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ents 교육/육아2012.07.19 01:19

큰애가 유아학교(école maternelle; 3년과정)를 마치고, 9월이면 초등학생이 된다. 이제 책가방 메고 등교해서, 하교하면 숙제부터 하는 시절이 시작되는거다. 아이는 아빠 나라의 언어인 불어와 엄마 나라의 언어인 한국어를 말하고 쓰고 읽을 줄 안다. 3년 전에 연재했던 국제커플의 언어교육의 중간보고를 해야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처음 가던 한글학교

지난 해 가을, 아이를 한글학교에 데려가던 첫날, 아이가 유아학교에도 안 갖고가는 책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걸으며 내게 던진 질문이 아직도 생생하다. « 엄마도 나만할 때 한글학교에 갔어? » 미소.

지난 9, 5살이었던 딸애를 처음으로 파리 한글학교에 등록시켰다. 약간 늦은 감이 있기는 했다. 집에서 한글학교까지 1시간반이나 걸리기 때문에 우선 아이가 많이 피곤해할 것 같았고, 둘째를 데리고 다녀야했기 때문에 둘째가 크기를 기다렸던게 이유였다.

나와는 늘 한국어로 말하기 때문에 일상회화는 잘 하지만 집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설명하는게 서툴렀던 지라 아이의 한국어 실력을 중간으로 보고 어학당에 배치해달라고 했다. 다른 한국 엄마들은 우리 애가 뭐를 뭐를 잘해요. 한 단계 높은 반으로 배치시켜주세요.’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판에 나는 동년배의 다른 반보다 쓰기 숙제가 적고 수업의 강도가 덜한 반으로 배정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얌전하다고 소문난 애니까 한글학교에서만큼은 얌전하다는 말을 애 앞에서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저 나이 때 애들은 명랑하고 씩씩하게 아무하고도 잘 어울려 놀아야지 얌전한게 칭찬인줄 알고 계속 얌전하기만 하면 안되니 절대 애 앞에서 너 참 얌전하구나라고 하면 그게 칭찬인줄 안다고.

어학당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는 쓰기를 배우기 시작했고, 프랑스 유아학교에서도 나오지 않던 쓰기 숙제가 매번 나왔다. 초등학교 가기 전까지 한글을 떼야해서 집에서 한글 가르치느라 아주 힘들어 죽겠다고 한국 엄마들이 혀를 차는 그 한글쓰기를 배우다가 한국어 어렵다고 때려칠까봐 난 맘이 조마조마했다. « 숙제가 많은거 아닌가요? » ㅠㅠ 했더니 어학당 담임선생님은 동년배의 토끼반에 비하면 숙제가 반 밖에 안되는거라고 위로하셨다.

유모차를 끌고 파리 시내에 전철타고 나갔다 오는 미친 짓을 1주일에 한 번은 해야하는 내 상황은 차치하고, 4존에서 파리까지 자동차가 아닌 기차와 전철로 이동하는게 피곤하고 다리 아프다고 투덜대지는 않을까, 숙제가 많다고 하기 싫다고 하지는 않을까, 아이를 한글학교에 데려가는 첫날 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첫날 한글학교에 갔다오더니 재밌다고, 수요일마다 여기 오겠다고 아주 신이 났다.

어학당에서 토끼반으로

놀멘 놀멘하면서 말이나 많이 늘어라는 기대로 어학당에 배정을 부탁하고 돌아선 뒤 아차차 ! 내가 아이의 한국어 실력을 과소평가했구나 !’라고 깨달은 건 2012년 설이 되어서였다. 그전까지도 아이가 한글학교 수업을 좋아하고 잘 따라간다는건 알고 있었다. 한번은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 한글학교에서 다른 애들은 선생님~ !’라고 부른 뒤에 질문을 불어로 하는데, 나만 선생님~ !’하고 부른 다음에 질문도 한국말로 해. » 아이를 대견해하면서도 다들 지 새끼가 잘난 줄 아는거려니 했는데..

