신분증만으로도 투표할 수 있다.  

투표소에는 사진 및 비디오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사진을 보여줄 수 없고, 대신 묘사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투표소에 도착하면 입구에 긴 테이블이 있고, 각 정당의 투표용지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다. 애들 손바닥만 한 우편봉투를 우선 하나 집고, 내가 누구를 찍을지 알 수 없게 모든 정당의 투표용지를 하나씩 집어 든 뒤 커튼막에 들어가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투표용지를 우편봉투에 넣고 나머지 투표용지는 내 주머니에 넣든, 내 가방에 넣든, 투표소에 비치된 쓰레기통에 버리든 하면 된다. 

이래서2차 선거의 경우, 후보가 대개 둘이기 때문에 투표소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투표용지를 보면 어느 후보의 지지도가 높은지 얼추 알 수 있다. 

커튼막에서 나오면 긴 테이블에 다섯 명의 투표소 보좌인이 기다린다. 첫 두 사람 앞에는 선거법 책이 놓여있어 언제든지 필요한 경우 바로 선거법을 열람할 수 있다. 가운데 사람은 투표소장으로 투표함 앞에 앉아있으며, 마지막 두 사람은 선거인 목록을 갖고 있다. 

선거인이 투표함에 다가가면 앉아있던 투표소장은 일어나서 선거인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투표소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리게 큰 소리로 선거인의 이름을 부른다. 선거인 목록을 가진 사람에게 선거인 카드를 주면 알파벳순으로 정리된 선거인 목록에서 선거인의 이름을 찾는다. 목록에 적힌 선거인의 이름과 신분증, 선거인 카드에 적힌 이름이 같다고 확인되면 투표소장은 투표함 윗면에 있는 작은 레버를 당긴다. 투표함의 작은 틈이 열리고 투명한 투표함에 투표봉투가 떨어진다. 투표소장이 레버에서 손을 떼면 틈이 닫히고, "홍길동 투표했습니다"라고 크게 말한다. 


이제 선거인 목록에 사인해야 하는데, 서명을 크게 할 수도, 길게 할 수도 없게 되어있다. 가로 약 30cm, 세로 약 5cm 되는 긴 투명한 플라스틱 자에 5cm x 1cm 정도의 직사각형 크기로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 자를 선거인 목록에 올려놓고 그 칸 안에서 사인을 해야 한다. 타인의 서명란을 건드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서명하고, 선거인 카드에 투표 일자가 찍힌 스탬프를 받고 투표소에서 나온다. 


프랑스의 투표함은 투명해서 속이 다 들여다보이고, 투표봉투만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틈이 매우 작다. 그 또한 레버를 당겨야 열린다. 레버를 놓으면 틈이 닫히고 레버 옆에 숫자가 하나 올라간다. 당일 저녁에 개표가 끝날 때까지 이 투표함은 절대로 있던 자리를 뜰 수 없다.





14. 사전 투표? 대리 투표? 

선거인이 선거일에 투표소에 출두할 수 없는 경우, 한국에서는 사전 투표를 하는 데 반해, 프랑스에서는 대리 투표 혹은 위임 투표를 한다. 한국의 위키페이아에 의하면 대리 투표 혹은 위임 투표는 '부정 선거의 위험 때문에 정치적인 선거에서는 금지'한다고 하는데, 프랑스에서는 사전 투표를 허가하지 않고 위임 투표를 하는 걸 보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투표는 투표 당일에 한해서 투명한 투표함에 들어가야 유효하다는 원칙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것 같다. 

대리 투표 조건은 선거인등록을 한 사람이어야 하고, 같은 선거구에 있어야 하며, 또 다른 대리 투표를 위임받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투표소는 달라도 같은 선거구에 등록된 선거인은 대리 투표를 할 수 있으며, 한 선거에서 단 한 사람의 투표만을 위임받을 수 있다. 

대리 투표를 신청할 경우, 투표 전까지 투표대리인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 등을 경찰서에 등록한다. 투표 당일, 투표대리인이 위임자의 투표소에 가면 경찰서에서 받은 대리 투표자 목록과 대조한 뒤, 선거인카드와 신분증을 확인하고 위임투표를 한다.  



15. 투표함 

고대 그리스에서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불투명한 항아리를 투표함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투명한 투표함을 사용하고, 윗면에 레버를 당기면 투표용지가 들어갈 만한 틈이 열린다. 레버를 놓으면 다시 틈이 닫히면서 숫자가 하나 올라간다. 다시 말해서 레버가 한번 당겨질 때마다 몇 개의 투표가 그 안에 들어갔는지 센다는 얘기다. 투표를 시작하기 전에 투표함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지, 레버 옆에 숫자가 영(0)인 지 확인한 뒤, 투표함을 열쇠로 잠근다. 

우리 딸애가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반장선거를 하던 날, 시청에서 초등학교에 투표함을 빌려줬다. 아이들은 '진짜 투표함'으로 반장선거를 치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체험을 통해 민주주의를 배우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참고로 프랑스의 모든 시청이 학교에 투표함을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딸애 학교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16. 투표일, 투표시간, 투표소

투표일은 늘 일요일, 투표시간은 아침 8시부터, 대도시의 경우, 저녁 8시까지 12시간 동안 투표소가 열려있고, 인구가 작은 소도시나 마을의 경우, 저녁 6시에 문을 닫는다. 기타 대중을 위한 시설과 마찬가지로 투표소 또한 지체장애인을 비롯해서 모든 사람이 문제없이 출입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용이해야 한다. 

참고로, 호텔, 사무실, 상가, 영화관, 식당, 화장실 등 대중에게 열려있는 시설은 지체장애인에게도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프랑스 법이 명시하고 있다. 만일 그렇지 못한 경우, 제한된 기간 내에 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 



17. 개표 


선거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은 개표가 아닐까 싶다. 저녁 6시 혹은 8시에 투표소가 문을 잠그면 그 순간부터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그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다.

투표소장과 투표소 비서를 제외하고 투표소 보좌인이 되고 싶으면 선거인 등록된 자에 한해 선거일 24시간 전까지 시청에 신청하면 된다. 신청자가 많으면 시간표를 짜서 교대근무를 설 수 있어서 좋다. 개표에 참여하고 싶으면 시청에 미리 신청할 수도 있고, 투표 당일 아침까지 신청할 수도 있다. 개표 참관은 모든 시민에게 열려있다. 모든 개표는 반드시 수개표를 하며, 시의원이나 정당의 후보나 대리인은 개표에 참관은 할 수 있되 절대 개표에 간여할 수 없고, 개표는 오로지 시민만이 할 수 있다. 

투표소 내에 테이블을 2~3개 설치하고, 테이블마다 4개의 의자를 준비하는 동안 투표소장은 열쇠로 투표함을 열어 투표봉투를 꺼낸 뒤 참관인들이 보는 앞에서 100개 단위로 묶어 각각 우편봉투에 담는다. 각 테이블에 투표 100개들이 우편봉투 하나씩을 나눠준다. 

