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7개월부터 태아의 청각이 발달한다는 건 임산부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아이가 뱃속에서 가장 크게 수신하는 소리는 엄마의 소리다. 음원의 데시벨과 양수 속의 태아에게 들리는 데시벨을 비교해보면, 엄마의 소리는 실제보다 더 증폭되어 들리고, 나머지 소리는 실제보다 작게 들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임산부는 소리를 지르거나 큰소리로 떠들면 안된다. 왜? 애 귀청 떨어져!!!!!

 

아이의 청각발달을 위해서 또 '태교'를 위해서 -평소에는 안 듣던- 클래식을 들으려는 한국 임산부들이 많다. 한국 임산부라고 토를 다는 까닭은 프랑스에는 '태교'라는게 아예 없기 때문에 '태교음악'이란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프랑스에서 제작한 태아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태교음악으로서 클래식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른 쟝르 음악과 비교해서 전혀 특별하지 않은 듯 하다.

 

다큐팀은 임신 말기의 임산부를 놓고 실험을 했다. 클래식을 즐기는 한 임산부는 주기적으로 하프를 연주했고, 하드락을 좋아하는 다른 임산부는 하드락 콘서트에도 가고 집에서도 하드락을 주기적으로 들었다. 아이가 태어났다. 결과는? 매우 매우 재밌다.

 

주기적으로 엄마의 하프 연주를 들었던 아기는 엄마의 하프 연주 소리가 나면 단잠이 들고, 주기적으로 하드락을 들었던 아기는 하드락을 틀어주면 음악의 볼륨에 상관않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실험 결과, 태아 때부터 청각이 발달하며, 소리를 기억했다가 태어난 뒤에도 익숙한 소리가 들리면 안정감을 느끼면서 잠들게 되는걸 발견했다. 아기의 뇌파를 테스트해보면, 태아 때 자주 들었던 음악을 들을 때 -쟝르에 관계없이-, 수면상태로, 그것도 깊은 수면 상태로 빠지는 걸 볼 수 있다. 즉, 클래식 음악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하드락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게 절대로 아니라는 것!

 

다큐프로 속에서 한 태아전문가가 언급하기를, "태아 때 들었던 음악이 오래가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한국 입양아(!)들을 보면, 그들은 한국에서의 기억이 없다. 보통 다섯 살이 지나면 아이들은 그 전의 일들을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하긴 나만 봐도 그렇다. 울엄마가 날 가졌을 때, 뭘 듣고 다섯 살 이전까지 어떻게 키웠는지 모르겠는데, 울엄마와 나의 취향은 180도 다르다. 내가 얻은 결론, 태교.. 요란하게 하지 말자. 취향이라는 건, 전수시킬 수 있는게 아니다. 애는 나한테만 배우는게아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와는 상관없이 저 나름의 몫을 안고 태어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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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임신, 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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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르트 탄생 250주년이라고 기념음반 여럿 광고나오고, 짤츠부르크는 모짜르트 순례자로 관광수입 올리고, 모짜르트의 음악으로 심리치료하는 기사도 나고. 클래식하고 담쌓은 사람이라도 모짜르트 어쩌구.. 한 마디 듣지 못하고 올 한 해를 지나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모쨔르트의 탄생을 기념해서 우리도 뭔가 행사를 해야하지 않겄으?"

가장 접근이 쉬운 작품으로 시작해야겠다, 싶어 며칠 전, 가디너 지휘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비됴테입을 집어들었다. 한 10년 전에 열~나게 사 십 여 테입을 녹화만 떠놨지 사실 나도 한번도 그 테입들 다 못 봤다.남편 퇴근 기다렸다가 저녁먹고, TV뉴스보고, 하루 일과 얘기하다보면, 더구나 우리가 좀 일찍 자?, 요절복통 코미디를 하루에 한 막씩 보게된다. 아, 감질나!

 

어제는 밤 10시에 평소같으면 애기가 조용할 시간인데 꿈틀댄다. '호~ 녀석도 모짜르트의 오페라를 즐기는게야.' 남편 손을 배에 갖다댔다.

필자: "움직였다! 느꼈어?"

남편: "웅!"

 

지금껏 잘 놀다가도 남편 손을 갖다대면 김 새게 만들었던 녀석이 어제 드디어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아빠에게 전달했다. 꿈틀꿈틀.오호~!!! 나도 신기하고, 남편도 신기하고. 신랑은 아기한테 답례한다고 배에다 뽀뽀하고.

 

우야든동 오늘 밤에는 기필코 피가로 녀석을 수잔나와 결혼시켜 버리고 말리라!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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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임신, 태동

1) 등짝이 아프다

 

다섯 시. 자다 등짝이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깼다.

지난 금요일에 물리치료사를 만나 등마사지를 했다.

치료를 받고나면 등짝에서 파스냄새가 화~악!여름이었으면 이러고 어디가서 전철, 버스 못 탈 듯.

어제까지 괜찮은 듯 하더니 오늘 아침 또다시 아프다.

이번 주 물리치료는 수요일에 잡혔다.

 

 

2) 태동

 

한 1주일 전부터 뱃속에서 뭔가 약하게 꿈틀거리는게 느껴지는데이게 장기가 꿀렁대는건지 아기가 움직이는건지 모르겠었다.근데 가만히 관찰을 해보니 자주 꿀렁대는 시간대가 있더라. 특히 매일 저녁 6시부터 9시 사이.아하, 요놈이 뱃속에서 손과 발을 쭉쭉 뻗는게로군! 호호~!!!

등짝이 아파 잠 못자고 깨는 아침들을 맞아도뱃속에서 세상모르고 크고 있는 너를 생각하며이런 고통쯤 기꺼이 참는다. 엄마는 어른이니까.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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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임신, 태동

한 달 전에 지난 주 토요일로 산부인과 진료 약속을 잡아놨는데, 신랑 친구가 갑자기 결혼을 하느라 날짜를 연기했다. 보통 프랑스에서는 두 달 전에 청첩장이 날아오는데, 이 친구, 결혼준비를 얼마나 급하게 했던지 청첩장을 결혼식 이틀 전에 발송. 급기야 청첩장을 결혼식이 지난 다음에나 받게됐다. 어쨌거나 진료에 남편과 함께 오라는 의사의 지시가 있었는데, 신랑은 친구의 결혼통첩에 전혀 아무런 고민없이 "산부의과 진료 날짜를 바꾸라"고 제안했다. 그러지모... 깨갱~.

 

톡소플라스마, trisomie-21(기형아검사), 알부민검사, 풍진검사 등 혈액검사 결과를 들고 진료실을 찾았다. 그동안 물어보려고 적어둔 질문을 던졌다. 자전거를 타도 되는지, 여행을 다녀도 되는지, 요리에 포도주나 코냑 등 술을 넣어도 되는지. 자전거는 타도 되며, 요리에 술을 넣어도 지장이 없으며, 여행은 만삭이 될 때까지 다녀도 가능한데 단, 180km 미만일 경우 자동차로 움직여도 되지만 그 이상의 장거리는 기차를 이용하라고 충고한다.

 

태동이 느껴지느냐고 묻는 질문에 "움직임이 가끔 느껴지기는 하는데, 이게 내 뱃속 내장에서 오는건지 아이에게서 오는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몸이 가렵지 않냐고 묻길래 다리 쪽이 가렵다고 했고, 그동안 몸에 생긴 변화를 의사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자다가 새벽녘에 되면 등이 아프다고 했더니 물리치료사에게 등마사지를 10번 받으라며 진단서를 써주더라. 의사 말씀에 의하면, 배가 불러옴에 따라 척추가 등쪽에서 지탱해야되는 무게가 늘어나는데, 내 체구가 작은 탓에 등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란다. 