평소에는 애들을 교실에 데려다주고 뿔뿔이 흩어지던 보호자들이 설 잔치 때는 다 모여 다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보모나 할머니가 데리고 왔던 아이들도 그날만큼은 하루 휴가를 얻은 엄마나 아빠가 동행했다. 어학당 반 아이들과 부 혹은 모들이 모인 그 자리에서 자녀와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집은 우리밖에 없었다. 딸애와 우리말로 얘기하는 걸 옆에서 보던 한 엄마가 말했다. « 어머, 한국애처럼 한국어를 하네 ! 한국말을 저렇게 잘 하는 애가 왜 어학당에 있어요? »  실은 나도 놀랐다.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은 한국인인 집에서 한국어를 쓰지 않고 어떻게 아이가 1주일에 4시간 밖에 안되는 수업을 통해 한글을 배우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는걸까? 외지에 나와 살면서 아이가 한국말을 하기를 바라면 부/모가 한국어로 대화를 유도하는게 당연한게 아닌가? 프랑스에서 아이가 1주일에 4시간 밖에 안되는 수업을 통해 배운 한글을 집에서조차 쓰지 않으면 어디서 쓰라고? 언어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수단이잖은가말이다.

설 잔치가 끝난 뒤, 한글학교에 반을 바꿀 수 있겠냐고 의뢰드렸다. 내가 학기 초에 아이의 한국어 실력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2월 방학에 한국에 갔다오면 아이의 한국말이 부쩍 늘텐데 프랑스에 돌아와 아이가 어학당 수업을 지루해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평소에도 숙제를 꼬박꼬박 해가는데 내가 시켜서 하는게 아니라 아이가 먼저 숙제를 들고 내게 올 정도로 적극적이다, 내가 아이에게 가르친 한국어 동요들이 있기 때문에 반을 바꾸어도 아이가 어렵지않게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으니 좀더 어려운 반으로 반을 옮길 수 있겠느냐고. 무엇보다, 어학당에 친구가 있었다면 반을 바꾸려하지 않았을꺼다. 하지만 너무~얌전했~기에~~ ㅠㅠ

교사회의가 몇 주 걸릴 줄 알았는데 바로 다음 주에 토끼반 청강을 해보라며 학교측에서 배려를 해주셨다. 나이대는 똑같지만 쓰기숙제가 많고 아이든 선생님이든 불어를 한 마디도 쓰지 않는 토끼반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면서 토끼반 선생님의 판단과 아이의 반응이 궁금했다.

« 저희 반이 사실 정원이 넘어서 다른 반 아이들을 안 받고 있어요. 오늘 다른 반 아이들 두 명이 저희 반에서 청강을 했는데, 한 아이는 기존 반으로 돌려보낼꺼고, 따님은 토끼반에 있어야되는게 맞아요. 토끼반에 있어야돼요. »

한글쓰기 진도는 어학당과 토끼반이 같았지만, 쓰기숙제는 2배가 늘었다. 그래도 딸애는 재밌다고 한다. 아직 복모음, 받침 등을 다 배우지 않았지만 1년동안 학교에서 배운 것만큼은 쓰기도 곧잘하고 책이나 인터넷 화면 상에서 더듬더듬 아는 글자를 찾아읽기도 한다. 유아학교에서 알파벳을 배우고 있어서 헤깔릴까봐 한글을 가르칠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한글학교에서 가르쳐주시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물론 아이가 능숙하게 하는 언어는 불어다. 한국말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 엄마인 나하고 얘기할 때 외에는 한국말을 쓸 일이 없는 아이가 이만큼 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대견한 지 모른다. 게다가 한글학교에서 하는 받아쓰기도 잘하고 글씨도 예쁘게 쓰고. 오늘도 시어머님이 '이제 초등학생이 되면 학교에서 (불어로) 읽는걸 배울텐데 한글학교까지 가서 한글 읽는걸 동시에 배우려면 애가 많이 힘들겠구나.' 하시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딸애가 '아니요! 하나도 안 힘들어요.'하니 얼마나 기특하던지. 

아, 여기까지 이렇게 쓰고나니 자화자찬이구나. 타지에서 한국어를 잘 교육시키는 비법 등을 쓰자니 얼굴이 간지럽겠고나. 아직은 아이도 어리고, 무엇보다 궁금해할 사람도 없을텐데. 오늘은 요기까지만 쓰고 정리.