첫번째 사람이 투표봉투에서 투표용지를 꺼내 기권이나 무효표인지를 확인하고 두 번째 사람에게 건네면 두 번째 사람은 투표용지에 적힌 후보자의 이름을 부른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사람은 개표결과를 적는 용지를 받아들고 있다가 호명된 후보가 해당하는 칸에 작대기를 긋는다.

100개의 투표용지를 개표하고 나면 투표소 비서는 작대기를 그은 두 사람의 결과가 동일한 지 확인하고, 기권과 무효표를 포함해서 총합이 100개가 되는지, 투표용지도 100개가 되는지 확인한다. 결과를 투표소장에게 넘긴 뒤 새로 100개의 투표용지 묶음을 받아 개표한다. 

개표가 완전히 끝나면 테이블마다 두 개씩 배부된 개표결과 용지에 네 명의 개표자 이름을 적는다. 무효표 봉투에도 네 명의 개표자 이름을 적는다. 투표소장이 개표 결과를 전화로 시청에 알리고 나면 개표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건물을 나갈 수 있다. 시청은 모든 투표소의 개표결과 집계를 당일 밤 지체없이 시청 앞에 게시한다. 


18. 해외국민투표 


한국도 2012년부터 해외국민투표를 시행해오고 있는데, 재불 한국대사관 공무원의 말에 의하면, 해외국민도 투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서류를 만들어 청을 넣은 이들이 바로 재불 한인들이라고 한다. 

이번 총선의 경우, 유권자 등록 신청이 11월 15일(일)부터 2016년 2월 13일(토)까지 91일간이었고, 투표는 3월 30일(수)부터 4월 4일(월)까지 6일간 해외공관에서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한국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해외국민투표 경험담을 말씀드릴까 한다. 2012년, 대통령 선거 해외국민투표에 참여했던 바에 의하면, 투표용지는 한쪽 모서리에 일련번호가 적혀있고, 선관위의 빨간 도장이 찍혀있었다. 그 모서리는 점선에 따라 뜯어낼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런데 독일의 한 교포가 투표했을 때는 빨간 도장이 아닌 흑백의 복사본이었다고 내게 증언했다. 

투표함은 흰 종이로 엉성하게 싸여있고 투표봉투를 집어넣는 틈은 여자 손이 하나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열려있었다. 투표소 보좌인으로 있었던 지인의 말을 빌리면, 투표함은 매일 저녁 개봉되어 표를 다른 자루에 담고 빈 투표함은 다음 날 투표를 위해 다시 포장된다고 했다. 해외국민투표가 끝나면 자루에 담긴 표들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간다고 했다. 한국에서 개표하기 위해서. 

자, 그럼 프랑스의 해외국민투표는 어떻게 진행될까? 

유권자등록은 선거 전년도 마지막 날까지이다. 내년에 프랑스 대선이 있으니 유권자 등록은 올해 12월 31일까지다. 프랑스의 선거일은 늘 빨간 날(일요일)이고, 전 세계 재외 프랑스 국민도 동일한 날, 즉 일요일 하루 동안 선거를 치른다. 시차가 있어서 시간은 각 도시의 현지 시각을 따른다. 

개표도 프랑스 선거법을 따른다. 투표가 끝나는 즉시 투표소의 문을 잠그고 프랑스 재외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그 자리에서 바로 수개표하고 결과를 프랑스 선관위에게 전달한다. 투표함은 투명해야 하고, 그 어떤 경우에도 투표 시작부터 개표가 끝날 때까지 절대 자리를 이동하지 않는다. 투표가 끝나는 정시에 투표소 문을 잠그고, 투표함을 열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4인 1조로 수개표가 진행되며, 정부 및 정치 관련인은 절대 개표에 참여하지 못한다. 이것이 프랑스 개표의 원칙이다. 

4월 13일,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프랑스는 이중국적을 허용하지만 한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한국 재외국민투표에 참여할 수가 없다. 2012년 해외국민투표를 마치고 나왔을 때, 어찌나 기쁘던지. 지난 10년 넘게 모국에도, 체류국에도 투표를 할 수 없었던지라 그 감격이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 해외국민투표를 끝으로 나는 프랑스 국적으로 지방 선거에 후보로 출마했으며, 7.30%라는 지지를 받았다. 투표소 보좌인도 해봤고, 개표에 직접 참여도 해보았다. 선거가 어떻게 준비되고, 선거자금이 어떻게 유통되고 운영되고 감독받는지, 투표와 개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체험을 통해서 그 어떤 프랑스인보다도 더 잘 알게 되었다. 그 덕분에 한국 독자들에게 총 3회에 걸쳐 프랑스 선거에 대한 모든 것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자는 정치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 내 나라 한국에서 민주주의 꽃을 시민의 손으로 부디 아름답게 피워내기를 멀리서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소망한다. 



2016년 3월 27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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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France 프랑스2016.10.17 22:52

그것이 알고 싶다. 프랑스의 선거에 관한 모든 것! 이번에는 제2편으로 선거비용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7. 선거비용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나? 


프랑스에서 선거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이 두 가지 있다 : 캠페인 계좌 협회와 대리인. 두 가지 방식 중에 어느 것을 쓸지는 선택의 문제다.


1) 캠페인 계좌 협회

같은 정당의 여러 후보의 선거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하나의 협회를 만들고, 그 협회에서 다수 후보의 선거자금을 관리한다. 

2) 대리인 

후보가 선거자금 대리인을 지정한다. 선거운동 중 지출이 필요한 경우, 선거자금 대리인이 수표로 지급한다. 


두 경우 다 선거자금 운용의 법적 책임은 소속정당이 아니라 후보에게 있다. 

내가 후보로 출마했던 2015년 3월 도의원 선거의 실례를 들어보자. 이블린 도의 모든 녹색당 도의원 후보들의 선거자금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협회를 하나 설립했다. 그렇다고 하나의 은행계좌에서 여러 후보의 자금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이블린 도의 선거구마다 각 선거자금 은행계좌를 만든다. 지출이 있는 경우 수표로 후급 정산하고, 계좌 폐쇄까지 총관리했다. 

선거자금 예산은 원칙적으로 각각의 후보가 은행에서 대출받는다. 내 경우, 윤리적인 은행에서 대출하려고 했는데 대출 최소금액이 우리가 필요한 예산의 10배를 웃돌았기 때문에 이블린 도의 모든 녹색당 후보들이 필요한 예산을 합해 정당의 이름으로 한 번에 대출을 받았다. 이어 녹색당은 이블린의 각 선거구 후보들에게 대출계약서를 쓰고 선거자금을 빌려주었다. 그래서 나도 내 개인 통장으로 2500유로(한화로 약 341만 원)를 받았고 다시 선거자금 계좌에 고스란히 2500유로를 입금했다. 이후 관리는 캠페인 계좌 협회에서 일체 관리했다. 

선거가 끝나고 약 한 달 뒤, 캠페인 계좌 협회는 각 선거구 후보가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모든 증빙서류를 준비하도록 상세 서류목록을 알려준다. 서류를 다 준비한 뒤 전문회계사와 약속을 잡아 만나러 가면, 전문회계사는 후보가 준비해온 서류를 꼼꼼하게 검토하여 제출서류가 완비되었는지 확인한다. 