 

나는 옆 방 진찰대로 이동. 체중과 불어난 배의 크기를 쟀다. 지난 한 달 간몸무게 2kg 증가. 임신 후 체중은 한 달에 1kg씩, 배는 한 달에 4cm씩 불어나는게 정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 번과 같이 아기의 심장박동을 들려주었다. 의사가 옆 방에 있던 남편을 불렀다.

"이 소리는 부인의 동맥이 지나가는 소리구요.... 이 소리는 아기의 심장 뛰는 소립니다. 다르죠?"

"네, 다르네요. 아기 심작박동이 훨씬 빠르네요." 아기 심장뛰는 소리에 신기해하는 남편.

 

다음 번 진료시 가져와야 할 혈액검사 처방전과 임산부용 영양제 처방전를 받아들고 나왔다. 한국에서 사촌언니가 6개월간 복용하라고 사준 엽산 및 비타민제를 중지하고, 여기 의사가 주는 임산부 영양제로 바꿔야할 것 같다. 다음 번 진료 헝데부는 제2기 초음파 검사 다음 주로 잡혔다.

 

임신 4개월 이후 변해가는 신체 내외부의 변화를 24시간 시시각각 감지하며 지낸다. 매일 아침 샤워하기 전후 체중을 재고, 거울 앞에 서면 두리뭉실하게 변하고 있는 나의 몸을 본다. 밤에 꿈을 유난히 많이 꾸고, 악몽을 전보다 훨씬 자주 꾸기도 하며, 몸 여기저기가 가려워지기도 하고, 살이 터져오기도 하며, 아침이면 등이 아파온다. 내가 지금까지 머리로 알고있었던 '임신'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단순하고 쬐그만 것이었던가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지식과 체험의 그 어마어마한 차이. 임신이란 새로운 생명을 위해서 내 몸을 아낌없이 던지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고 싶다. 생명의 탄생은 -희생과도 가까운 그 '아낌없는 던짐'으로인해 눈부신 의미를 부여받는 것이 아닐까?나의 임신과 다른 임산부들의 임신이 천차만별 다르며, 같은 모태에서도 서로 다른 태동을 보이는 형제를 보며 또한 이런 생각도 한다. 같은 부모의 정자와 난자를 받아 수정이 되었다 하더라도 인간은 태아 때부터 이렇게도 저마다 다르니, 인간 하나하나가 얼마나 섬세하고 유일무이한 것인가!하는. 한 아이가 유산되었다해서 다시 아이를 가지면 되지, 하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식 하나가 죽었다해서 살아있는 다른 자식으로 그 슬픈 공간이 채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인간은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존재다. 태아 때부터. 모든 생명이 서로 다른 임신일기를 지니고 예상치 못하는 어느 날 불쑥 태어나듯이. 나의 아이를 통해서 인간을, 그리고 우리 모두(인류)의 미래를 위해 기도한다.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발견. 내가 체험하고 싶어했던 임신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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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임신

빠디의 글을 읽고나니 인심좋은 한국이 또 그런 점에서는 살벌한 면도 있구나, 싶은게 많이 놀랐다.

나야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러쉬아워의 스트레스도, 상사와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로부터도 면죄를 받고 있다만, 임신의 덕을 톡톡히 본 이곳 상황을 얘기하면 무지 배 아파할 것 같다.

 

1) 경시청에서.

결혼 이후 비자변경을 위해 경시청을 작년 한 해만 5번을(!!!) 들락거렸다. 경시청에 가야하는 날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와 흡사하다. 열을 C발C발 받아도 쑤구리~~~! 아.. 서러운 외국인 신세. ㅠㅠ  더구나 경시청은 8시45분에 문 여는데, 줄을 6시반에서 7시 사이에는 가서 서야 그날로 일을 보고 돌아올 수가 있다. 12월 초에 경시청에 가야했을 때는 임신하고 그 새벽 추위에 시간반씩 서있다가는 일날 것 같아서 신랑이 먼저 가서 줄을 서고, 8시경에 내가 가서 순번교체를 한 뒤 신랑을 그 자리에서 출근시키곤 했다.

 

5번이나 경시청을 들락거리고 비자가 나왔느냐?  절대 아니올시다. 임시비자 3개월까지 주고, 기간 끝날 때쯤 나오려나 했더니 그걸 연장만 해주더라. 이건 모 망명비자신청하는 코소보 난민같다. 임시비자 연장받던 날이었다.

 

"이사하신다구요?1개월 연장해드릴테니 새 거주지에 가자마자 서류 다시 하세요."

@@!!! 허걱! 일반적으로 연장기간이 3개월인데, 그도 아니고 1개월 연장을 하면 그 추운 1월에 불러오는 배 움켜쥐고 또 다시 경시청으로 새벽출근해야 한단말이냐?!! 대체 몇 번이나 더??? 눈앞이 캄캄.

 

"잠깐만요! 저 벌써 이 비자로 5번째 왔는데, 지금 임신 중이라서 이 추위에 바깥에서 2시간씩 줄서면서 그렇게 자주 올 수는 없어요."

"그래요? 음... 그러면 3개월 연장해드릴께요."

뱃속의 아이 덕에 추운 겨울은 지난 뒤에 경시청을 가도 되는 특혜를 얻다니. 경시청의 행정처리에 '특혜'라는 말을 붙이니 굉장히 거시니 하구만.

 

 

2) 은행에서.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있는 남편의 은행으로 남편 대신 심부름을 갔다. 가는데만 1시간 30분.

일이 끝나니 1시간이 훌렁 지났네? 집에 가는 길에 분명히 화장실을 찾을게 분명했다. (임신하면 태아가 자라면서 장기를 눌러 소변이 자주 마렵다) 프랑스 은행에는 고객용 화장실이 없는걸 뻔히 알기에 1시간동안 마주 앉아 상담했던 직원에게 화장실을 쓸 수 있냐고 물었다.

 

직원 : "그게 그니까 공사 중이라서.... 가는 길에 공동화장실이 어디 있나..."

나 : "임신때문에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거든요. 집에까지 가는데 1시간반이나 걸리구요."

직원 : "으갸갸갸갸갸... 음냐리... 그게 그러니까.... 잠시만 기다리세요."

 

결국 사무실 뒤켠에 있는 직원용 화장실로 인도받았다. 뱃속의 아이 덕에 (또는 아이 탓에?).

화장실은 공사 중이 아니었다.

 

 

 

외국인이라서, 그것도 미국인이라면 몰라, 동양인이라서 푸대접을 받은 느낌은 프랑스에서 살면서 여러 번 있었지만 임신 때문에 서러웠던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여자라서, 여성 평균 신장보다 작아서, 어려보여서 푸대접을 받은 적이 숱하게 많았다. 프랑스에는 나이 때문에, 여자기 때문에, 키가 작기 때문에 받아야했고 들어야 했던 언사는 -웃자고 농담으로/라/도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어쨌거나 한국과 프랑스에서 받는 차별의 소재가 다르기는 한데, 임신? 그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없다. 오히려임산부라서 주변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빠디의 글 중에서 가장 심하다고 느꼈던 건, 임산부에게 '싸가지' 소리하는 노인들. 프랑스에서도 노인을 우대한다. 버스든 전철이든 노약자, 임산부, 지체부자유자, 군상의자 들을 위한 좌석안내가 있다. 그 자리에젊은 녀석이 앉았다가 "거긴 나를 위한 자리야. 당장 일어나!"하고 싫은 소리 듣는 프랑스 시민들도 봤다. 젋은이가 아니었는데도 60대로 보이는 노인을 80대의 노인이 '경로우대증' 보여가며 야멸차게 밀어내는 것도 봤다. 자전거나 길을 걷다가 노인하고 마주치면 나더러 '네가 비켜서 돌아가라'며 길 위에 서서 꿈쩍도 안 하는 프랑스 노인과도 몇 번 마주쳤다. 내가 동양인이라서 선한 동양인들에게 굽실거림을 기대하는건지, 내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10대 후반이라 여긴건지는 몰라도 이런 경우를 당하면 참 황당하다마는.. 프랑스에도 노인공경하자고 떠벌리지는 않아도 노인을 우대하는 -우대해야하는(?)- 분위기다. 참고로, 프랑스 노인들, 고집과 성깔이 만만치 않다.

