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logie 친환경2011.03.08 00:11
오늘도 여느 때처럼 점심을 차려서 먹고 있는데 문득 딸애가 묻는다.
"엄마, 왜 고기를 먹으면 안돼?"
아...... 먼 하늘을 올려다보며 순간 띵~!
'엄마, 사람은 왜 물 속에서 숨을 못 쉬어?'보다 훨씬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아이는 지난 9개월 전부터 내가 왜 고기 요리를 해주지 않는 지 궁금했던거다.


아주버님 댁에서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칠면조와 대화(?)를 시도하는 딸아이 (2년 전)
저때만해도 만두볼이었는데.... 지금은.. 흑흑~

지구온난화, 기아, 가뭄, 사막화의 원인이 '고기! 고기! 고기!' 고기를 먹는데 있다고 설명하면 알아들을까? 환경문제, 사회문제, 동물학대문제, 건강과 의료의 문제가 얽혀있다고 설명하면 알아듣기나 할까? 아니, 지루해서 듣고 있기나 할까?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설명하면 아이가 알아들을까?
얘한테는 평생 처음으로 듣는 어휘가 있을 지도 모르는데.
곧 만 5살이 되는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어휘와 이해력의 수준으로 '왜 고기를 먹으면 안되는 지'에 대해서 가장 쉬운 말로, 가장 쉽게 설명해보기로 했다.

고민하고 있는 동안 아이가 재차 묻는다.
"엄마, 왜 닭이랑 돼지랑 먹으면 안돼?"

"고기를 먹으면 안되는건 아니야. 먹고 싶으면 먹어도 돼.
하지만 엄마는 고기를 먹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너.. 밥 먹고, 밖에서 햇볕 보고 뛰어놀고, 밤에는 네 침대에서 자잖아?
근데 사람들이 닭을 어떻게 키우냐면, 밖에 자유롭게 나다니지도 못하게 하고,
다닥다닥 좁은 닭장에 가두고, 햇볕도 못 보게 해서 키워."
(딸애가 '힉~!'하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너한테 어찌 차마 그 처참한 상황을 보여줄 수 있으랴... ㅠㅠ)

"그런 상태에 있으면 닭도 짜증이 나고 신경질이 막~~ 나거든? 그러면 부리로 막 쪼아.
그걸 못하게 사람들이 부리를 가위로 싹뚝! 잘라버려."
(또다시 '힉~!'하고 놀랜다.)

아주버님 댁 풀밭에서 평생동안 먹고 싸고 놀고 뛰는 -운이 기똥차게 좋은- 자유로운 수탉
일반적으로 양계장에선 수탉은 탄생과 동시에 분쇄기에서 바로 생을 마감한다.
밥만 먹고 알을 낳지 못하니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탉이 없는 양계장에서 나오는 달걀은 모두가 그래서 무정란들이다.

"돼지도 마찬가지야. 원래 돼지는 머리가 굉장히 좋아. 깨끗하고 더러운걸 가리는 똑똑한 동물인데,
사람들이 돼지를 살을 빨리 찌우고, 많이 찌우려고 밖에다 걸어다니라고 풀어놓질 않고
햇볕이 안 보이는데다 가두고, 더러운데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먹고 자게 만들어.
그렇게 불쌍하게 키운 닭과 돼지를 꼭 먹어야겠니?"
(아이는 또 '힉~!'하고 놀랬다.
아이에게 항생제 남용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항생제가 뭔지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ㅠㅠㅋ)

"소는?"
"소는 어...... 닭이나 돼지보다 더 큰 문제가 많지.
소는 원래 풀을 먹고 살거든? 근데 사람들이 소를 기름기 많게 살찌우려고 옥수수를 먹여."
"옥수수를?"
"응. 풀을 뜯어먹은 소를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없는데, 옥수수를 먹고 자란 소는 사람한테 안 좋아."