후보는 이 두툼한 서류뭉치를 1차 선거일로부터 10번째 되는 금요일까지 CNCCFP (Commission nationale des comptes de campagne et des financements politiques), 즉 선거비용과 정치자금을 담당하는 국가위원회에 우편으로 보낸다. 이때 우표는 붙이지 않는다. 





CNCCFP는 선거자금 환불뿐 아니라 선거자금 감사를 맡는다. 선거자금과 관련해서 특정액에 관련된 의문사항을 후보에게 우편으로 질의하면 후보는 지체없이 답신을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5% 이상의 지지를 받고, 선거자금 지출이 선거법이 정하는 최대금액(A)을 넘지 않으면 국가는 최대 제한금액(A)의 47.5% 한도 내에서 환급해준다. 다시 말해서 선거법이 정하는 최대 제한 금액의 절반 이하의 선거자금을 쓴 경우, 전액 환급된다. 

필자가 출마했던 선거구는 인구 6만3564명으로,선거자금 최대지출 한도액이 3만8768유로 62쌍팀('쌍팀'은 센트에 해당되는 프랑스어로, 1유로는 100쌍팀). 환급 최대한도액은 1만8416유로였다. 필자의 선거자금 총액이 2280유로라서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었다.

선거 자체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항목은 각 후보의 선거비용에서 제외한다. 선거 공식게시판에 붙이는 포스터, 각 가정에 배달되는 공약 홍보물, 선거용지 등은 국가에서 결제하므로 후보의 부담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공식게시판 이외에 포스터를 더 붙이고 싶어서 포스터를 추가 주문하게 되면 추가분은 선거계좌의 지출목록에 올라간다. 공약 홍보물을 환불받기 위해서는 재활용 섬유질이 최소한 절반이 넘는 종이이거나 지속적인 관리 국제인증을 받은 숲에서 베어낸 나무로 만든 종이여야 한다. 



8. 선거자금의 한도액이 있나? 

있다. 선거인 수에 비례해서 선거법이 선거자금 한도액을 정하고 있다. 이 한도액은 2~3년마다 바뀐다. 만일 선거비용이 선거법에서 정한 한도액을 넘은 경우, 선거자금 일체를 환불받지 못할 뿐 아니라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당선이 취소된다. 

최근 프랑스 전 대통령 사르코지가 대선 선거자금 위반으로 법정에 서게 됐는데, 2012년 당시 사용한 선거 비용이 선거법에서 정한 한도금액을 넘어섰다는 혐의 때문이다. 대선 캠페인 당시 사르코지는 비그말리옹에 UMP(대중운동연합) 정당 모임을 의뢰했는데, 정당 모임을 지나치게 자주 그리고 화려하게 가졌다.

맞수인 사회당 후보 프랑수아 올랑드가 2012년 1월부터 4일까지 10번의 정당 모임을 가졌던 반면, 니콜라 사르코지는 43회의 정당 모임을 가졌다. 게다가 특수조명, 대형 스크린, 정당 모임을 위해서 작곡한 음악, 비디오 촬영까지 동원했다. 단적인 예로, 안시와 빌팡트, 단 두 도시에서 열었던 UMP 정당 모임에만 자그마치 50만 유로(약 6억8천만 원)가 들었다. 




참고로 1차 선거 당선자의 선거자금 총액은 2250만 유로(약 307억 원)를 넘을 수 없게 되어있다. 그런데 사르코지는 대선 캠프 관계자가 지난 대선에서 선거비용 초과 사용을 은폐하려 비그말리옹에서 허위 영수증을 발급받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행사를 연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서 1850만 유로(약 253억 원)의 영수증을 위조했다는 것. 사르코지는 선거자금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이 사건으로 비그말리옹과 UMP 관계자 13명이 기소됐다. 

흥청망청 정당 모임의 기획을 맡았던 이벤트 회사 비그말리옹은 사르코지의 UMP동료이자 한때 UMP의 당대표이기도 했던 프랑수와 코페의 친구 둘이 경영을 맡았다. 현재 모(Meaux) 시의 시장으로 있는 코페는 2012년 11월, 당내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부정을 일으켜 18개월 만에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2017년 대선을 딱 일 년 앞두고 4년 전에 사르코지가 위조했던 영수증과 USB키를 발견돼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UMP는 현재 '공화당'이라는 이름으로 당명을 바꾼 상태다. 


9. 기탁금은 얼마인가? 

없다. 프랑스에서 '선거 기탁금'이란 제도는 없다. 대신 최소 5%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경우, 선거자금으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은 후보가 갚는다. 단, 대선은 예외이다. 

대선은 선거구가 넓고, 참여하는 선거인이 많으며 선거자금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워낙 크다. 그러다 보니 1차 선거에서 5% 이상 지지를 못 받고 낙선했더라도 2012년 대선의 경우 지출 최고 한도액의 4.75%인 80만422유로50쌍팀까지 환불해주었다. 5%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경우, 지출 최고 한도액의 47.5%까지, 즉 800만4225유로까지 환불해주었다. 


10. 개인이나 기업에게서 기부금을 받을 수 있나? 

4600유로에 한해 개인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의 한계액은 150유로, 그 이상인 경우 반드시 수표로 지불해야 하며, 개인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이 선거자금 지출총액의 20% 이하여야 한다. 

반면에 1988년부터 개정된 선거법에 의하면, 기업으로부터는 일체의 기부금을 받을 수도 없고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없다.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거나 공간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경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서비스가가 시장가보다 훨씬 높거나 낮으면 CNCCFP에서는 그 사유에 대해서 물을 것이고, 사유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그 액수만큼은 환불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 

선거활동이 아닌 경우, 정당에 정치자금을 후원할 수는 있다. 한 해 한 정당에게 기업은 최대 7500유로, 가족은 1만5000유로까지 기부할 수 있다. 


11. 후보 자신의 재산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나? 

은행 대출 안 받고 자기 돈이 충분히 많아서 자기 돈으로 선거하겠다면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기 돈을 선거계좌로 집어넣으면 되니까. 단, 후보는 선거기간동안 선거계좌에 들어간 돈을 단 한 푼도 만질 수 없고, 자신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도 쓸 수 없다. 캠페인계좌 협회와 대리인만이 선거비용을 관리할 수 있다. 



다음 편에는 '프랑스 선거, 그것이 알고 싶다!'의 종결판으로 투표방법, 투표용지, 투표함, 해외국민투표 등 투표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한다.




2016년 2월 27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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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France 프랑스2016.02.08 23:02

지난해 이맘때쯤 프랑스 도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 등록 마감을 불과 일주일 앞둔 때였다. 평생 선거 캠페인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었고, 집안 어른이나 지인 중에도 정치는커녕 이장 한 번 지내본 사람이 없었다. 