 

어쨌거나 공경이 아닌 이곳의 노인우대는 사람을 나이 서열로 수직적인 카테고리 안에 정렬시키는 유교사상때문이 절대 아니라 '노인=약자'기 때문에 보호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인권주의적 바탕에 기인하는 것 같다. 따라서 모든 약자에게 자리우선권을 준다. 임산부, 어린이를 동행한 엄마, 노인, 지체부자유자 등. 그중 최우선 특혜자는 상이군이다. 상이군증서 내밀며 '자리 내놔!'하는 장면은 한번도 본 적은 없다. 표지판에 의하면 순위가 그렇다는 얘기.

 

한국의 유교사상이 대체 언제쯤 막을 내리려는지 모르겠다. 유교가 망해야 한국이 사는데. 유교사상이 사라지면 동방예의지국의 그 '예절'이 없어진다고 우려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홍익인간''인간존중' '상대방을 나와 입장바꿔놓고 생각해보는 타인 존중'이 살아있는 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절은 사라지기 절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 첨가 : 오늘 저녁에 파리 시내 상가에서 찍어온 뜨끈뜨끈한 사진 한 장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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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상가 내 계산대 앞에 줄서는 공간에 붙은 안내문이다. 내용인 즉슨, '임산부(les femmes enceintes)와 거동이 제한된 사람 우선' 이라고 써있다. '거동이 제한된 사람'이란 휠체어를 탔다거나 목발을 짚고 다닐 정도의 지체부자유자를 의미한다. 한국 노인들이 보면 노발대발할 일이겠다마는 '노인 먼저'라는 내용은 미안스럽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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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자들이 전체적으로는 같은, 그러나 약간씩은 다른 임신을 경험하겠지.

한 여자라도 첫째, 둘째, 셋째.. 아이를 가질 때마다 또 다르다고 하니.

나의 임신은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으면 전혀 알지 못하고 넘어갔을 그런 임신이다.

평소와 다름없음.

 

초기 3개월간 입덧이 없었고, 임신 4개월 이후에 겁나게 당긴다는 입맛도 내겐 찾아오지 않는다.

경미한 미식거림과 특정 음식 앞에서의 의식적인 또는 무의식적인 거부, 반대로 평소에는 깍아놔도 안 먹던 사과의 맛을 알게 된 것. 그 셋을 제외하면, 임신 이전에도 뭔가 먹고 싶어서 굳이 찾아서 먹을 때가 있었던 걸 생각하면 실제로 그때와 다른게 없다.

 

체중을 봐도 그렇다. 가슴이 팽팽해지는 건 느꼈지만 임신 4개월까지 체중에 변화가 없었다.

임신 15주가 지나자 나만이 느낄 정도로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동시에 복부가 가려웠다.벅벅 긁지도 못하고.. 살트임 방지크림을 당장 사서 바르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기 전에 배꼽 밑에 손을 대면 전에 없던 봉긋한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이 매일 아침 조금씩 조금씩 커진다. 어느날은 왼쪽으로 쏠리기도 하고, 어느날은 오른쪽으로 쏠리기도 하고, 어느날은 둥글게 자리를 틀고 있기도 했다. 내가 누워자는 방향에 따라 아이가 뉘어지는 것 같다.

 

이제 임신 5개월 초. 평소 체종보다 2kg이 늘었다.

외양상 배 터지게 먹고 볼록 나온 배 같다. 24시간 이러니 식사를 많이 할 수가 없다. 식사량이 많다 싶으면 복부호흡을 하는 나로서는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답답하지마는 흉식호흡으로 바꿔야한다. 예전보다 양을 줄이고 대신 횟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바꾸기로 한다. 야금야금.

 

태동을 기다린다. 그때가 되야 '내 안에 뭔가 자라고 있구나' 확실하게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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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임신

남자들의 사랑이란 언제고 쉽게 변하는 것이기에 그들의 얕은 사랑에 코웃음치면서 아이나 하나 갖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내 안에 생명을 품는 경험을, 낳는 고통을, 살과 성격을 닮는 피를 나눈 사랑을 갖고 싶었다. 남자의 사랑이야 식고,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않고 바이바이~ 떠나버리면 그만이지만 나와 내 자식은 떼고 싶다해도 뗄 수 없는 그런 관계 아니던가.그때 '남편없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침튀기게 설전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애기아빠인 남친은 떠나고 홀로 임신하며 살아가는 러시아 아가씨도 이웃에 살았었다.    

 

그러다 어느날 어떠한 일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내가 교회를 다니던 때, 1년에 한번쯤 외로운 이웃을 초대해서 같이 밥 먹자는 취지의 행사가 있었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사는 이방인인 나를 한 프랑스 가족이 식사에 초대했다. 나와 친한 분들은 아니었지만 그분들은 당신의 딸의 친구처럼 대해주셨다. 할아버지, 두 부부, 내 또래의 딸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그 테이블에서 오고 간 대화가나의 바위같던 생각을 흔들어 놓았다.

 

아주머니가 할아버지께 뜬금없이 물었다. "어머니 찾으시던 건 어떻게.. 진전이 있으세요?"

얘기를 듣자하니, 할아버지는 어릴 때 입양이 되셨는데 엄마를 아직까지도 찾고 계신다는거다. 한국같았으면 이런 얘기는 남 앞에서 꺼내는 소재가 절대 아닌데.. 내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입양은 왜 해외로만 된다는 선입견을 가졌을까? 프랑스인도 엄마를 잃고, 다른 프랑스 가족에게 입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못 했을까?일흔이 되가는 그 나이가 되도록 엄마를 애타게 찾고 있는 그분 얘기를 들으니 아빠 없이 아이를 키우려던 내 고집이 결국 아이의 가슴에 평생 채워지지 못할 빈 공간을 만드는 짓일 것 같았다. '할 짓이 아니다. 내가 애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버려야지.'