(오메가-6 에 대한 언급은 성인용 버젼(?!)에서.. ^^;)

"너 숲에 가면 나무도 많고, 공기도 맑고 좋잖아?
근데 사람들이 쇠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소를 키우느라 숲을 다 밀어 없애.
아마존의 숲도, 아프리카의 숲도 그렇게 다 밀어없애."
(벌목하는 것보다 태우는게 싸서 숲을 태워버리느라(!) CO2 가 엄청나게 발생한다는 등의
부가설명은 나중에 성인용 버젼에서 다시 다룹니다. ^^;)

"게다가 쇠고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소를 키워 팔려고 사람들이 먹을 곡식을 경작하는 밭을 사서는
그 땅에 소를 키우거나 소에게 먹일 옥수수를 키우는거야.
사람이 먹는 곡식을 심는게 아니라 돼지, 소 먹이는 사료를 키우려고 말야.
그러면 그 땅에서 나는 곡식만큼 사람들이 먹을 게 없어지는거야.
그러니 한쪽에서는 기름진 고기를 먹느라 병에 걸려서 죽고,
다른 한쪽에서는 먹을게 없어서 배가 고파서 죽어."
(죽는다는 소리에 '이크~!' 놀랜다)

"너 방귀 잘 뀌지? 소도 방귀를 뀌는데, 소의 방귀는 지구를 덮게 만들어.
보통 햇빛이 지구에 오면 땅에서 반사가 되서 다시 하늘로 날아가는데, 소의 방귀가 날아가는 햇빛을 잡아서 못 날아가게 해.
그렇게 지구가 더워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놀랍다는 듯이 눈 동그랗게 뜨고 경청을 하고 있다...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더 많은 온실효과를 낸다는 개념적인 사실은 성인용 버전에서 추가하고)

"너 막~~~ 뛰어놀면 덥지? 땀나고 얼굴 빨개지잖아. 더우면 어떻게 해? 외투 벗어야지?
근데 소의 방귀가 하늘에 있으면 지구가 외투를 벗을 수 없는거랑 마찬가지야. 지구가 더워져.
더워지면....... (난 가슴이 먹먹해서 잠시 말을 멈췄다)
땅 위와 바다 속에 있는 지구상의 모든 동물과 식물들이 힘들어하고 죽어가.
너 북극곰 알지? 백곰말야. 지금 그 북극곰이 지구가 더워져서 죽어가고 있어."

"잉??? 왜?!!"
"왜냐면 북극곰은 빙하를 밟고 사는데.."
"빙하가 뭐야?"
"눈이 쌓이고 쌓여서 녹지 않고 아주 아주 큰~~~~~~~ 얼음 덩어리를 만드는거야."
"추운 나라구나?"
"그렇지. 추운 나라지. 우리가 땅을 밟는 것처럼 하얀 북극곰은 빙하를 밟고,
빙하 위에서 뒹굴고 자고 놀고 그러고 살아.
지구가 더워지니까 빙하가 녹아서 물이 돼. 빙하가 그렇게 없어지만 북극곰이 쉴 곳이 없어.
헤엄치다가 물고기를 잡아 빙하 위로 올라와서 먹고, 물개도 잡아먹고, 그러는데
빙하가 녹아버리면 북극곰이 몇 날 며칠을 헤엄만 헤엄만 치다가 사냥도 못하고 쉴 수가 없어서
피곤하고 지쳐서 죽어가는거야."

"사람들이 자기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자기랑 관계없는거라고 생각해.
내가 고기를 먹는거랑 먼 나라에서 배가 고파 죽어가는 사람이랑 아무 관계가 없다고 여기지.
내가 고기를 먹는거랑 북극곰이 죽어가는거랑 아무 관계가 없다고 여기지.
하지만 이 세상(우주)에는 어느 하나 관계없이 일어나는 일이란 없단다."

"근데 엄마 왜 울어?"
죽어가는 생명과 파괴되어가는 환경이 눈 앞에 아른거려 눈물이 어느새 볼을 따라 주루룩 흐르고 있었다.
"죽어가는 북극곰을 생각하니까 슬퍼서"
(관련글 : '2030년, 북극곰이 멸종한다' http://francereport.net/59)



상자 안에 부화한 병아리들을 쳐다보는 아이 (2년 전)
너희에게 오염되지 않은 땅과 하늘을 남겨주고 싶다, 아이야.


"그리고 엄만... 나중에 엄마랑 아빠가 죽고, 너희들이 지금의 엄마 아빠만큼 커서 애기도 낳고 살 때,
맑은 공기, 아름다운 땅에서 살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엄마는 고기를 안 먹는거야.
너희들이 먼 훗날 아름다운 환경에서 살기를 바래. 그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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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France 프랑스2011.01.04 09:00

크리스마스부터 신정까지 서구에서는 고기 소비가 연중 최고를 기록하는 시기입니다.

비건인데도 1년에 한번, 크리스마스에는 고기와 생선을 먹는다는 이도 있어요.