정치인이 되려고 마음먹고 저지른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2015년부터 선거법이 바뀌어 남녀 1조로 후보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마저 수락하지 않으면 우리 선거구에서 녹색당이 후보 명단에서 사라지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 이유로 후보 수락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내가 아니까.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내가 사흘 동안 고민 끝에 마음을 바꾼 결정적인 원인은 나를 추천했던 동료의 추천사에 있었다. 

"정치는 '정치가'만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2015년 이블린 도의원선거 후보 기자회견 사진 이블린(Yvelines)에서 가진 녹색당 도의원선거 출범식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단체 기념촬영. 이블린은 파리 서쪽에 위치한 데빡뜨멍(departement; 도)으로, 이곳의 수도는 베르사이유다. 위 사진의 링크> http://yvelines.eelv.fr/les-ecologistes-battent-la-campagne-yvelinoise/


"정치는 '정치가'라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민주주의라고 봐. 그 때문에 나도 지난해에 시의원으로 출마했고, 시의원이 됐어. 나는 네가 녹색당 여성 후보로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너의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가 우리에게 몹시 필요해. 넌 아주 좋은 여성 후보야."

내 선거 파트너는 운도 대단히 좋지. 마침 그때 내가 백수여서 두 달간 밤낮으로 선거 운동에 오체투지를 할 시간이 있었다. 내 선거 파트너가 '그런 거 필요 없다'고 단칼에 무시해버리는 선거 운동을 다 해내는 고집과 '포스'가 있었다. 

집에서 1시간 반 떨어진 경시청(Prefecture of Police,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 조직)에 후보등록부터 시작해서 포스터에 들어갈 사진을 찍고, 포스터를 붙이고, 전단을 뿌리고, 보도 자료를 만들고, 시민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준비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열어 운영하는 등 선거 캠페인의 모든 과정을, 선거 8개월 후 국가로부터 선거 자금을 환불받을 때까지 혼자서 다 해냈다. 



015년 우이(Houilles) 선거구 도의원선거 포스터 내가 2015년 도의원선거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선거 포스터. 우이 선거구에는 우이, 까리에르 쉭센느, 몽테쏭의 세 도시가 포함된다. 이 사진 촬영과 색보정을 내가 직접 했다.



녹색당 동료들로부터 "적당히 해, 이건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고"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것도 여러 번.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때 확실히 미쳐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개정된 프랑스 도의원 선거법 조항을 꼼꼼하게 읽게 되었고, 선거 자금이 어떻게 모이고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 통달했다. 

내 선거구뿐만 아니라 옆 동네 삭투루빌 선거구에 출마한 녹색당 동료의 선거 캠페인도 물심양면 도왔다. 그 결과 삭투루빌 선거구의 1차 선거에서 녹색당은 7.44%를, 우리 선거구에서는 7.30%의 지지를 얻어냈다. 내겐 나름의 승리였다. 3%도 넘지 못할 거라고 여겼던 선거 파트너의 배신을 맛봐야 했던 건 바로 다음 날 아침이었다. 

내 선거 파트너는 전년도 시의원 선거 때보다 갑절 이상 뛰어버린 녹색당 지지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선거 사무소별로 집계한 결과표를 신줏단지처럼 고이 품 안에 넣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2014년 시의원 선거에 그는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고, 1차 선거에서 389표를 받아 지지율 3.27%를 기록했다. 일곱 명의 후보 중 꼴찌였다. 

그런데 2015년, 인구와 면적이 3배 이상 커진 도의원 선거에서 일곱 후보 중 4위를 기록했으니 놀랄 만도 했다. 참고로, 도의원 선거 우리 선거구의 면적은 약 17km²에, 인구는 약 6만3000명이다.  

이후 1차 선거를 통과한 사회당이 우리에게 2차 선거에서 본인들을 지지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왔다. 우파와 대결할 좌파인 사회당을 지지하는 일은 나로선 재고할 여지가 없었다. 더구나 선거 캠페인 동안 가장 많은 조언을 해주며 도와주었던 이가 40년 동안 사회당원이었고, 나의 시어머니는 18년간 사회당 당원이자 시의원으로 활동했다.

프랑스 전국에서 유일하게 녹색당이 도의원으로 선출된 곳도 다름 아닌 시어머니가 계신 도였다. 어머님은 그 사실을 내 일처럼 기뻐하셨다. 사회당이신 어머님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녹색당인 나를 물심양면 도와주셨다. 때문에 녹색당인 나와 가까운 사회당의 2차 선거를 도와주는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당연히 사회당을 지지해야지! 우파가 이기게 놔둘 수는 없잖아?"

하지만 내 말에 나의 선거 파트너는 주저 없이 "글쎄, 난 아니야, 사회당에 실망해서"라고 말했다. 3월 22일, 밤바람이 아직 쌀쌀한 자정에 우리는 각자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종종걸음을 치며 헤어졌다. 

다음 날 아침, 선거 파트너의 배신에 형용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집을 나서니 사회당 선거 게시판마다 '녹색당 아무개 남자 후보, 사회당 지지'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더군다나 일은 다 내가 했는데 생색은 그가 내다니. 

며칠을 앓고 드러누웠다가 일어나 같은 길에 위치한 사회당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상황을 이야기하고 2차 선거에서 사회당을 돕고 싶다고 했다. 전단에 내 지지 의사를 인쇄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내 사진과 지지 의사를 그들의 페이스북에 싣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사흘간 그들의 선거 캠페인에 동행했다. 바로 그때 나는 진짜 선거 캠페인이라는 게 뭔지를 보았다. 

나에게 '대선 준비하느냐'던 녹색당 동료들의 비아냥을 잊게 만든 진짜 선거 운동을 체험해보았단 말이다. 프랑스 전국에 있는 녹색당원들이 우리 선거구 동료들 같지는 않다. 내 선거 운동을 당연한 과정으로 여기고 나를 응원해주던 타 선거구의 녹색당 동료들이 있었기에 힘든 과정을 모두 감수할 수 있었다. 


2차 선거에서 사회당을 지지하기위해 사회당원과 함께 가가호호 방문하는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동행하던 때. 왼쪽에서 두 번째가 도의원선거 사회당 여성 후보 마리셩딸 듀플라이고, 맨 오른쪽이 사회당 남자 후보 실방 티아롱이다.


서론이 길었다. 어쨌거나 내 인생에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덕분에 2015년 초에 개정된 도의원 선거 관련법규를 통독했고, 프랑스 선거 절차에 대해서 그 어느 프랑스인보다도 훨씬 잘 알게 되었다. 

4월에 있을 한국의 총선을 맞아 프랑스의 선거는 어떻게 치러지는지 전반적으로 소개할 좋은 기회인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언제 어떤 선거를 치르며, 선거 운동은 어떻게 하며, 기탁금을 얼마나 내며, 선거 자금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몇 차로 나누어 소개해볼까 한다. 

1. 프랑스에서는 어떤 선거가 언제 있나?  

한국에서는 여러 종류의 의원을 한 날에 뽑기 때문에 투표용지 여러 개를 들고 투표소에 들어간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한 선거에서 한 종류의 의원을 뽑는다. 프랑스에서 시의원 선거, 도의원 선거, 지방 선거는 6년마다 치러지고, 유럽의원 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는 5년마다 치러진다. 