 

몇 년이 흐른 후, 다행히 '저 사람하고는 같이 살아도 되겠다' 싶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고, 그의 아이를 가졌다. 배가 슬슬 불러오는 지금,미혼모에 대해 가졌던 과거 내 모습을 다시 돌이켜 본다. 막상 임신을 해보니 우선,임신 중에 남편과 기타 가족의 비중이 참으로 크다는 걸 깨닫는다. 남편이 집안일 돕고, 무거운 거 들어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임신 초기에는 기쁘기보다는 불안감이 더 컸는데, 그때 남편과 가족들이 나의 임신사실에 눈물 글썽거리며 감동하고 기뻐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땠을까? 나 혼자 아이를 가졌다면 나 혼자 짊어질 그 심리적 무게를 어찌 감당했을까? 충분하게 벌어놓은 돈도 없이 한 시라도 양육비를 벌어야한다는 강박감으로 임신한 몸으로 또는 산후에도 사회와 투쟁하고 있을 내 모습을 그려보자면, 나에게도 무리지만 아이에게 참 할 짓이 아니지 않나 싶다.아이는 내가 힘써 낳는게 분명하지만지금 내 주변을 보면 내 아이는 나만의 사랑을 받는게 아니지 않나? 아이 아빠도 그를 사랑하고, 내 부모, 남편의 부모, 남편의 조부모와 시누이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나에게 조언도 주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물질적인 도움도 준다. 비록 내 뱃속에 있지만 아이는 벌써 가족이라는 '사회'를 느끼며 자라고 있다. 내가 남자, no! only 아기만을 원했을 때, 나는 아이에게 나 외의 다른 가족관계도 필요할꺼라고 미쳐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필요'라는 것은 '관계'고 '사랑'이다. 애증으로 얽혀진 가족이라지만 장기간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얼마나 뼈저리게 느껴왔던가. 친구들이 있다해도 집에 들어오면 서늘한 그 고독을, 밑바닥에서부터 둥둥둥~ 울려오는 고독의 외침을 감지하지못했다면 아마 아직까지도 '결혼'에 대해서 진저리를 내며 독신으로 살기를 고집했을 것이다.아이에게 맺어지는 관계들은 다시 말해서 나와도 연관되는 관계들. 따라서 아이에게나 나에게나 든든한 심적 후원자들이 되어준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내가 지금 미혼모였다면 난 뾰족한 대책없이 고스란히 심리적, 경제적, 신체적인 부담을 뒤집어 쓴 채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보장된 미래가 탄탄대로 깔린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든든한 심리적 후원자들이 있다. 나와 아이를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가족. 그중에서도 남편은 나의 가장 큰 힘이자 둥지가 되어주고 있다. 내가 임신으로인해 힘들어하지 않도록 물심양면으로 뛰고 있는 사람. 양식 먹고 살다가도 '한국음식이 그립지 않냐'며 아시아 가게에 장 보러가자고 먼저 제안하는 사람. 시장에서 감이나 배를 보면 가격이 비싼걸 알면서도 '저거 사자'고 먼저 나서는 사람. 내 손으로 내 입을 챙겨가면서, 아침이면 조금씩 더 커져있는 배를 홀로 쓸어내리며 시작하는 매일과 투쟁하며 산다는 것은... 슬프거나 또는 암울한 나날들일 것이다. 이제는 인정한다. 그때는 내가 어리석었다고.남편과 함께 하는 임신이 백 배, 천 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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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분만실 예약을 하던 날, 병원 소속 조산부(싸쥬팜)와의 인터뷰 날짜를 받았다. 근데 사실 이 날 싸쥬팜을 만나서 뭐하자는건지 도무지 알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약속시간에 칼같이 맞춰서 갔다. 버스타고 옆동네로 가기를 45분.

 

약속시간이 10시 30분인데, 벨 누르고 11시 15분이 되도록 대기실에 조산부가 안 나온다. 12시에 남편 친구들하고 동반 점심약속이 있는데, 약속장소로 이동하려면 11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참다못해상담실 문을 두드렸다."두 분 대화 중에 죄송합니다만, 저랑 10시반에 약속있지 않으신가요? 이미 45분이 기다렸는데요. 뒤에 기다리는 사람도 존중해주셨으면 합니다."

 

수다스런 임산부와 조산부가 잠시 후 나왔고, 내 시간을 어처구니없이 타인 때문에 빼앗겨버린 열받은 나는 조산부에게 신랄한 비판을 쏟아댔다. 그녀 말이, "제가 일을 하려면 45분이 필요합니다. 저랑 인터뷰를 하시던가, 시간이 없으시다면 다음에 오도록 약속을 다시 잡죠. 선택하세요."

 

눈 똑바로 뜨고 당돌하게 대꾸했다. "제 불찰때문이라면 이해를 하고 받아들이겠는데, 제 앞에 있던 손님이 그의 할애시간을 넘어서서 제 시간까지 잡아먹은 이 상황에서는 그걸 '선택'이라고 부른다는게 어처구니 없군요. 45분이나 들여서 온 거리를 45분이나 기다린 나에게 이번 방문을 헛걸음으로 하고 추가적으로 왕복 1시간반을 쏟아붓든가, 점심약속을 취소하라는 말로밖에 안 들리는군요.당신이 말하는 '선택'은 매우 제한적이네요."

 

하지만 나도 선택을 하기는 해야했다. 남은 토막시간을 인터뷰로 보낼 것인가, 실랑이로 보낼 것인가. 인터뷰라는게 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헛걸음치고 저 조산부 상판 보러 다시 오기는 싫었다. 결국 12시간까지 인터뷰를 했고, 남편은 늦어지는 나를 기다리기 위해 친구들과의 점심약속을 취소했다. 

 

인터뷰의 내용은 내가 궁금해했던 것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임산부 진료노트를 점검하고,임신에 대한 전반적인 현상과 행정절차, 의료테스트에 대해 설명해주고,임산부가 갖는 불안과 질문에 대해서 답해주는 시간이었다. 45분동안. 내 약속 앞에 있던 여자는 1시간 15분을 상담했다가 나의 개입으로 자리를 떴다하니 내 시간 30분을 잡아먹고도 뭐가 더 궁금했다는 걸까 대체? 요즘같은 세상에 인터넷을 뒤지면 달별 임산부의 변화와 진료테스트에 대해서 다 설명이 나오고, 책에도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는 판에! 주변에 임신한 여자가 없을리도 없고, 중간중간 궁금한게 있으면 다달이 보는 산부인과에게 물어도 되고, 스무개가 넘는 조산부의 전화번호 리스트를 그녀도 분명 받았을텐데 말이다!

 

여튼 첫임신 3개월에는 쉽게 피곤했어서 버스에 타면 앉을 자리 찾을 때마다 내가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유산이 되기 쉬운 시기라고해서 나는 특별히 몸을 사리는데 '나, 임산부!'가  밖으로 드러나야 말이야. 산부인과는 날 무슨 고깃덩이처럼 다루고 말야. 섭섭했는데, 임신 3개월이 넘어서부터는 친절한 의사선생님을 만나고, 행정절차나 의료진이 나, 임산부와 함께 뛰어주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되니까 임신했다는 사실이 점점 뿌듯해진다. 진찰도 남편과 함께 오라고하고, 시어머님, 시할머님이 아기 옷을 뜨개질해주시느라 바쁘고, 나라에서 출산보조금도 준다고 하고, 산부인과 의사뿐만이 아니라 분만병원, 조산부들이 내 뒤에 든든히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한결 놓이고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임산부라는 사실이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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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실 예약을 하고나니 분만할 병원에서 임산부 진찰노트가 날라왔다. 시어머님의 도움을 받아 진찰노트의 질문 항목을 채우고나서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결과를 들고 새 산부인과를 보러갔다.

 

임신 14주하고 이틀.의사선생님 말씀이 '체중은 늘지 않았지만 임신 4개월까지 가슴이 불으니 브래지어를 새로 사두는게 좋을꺼'라고 하신다. 임신을 명백히 증명할 수 있는 혈액검사결과 또는 초음파 사진을 바탕으로 산부인과의사가 '임신진단서'를 떼주었다. 임신 14주가 끝나기 이전에 임신진단서 한 장은 보험국으로 보내고, 한 장은 CAF에 보내야 한다.

 

서류를 보험국으로 보내는 이유는 산모와 태아, 그리고 산후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치료비 환불 퍼센테이지를 새로 책정하기 때문이고, CAF란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정기관으로 출산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함이다. 어떤 후진 보험을 들었건간에 임신 7개월부터 산후 2개월까지는 산모와 아이의 산부인과 진료비는 100% 환불되며, 임신 7개월 이후부터 매달 국가에서 출산보조금이 나온다. 액수는 얼만지 잘 모르겠다만.. 그 보조금으로 아기 기저귀값도 안 나온다지만 어쨌거나 나라에서 조금이라도 매달 보조금을 준다는게 어디냐.