관련 포스팅 )

  1. 2009/04/26 국제커플의 언어교육: 니도 애 커봐
  2. 2009/03/04 국제커플의 언어교육: "한국말로 해!"
  3. 2008/09/02 국제커플 자녀의 언어교육 : 어느 언어로 말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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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Parents 교육/육아2009.05.12 15:03

파리의 한 한국식당에 식구가 함께 외식을 나갔을 때였다. 식당 입구에서 우리를 한국어로 맞아 자리로 인도하자 애가 아빠한테 "Qu'est-ce que maman a dit?"(엄마가 뭐라 그랬어?) 하는거다. 애아빠가 '엄마가 뭐라 했는지 네가 나한테 통역을 해줘야지. 넌 한국말을 알잖아.' 난 그때 종업원과 나의 대화를 아이가 이해하지 못했는 줄 알았다.

 

시어머님이 올라오셔서 주말에 차를 렌트해 가까운 곳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나는 조수석에 타고, 아이와 시어머님은 뒷자석에 탔다. 아이와 내가 한국말로 얘기를 하고 난 뒤, 아이가 할머니에게 이렇게 물었다. "Qu'est-ce que maman a dit?"(엄마가 뭐라 그랬어?) '아니, 뻔히 알아듣고 대답까지 한 녀석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이람?'하고 있는데, 아이가이어서 "Qu'est-ce que j'ai dit?"(내가 뭐라 그랬어?) 나는 그제서야 아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감을 잡았다! '엄마가 뭐라 그랬어?'가 아니라 '엄마가 뭐라 그랬게?'라고 떠본 거였단 것을! 아이는 프랑스인들이 우리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그 사실을 불편해 하는게 아니라 반대로 키득거리며 재밌어 하고 있는거다!!!

 

한국에서 아는 후배가 여행나와서 아이와 함께 봤는데, '얘가 한국말을 할 줄 알까? 의사소통이 될 정도의 수준일까?' 싶어했다. 아이의 '안녕하세요'만으로도 환호성을 지르더니우리 아이랑 조금 놀아보고는 한국에 있는 또래의 한국 아이들만큼이나 한국말을 잘한다면서 너무 신기해하고 놀라했다. "얘 불어도 이만큼 잘 해요?" "불어는 한국말보다 더 잘하지. 나만 빼고 주변에서 들리는게 다 불어니까."

 

아이가 한국에서 온 손님한테 우리말로 노래도 해주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실을 보니 나도 얼마나 대견하고 뿌듯하고 감격스러웠는 지 모른다. 퇴근하고 들어온 남편도 얘기를 듣고는 매우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했다. '언니, 애가 한국말을 너무 잘 해. 너무 잘 키웠어요!'라는 칭찬에 육아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더군. 봐주는 사람없이 혼자 애 키우며 힘들어 죽을라카면서도 아이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기 위해 전업주부로 꾹 눌러앉은 지난 3년에 대해 이만하면 눈물나게 대만족이다. 

 

지난 밤, 아이를 재우며 말했다. "난 네가 자랑스러워. 딸아, 멀리 멀리 한국에 가면 말이지.. 친척이 굉장히 많아. 엄마의 엄마랑 아빠, 그니까 할머니, 할아버지가 식구가 많거든. 할아버지, 할머니, 외삼촌, 큰이모할머니, 또 큰이모할머니, 큰할아버지, 등등등.... 아빠 친척의 3배, 4배가 넘어. 한국에 가면, 네가 아빠랑 하는 불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없을꺼야. 그들은 다 한국말을 쓴단다."

 

참고로, 저희 아이는 보름 후면 만 세 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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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Parents 교육/육아2009.04.26 09:25

요즘 어째 계속 육아 관련 글만 올리는 듯한데.. 여튼. 한국 엄마든, 중국 엄마든, 뉴질랜드 엄마든간에 국제결혼한 여성들과 어쩌다 마주쳐 이야기를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언어교육을 대화의 소재로 꺼내게 된다.