그만큼 갖가지 종류의 고기와 갑각류가 시장에 쏟아져 나옵니다.

기른 가축뿐만 아니라 사냥해서 잡은 조류와 네발짐승들도 연말에만 잠깐 특별히 나오기도 합니다.

다른 서구도 그렇겠지만 프랑스에선 연말에 고기가 빠진 파티는 생각조차 할 수 없어요.


저희 동네 고기집과 빵집들도 가게 밖에 줄이 5미터씩 나와있었어요. 점심, 저녁으로 말입니다.

저는 멀찌기서 남의 일처럼 보고 지나갔네요.

'무슨 고기를 먹으려고 줄까지 저래 서고 그러나...' 하면서. ㅎㅎ


근데, 문제는 고기를 빼고, 생선을 빼고, 어떻게 2010년의 마지막 특별식사를 준비하느냐.... ㅠㅠ

곤경에 처했습니다.

평범한 식사는 채식으로 문제없이 해먹었는데,

뭔가 특별한, 특별한 뭔가를 준비해야하는데 뭘 할 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구요.


궁리.. 궁리.. 궁리... 끝에 각종 야채와 표고버섯, 석이버섯를 썰어 당면 한 봉지 다 풀어서 잡채를 했어요. 

한국식 잔치음식 아닙니까? ㅎㅎ

'애 둘 보느라 많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도 대가며 '원래는 디저트로 떡도 하려고 했는데...' ^^;


1월 1일, 새해 첫날엔 남편에게 애들을 맡기고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손 디따 많이 쪼물락거리게 만드는 비건요리를 하나 찾아서 시도했습니다.

이름하여 'Roulé de lentilles fourré aux châtaignes' !

해석을 하자면 '밤으로 둘둘 싼 렌즈콩말이에요.

프랑스 요리들은 제목만 봐도 대강 뭘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한눈에 들어오죠? ^^


이게 어떤 요리일까 궁금하실텐데

작은애 기저귀 갈고, 큰애 목욕시키고, 작은애 이유식 먹이고, 하느라 정신없어 증명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네요. 흑흑~

인터넷엔 레시피만 있고 사진은 없구요.

궁금해하실 비건들을 위해서 어떤건지 설명을 하면...

야채를 섞은 껍질콩 된죽과 밤으로 만든 된죽을 사각형으로 넓게 차례차례 두 겹으로 깐 뒤에

김밥처럼 둘둘말아요. 단면에서 보면 두 개의 회오리가 돌아가는 모양이 나오죠. 

이걸 오븐에서 25분 정도 살짝 익혀줍니다. 

재료들은 이미 그 전에 다 익히지만 말이모양이 좀더 단단해지라고 오븐에서 사우나 시키는거에요. 


디저트로는 '티라미수'를 하려고 했는데, 위에 요리 하나 하느라 시간이 훨러덩~ 가버려서

티라미수는 1월 2일로 넘어갔습니다. ㅋㅋ

주재료인 이태리 치즈 mascarpone를 사려고 수퍼에 나갔다가 동네를 한 바퀴 뒤졌어요. ㅠㅠ

아니 세상에 모두가 다 티라미수를 디저트로 하려고 했다는 겁니까 뭡니까?

장장 수퍼 3개를 뒤져서 마지막 하나 남은(!) 마스카르포네를 겨우 구할 수 있었어요. 휴우~ 

앞집에 사는 이태리 여자를 우연히 만나 그녀로부터 정통(!) 이탈리안 티라미수 레시피도 손에 구했지요! 앗싸~


하지만 큰애도 먹을꺼라 커피 대신 대체할 무엇을 찾아야했어요. 

티라미수 레시피만 서너 개 찾아다놓고 연구를 했습니다.

안에 들어가는 비스켓은 애기 주려고 사둔 유기농 비스켓 쓱싹~하고. ㅠㅠㅋ

이 역시도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딸이 달려들어 먹는 바람에 증명사진이 없어요. ㅠㅠ

설탕을 레시피보다 훨씬 적게 넣었음에도 맛은 좋았는데, 마스카르포네가 너무 기름져서 저한테는 느끼했어요.

이태리이웃이 준 레시피에서 엄청난 양의 설탕도 1ts으로 줄이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날계란 들어가는 것도 느끼할 것 같아서 뺐는데도 지나치게 단건 아닌데

거위간요리만큼이나 느끼해서 속이 더부룩하더군요. 아.. 먹고나서 뱃속에서의 찝찝함. 으..