 

새 의사선생님은 자상하고 부드럽다.임신관련 추천서 두 권 중 하나를 구해 읽으라면서 적어주신다. 그리고 다음 번 진찰에는 남편과 함께 오란다. 2차 초음파 촬영시에도 남편과 함께 가란다.

 

추천서 두 권 중 내가 소장하는 책을 아래 소개한다 : J'attends un enfant. 제목을 영어로 옮기자면 <I'm waiting a child>. 시어머님의 말씀에 의하면 당신도 임신하셨을 때 읽으셨고, 매년 개정판이 나오는 책으로 이 책은 임산부의 '바이블'이란다.임신했을 때 애기엄마, 애기아빠가 던지는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이 이 책 안에 다 들어있다. 시어머님께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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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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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돌아와서 임신 12주가 넘은 뒤, 1차 초음파 촬영 헝데부가 잡혔다. 초음파 촬영만 전문으로 하는 클리닉에 갔다. 배에 젤을 바르고 누으니 주먹만한 기계를 배에다 갖다댄다. 그 기계를 이쪽에다 대면 아이의 옆모습이 보이고 (위 사진), 저쪽에다 대면 아이의 정수리가, 어떻게 하면 아이의 발바닥쪽에서 올려다보이는 영상이 보인다. 한 마디로 배 위에서 기계를 대는 위치에 따라서 태아에대한뷰포인트가 달라진다. 오, 신기해! 이게 지혜가 말했던 입체초음파인가??? (필자 주: 엮인글에 2차초음파촬영을 보면 알지만 이건 입체초음파가 아니었다. 2D초음파일 뿐.)
 
아이가 딸국질을 하는지 점프를 하는지 자궁 안에서 펄쩍펄쩍 뛰논다. 엄마와의 대면이라 신나서 그러는걸까? 예전에 서울에서 봤을 때는 콩알만했던 아이가 머리와 팔, 다리가 눈으로 쉽게 분간이 될 정도로 자랐다. 아.. 손가락과 발가락도 보인다. 코와 입술의 윤곽도 제대로 보인다. 녀석, 눈물만하던 것이 많이 컸구나..
 
"코가 작네요"
의사 말씀이 아가 코가 작댄다. 난 씩~ 웃었다. 날 닮은게다. 신랑 집안의 코가 큰 탓에 나의 이 집안에 시집 온 미션 중 하나가 2세의 코 크기를 낮추는 거였다. 성공했다.
 
의사가 태아의 머리 둘레, 팔다리 사이즈, 발 사이즈 등을 쟀다. 그중 가장 중요한 치수는 바로 목 뒷덜미다. 사람의 목 뒷덜미가 평평한게 아니라 살짝 옴폭한게 정상인지라 목 뒷덜미가 등의 연장선에서 몇 밀리 떨어졌는가를 재는게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고 한다.
 
초음파 촬영에 40유로 지불. 뜨하~! 나중에 보험으로 100% 환불된다니 그러려니... 오늘 아이 사진이 12장이나 생겼다. 지금부터 앨범을 만들어도 되겠다. 저녁에 시어머님, 시할머님, 그리고 1월에 출산 예정인 시누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초음파 촬영을 하고오니 어떠냐고. 아이가 어떠냐고. 전화통화를 이리저리 1시간 넘게 한 것 같다. 시할머님, 시어머님은 그 시절에 초음파촬영이라는게 없어서 어떤 영상이 보이는지 상상이 안된다고 하신다. 게다가손주, 증손주를 보신다는 설레임이 더하신게다.사실 초음파촬영을 하지 않으면 내가 임신을 한 건지 안 한건지 모를 정도로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 눈으로 직접 보니 '내가 아이를 정말 가진거로구나' 하지. 오는 1월에 출산 예정인 시누이가 내게 임신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고 길게 해줬다. 시누이의 설명에 의하면 아이의 머리며, 사지를 잰 치수를 갖고 아이의 몸무게를 추정해낸다고 한다. 아하, 그렇군!!!
 
12월 2일은 산부인과의와 헝데부가 있다.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 결과를 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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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리 아기의 두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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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달 산부인과 의사가 불만족스러워서 이 달에 이사를 하는 김에 이사를 핑계삼아 의사를 바꿔보련다. 오늘 새 의사를 만나는 날. 근데 새 의사는 믿을만할까, 과연??? 게다가 새 의사는 진료비가 20유로가 더 비싸다는데! 돈만 밝히는 의사아냐? 싶기도 하고.. 의사 한번 정하면 앞으로 넉 달을 만나야 하는데, 한 달에 2~4번씩 만나기도 할텐데... 급기야어젯밤 악몽을 꿨다. 것두 2개나! 첫번째 것은 중얼거리며 깼다가 다시 잠들어서 기억이 안 나고, 두 번째 것은 새로운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서 벌어지는 스토리였다. 꿈에서 엄마와 남편과 함께 있었다. 자다가 깨니 데이빗 린치의 단편을 꾸벅꾸벅 졸면서 본 듯 머리가 띵~하다. 날씨마저 바람도 부느게 을씨년스럽다. 에잇!

 

2.

몸무게가 1킬로 불었다. 자, 이제 슬슬~

 

+ ps. 쓰는 김에 낙서 추가

이사를 앞두고 신경쓸 일이 많아졌다. 게다가 이사갈 집 평면도가 없어서 여태 가구배치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어제 열쇠를 받아서 집 구석구석을 재고 왔으니 오늘은 블로그질을 좀 자제하고 캐드로 도면을 쳐야할 것 같다. 도면 완성되면 가구배치 계획안을 짜고.. 오늘 안에 다 할 수 있을라나? 에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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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임신

애가 선 이후부터 유독 한식만 찾는다. 며칠 전부터는 냉면 한 그릇이 눈 앞을 왔다~갔다~

한식당 밥값이 만만치 않은터라 선뜻 "가서 사먹어!" 소리는 못하고 신랑은 "집에서 해먹으라"고 하는데, 냉면이 집에서 뚝딱!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걸 이이가 모르는게야..

 

육수를 만들려면 적/어/도 1시간은 고기를 삶아야 하고, 그게 양지머리면 차가운데 몇 시간을 내놓아서 고기의 지방을 걷어내야하며, 션~한 동치미국물을 섞어서 입에 쩍~쩍~ 달라붙는 맛난 냉면국물을 얻어내려면 동치미를 담그고 익기까지 사흘을 기다려야 하는데.. 집에 냉면 면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당면갖고 시도를 해보나? 하는 참 안쓰러운 상상을 하면서 서울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야? 나.. 응.. 잘 지내.. 서울에서 (3번이나) 먹었던 그 물냉면이 먹구 싶네.."

역시나 엄마다. 당장 "한식당 가서 사먹어!"

"여기 비싸."

"얼만데?"

"12유로(=1만5천원). 한국 냉면값의 3배야!!!"

"엄마아빠 통장에 달아놓을테니까 오늘 점심에 가서 꼭 사먹구 와! 알았지? 먹고와서 다시 전화해!"

