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ents 교육/육아2012.06.03 09:02

오늘은 6월의 첫일요일, '어머니의 날(fête des mères)'이다. 곧 만 6세가 되는 딸애가 유아학교(école maternelle)에서 만든 선물을 금요일부터 자기 책상 밑에 꽁꽁 숨겨놓고 안 보여주더니 (뭔지 보기는 다 봤다만 안 본 척, 아니 못 본 척~했다), 오늘 아침 마당에 나가 태극권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부른다. 태극권 끝내고 들어오니 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는 선물. 그림을 그려 손으로 만든 카드와 베고니아, 화분마저 손으로 그림을 그렸다. 올9월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래미, 그림도 글씨도 꼼꼼함도 해가 갈수록 발전한다. 왼쪽에 짧은 머리의 큰 여자는 엄마고, 오른쪽에 긴 머리의 작은 여자는 자기인가보다. 난 보통 바지를 많이 입고 다니는데, 지난 주말에 입었던 원피스가 인상적이었는지 원피스 입은 내 모습을 그렸다. 그 위에 하트모양의 꽃이 웃고 있고, (늘 그렇듯이) 파란 하늘에 해가 반짝. 



학교에서 화분까지 준비해 베고니아를 나눠준 배려가 참 고맙다. 베고니아는 키우기 무척 쉽고, 꽃도 서리가 내릴 때까지 오래 핀다. 참고로, 프랑스에선 어머니날/아버지날에 정해진 특정한 꽃은 없다. 가만히 베고니아 화분을 보고 있자니 한국에 있을 때, 어버이날이면 댕강 모가지가 잘려나갔던 수 천 만 송이의 카네이션이 떠오른다. '어버이 날'엔 학교에서 늘 편지쓰기를 시켰다. 그게 강제적으로 느껴져서 왜 그렇게 싫었던지. 카네이션과 함께 편지를 드리는 걸로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고, 머리가 크면서 편지쓰기는 건너뛰었던 것 같다. 엄마는 편지를 받지 못해서 못내 아쉬워하셨지만 나는 머리를 쥐어짜며 말못한 사연은 제껴두고 감사했던 기억만 추려내어 수업시간에 편지쓰기를 해야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난다는게 얼마나 홀가분했던지! (추가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군인에게 편지를 쓰라는 시간도 정말 싫었다.) 여튼 편지는 없이 카네이션만 드리다가 더 커서는 가슴에 카네이션도 안 달아드려 저녁에 입이 이만큼 나온 엄마를 식당으로 모시고가 (물론 내 돈이 아니라 오빠 돈으로) 비싸고 맛난거 사먹는 걸로 대치되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휘릭휘릭 지나간다.

6월의 셋째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fête des pères)'이다. 딸아, 머리 쥐어짜지말고 네가 평소에 느끼는 마음 그대로, 표현하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표현하렴. 내가 받아온 교육과 다른 교육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은, 그래서 좋은 부모, 좋은 엄마가 되는게 과연 무엇인지 아직도 고민하며 노력하는 엄마가.


2012년 런던올림픽을 위해 P&G에서 만든 '어머니 날' 캠페인 - 찡한 동영상 꼭 보시길.

자는 아이를 깨우며 시작하는 하루,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침에 애들 깨워 학교 보내기 쉽지 않구나. ㅎㅎ


Le métier le plus difficile et le plus beau    가장 힘들고, 가장 아름다운 직업

Merci, maman.               고마와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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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Parents 교육/육아2009.04.24 17:45