총선을 앞둔 한국은 정치인들의 '줄서기'가 한창이던데, 프랑스는 선거가 없어 조용하다. 내년 4월 23일과 5월 7일 대선을 시작으로, 6월 총선, 2020년 초 시의원선거, 5월 유럽의원 선거, 2021년 3월 도의원 선거, 12월 지방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유럽의원 선거를 제외하고 모두 1차와 2차 투표를 거친다. 유럽의원 선거는 프랑스만의 선거가 아니므로 앞으로는 이 글에서 거론하지 않겠다.  

2. 결선투표제는 어떻게 진행되나? 

1·2차, 두 차례에 걸쳐 선거를 치르는 결선제를 도입한 나라마다 상세 규정에 차이가 있다. 프랑스라 하더라도 총선과 시의원 선거는 규정이 다르다. 총선과 도의원 선거의 예를 들어보면, 1차 선거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고, 동시에 등록된 선거인 중 25%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다시 말해서 50% 이상의 지지율이 나왔다 하더라도 선거율이 저조해서 등록된 선거인의 반의 반 표도 얻지 못했다면 2차 선거를 치러야한다. 

실례를 들어보자. 지난해 도의원 1차 선거에서 삭투루빌(Sartrouville) 선거구의 우파 정당 대중운동연합(UMP)후보가 55.74%라는 상당히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하지만 지지율이 아닌 득표수를 집계해보면, 등록된 선거인 (혹은 전체 등록유권자) 5만1177명 중 23.74%인 1만2016표를 얻었다. 

즉 선거율이 낮은 탓에, 과반의 지지율에도 선거인의 반의 반 표도 얻지 못해서 2차 선거를 준비해야했다. 후보 다섯 팀 중 12.5% 이상 득표한 팀이 UMP밖에 없었으므로 최다득표한 두 팀의 후보가 2차 선거를 치렀다. 참고로, 이 선거구의 선거참여율은 1차 선거 43.18%, 2차 선거 38.90%이었다. 

3. 프랑스에도 비례대표제가 있나? 

대통령, 국회의원, 도의원은 2차 선거를 통과한 후보만이 실무를 수행하고, 시의원과 지방의원은 2차 선거에 오른 후보들 사이에 비례대표제가 적용되어 의원직을 차지한다. 비례대표제의 경우, 후보자 단독출마가 아니라 '리스트'라고 불리는 팀을 구성해야 후보등록이 가능하다. 

후보자는 선거구의 인구수에 비례해서 정해진 홀수의 팀을 구성해야 한다. 예컨대, 시의원선거에서 해당 시의 인구에 비례해서 39명의 리스트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 시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1번이 되고, 그와 함께 시의원으로 일하고자 하는 사람 38명 찾아서 명단을 채워야 한다. 1번이 남자면 이어지는 순서는 반드시 여자-남자-여자-남자순이 되고, 1번이 여자면 2번 이후는 남자-여자-남자-여자순이어야 한다. 

지방선거의 경우, 하나의 지방 안에 여러 개의 도(département)가 있어서 명단등록과 의원점유율 계산이 아주 복잡해진다. 지난번 프랑스 지방선거에 대한 글에서 상세한 설명을 했는데,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다시 설명을 해보자면 이렇다. 

일드프랑스(파리와 인근)의 경우 녹색당 후보로 에마뉘엘 코스가 나섰다. 일드프랑스에는 여덟 개의 도가 있고, 각 도마다 인구수에 비례해 명단을 작성해야만 에마뉘엘 코스가 지방의원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파리는 에마뉘엘 코스를 필두로 한 리스트에 총 42명, 센에마흔느에 77명, 이블린에 27명, 에쏜에 24명, 오드센느에 30명, 센생드니에 29명, 발드마흔느에 25명, 발드와즈에 23명해서 일드프랑스에서 총 225명(반드시 홀수!)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녹색당과 시민연합(CAP21)이 연합했다. 다른 당 후보도 마찬가지로 각 도마다 같은 수의 지지자를 찾아 총합 225명의 명단을 작성해서 경시청에 제출해야만 후보등록이 된다. 



리스트의 예) 2015년 지방선거 당시 녹색당의 일드프랑스 후보 리스트 (앞면) 선거 일주일 전, 각 가정에 모든 정당의 후보 소개, 지지자 및 예비후보 리스트, 투표용지가 한 봉투에 담겨 배달된다. 모든 후보의 유인물 규격은 동일하다. 일드프랑스에는 여덟 개의 구가 있고, 각 구마다 인구수 대비 리스트의 수가 정해진다.


리스트의 예) 2015년 지방선거 당시 녹색당의 일드프랑스 후보 리스트 (뒷면) 선거 일주일 전, 각 가정에 모든 정당의 후보 소개, 지지자 및 예비후보 리스트, 투표용지가 한 봉투에 담겨 배달된다. 모든 후보의 유인물 규격은 동일하다. 일드프랑스에는 여덟 개의 구가 있고, 각 구마다 인구수 대비 리스트의 수가 정해진다.






1차 선거에서 과반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없거나, 과반을 넘었다 해도 등록된 선거인의 반의 반의 표도 얻지 못했을 때는 12.5%를 넘긴 후보1, 후보2, 후보3이 2차 선거를 치른다. 만일 지지율 12.5%를 넘긴 후보가 하나밖에 없거나 아무도 없다면 최다득표를 한 두 후보가 2차 선거를 치른다. 지난 지방선거 1차 선거 결과의 실례를 볼까? 

파리에서 1차 선거 결과, 우파연합과 좌파연합이 각각 32.93%와 31.42%로 박빙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고, 그 다음으로 녹색당이 10.92%, 극우전선이 9.66%의 지지를 받았다. 이하 후보는 생략하기로 한다. 그렇지만 파리 주변 지역을 통합한 '일드프랑스'에서의 득표수를 집계한 뒤, 등록된 선거인 수를 분모로 득표 비율을 산출해보면 각각 30.51%, 25.19%, 8.03%, 18.41%로 순위가 뒤집힌다. 파리에서는 녹색당 지지율이 3위, 극우전선 지지율이  4위였지만 일드프랑스에서는 극우전선이 녹색당을 월등히 앞질러 12.5%를 넘기면서 2차 선거 후보로 오른 것이다.  

1차 선거 결과, 프랑스 전국에서 극우전선의 파도가 넘실댔다. 전국의 52%가 넘는 시에서 극우전선이 선두를 달리는 경악할만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에마뉘엘 코스는 녹색당의 이름으로 좌파연합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2002년 극우전선이 대통령 2차 선거 후보로 오르던 그 악몽이 반복될 것인가? 프랑스는 긴장상태에 놓이고, 선거참여율을 높이자는 시민캠페인이 펼쳐졌다. 