 

하여, 11월 23일 점심. 냉면을 하는 한식당 몇 군데에 전화를 걸었다. 노틀담 옆에 있는 한식당은 하필 수요일이 정기휴일이랜다. 15구에 있는 고기집에 전화를 걸었다. 몇 주 전에 신랑의 친구 커플들과 함께 몰려가서 '한식을 소개시켜주마!'하는 취지로 소/돼지 갈비와 불고기를 시켜먹었던 집이다. 다행히 한댄다. 바깥기온은 끽해야 5~7도. 모자 쓰고, 목도리 두르고, 누비 롱코트 입고 집을 나섰다.버스타고, 전철타고, 또 버스로 갈아타고... 당장 간다고 했지만 45분은 족히 걸렸다. '아, 배고파..' ㅜㅜ

 

나: "애가 서서 그런가... 이 추운데 갑자기 물냉면이 먹고 싶어지더라구요.." ^^;;

주인 아저씨: "추우실텐데... 라디에타 옆에서 드셔야겠어요" ^^

나: "따끈한 육수 한 컵 좀 주시겠어요?"

 

잠시 후, 주인 아줌마가 보글보글 끓고있는 설렁탕 국물을 한 사발(!) 가득 내오셨다. 감격적이었다. ㅜㅜ물냉면을 먹다 추우면 육수를 마시고, 육수를 마시다 냉면이 그리우면 허겁지겁 냉면을 먹었다.그렇게 물냉면 한 그릇을 끝내고, 입에 쩍쩍 달라붙는 고깃국물을 끊임없이 퍼마시고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옆에 오셨다.

 

"밥 좀 드릴까요? 밥도 있는데..." ^^

"아우, 아니에요. 배 부르게 많이 먹었어요." ^^;

"2인분이신데.. 많이 드셔야죠." ^^

말이 막힌다. 그저 참 고맙다는 생각뿐.

 

잠시 후, 냉면은 다 건져먹고, 뜨끈한 육수 사발은 바닥을 훤히 드러냈다. 물냉면은 서울에서 엄마랑 아빠랑 같이 가서 먹었던 곳이 더 맛있었지만 며칠동안 먹고 싶어 마음만 졸이던 물냉면 먹어 속풀고, 육수로 몸 덮히고, 감격스런 두 분의 친절에 마음까지 훈훈해진 채로 식당을 나왔다.

 

지난 주말에는 냉면 면발을 샀다. 집에서 동치미를 담그고, 육수도 끓였다. 며칠 후면 집에서 만든 물냉면을 먹을 수가 있다. 신랑이 아직 맛도 못 본 다수의 한국음식 중에 하나일 것이다. 신랑보다 애가 먼저 냉면 맛을 안다. 요즘은 아랫배에 점점 탄력이 생기면서 단단해진다.1시간 후에는 초음파 촬영 헝데부가 있다. 헝데부 1시간 전에 물 3컵 마시고 오랜다. 물 마시고,이따가 애기 보고와서 보자고요~! ^^

 

 

* 참고: 파리에만 한식당이 20군데는 되는데, 각각 전문요리가 다르다. 내가 갔던 <봉식당>은 갈비와 불고기가 대표 메뉴고, 냉면도 먹을만하다. 맛있고, 반찬 깔끔하고, 무엇보다 주인내외분이 인정많고 친절하다. (식당정보: <봉식당>, 41 Rue Blomet (15구, 메트로 Volontaires) Tel. 01.4734.7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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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임신

어머님께서 떠나셨다. 다시말하면, 미션이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는거지. 쿄쿄쿄~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오늘은, 한국과는 달리 진료와 분만이 분리된 프랑스의 시스템을 설명해야할 것 같다. 

 

1. 한국 : 종합선물세트형

서울에서 가봤던 산부인과는 -그 병원 시설이 워낙 좋아서 그랬던건지 몰라도- 산부인과 의사가 초음파도 보고, 진료도 한다. 임산부가 "뱃속의 아이가 보고싶다"고 하면 의사는 즉석에서 초음파로 태아를 보여주고 찍어주고 CD에다가 녹화까지 해준다. 임신 5주차에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착상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러 갔던 첫진료에서 친척언니의 제안대로 초음파촬영을 했고, 하혈기가 보였던 7주차에 갔을 때는 아무말 없이 의사가 초음파로 태아를 보여줘서 봤다. 의사는 굉장히 친절했고, 초음파촬영(3만원)은 보험으로 처리가 되지 않았다. 친척언니는 그때 태아의 심장에 미세한 문제가 있다는 의사의 진단 하에 태아의 심장테스트를 더 정밀하게 했는데, 그 진료비로 15만원이나 나왔다. 보험처리가 한푼도 되지 않았다. 언니는 내 초음파 촬영비용까지 18만원을 냈다.'애를 낳는데 매달 생돈이 이렇게 나가면 돈 없는 사람은 애도 못 갖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보험이 되는 의무적인 항목만 검진을 해주던가.

 

어쨌거나 산부인과에서는 분만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내가 갔던 산부인과는 같은 건물에 산후조리원이 붙어있는데, 비용이 자그마치 1주일에 100만원이었다. 1주일에 1,000유로!!! 어거거걱~! 여튼 서울의 산부인과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되어 있어서 임신 전과 후, 분만과 조산까지 모든 문제를 한 곳에서 다 처리할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2. 프랑스 : 따로국밥형

2-1. 초음파 촬영

반면, 프랑스의 임산부관련 시스템은 참으로 초라하다 할 수 있지만 반면에 훨씬 세분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가 초음파 촬영을 하지 않으며, 분만을 돕는 산파역할을 하지도 않는다. 초음파 촬영은 초음파 전문의가 담당하고, 임산부가 원할 때 보여주는게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가 진단을 내릴 경우에만 가능하며 의사의 진단서를 동반해야한다. 초음파 촬영을 CD에 담아주는 산부인과가 있다고 TV에서 본 적은 있지만 대중화는 되지 않았고, 약 9개월의 임신기간 중 초음파는 3개월에 한번씩 촬영한다. 그저께 초음파 촬영 헝데부를 잡으려고 전화를 했는데, 내가 며칠이라도 좀더 일찍 보고 싶다고 애교를 떨어봤지만 '완전히 12주를 넘긴 후에 보자'며 헝데부 날짜를 잡는다. 촬영해봐야 사실 형태가 뚜렷하게 보이지도 않지만 유산 확률이 높은 초기 3개월은 초음파 촬영을 할 필요조차 없다고 보는 것 같다.

 

2-2. 산부인과와 마떼르니떼

산부인과는 임신초기부터 임신 5개월 또는 최대 7개월까지의 진료만 담당한다. 한 달에 한번씩 산부인과를 보다가 임신 6개월 또는 8개월이 되면 -지금까지 내가 편의상 '분만실'이라고 부른- '마떼르니떼(Maternité)'로 가야한다. 임신 초기부터해서 임신 8개월이 넘어가도록 한 임산부를 계속 진료하는 개인 산부인과 전문의는 없다. 마찬가지로마떼르니떼에서는 나같은 초기 임산부는 아예 받지도 않는다. 1주일에 2번씩 의사를 봐야하는 후기 임산부만 받는다. 다시 말해서 마떼르니떼란 임신 6개월 또는 8개월이 된 후기 임산부의 진료를 담당하며, 분만이 24시간 준비되고, 출산 후 3~5일의 조산원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산부인과 의사는 한 동네에도 선택을 해야할 정도로 여럿이지만 마떼르니떼는 동네마다 다 있는게 아니다. 실례로 현재 우리 동네는 주민수가 5만인데, 마떼르니떼가 없다. 이사갈 동네에도 역시 없다. 큰 옆동네로 가야한다. 이런 상황이어서 임신 1~2개월에 신속하게 마떼르니떼에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마떼르니떼에 예약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어제 어머님과 함께 마떼르니떼에 가니 그동안 걱정했던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 쉽게 일이 풀렸다. 이사갈 집 옆 동네에 같은 병원 소속의 마떼르니떼가 2개 있는걸로 알았는데, 안내를 듣고보니 한 곳에서는 임신 6개월 이후의 임산부의 산부인과 진료만 보고, 다른 곳에서는 8개월이 지나 분만을 앞둔 임산부만을 받는다고 한다. 매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초음파 검사, 혈액검사도 요구하지 않은 채 이름과 주소만으로 예약을 받았다. 그리고는 출산과 관련된 정보지를 쥐어주었다.