 

'한국어로 말할 기회가 없었다'기에 '자녀분들과 한국말로 얘기하지 않으세요?'했더니 '다 불어로 얘기한다'고 하셨다. 말은 안 하시는데 '이유가 있었다'고 하시고, '한국말을 어디 쓸데가 있겠냐'며 '우리 윗세대같지 않아서 강요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강요해서도 안되고, 나이가 들어 선택을 할 나이가 되었을 때, 한국어를 배우겠냐고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해서 가르치지 않았다'고 하셨다. 만 세 살 된 자식 키우면서 '나는 한국말로 말하게 시켜요'라고 해봐야 '니도 애 커봐. 그러면 알어'하는 듯한 표정. 그분의 자녀는 중국어를 포함해서 4~5개 국어를 하는 인텔리인 듯 했다. '그러니 이런 애들에게 한국어까지 하라고 할 수가 없죠'

 

솔직히 말해서 나도 현재진행형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다. 10년 후, 20년 후, 내 아이가 한국어를 계속 하게될 지, 한국어로 말할 지, 불어를 포함한 외국어만 구사할 지, 한국어를 더 깊이 배우고 싶다고 할 지. 사람마다 육아방식도, 자녀 교육방식도 다르다. 내 방법이 옳다고만 할 수 없다. 그 분은 그분의 생각대로 키웠을 것이고, 자녀들도 다 바르게 컸을 것이다. 

 

딱 한 번 마주쳤던 한 한국 엄마가 있는데, 아이와 불어와 영어로 말하느라 애기 엄마와 나는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해도 그집 아이는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와 육아법이 다르게 그렇게 자라는 아이도 있다는 걸 나는 인정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가 올바르게 크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나와 육아법이 다를 뿐이다,라고 생각한다. 조금 아쉬울 뿐이다. 자식과 외국어로 대화하고 있는 그 분의 상황에 있다면 나라면 마음이 좀 허한게, 뭔가 아쉬울 것 같다는거다.

 

그분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한국에 있는 모든 부모와 친척들이 다 돌아가셔서 안 계신다 하더라도 내가 모국어로 얘기하는 한, 나는 내 자식과 모국어로 얘기하고 싶다. 그건 '넌 한국말을 배워야 해'라기보다 앞서 ''엄마는 있잖아... 너랑 내 모국어로 얘기하고 싶어'다. 한국말이 필요없어서... 그래, 한국말 쓰는 나라, 북한과 남한, 두 한국 빼고는 없다. 외국나가도 알아주지 않고. 하지만 필요에 의해서 언어를 배워야 한다면 이 세상에 없어져야 할 언어가 대부분이다. 모두가 영어, 불어, 서반아어, 중국어, 러시아를 배우면 된다. 하지만 모국어는 '필요'에 의해서 배우는게 아니지 않은가? 내가 필요해서 낳은 자식이 아니고, 내가 필요해서 한 결혼이 아니고, 내가 필요해서 만나는 친구 아니고.. 이 세상의 모든 소중한 것들은 필요와 상관없이 관계맺어지는 것들이 아닐까?

 

그 한국 여성만큼 프랑스에서 오래 사신 (20년) 대만여성분을 전철에서 만났는데 그분은 또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한테 한국말 하게 시키세요. 불어로 대꾸하려고 해도 한국말 하게 시키셔야 해요. 내 중국친구도 아이가 어릴 때는 '불어로 하면 왜 안돼? 왜 중국말로 해야돼?'라고 반발했는데 이제 19살이 되서는 엄마한테 '고맙다'고 그래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엄마 앞에서 자식이 불어로 대꾸를 하더라. '왜 영어로 말해야돼? 남들은 다 불어로 하는데!' 그 아이에게 내가 영어로 말했다.

'왜냐하면 네 엄마의 모국어가 영어기 때문이지.

모국어란 너에게 국적을 쥐어준 나라의 말이 아니라, 너의 엄마(mother)의 언어(language)야.

그게 모국어(mother language)란 말의 뜻이야. 

네가 엄마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것처럼, 모국어도 선택할 수 없는거야.

그게 쓸모가 있건 없건간에.

왜냐면 그건 네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는 거였거든.

네 엄마의 모국어가 영어라면, 너의 모국어도 영어야.

그건 네가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야.

국적? 그건 전혀 의미가 없어.

내 딸은 국적은 프랑스인이야. 하지만 그앤 한국인 엄마를 두었어.