아이가 1주일에 3시간씩 2번 유아원에 간다. 유아원에서 가끔 이런 그림, 저런 그림을 그리면 나는 아이의 심오한 -하지만 퍽 단순한- 세계를 이해하는 척(!)하며 '그래, 그래, 잘 그렸어. 정말 잘 그렸다~' 하는데, 지난 수요일에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들이내미는 그린 그림은 뭔가 특별한게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뭘 그린거냐고 물으니 '이건 아빠고, 이건 엄마, 이건 나야' 이러더만 저녁에 아빠가 들어와서 보여주고 또 해설을 물으니 '다~ 엄마야. 다~.' 샘이 난 아빠가 불쌍한 표정으로 '난 없어???'했더니 그림 속 점 하나 콕 집으면서 '이거 아빠야'. 정말 눈 두 개, 코, 머리는 보글보글하니 나를 그린 것 같다. 수성펜을 주먹으로 쥐고 얼마나 진지하게 그렸을꼬. 아... 감동에 눈물이 글썽글썽 할 뻔 했다. 34개월동안 오줌똥 갈아주고, 젖 물리며, 밤낮으로 보살피고 놀아준 보람이 있구나. 아흐~! 앗, 애가 일어나서 방을 나오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블로깅 끝! 어서 준비하고 유아원 가라. 엄마 좀 더 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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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Parents 교육/육아2008.09.12 09:56

프랑스에서 엄마가 된 이후, 뭔가 발견하고 놀란 것이 있다. 프랑스 엄마들은 다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할 줄 알았다. 대기자 명단이 1년치나 밀려있기는 하지만 영유아시설이 잘 되어 있고, 휴가를 잘 쓸 수가 있고, 복직이 보장된 출산휴가를 받으니 얼마나 일하기 좋은가? 내가 프랑스에서 엄마가 되어 다른 엄마들을 만나보니 일하지 않는 엄마들도 상당히 많다는걸 발견하고는 엄청나게 놀랐다.

 

무엇보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남편의 월급으로 -충분하든 빡빡하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일하는 모든 엄마는 남편 월급이 모자라기 때문? 그건 절대 아니다. 남편 월급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어도 일이 좋아서 일터로 돌아가는 엄마들도 많다.

 

일터로 돌아가지 않는 엄마는? 일하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싫어서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내 아이가 처음으로 입 떼고 말하는 걸 보고, 처음으로 걷는걸 보는 등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어서 가정주부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월급 받아 보모 탁아비를 내고나면 남는 돈이 없어서 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경우,애를 맡기자니 탁아소든 보모든 엄마만큼 못 할꺼라 여겨 끼고 사는 경우도 있다.

 

실례로 우리 옆집에 사는 프랑스 아줌마들을 보면 한 아줌마는 아이를 보모에게 풀타임으로 맡기고 자기는 파트타임으로 비서일을 하고, 다른 아줌마는 전업주부로 세 아이를 키우는데 1주일에 하루 보내는 유아원에도 아이를 만2살이 지나서 보낸다. 직장을 다녔던 인데 이제 복직은 더이상 전혀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 뒷바라지에 전념하는 것 같다. 파트타임 job은 아이를 가진 여성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바라는바다. 나가서 일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고. 문제는 전문직에서 파트타임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파트타임직을 구한다 하더래도 엄마 스케줄에 맡게 아이를 파트타임으로 맡아주는 탁아시설은 없다는거다.

 

탁아시설로는 5명의 인원이 15~20명의 아이를 맡아보는 탁아소가 있고, 자기집에 아이 2명만 받아서 맡는 보모가 있다. 탁아소가 당연히 보모다 훨씬 저렴하다. 보모에게 맡기면 맡는 아이 수가 적으니 좀더 많은 신경을 써줄 것 같지?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놀이터에 나가보면 아이와 따라나온 이가 보모인지 엄마인지는 한눈에 확연히 보인다. 