마스카르포네는 버터만큼 유지방이 많은 것 같아요. 


10년 전 이태리 혈통이 섞인 친구가 고모한테 배운 레시피라며 저희집에서 열린 파티에 들고 왔던 그 맛은 아니었지만

딸애가 잘 퍼먹어주니 '합격'으로 봐야겠지요.

아.... 그 친구가 만들어준 티라미수는 진정코 환상이었어라~!

마스카르포네가 너무 느끼해서 다음번엔 비건 티라미수를 해볼랍니다. 

고기도, 생선도, 계란도 안 먹는 비건들은 연말파티를 어떻게 하는 지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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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끼니마다 고기가 없으면 밥상에 밥이 빠진 걸로 여기는 이들과 크리스마스 3박4일을 보냈습니다.
근데 참 훈훈했습니다. 왜냐구요?
그분들이 저를 위해서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고기를 한 점도 상 위에 올리지 않았거든요. 



생야채도 생과일도 못 드시는 우리 시엄니.
전쟁 중에 태어나 어릴 때 생과일, 생야채라고는 구경도 못 해보셨답니다.
시에서 배급되어 나오는건 감자와 고깃덩어리.
생야채, 생과일을 드시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목구멍에서 넘길 수가 없다세요.

어머님 올라오시면 돼지갈비구이해서 대접하고 그랬는데,
제가 6개월 전부터 고기를 상 위에 올리지 않는 '배씬(!)'을 때리는 바람에
고기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이와 고기만 빼면 뭐든지 먹는 이와 3박4일의 동거가 이뤄졌지요.

'어머님이 주시는대로 먹으리라'는 마음으로 시댁에 내려갔는데
너무나 고마우시게도 크리스마스에 그 흔한 거위간 요리 하나 내지 않으셨네요.
해물은 먹는다고 거의 다 해물로 준비하셨어요.
크리스마스 당일 한 번 닭요리 나왔습니다.
한 달에 두 번 먹다가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먹는 닭이려니...

다섯 가지 흔한 야채로 거의 모든 요리를 다 하시는 어머님의 부엌은 제 부엌보다 정리가 훨씬 잘 되어있었습니다. ㅠㅠ
다양한 곡류도, 다양한 야채도 없었고, 유기농도 아니었을 뿐더러,

밥상을 오르내리는 그 해물 중에는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해조류 하나 없었고,

해물이래도 내리 두 끼씩 사흘을 먹으려니 신물이 올라올 지경이었지만
고기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이가 고기만 빼고 다 먹는 이를 위해 고기를 빼고 차려준 밥상은 그 어느 밥상보다 감동적이고 뭉클한데가 있었어요.

고기를 먹는 이가 고기를 먹지 않는 이에게 하는 배려에 참으로 감사했어요.

게다가 10개월짜리 아기의 이유식을 위해서 제가 적은 목록대로 아버님이 유기농으로 장을 봐주셨어요. 

그 목록 안에 고기는 커녕 닭살도 없었는데도 고기가 없으면 식사가 안되는 어머님도 아버님도 별말씀 안 하셨습니다.


해물이라도 안 먹었으면 어머님이 얼마나 황당해하셨을까..

시댁에 내려가 내가 어머님 부엌을 휘저으며 내게 맞는 요리를 하는 무례함을 범할 수도 없고.


6개월 전, 고기를 끊기 전에 우유를 끊기 시작했을 때,
어머님께서는 제가 어디서 이상한 정보에 홀린 것은 아닐까 걱정하셨더랬어요.
근데 이젠 어머님보다 제가 훨씬 더 다양한 식품을 먹고 있으며,
굉장히 많은 영양학적 지식을 갖고 있다는걸 아시기 때문에 걱정 안 하십니다.


사실 제가 안 먹는 건 고기밖에 없지만, 어머님이 안 먹는건 수 십 가지에요. 

생야채로 만드는 샐러드와 생과일도 안 드시고, 요리에 쓰는 야채는 고작 5가지 될까?

곡류라고 드시는 건 한 달에 한 번 드실까 말까하는 쌀과 가끔 드시는 렌즈콩이 전부.


아, 참, 크리스마스에 저를 위해서 쌀 씻어 밥도 해주셨어요. ㅎㅎ

물론 씻어서 물 앉히고 냄비밥하는건 제가 맡아서 했습니다.