그렇기 때문에 내 딸의 모국어는 한국어야.

나? 나도 국적 바꿀 수 있어. 국적을 바꾼다고내가 프랑스인이 되나?

여권상으로는 가능하겠지, 하지만 난 한국에서 근 30년을 살았다구.

내 뿌리는 한국에 있고, 국적을 바꾼다한들 난 죽을 때까지 한국인일꺼야.

그건 내가 선택한다고 바뀌는게 아니라 그냥 그런거야.

이 세상은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선택하고 싶은 것만 있는 건 아니야.'

 

한 젊은 한국엄마 말이, '한 한국 아이가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고 돌아왔대요. '넌 중국인도 아니고, 프랑스인도 아니야'라구요' 학교에서 동양인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일이 있나보다. 덧붙여 '때로는 동양언어를 쓰기 꺼려지는 상황이 있다나봐요.' 못 들어본 얘기는 아니고, 생각해보지 않은 바는 아니다.이 세상 사람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인생에 대한 같은 안경을 쓰고, 같은 교육을 받으며, 같은 철학을 갖고, 같은 길을 걸어가는게 아니니 상황에 대한 대처방안이 다 다르겠지.

 

앞서 말한 한국여성분의 아이들은 정체성에 고민할 나이도 다 지나 이미 이십대 중반이 되도록 다 컸는데, 아니 커버렸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리오?주관이 첨예하게 대립하면 나는 그럴 때 상대를 다치지 않게, 또한 나를 꿇고 들어가지 않으면서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될 지 잘 모르겠다. '오늘 되바라진 어린 것을 만났다'고 치부해도 상관없으니 마음에 상처 받으시지 않으셨기를.

 

(육아를 포함해) 교육은 30년을 바라보는 나무심기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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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Parents 교육/육아2008.09.02 20:22

국제결혼으로 아이를 낳았다고 다 혼혈아라 부르는건 아니다. 서로 다른 인종의 부모를 둔 아이를 혼혈아라고 부른다. 따라서 부모의 국적이 같아도 그 아이를 혼혈아라 부를 수 있고, 부모의 국적이 달라도 혼혈아라 부르지 않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한국입양인과 프랑스 백인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부모가 둘 다 프랑스인이지만 아이는 혼혈아이고, 미국인과 룩셈부르크인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부모의 국적과 대륙이 다르지만 혼혈아라 부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혼혈아라고 하지 않는다. 이미 조상세대에서 몇 번 섞인 피, 혼혈이라 할 것이 없지 않은가? 반대로 같은 인종이어도 한국인과 동남아인 사이에서 낳은 자녀는 혼혈아라고 부른다. 이렇게 되면 '혼혈아'에 대한 개념이 조금 혼동이 온다. 아따, 이렇게 서론을 늘어놓고 보니 제목을 '혼혈아의 언어교육'이 아니라 '국제커플 자녀의 언어교육'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제목을 바꾸자.

 

혼혈아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국제결혼으로 아이를 낳은 부모는 거치지 않을 수 없는 큰 고민 중 하나를 토로해보자.아이가 한 살 지나 처음 했던 단어들은 '엄마/아빠/아~ 예뻐'를 비롯해서 다 한국어였다. 내가 스물네시간 끼고 살면서 한국어를 하니 당연히 아이가 하는 말은 한국어겠지?아빠가 하는 불어도 이해는 하지만 하는 말은 한국어였다. 예를 들어, 어휘가 늘기 한참 전이었는데, 불어책이든 한국어책이든 같은 imagier(단어공부하는 그림책)를 갖고 엄마는 한국어로, 아빠는 불어로 읽어줬다. '불가사리 어딨어?'를 해도, 'Ou est l'etoile de mer?'를 해도 아이는 단어를 발음하지는 못해도 불가사리 그림을 정확히 집어냈다.