 

보모와 엄마는 어떻게 다를까? 아이가 놀 때 아이는 쳐다보는 둥 마는 둥 하고 핸드폰 꺼내서 끊임없이 전화하거나 옆에 있는 아줌마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떠는 사람, 이건 보모다. 아이가 넘어져서 울 때, 시간이 좀 걸린 후에야 보호자가 나타나는 경우, 이건 보모다. 시간이 '조금' 걸린게 아니라 아예 아무도 안 나타나서 애를 일으켜 주려고 가면, 애가 나한테 단번에 안기는데, 얘를데리고 놀이터를 한 바퀴 도는 경우도 있다. 미아가 아닐까 걱정하면서 경찰에 신고할까 하는 순간에 보모가 나타나서 데리고 사라지더라. 이런 보모는 신고를 해서 면허정지를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엄마와 동행하는 경우는 어떨까? 아이가 놀이에 집중하지 못할 때, 옆에 와서 놀이를 도와주고 놀아주는 사람, 이건 엄마다. 아이가 울 때, 쏜살같이 바로 달려와 안아주는 사람, 이건 엄마다. 한 아이가 다른 애를 못살게 굴거나 무례하게 굴 때, 바로 달려와서 제지시키는 사람, 이건 엄마다. 벤치에 앉아 유유히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더라도 아이에게 수시로 시선을 주는 사람, 이건 보모가 아니라 엄마다. 수다를 떨어도 큰소리로 정신없이 수다떠는 사람, 이건 백이면 백, 보모다.

 

이런 보모들을 보고 불안해서 -남편 월급이 여유롭지는 않아도-직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아이가 학교에 갈 때까지 데리고 키우는 프랑스 엄마들도 있다.모든 보모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하지만 니나노 보모를 보고 있노라면 불쌍한 애보다도 '어쩌다 저런 사람에게 애를 맡겨나.. 돈벌러 직장에 갔으니 알 도리가 없겠지' 싶어 얼굴도 모르는 그 애 엄마가 처량해진다.반면에 프랑스에 사는 한 한국엄마는 자기가 아이 성장과정에 맞춰서 잘 데리고 놀아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보모를 찾아다가 애를 맡겼다. 더구나 직장에 다니지도 않고, 딱히 하는 작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뭘 할 지 계획도 없으면서 보모에게 아이를 풀타임으로 맡겨버렸다. 남편 월급 하나로 월세와 보모 탁아비 대기가 불가능할텐데 그런거 전혀 모르고 저지른 일 같았다. 이유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란다 ! 한국 엄마들의 교육열이 엄청나다지만 이건 그릇된 판단이다. 한국에서 흘러오는 소식과 인터넷 기사들을 보면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아이에게 못할 짓 하는 엄마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만난 그 한국 엄마도 그중 하나였겠지 싶다. 프랑스 엄마들 중에도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 아이를 타인에게 풀타임으로 맡기는 이는 한 명도 못 봤다.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일까?  

 

이야기 둘. 주변에 아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학교(ecole maternelle)에 보내기 시작한다. 프랑스는 만 3살이면 학교에 가는데, 책가방을 매고 학교에 가는 것도 아니고, 숙제도 없다. 만 5살까지는 학교에서 놀고 노래하고 배우기는하는데 숙제는 없고, 머 그렇다. 첫 1년은 아침 수업(?)만 있는데, 부모 중 한 명이 일을 하지 않는 경우는 아이를 11시반에 찾아오고, 부모가 다 일을 하는 경우는 점심도 먹이고 낮잠도 재워서 저녁 4시반~5시에 찾아올 수가 있다.  

 

ecole maternelle 2년차부터는 낮잠시간이 사라지고 오후까지 학교에서 보내고 온다.재미있는건 급식이다.부모가 다 일을 하는 경우는 학교에서 급식을 주지만, 한 부모가 일을 하지 않는 경우는 11시반에 아이를 찾아와집에서 점심을 먹인 뒤 오후 2시까지 학교에 다시 데려다 줘야한다. 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한국엄마들, 전업주부는 점심에 애를 찾아와 밥을 먹여 학교에 다시 보내야한다면, 도시락 싸기보다 더 한 그 수고를 할 수 있을까?전업주부라고 아이를 급식에서 제외시키고, 학교에 가서 애를 찾아다가 점심먹여 오후에 다시 데려다줘야 한다면 한국 엄마들은 아마 데모라도 하지 않을까?이래저래 요즘 교육에 대해서 많이, 참 많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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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Parents 교육/육아2008.05.13 08:20