유럽인들은 밥을 할 때, 쌀을 씻어 물을 흥건히 붓고 소금도 조금 치고,

밥이 다 되면 남은 물을 버리거든요. 세상에, 그 영양덩어리를~!!!

'쌀나라'에서 온 저한테 배워서 어머님이 이젠 밥물을 버리지 않으시지요.


하긴 이 동네는 '고기밖에 없다'고 해도 그 고기의 종류가 워낙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단순하지 않아요.

돼지고기, 소고기 뿐만 아니라 토끼고기, 양고기, 송아지고기, 말고기를 연중 구할 수 있고,

연말에는 멧돼지고기, 캥거루고기, 사슴고기까지 시장에 나오거든요.

조류도 닭고기 뿐만 아니라 비둘기고기 (전깃줄에 앉아있는 비둘기를 먹는건 아님), 꿩고기, 칠면조고기, 매추라기, 오리고기, 거위고기 등을 시장에서 늘상 쉽게 구할 수가 있어요.


때문에 프랑스에서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하는건 돼지고기, 소고기만 안 먹는게 아니라

(닭은 한 달에 두 번 먹다가 이제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였어요.. ^^;)

위에 나열한 15가지 동물을 먹지 않겠다는 선언인거에요.


게다가 소고기, 돼지고기는 살만 파는게 아니라 코, 혀, 귀는 물론 -간, 꼬리 등등 이것들은 한국에서도 팔지요?,

소의 뇌까지 버젓이 시장에 나옵니다. 송아지의 뇌까지도요.

육식하던 때도 소 혀와 소 뇌, 이것들 만큼은 못 먹어주겠더라구요. 으~~

돼지고기는 프랑스인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고기로

유럽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돼지고기의 가공품이 소시지, 수시쏭, 쟝봉, 테린 등 수 십 가지가 됩니다. 


제가 육식하던 때는 한번 썰어먹어본 쟝봉 맛에 꺼뻑~ 넘어가고, 

날 소고기를 투명할 정도로 얇게 썰어서 내오는 카파치오,

날 소고기를 곱게 다져 날 계란 올려 양념과 함께 나오는 스테이크 타르타르에 감탄을 하며 먹었다는 거 아닙니까...

카파치오와 스테이크 타르타르, 제가 군침을 삼키던 메뉴였는데...

유럽인인 저희 남편도 '날고기를 어찌 그렇게 잘 먹을 수 있냐'며 못 먹는 메뉴에요.

'안 먹어보던걸 그렇게 잘 먹는 너처럼 식성좋은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어머님께서 놀라셨더랬어요. ㅋㅋ


이 글을 쓰면서 혹시 먹고 싶다는 옛정(?)이 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일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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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France 프랑스2006.04.11 01:55

쑥갓, 냉이, 미나리, 깻잎, 무순 등등 한국에서는 나물과 야채류가 풍부한 반면 프랑스는 나물류가 그다지 다양하지 않고,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에 고기값도 한국에 비해 싸고, 고기 종류 또한 많다.

 

닭, 돼지, 소, 오리는 기본이고, 양, 토끼, 칠면조는 모든 수퍼마켓에서 매우 흔하게 살 수 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처럼 우리는 '닭 대신 칠면조'를 먹는다. 칠면조가 닭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네마다 일주일에 1~2번 서는 장에 가면 훨씬 더 다양한 고기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말, 암사슴, 멧돼지, 비둘기, 메추리, 거위, 꿩, 상어 등.

 

일전에는 냉동코너에서 캥거루를 발견하고, 시어머님께 대접해드렸더니 집에 돌아가신 시어머님께서 자랑을 하셨는지 시아버님께서 '캥거루 먹으러 파리에 가겠다'고 하신다. ㅎㅎ 솔직히.. 나도 호주까지 가서도 캥거루고기를 못 먹고 왔었다.

 

재미나는건 돼지고기 집과 소고기 집의 정육점 명칭 조차 다르다는거다. 돼지고기 및 돼지고기 가공품을 파는 집은 chacuterie(샤큐트리)라고 부르고, 소고기와 소고기 가공품을 파는 집은 bucherie(부슈리)라고 부른다. 소고기 중에도 아주 연한 걸 찾을 때는 송아지고기를 찾는다. 어쨌거나 개와 고양이만 빼고 다 먹는 듯하다.

 

돌아오는 일요일은 부활절. 양고기가 많이 나가는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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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