 

아이가 한 살을 넘기고 내가 북경에 일주일, 뉴욕에 열흘을 혼자 다녀와야할 일이 생겼을 때, 시어머니가 오셔서 아이를 맡아주셨다.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의 불어가 눈에 띄게 늘어있었다. 신기한건, 시어머니 말에 의하면서 내가 없을 때는 한국어를 한 마디도 안 하다가 내가 집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한국어 단어를 늘어놓기 시작했다는거다. 시어머니가 놀라서 "나하고 있을 때는 한국말 하나도 안 하더니???" 그 이후로도 여러 번 관찰에 의해 얻은 결론은, 아이는 상대방이 한국어를 알아듣는지, 불어를 알아듣는지를 제대로 구분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현재 아이는 나한테는 한국어도 불어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로도- 지 내키는대로 말하는 반면에, 아빠한테는 불어만 한다. 아빠가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아이가 한국말 못 알아듣는 아빠에게 통역(?!)을 해주기도 한다. 하루는 한국어 동요테입를 듣고 있는데 옆에 있던 아빠에게 'poussin poussin' 이라고 하더란다. 그때 흘러나왔던 동요가 뭐였는지 다시 틀어보니까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세요, 병아리떼 쫑쫑쫑 놀고간 뒤에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났어요~'였다. poussin은 불어로 '병아리'다.

 

국제커플 자녀들은 2개국어를 하려니 또래보다 말이 늦다. 결혼식장에서 만났던 한 국제커플은 첫아이가 만 4살이 되서야 말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당시 임신 중이었던 내게 '아이가 말을 늦게 하더라도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애는 다행히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시기에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또래 아이들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하는데 반해 우리 아이는 아직은 그 수준이 아니다. 말을 할 줄 알면서도 집밖에 나가면 말을 한 마디도 안 한다. 나, 애 아빠, 시어머니, 그리고 자기가 마음이 편한 사람, 편한 장소에서만 말을 한다.

 

울애가 또래나 6살 된 어린이를 만나 놀 때보면, 한참동안은 말 한 마디 안 하고 논다. 그러다가 상대 아이가 자기가 잘 놀아주면 어느 순간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신기한 건, 상대 아이가 불어를 하는 아이면 불어로 하고, 상대 아이가 한국어를 하면 울애도 한국어로 한다. 'moi aussi!'라고 하거나 '나두~'라고 하거나 상대방에 따라 달라진다는거다.

 

아이가 상대방에 따라 쓰는 언어가 달라진다는건 아이가 속한 작은 사회에서 먹혀듣는 말을 인식하고 그에따라 말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아이가 탁아소나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프랑스 탁아소에 아이를 맡기고 직장에 나가는 한국엄마가 아이와 한국어로 대화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마찬가지로 엄마가직장을 안 다녀도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 낮시간의 절대다수를 불어로 소통하는 애를 데리고 한국어로 얘기하는데 한계가 있다. 아이의 불어 어휘 수와 어휘 수준은 점점 높아져가는 반면에 엄마와 집에서 하는 한국어의 어휘 수와 어휘 수준은 그다지 발전되지 않는다는거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한국엄마에게 아이가 불어로 대답을 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왜? 아이는 엄마가 불어를 잘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때로는 엄마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불어로 다시 말해달라고 하기도 한댄다.

 

매주 수요일 오후, 프랑스 학교는 문을 닫는다. 여가활동 등을 하는데, 많은 한국엄마들이 자녀들을 한글학교에 보낸다. 백인 하나 없이 한국인 피가 섞인 -또는 한국인 피가 100%인- 아이들과 100%로 만나서 노는 시간이다.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느냐?고 물어보니 한글학교 수업은 한국어로 진행되는데 아이들이 지들끼리 놀고 얘기할 때는 불어로 하니 '별로' 안 는댄다. ㅠㅠ

 

그럼 엄마인 나는? 집밖에 아이를 데리고 나갔을 때, 불어로 하나 한국어로 하나 갈등할 때가 있다. 아이에게 칭찬을 하고, 야단을 칠 때, 불어로 하나 한국어로 하나 갈등할 때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불어로 말하는게 더 명확해서 불어로 할 때가 있고, 한국어에는 없는 단어나 표현을 말해야 할 때 나도 아이에게 불어로 얘기할 때가 있다. 내가 바라는거... 아이가 더 컸을 때, 내가 한국친구들과 수다떨듯이 아이하고 한국어로 수다떨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일기와 블로그에 적은 글을 아이가 커서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내 일기장을 뒤적거리기를 원한다는게 아니라, -예를 들어 내 사후에라든가- 내가 쓴 수많은 글들을 내 아이가 읽어낼 수 없다면 얼마나 슬프겠는가?한국에가서 친척들을 만났을 때, 아이가 언어장벽으로 대화를 나누지 못하면 마음이 좀 쓰릴 것이다. 그때마다 내가 옆에서 통역을 해주는 수고를 안 했으면 정말 정말 좋겠다.