23개월동안 아이가 40cm 자랐다. 아홉 달 품고 배를 갈라 낳은 내 자식이건만 난 아직도 '얘가 정말 내 자식 맞아?' 싶을만큼 신기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포가 만나서 깜빡이던 불빛이 저렇게 쑥쑥 커서 웃고 애교 떨고 말하고 움직이고 성장하는 걸 보면 봐도 봐도, 암만 봐도 참 신기하다. 신생아 때 얼굴이 가끔 표정에 스칠 때, 팔 다리 목 하나 가누지 못하던 것이 뛰고 말하고 말을 알아들을 때, 정말 신기하다. 내 배를 통해서 세상에 나왔지만 아이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저 곳에서 온 존재 같다.

 

한국에 있을 때, 내 생일에 받았던 선물이 하나 있다. 인형회사에 다니던 친구가 직접 만들어준 보라색 곰인형인데, 이 녀석을 아이에게 갖고 놀라고 줬다. 그리고 곧 아이의 가장 아끼는 인형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행방불명되버린 여행가방과 함께 녀석은 사라져버렸다. 4월 3일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아이는 아직도 그 곰을 잊지 않고 있다. 말이라고는 몇 마디 못하지만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할 뿐 생각하고 기억하고 알아듣는 능력은 내가 알아듣는 아이의 언어능력 이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정말이지 암만 봐도 신기하다. 가끔 '파~'를 찾으며 울며 잠든 적이 몇 번 있었다. 이제 더이상 '파~'를 찾지 않길래 '머리 속에서 사라졌나보다' 했는데, 난 오늘 다시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새로 생긴 동화책에 '엘메'라 불리는 코끼리가 있는데,  오색빛깔 알록달록하다. 오늘 아이가 엘메의 몸덩이 중에서 보라색들만 짚어내는거다. '보라'라고 읽어줬다. '보라'..'보라'..'보라' 처음엔 아이가 보라색을 굉장히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다. 실은 한 달 전부터 다시 못보고 있는 그 곰인형의 이름이 바로 '보라보라'다. 아이는 '보라보라' 발음이 안되서 '파~'하고 한 마디로 부르곤 했었다. 울며불며 '파~'를 찾아도 세상에서 돈으로 어디가서 살 수 없는 보라보라를 되돌려낼 수 없어 발만 동동거리며 같이 슬퍼하는 엄마를 더이상 보기가 딱했던걸까? 아이는 오늘 그렇게 내 입을 통해서 보고싶은 곰인형의 이름을 다시 듣고 싶었나보다.

 

행방불명된 짐 속에 아이의 동요 CD가 다 들어있었다. 현지에서 하는 수 없이 동요 CD를 하나 샀다. 나도 남편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스페인어로 된 동요. ㅠㅠ 그걸 한 일주일 정도 듣고 프랑스로 돌아온 후로 그 CD를 잊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난 어제, '이거나 한번 들을까?' 싶어 틀었더니 왠걸? 아이 눈빛이 빛나면서 신난다고 웃는거다. 입으로 말은 못해도 '나 이거 알아. 오랜만이네!' 싶은 표정. 그 CD를 들으며 아이는 잠이 들었다.

 

아이를 키워보니 여자가 왜 남자보다 말수가 많은지, 아이가 어릴 때 왜 말을 못하게 만들었는지, 왜 다섯 살 쯤 되서 이빨이 빠지고 영구치가 돋는지, 조물주의 뜻을 알겠다.

 

아이가 요즘 하는 말 중에 나를 단번에 무방비로 만들어 버리는 최강의 무기가 있다 : "엄마/아빠 상해~(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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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TAG 아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