상대적으로 높은 선거참여율 속에 치러진 2차 선거 결과, 극우전선은 프랑스 전국 그 어디에서도 최다득표를 이뤄내지 못했다. 파리의 경우, 좌파연합이 녹색당의 지지를 흡수하면서 1차 선거의 순위를 뒤집고 49.64%로 1위를 달렸고, 우파연합은 44.26%, 그리고 극우전선은 높아진 선거참여율에 밀려나 6.10%를 기록했다. 하지만  파리가 포함된 선거구획 일드프랑스 집계에서는 우파 43.8%, 좌파 42.18%, 극우전선 14.02%를 기록해 전체 판도가 달라졌다. 

이 경우, 지방의원 좌석점유율을 어떻게 계산할까?

일드프랑스 지방의원의 총 좌석 수가 209석이다. 최다득표를 한 우파연합이 먼저 '보너스'로 25%를 차지한다. 따라서 52석 선 점유. 이어서 남은 157석을 세 후보가 득표율로 나눠 각각 68석, 66석, 22석을 차지한다. 다 더하면 총 208석, 한 자리가 남는데, 이건 최다수 득표를 한 당에게 돌아가 우파연합은 총 121석을 차지하게 된다. 각 당의 도별 의원수 배정은 일드프랑스의 각 도별 득표비율에 따른다. 

4. 연합 출마와 2차 선거 연합은 어떻게 가능한가?

파리회의로 이곳에 오신 한국의 녹색당 대표님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아니, 어떻게 '연합' 출마가 가능할 수가 있나? 합당을 해서 새로운 당을 만들면 만들었지 서로 다른 당이 어떻게 연합을 해서 출마를 할 수 있나? 한국에서는 절대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며 깜짝 놀라하셨다.  

선거구역이 작은 시의원 선거에서는 연합하는 일이 없지만 선거구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연합해 출마하는 경향이 강하다. 도의원 선거와 지방 선거가 그렇다. 

도의원 선거는 리스트가 없고, 2015년부터 여성의 정치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남녀 후보가 한 조가 되어 출마해야 한다. 남녀 후보에, 부후보 두명까지 총 4명이 한 조가 된다. 선거가 끝나고 의원이 된 후에는 남녀 후보는 각각 독립적으로 의원생활을 한다. 

도의원 선거에서 한 선거구는 보통 세 개의 도시에서 많게는 약 40개의 마을을 포괄하게 되는데, 그중 한 도시에 사는 후보들끼리 출마하는 경우는 드물고 서로 다른 도시나 마을에 사는 서로 다른 당 후보가 연합해 4인1조를 이루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되면 서로 다른 도시나 마을의 지역적인 사정을 더 잘 알게 되어 하나의 도시·마을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여러 도시·마을을 포괄한 도 단위의 광범위한 프로그램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 

서로 다른 당과 연합하는 경우, 좌파와 우파가 연합하는 일은 결코 없으며, 극우전선과 연합하려는 당은 더욱이 하나도 없다. 보통 우파는 우파끼리 좌파는 좌파끼리 연합하고, 녹색당은 좌파와 연합해왔는데, 사회당과 연합했다가 지난해에는 극좌파와 연합했다. 

공약 프로그램 작성 과정부터 함께 참여하고, 리스트를 같이 짜게 되므로 다수 정당은 소수 정당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수 정당 지지자의 표를 얻게 될 뿐만 아니라 당선이 될 경우, 소수정당에게는 그들의 정치적 노선을 공식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1차 선거에서 패배한 당이 2차 선거에서 아무개당 지지를 공식으로 표명하는 경우, 리스트를 다시 짜는 경우는 드물다.  

5. 후보의 기호는 늘 고정되는가? 

한국에서는 여당이 기호 1번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선거 때마다 바뀐다. 경시청에서 선거 후보들을 어느 한 날 일제히 소환해 그 자리에서 제비뽑기로 정하기 때문이다.  

6. 창당이 쉬운가? 

프랑스 녹색당의 현재 당원이 1400명이라는 말에 한국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한국 녹색당 당원 수보다 훨씬 적다"며 놀라워 했다. 한국에서는 창당하는 데 최소한 5000명의 당원이 필요한데, 어떻게 당원이 1400명밖에 안 되는 당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장뱅상 플라세가 지난해 여름 녹색당을 탈퇴하고 가을에 새 당을 만들었다는 말에 역시 놀라워하며 창당이 그렇게 쉽냐고 나에게 물었다. 

프랑스에서는 당원수가 창당의 조건이 아니다. 창당은 협회(association)를 만드는 것만큼 간단하다. 최소한 회장과 총무만 있으면 되고, 간단한 서류절차를 경시청에 제출하면 가능하다. 문제는 당을 얼마나 쉽게 많이 만드느냐가 아니라 그 당이 동시대 시민의 소리를 얼마나 많이 대변하고, 얼마나 많은 당원을 확보해서 재정적으로,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에 있다고 본다. 

다음번에는 많은 분들이 굉장히 궁금해 할 프랑스의 선거자금, 그리고 한국에서 보면 생소할 투표용지와 투표방법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2016년 1월 31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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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Actualités 시사2015.12.17 06:52

프랑스 지역선거  2차투표 결과를 보면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1주일 전에 치러진 1차선거의 선거율은  43.01%로 13개 지역 가운데 절반에서 극우정당이 득세했었다. 

이번 2차선거는 50.54%라는 비교적 높은 선거율 속에 치러졌고 사르코지를 대표로 하는 공화당과 올랑드를 대표로 하는 사회당이 각각 8개와 5개의 지역에서 승리했다. 우파, 좌파, 극우파의 프랑스 전국 집계는  40.24%, 28.86%, 27.10%. 극우파가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좌파-녹색당 연합을 바짝 따라잡으면서 삼당 구도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안심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극우정당이 차지하는 의석

극우정당이 단 한 개의 지역에서도 승리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극우정당이 의석을 하나도 차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2차투표에서 승리한 당이 먼저 좌석의 25%를 차지하고, 지지율 5% 이상의 당에 한해서 남은 75%의 좌석을 득표율만큼 나눠 가진다. 

예컨대, 총 100석의 의석이 있다고 하자. 2차 투표에서 당1, 당2, 당 3이 각각  5만1000표, 4만4100표, 4900표를 받았다면, 당1이 먼저 25%인 25석을 차지하고, 당3는 5% 미만이므로 탈락한다. 75%의 좌석을 당 1과  당2가 나눠 갖게 되니 각각 40석과 35석. 따라서 당 1은 총 65석을 차지하고, 당 2는 35석을 차지하게 된다. 

2차투표 결과를 갖고 실례를 들어보자. 파리와 인근 지역인 일드프랑스의 경우, 투표율이 54.46%였고, 공화당이 승리했으므로 공화당에서 25석을 가져간다. 남은 75석을 공화당, 사회당, 극우정당이 각각 투표율 43.80%, 42.18%, 14.02%로 나눠 가진다. 즉, 33석, 32석, 10석. 따라서 공화당은 과반인 58석, 사회당은 32석, 극우정당은 10석을 차지한다. 