 

아직은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아서 장애가 덜하지만 한-불 언어교육에 관한 고민은 출산 전부터 쭈욱 머리 속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로선 책, 한국어 동요 테입/CD, DVD 등으로 아이가 한국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어 책을 구하지 못하면 내가 불어 책을 한국어로 읽어준다. 뿡뿡이 DVD를 허구헌날 아이에게 보여줬더니 '저러다 불어가 밀릴까' 괜한 걱정하시는 시어머니, 불어로 된 유아용 DVD를 사서 보내셨다. 한국에 전화해서 한국어 책과 시디를 구한다고 했더니 '여긴 영어교육시키느라 난린데 넌 우리말 교재를 찾느냐'이라며 웃는 이도 있다. 당신에게 영어는 외국어지만 우리 아이에게 한국어는 엄마의 모국어란 사실을 잠시 잊었군요.

 

프랑스에 입양된 한국인이나 한국엄마를 둔 프랑스인들이 성인이 됐을 때,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거나 한국에 가보고 싶어하거나 하다못해 한국인 친구를 두고 싶어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엄마가 한국인인데, (엄마와 늘 불어로 하느라) 한국어를 할 줄 몰라서 18살이 된 나이에 파리 한국문화원을 찾아와 한국어강좌를 수강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짠 했다.학교에 들어가 몇 년은 아이가 불어로 말하길 원해도15~18년 뒤 상황을 상상하면 한국어로 대화하도록 꾸준히 유도해야 할 것 같다. 대화 수준에 따라 어휘도 달라지는건데.. 아이 수준에 맞는 한국어 책도 계속 잊혀줘야 할 것 같다. 말은 참 쉽지만 그 노력은 한국에서 사는 엄마가 자식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영어야 마음만 먹으면 TV를 틀어도 라디오를 틀어도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있고, 학원이든 교재든 쉽게 구할 수가 있지만 프랑스에서 한국어 교재는 다양하지도 않을 뿐더러 핵심은 한국어는 소수민족의 언어라는거다. 사실 그때문에 한국엄마가 프랑스 사회에서 아이와 밖에서 한국어로 얘기하는 것이영어권 엄마가 아이와 영어로만 대화하는 것만큼 당당하게 느끼지 못한다.

 

내가 아는 한 캐나다-프랑스 커플은 남자가 캐나다인인데 처가댁에 놀러가서 프랑스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아이들과는 반드시, 예외없이 영어로만 얘기한다고 한다. 주변에서 그들이 하는 대화를 알아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아이들에게 '아빠와는 반드시 영어로 말할 것'을 강요한단다. 근데 그는 나에게도아이에게 '꿋/꿋/하/게' 한국어로'만(!!!)' 말해야 한다면서 그건 영어여서, 한국어여서, 어떤 특정언어여서가 아니라 '엄마의/아빠의 모국어'이기 때문이라는거다.

 

뉴욕 체류 중에 숙소에서 만난 미국인 여성이 내게 '아이에게 어느 나라 말로 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아이와 한국어로 말한다고하자 그녀는 매우 흡족해했다. 내가 기억도 하지 못하는, 아니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 태생이었는데, 그녀 설명에 의하면 러시아 옆의 작은 나라라고 한다. '그럼 슬라브계 언어냐?'라고 묻자 절대 아니라면서 자기 모국에 대한 자신감에 꽉 차있었다.미국에는 어린 나이에 이민을 와서 미국인이기도 한 그녀는그런 소수민족 태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딸도 자기의 모국어를 할 줄 알며, 자기 손녀도 그녀의 모국어를 할 줄 안다고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녀도 역시 내가 꿋꿋하게 아이와는 한국어를 고집하며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아.. 갈 길이 멀다. 손녀까지 한국말을 시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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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