 

2-3. 조산부

정보지에는 무통분만에 대한 상세한 설명, 조산부들의 목록, 산통이 시작될 때 병원에 들고 와야할 짐의 목록 등이 써있다. 짐은 신생아의 베냇저고리를 비롯해서 임산부와 아이가 조산원에 머물면서 필요한 것들인데, 임신 7개월에 준비해둔다. 흥미로운 것은 조산부들의 목록이다. 조산부란 출산과 임신에 대한 상담을 해주고, 수영이나 요가, 명상 등임산부를 위한 운동을 시키고, 신생아 돌보는 방법을 교육시키고, 산후 운동을 시키는 등 산부인과 진료만 빼고 빠르면 임신4개월부터 출산 후까지 산모를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조산부에 따라서 침술을 하는 이도 있고, 마사지를 할줄 아는 이도 있다.주말에도 일하는 조산부라면 남편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2.4. 보험

지금까지 설명했듯이 모든 것이 한 곳에 집중되지 않은 탓에 산부인과 진료 따로, 혈액/소변검사 따로, 초음파 촬영 따로, 분만 따로, 출산 전후 조리 따로, 다 '따로국밥'으로 되어 있다. 지금까지 발견한 가장 큰 장점은 임신과 분만에 관련된 모든 진료비가 보험으로 다 처리된다는 것이다. 진료비, 초음파 촬영비, 분만에 들어가는 비용은 당근이고, 조산원에서 3~5일 간호받고, 조산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두가 다!

 

어제 마떼르니떼에서 상담하면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분만시 응급차는 물론이고, 소방차나 택시를 불러서 병원으로 달려가면 소방차든 택시든 임산부 운반비용이 보험으로 다 처리가 된다는거다. 난 보험처리 안되면 버스타고 걸어서 가려고 했다,면 새빨간 거짓말이고, 교통비가 어떻게 되든 감수할 생각이었는데 정말 놀랐다. 분만실로 실려가는 임산부의 택/시/요/금/이 전액 보험처리가 되다니! 

 

프랑스는 유럽에서 출산률이 높은 나라 중에 하나라고 한다. 이는 프랑스 부부가 다른 나라 커플보다 유독 사랑을 많이 나누는 때문이 아닌 것 같다. 임신과 출산에 따른 보험, 보조금, 휴가 등 실질적인 혜택을 요사이 하나 둘 발견하게 되면서 출산을 장려하는 국가적인 지원때문이라는 사실을마떼르니떼에서 돌아오면서 실감했다.

 

그나저나 택시요금까지 환불해주는 훌륭한 보험 저편에 우리 신랑이 매년 국가에 얼마나 많은 세금을 갖다바치는 지는 나중에 얘기하자고...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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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분만, 임신

1. 나에게 풀장을 달라!

3시간 후면 시어머니께서 도착하신다. TGV로 3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를 불사하고 하루 이틀 머물자고 파리를 오시는 이유는 단 한 가지 : 나의 분만실 예약을 잡아주는게 그분의 이번 미션!

 

생리가 멈추고 소변검사로 임신을 확인하게 되면, 그때는 이미 임신 5주째다. 근데 프랑스에서는  이때부터 바로~~!!! 분만실 예약을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입덧 조리를 한 달 간 더 하다가 갈까.. 했을 때, 신랑이 프랑스에서 '빨랑 오라!'고 재촉을 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분만실 예약 때문이었다. "임신 1~2개월에 분만실 예약하는거래. 안 그러면 나중에 우리 애기 길에서 낳게 될지도 몰라!!!" '길거리가 뭔가? 나에게 풀장을 달라! (쿨럭~)' 전화 저 편에서 신랑이 워낙 심각하게 애원을 하니 장난도 못 쳤다.

 

이 나라는 하이간 모든게 'rendez-vous(헝데부)', 즉 예약이 없이는 아무데도 못간다고 보면 된다. 은행에 내 계좌 관리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도 헝데부,의사를 만나러 갈 때도 전화걸어 헝데부,경시청에 서류하러 갈 때도 어떤 방법으로든 먼저 헝데부부터 잡고 봐야하며,결혼을 할 때도 결혼준비의 첫시작은 이 헝데부를 잡는 일부터 시작한다. 결혼식을 시청에서 하는데, 시청에다 헝데부를 먼저 잡고, 피로연을 할 식당에 헝데부를 잡는데, 늦/어/도/ 6개월 이전에 예약을 넣는게 상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하는 식당에서 식을 치루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피로연 식당을 1년 전에 예약하는 커플도 많다. 청첩장은 3개월 전에 돌리고, '온다, 안 온다'는 확답을 식 1개월 전까지 받아 식당에 정확하게 예약을 넣어야 한다. '온다'고 했다가 안 오거나 '안 온다'고 했다가 오면, 낭패다. 피로연 1인당 식비가 10만원꼴 하기 때문에! (프랑스의 결혼문화는 언제 날 잡아서 길게 얘기하자) 한국에서 예식장을 6개월에 예약하러 가면 씨익~ 웃을껄? "뭐가 그렇게 급하시다구.. 자리 많이 비었으니 한 달 전에 오세요~" 청첩장도 식 한 달 전에 돌리는게 통례인 우리나라에서 보시기에 이상했는지 울부모님도 우리 신랑신부에게 그러셨다. "아니 뭐가 그렇게 급해? 너네가 서두르는거야? 프랑스가 원래가 그런거야?" 하다못해동네 미용실에 머리하러 갈 때도 헝데부를 잡아야 할 정도면 말 다 한 거 아닌가?

 

임신을 하고보니 이젠 또 분만실을 7~8개월 전에 예약하라고 하네? 애가 나온다 싶으면 근처 산부인과로 뛰어가면 되는게 아닌가부네? 허~ 참. 근데 병원에 가서 어느 의사에게 헝데부를 잡아야 하는지 알아야 말이야... 뭘 미리 알아보고 결정해야 되는지 알아야 말이냐고.. 아파서 병원 한번 갔다오는 거는 전혀 문제가 아닌데, 분만을 위한 산부인과를 예약하면 -이 나라에서는- 임신 6개월부터 그리로 통원을 해야한다고 하고, 임신 말기가 되면 1주일에 의사를 2번씩 봐야한다고 하니 이건 한번의 헝데부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나와 내 아이의 건강과, 무엇보다, "생명"을 맡기는 중대한 문제라 아무 병원에나 덥썩 예약을 넣어서는 안되겠다 싶은거다. 

 

무엇을 알아봐야 하는지 여러 번 시어머님께도 묻고, 임신 7개월인 시누이에게도 전화로 물었다. 시어머님께서 "너만 원한다면 내가 올라가마". "괜찮아요, 어머님. 제가 알아볼께요." 했지만 지난 1주일간 '자궁' '양수' '제왕절개' '신생아' '기형' 등 분만과 관련된 새로운 어휘들이 속출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들 사전 뒤져가며 깨우쳐가고 있는 판국에 병원에 가서 혼자 이래저래 알아보고 따져보고 '어느 병원! 어느 의사!"로 결정내릴 자신이 솔직히 없었다. '나에게 풀장을 달라'던 배짱은 꼬리를 감추고, 전화 띠리리~ "어머님, 와주세요. SOS!" ㅠㅠ

 

 

2. 지리멸렬한 서류의 파도와 또 한판 씨름

아침에 보험국에 갔다. 남편의 회사보험을 배우자에게도 받을 수 있게 되서 지난 주 보험카드를 반납했었다. 새로운 서류가 도착할 때까지 내 보험은 당분간 무효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만실을 예약할 수 있을지 물어보러 갔다.