추락하는 사회당


과거의 지역선거를 보면, 2004년 이후로 사회당의 지지도가 계속 줄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지역선거에서 알자스를 제외한 전국에서 사회당이 승리했던  전례와 비교해보았을 때, 사회당이 5개 지역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사회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이라기보다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차 투표에서 사회당을 찍은 사람들은 사회당을 찍고 싶어서 찍었다기 보다 극우정당의 득세를 막기 위해서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내년 한 해는 프랑스는 선거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올초 도의원 선거에서 프랑수와 올랑드와 마뉴엘 발스의 고향에서마저 사회당이 참패했고, 올겨울 지역선거에도 극우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받은 표로인해 겨우 체면 유지이상을 면치 못했다. 이대로라면 18개월 후, 대통령 선거에서 사회당이 이길 승산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 틈을 타서 극우파 지지세력이 얼마나 성장할 지가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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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France 프랑스2015.08.24 22:28

지난 3 22일과 29, 파리와 리옹을  제외한 프랑스 전국에서 도의원 선거(les élections départementales)가 치뤄졌다.  어쩌다보니 본의아니게 녹색당  후보로 출마하게 되어 베르사이유 경시청에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선거 캠페인 전과정에 걸쳐 모든 일을 하는 바람에  프랑스인들도 다 모르는 선거법도 자세히 읽게 되었고, 선거자금이 어떻게 준비되고 유통되는지 선거를 둘러싼 일체의 준비 과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내가 후보로 나섰던 건 옆동네 녹색당 시의원의 추천사유 때문이었다.  « 정치는 정치가라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민주주의라고 봐. 그 때문에 나도 작년에 시의원으로출마를 했고, 시의원이 됐지. 나는 네가 녹색당 여성 후보로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너의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가 우리에게 몹시 필요해. 넌 아주 좋은 여성 후보야. » 이 동료의 추천을 받고 사흘간 고민했다.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는 사회라, 얼마나 좋을까 ?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출마를 결정했고 캠페인 내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에 이 동료의 추천사가 내겐 가장 큰 힘이 되었다.

프랑스의  행정 및 선거제도를 다 설명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지만 프랑스 녹색당을 소개하는데 앞서 프랑스의 행정적인 골격을 이해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되서 도의원선거와 관련된 사항만을 간략하게  소개할까한다. 이 골격을 보고나면 프랑스 녹색당이 프랑스 사회 전체에서 어디쯤 위치하고 얼마만큼 영향을 끼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예년과 다르게 이번 도의원선거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먼저, 도의원선거의 선거구 단위가 되는  껑똥’(cantons)의 수가 반으로 축소되었다.  다시 말해서 선거지구의 면적이 두 배로 늘어 자신이 거주하는 곳이 어느 선거지구에 소속되는지 투표 전에 확인해야했다. 여러 개의 꼬뮨(communes; )’이 하나의 껑똥을 이루고여러 개의 껑똥이 하나의  ‘데빡뜨멍(département; )’을 이룬다한 껑똥의  주민수는 약 10만명으로 껑똥은 행정적인 구획 단위데빡뜨멍은  지리적인 구획 단위다.  프랑스는 현재  시  36 700, 101, 지역(régions)  22개로 나뉘어져있다. 작년에 시의원선거, 올해 도의원선거, 올 연말에 지역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로, 이번 선거부터 도의원 명칭이 꽁쎄이 제네랄(conseil général)’에서 꽁세이 데빡뜨멍딸 (conseil départemental)’로 바뀌고임기도  3년에서 6년으로 늘어나고, 과거에는 한 명의 후보였던 것이 « 여성의 정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 반드시 여자와 남자가 한 팀이 되어 출마하는걸로 바뀌었다. 내가 도의원선거 개편 상세를 말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는 남성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여성의원과 남성의원이 동일한 비율로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각각의 후보는 동성의 대타후보가  있어야하므로  41조가 되는데, 한 껑똥이 걸치고 있는 여러 시에서 서로 다른 정당의 후보 넷이 공동의 선거공약을 만들어 출마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고 좌파와 우파가 손을 잡는 경우는 없다. 좌파든 우파든 소수정당들이 여럿 있으므로 좌파는 좌파 내에서, 우파는 우파 내에서 결합한다.  아버지에서 딸로 이어지는 르펜(Le Pen)  대를 물려 거의 독재체제로 군림하는 극우파는 어느 누구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극우정당 후보들은 선거포스터만 걸었을 뿐 (돌 맞을까봐 ?) 선거 캠페인도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별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선거포스터가 훼손당한 경우는 대부분 극우정당의 포스터들이었다. 프랑스는 지금 극우파가 일어나는 배경과 원인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성 중이다

 

녹색당은  도의원 선거에서 좌파의 대표격인 사회당(PS: parti socialiste)과 손을 잡지 않기로 애초에 당 차원에서 지침이 내려왔었다. 사회당의 올랑드가 대통령으로서 그다지 좌파적이지 않은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겉만 좌파 속은 우파라는 조롱을 받아왔고그에대한 보이콧이었다. 제 갈 길을 제대로 가지 않은 정당의 결과는? 그렇다. 참패였다. 국민의 믿음을 져버린 뻔한 결과였다. 그리고 우파와 극우파의 대승이었다. 국민 앞에 철저하게 선거로 재판받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다.

2차선거를 통해 당선된  4 108명의 도의원 중 녹색당 소속은 전국에서 딱 3!  녹색당의 당지침과는 역설적이게도 사회당과 손잡은 보르도의 녹색당 후보들이었다. 사실 프랑스 남서부는 대규모로 농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연대감이 그무엇보다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우파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사회당의 터다.

 

프랑스 녹색당의 정식 명칭은 ‘Europe Ecologie Les Verts’ ‘유럽 친환경 녹색당이란 뜻이다. 2008년에 그냥 녹색당(Les Verts)’이라고 시작했다가  2009년에 유럽선거를 앞두고 유럽 친환경(Europe Ecologie)’이란 이름으로 바뀌었고, 2010년에서야 ‘Europe Ecologie Les Verts (유롭 에꼴로쥐 레베르)’란 명칭으로 바뀌었다. 정회원은 약 1만명, ‘조합원(coopératifs/ coopératrices)’이라고 불리는 준회원이 2013년까지만도 2만명이었는데 현재 1400명으로 줄었다.  녹색당 조합원이란 다른 정당에는없는 독특한 시스템인데, 녹색당을 지지하는 친환경주의자이지만 직접적인 정치적인 활동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는 이들이다. 녹색당  회의에 참여할 수 있고, 의견을 낼 수도 있지만 투표권은 없다. 반면, 선거에 녹색당 후보로 나서는건 가능하다.

회비를 낸 정회원수로 프랑스의 각 정당의 규모를 가늠해볼까 ? UMP 우파가 압도적으로 많아  270 000, 그 뒤를 잇는 정당은 다름아닌 극우정당으로   83 000. 공산당이 사회당보다 더 많은 정회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공산당 정회원이 7만명, 사회당이  6만명. 기타로 민주적 운동당이 2만명, PRG 좌파와 녹색당이 각각 1만명, 멜랑숑이 이끄는 극좌파가 9천명 등이다. 어느 당이든 당수가 신임을 얻지 못하면 내부분열이 일고 지지가 주는 법이다.

