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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4 '학교에서 제일 착하다'며 칭찬받은 딸을 울렸다 (8)
Parents 교육/육아2011.09.14 00:34
저녁을 먹는데 딸애가 '내가 학교에서 제일 얌전하고 착해(sage)'라길래 '누가 그래?'했더니 같은 반 애가 그랬댄다. 그리고 선생님도 말썽 잘 피우는 아이한테 우리 딸을 가리키면서 '쟤처럼 착해봐'라고 했댄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 말 잘 듣고,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놀아'라고 흔히들 하는 말, 난 애들한테 안한다. 아이를 피동적인 인간으로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도 애한테 '착한게 좋은게 아니야'라고 말했다가 엄청나게 울렸다.

딸아, 착하다는 칭찬에 좋아하지말고, 착한 이미지를 갖기 위해 참지도 마.
난 그저 네가 너 다웠으면 좋겠어.
누가 널 못살게 굴면 너도 가서 한 대 때리고, 누가 널 밀면 울지만 말고 너도 확 밀어버려.
'착하지 않다'고해서 '못됐다'는 말이 아니야.
내가 너에게 바라는건 착해지는게 아니라, 네가 뭘 해야되는지, 네가 뭘 원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되는거야.
난 네가 느끼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유롭게 표현하길 바래.

라고 말했더니 그러면 학교에서 벌 받는다면서 엉엉 운다. 착한아이 컴플렉스를 조장해서 아이들을 길들이는 선생님들이 순간 미워졌다. 아이가 유아학교에 들어간 첫해, 반에 아무도 앉지 않는 의자가 하나 있다고 아이가 말해줬다. 거긴 말썽피우는 아이들이 올라서는, 벌받는 의자라고한다. 문제는, 그 의자에 올라가지 않으려고, 말하자면 착한아이가 되기 위해서 학교에서는 꾹꾹 참았다가 집에 들어와서 하루종일 쌓였던 스트레스를 푼다. 때로는 내가 야단칠 때, 학교에서 말썽피우는 못된 아이들의 행동을 집에서 흉내내기까지 한다. "이딴 버르장머리를 어디서 배웠어?!!"

애가 말 안 들을 땐 머리에 꼭지가 열리며 이성을 잃고 화를 내던 때가 있었다. 화가 가라앉은 뒤엔 무척 우울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화내던 내 모습이 나 어릴 때, 내  부모의 모습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호랭이같이, 불같이 화내는 부모의 모습이 증오에 가깝도록 싫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코. 야단을 치더라도 내가 싫어했던 모습으로는 야단치지 않기로 했다. 그건 옳은 교육이 아니라는걸 체험으로 알기에. 내 대에서 끊어야 후대에 반복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건 내가 나를 다시 보는 과정이다. 육아하느라 프로페셔널한 경력에 공식적인 공백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로 성장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잠옷으로 갈아입히는 동안 아이가 반에서 말썽을 많이 피우는 급우 얘기를 한다. 애들을 밀고, 때린다고. 걔는 착한 애가 아니라고. "그래, 네 말이 맞아. 이제 엄마가 너 이해해" 아이가 마음이 풀렸는지 가슴에 안긴다. 착한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건 만 다섯 살의 아이에게는 교육된 관념 자체를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개념인 것 같다. 청소년이 되기까지 기다려야할까? 스스로 터득하도록 놔둬야할까? 보다 바람직한 방법으로 다시 얘기를 하는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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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