궁금해할 것 같아 내가 뛴 선거 캠페인의 결과를 말하자면, 두 달간의 선거운동 기간동안2280유로의 선거자금을 썼으며 (한화로 34십만원), 전체적으로 50%를 밑도는 선거율 속에서1차선거에서7.30%의 지지를 받았고, 우리 선거지구에서 출마한 일곱 팀 중에 4위에 올랐다. 지난 해 내 파트너가 시의원선거에  녹색당 대표로 출마해  3%의 지지를 받고 일곱 팀 중에 꼴찌를 한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국회로 갈꺼냐고 농담삼아 물어오는 분들이 계신데, 계속 정치활동을  할 생각은 없고, 친환경 시민운동을 전개하는데 역점을 두고싶다. 녹색 전환 연구소에 이보다 더 정치적인 글은 앞으로 쓰지 않을 것을 약속하면서 첫글을 마친다.

 

사진 설명: 이블린(Yvelines)의 녹색당 도의원선거 출범식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념촬영. 참고로, 이블린은 파리 서쪽에 위치한 데빡뜨멍(도)으로, 이곳의 수도는 베르사이유다.

프랑스 녹색당 공식 사이트 : http://eelv.fr/


녹색전환연구소 해외소식 6월호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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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France 프랑스2015.05.15 06:17

지난 3월 하순, 프랑스에서 치뤄진 도의원선거(les élections départementales)에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다. 내 생애 첫 출마였을 뿐 아니라 첫 선거캠페인이었다. 2015년 도의원선거는 여성의 정치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 1명의 후보 대신 반드시 한 여자 후보와 한 남자 후보가 1조가 되서 출마하도록 바뀌었고, 각 후보마다 같은 성별의 대행인이 있으니 총 4인1조, 임기도 3년에서 6년으로 바뀌었고, 선거구의 대대적인 재정립이 따르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쩌다보니 후보 제안을 받았고, 어쩌다보니 4인1조임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이 시간날 때마다 가끔 조금씩 도와주긴 했지만 1월 중순부터 약 두 달간 선거 캠페인을 풀타임으로 혼자서 거의 다 도맡아했다. 베르사이유 경시청에 선거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인구 5만명, 선거인 900명이 거주하고 있는 우리 선거구 선거 공식 게시판에 포스터를 다 붙이고 다녔고, 우리 후보의 페이스북 페이지, 인터넷 홈페이지, (옆동네 녹색당 후보의 스케줄을 포함해서) 6회의 시민들과의 자리 스케줄 잡기, 언론자료 작성, 이메일링, 선거 포스터 사진 촬영, 전단지 내용 문구 작성 등 지긋지긋하리만큼 도맡아한 일이 많았다. 선거가 끝난 지금은 다음 주에 회계사와 만남에 앞서 선거자금 뒷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두 달 후면 국가에서 선거자금 감사가 나오는데, 그때 2명의 후보 중 대표로 내가 감사에 응답을 하게 된다. 


이렇다보니 경험이 없어서 좌충우돌했지만 프랑스의 선거법 조항을 유심히 읽게 된 계기가 됐고, 선거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준비되는지 여느 프랑스인보다 더 잘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일을 같이 하다보니 사람을 제대로 다시 보게 된 인간도 몇몇 있었고, 반면에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멋진 친구들을 알게 된 기회이기도 하다. 


더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 형식적이지 않은 연설


지난 5월 10일에는 아무런 준비없이 정말 우연히 들린 녹색당 Conseil Fédéral 회의에서 어안이 벙벙해진 놀라운 경험을 했다. 9일과 10일, 연이틀간 하루 종일 치뤄졌던 Conseil Fédéral 이 나는 사실 뭐하는지 모임인지도 모르고, 단상에 올라가기 전에 발표자 등록을 해야한다는 것도 몰랐다. 프랑스 전국에서 모인 녹색당 회원들이 모인 회의라는 것밖에. 내가 있던 일요일 오전에 휴식시간도 없이 9시부터 12시반까지 프로그램이 돌아가는데 이 자리에서 12월에 있을 프랑스 지역선거의 각 선거구 녹색당 대표들이 투표로 선출됐다. 

일요일 아침에 최근 여론의 도마에 오른 Loi de reseignement 에 대한 토론이 있을꺼라고 해서 갔는데, 동료가 프로그램을 착각했는지 새 법안에 대한 토론은 없었고, 지난 도의원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에게 3분간 자유발표 시간이 주어졌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맨마지막에 단상에 올라가 내가 느낀걸 말하고 내려왔다. 그곳을 뜰 때까지 몇몇 사람들이 복도에서, 화장실에서 나를 지나치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내 발표가 멋있었다고 그러는거다. 이해가 잘 안갔다. 내가 단상에서 내려올 때, 사회자가 "더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고 한건 기억이 난다. 나에게 칭찬을 하는 사람에게 마침내 물어봤다. "나한테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지금 3번째인데, 내 연설이 뭐가 좋았어요? 뭐가 마음에 들던가요?" 답하기를, "신선했어요! 체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였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형식적인게... 주저하지말고 연설(발표)하세요." 하더니 갔다. 나 감동 먹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한거지?


Conseil Fédéral 에서 3분간 연설 중



정치는 '정치가'라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게 아니라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것 


한국인 친구들은 '오, 프랑스 정계 진출!'이라고 띄우는데, 무엇보다 우리 선거구에서 여성 후보로 나서려는 사람들이 없었던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후보 제안을 승락하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던 것은 내가 정치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를 후보로 추천한 동료의 추천사유 때문이였다. 

"나는 정치적인 감각도 없고, 정치적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이고 감성적인 인간인데, 어째서 나를 후보로 추천하느냐" 물었더니 그 친구 말이, "정치는 '정치가'라는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민주주의라고 봐. 그 때문에 나도 작년에 시의원으로 출마를 한거고, 시의원이 됐지. 나는 네가 녹색당 여성 후보로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너의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가 우리에게 몹시 필요해. 넌 아주 좋은 여성 후보야." 이 동료의 추천을 받고 사흘간 고민한 뒤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출마를 결정했고, 캠페인 내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에 이 동료의 추천사가 내겐 가장 큰 힘이 되었다. 


3월 22일, 50%도 넘기지 못한 저조한 선거률 속에서 우리는 1차선거에서 7.30%를 끌어냈다. 일곱 팀의 후보 중 4위였다. 내 파트너였던 남자 후보가 작년에 녹색당 시의원 후보였는데, 39명 1조로 출마해서 고작 3%를 받고, 선거후보들 중 꼴찌를 했던 기록에 비하면 투표인 거주지역이 두 배나 넓어진 올해, 매우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내가 뛴 첫 선거캠페인이자 첫 출사표 치고는 무척 좋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히 열심히 뛴 내가 자랑스럽다. 



살다보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순간들이 가끔 찾아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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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Actualités 시사2012.04.16 16:01

차후 대통령 선거 등록기간은 7월22일~10월20일까지랍니다.

달력에, 핸드폰에,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꼭~!!! 선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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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