 

보험국: "임신증명서 있어요?"

나: "12월초에 산부인과 의사를 보러 가는데, 그때 받을 수 있을꺼에요"

보험국: "임신증명서 갖고 오시면, 보름 후에 서류 발급해 드립니다."

나: "지금 임신 10주차로 접어드는데요. 새 서류 발급받을 때라면 한 달 후, 임신 3개월이 지나가는데 분만실 예약이 너무 늦지 않을까요?"

보험국: "새 서류 없으면 분만실 예약 못 잡습니다."

 

뜨아아~~ 아, 또 씨름 한 판 시작하는구나. 시어머님은 저녁에 기차타고 올라오시는데 으쯔까나..!!! 집에 와서 분만실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병원: "보험서류, 보험카드, 임신증명서 필요없구요. 혈액검사나 초음파검사 결과가 있으면 예약 가능합니다."

나: "혈액검사는 했구요. 초음파를 한국에서 임신 5~7주차에 봤는데, 유용한가요?"

(전에 말했다시피 프랑스에는 12주가 넘어야 첫초음파 촬영을 할 수 있다)

병원: "문제 없습니다. 마지막 생리일과 출산예정일만 아시면 돼요."

 

흐뭇~! 보험국과 병원측의 말이 이렇게 다르다. 혹시나 싶어 아침에 받아온 혈액검사 결과를 다시 들여야봤다. 대체 어느 항목이 임신을 확인할 수 있는거람??? 결과서를 들고 다시 lab에 갔다. lab의 답,

"테스트 중에 임신을 증명할 수 있는 항목은 없네요." @@!!!

 

병원이 집에서 1시간 반 떨어진 곳이라 재확인하러 전화를 걸었다. 지난 금요일에 신랑이랑 먼거리 갔다가 이미 한번 빠꾸맞았으므로. 흑흑~ 아까와는 다른 사람이 받았다.

 

나: "혈액검사를 하기는 했는데, 임신을 증명할 수 있는 검사는 없는데요. 임신 5~7주차에 한국에서 찍은 초음파 사진 가져가면 예약 가능하죠?"

병원: "예, 가능해요. 근데 어디 사시죠?"

나: "지금은 어디 사는데, 3주 후면 거기로 이사합니다."

병원: "주소지가 추적되기 때문에 지금은 예약하실 수 없구요. 거기로 이사한 다음에 오세요."

나: "새 집 계약서에 싸인까지 해서 이사가 확실하고 거기에서 분만할게 확실한데요?"

병원: "이사하신 후에 오세요."

 

아니.. 임산부는 이사도 할 수 없단 말이냐? 분만을 3개월 앞두고 이사하는 임산부가 있다면, 대체 분만실 예약도 못 하고 길거리에서 낳으란 말이냐 뭐냐? 어머님께 전화를 삐리리~ 돌리려다가 '이미 기차에 타신 분, 어찌하리? 도착하신 다음에 대책을 세우자' 싶어 말았다.

 

배는 불러오지도 않는데 분만실 예약 문제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이 없다. 2시간 후면 '협상의 여왕' 어머님이 몽빠르나스역에 도착하신다. 미션이 과연 성공할 지...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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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oxoplasmose (톡소플라스마)

결혼 전 신체검사에 의하면 내게 톡소플라스마 면역체계가 없다고 한다. 문제는, 나는 괜찮은데 태아가 면역이 없으면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임신 후 다달이 혈액검사를 통해 체크를 해야한다고 한다.  

 

톡소플라스마는 고양이의 배설물에 의해서 옮겨지는 질환이란다. 주의사항 : 임신 후, 생야채, 생과일을 먹을 때는 충분히 깨끗이 씻고, 날고기를 먹지 말며, 정원을 가꾼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을 것, 그리고 고양이를 멀리할 것!

 

"나, 괭인데요? 괭이한테 괭이 면역체계가 없는건 당연한거 아닌가요?"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거침없이 의사 앞에서 한다고 믿어주랴? 믿거나 말거나 어쨌거나 '반드시 공복에 받아오라'는 소변을 아침에 챙겨서 lab에 갔다주고, 피같은 피(?)를 빼고 왔다. 돌아오는 길에, '피 뽑은 날은 반드시 케익을 먹는다'는 신랑과 나만의 방침에 따라 흐뭇~하게 산딸기 조각케익을 들고 돌아왔다.

 

근데 그거 아나? 고양이들은 낯을 가리기로 유명난데, 실제로 내 앞에서는 초면임에도 기어와서 배를 드러내놓고 뒹구른다는 사실을. 흐흐..

 

 

2. 낙서 : 입덧, 태교, 그리고.

임신 9주가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입덧이 없다. TV드라마를 보면 하나같이 '웩~웩~' 헛구역질을 함으로서 '임신인가?' 하는데, 그거 다 뻥이다. 드라마가 잘못된 성교육을 해왔다는 걸 첫임신을 한 지금에서야 알았다. 입덧을 하기 전까지 임신사실을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지금까지 속아온게 분해!!!

 

새벽에 순대가 먹고 싶다고 잠옷바람에 순대를 사오면, 그 앞에서 못 먹겠다고 고개를 돌린다던가, 한겨울에 딸기를 찾아서 눈 속을 찾으러 다니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왠걸? 일주일에 1~2번 정도 속이 울렁거려서 누울 자리를 찾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증상이 내겐 없다.

 

'입덧'이라고 굳이 꼽으라면 꼽을 수 있는게 몇 개 있기는 하다. 며칠 전에 버스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수박이 먹고 싶다거나, 평소에는 너무나 좋아하던 생선과 골뱅이를 멀리한다거나, 평소에는 까놔도 안 먹었던 사과가 입에 받아 매일 먹는다거나, 식사량이 줄은 것 등. 희한한 건 생선과 골뱅이는 싫은데 해물이나 멸치다시로 우린 국물은 입에 쩍쩍~ 붙는다는거다.

 

요리하는게 힘들까봐 신랑이 외식을 시켜주겠다고 하는데, 먹으려면 뭐는 못 먹겠냐마는, 임신하고나서 땡기는건 한식인걸? 그렇다고 한국에서 5천원이면 먹을 냉면, 이곳 한식점에서 시키면 12유론데, 한화로 만오천원! 차라리 아니 먹고 말지! 꾹 참고 집에서 미역국, 된장국, 베니스식 해물스파게티, 짜장면, 김치볶음밥 등을 해먹는다.그래도 확실히 엄마가 해준 밥상과 내가 한 밥상은 차이가 있는가보다. 반찬 수가 벌써 확연히 차이가 나는걸모... 한국가서 1주일만에 찐 2kg가 프랑스에 돌아온 지 열흘만에 도로 빠졌다.

 

요즘 신랑에게 미역국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해산 후 몸도 가누지 못하게 될 때, 엄마가 몸조리 도와주러 오지 못하게 되더라도 신랑에게 "나 미역국 먹고 싶어~~"하고 앙탈부리려고. 해산하고 미역국도 못 먹으면 많이 서운할 것 같다.  

 

나 중학교 때, 입덧이 너무나 심해서 피골이 상접했던 우리 큰이모 생각이 난다. 눈만 탱그라니~ 남은 이모가 우리집에 와서 해산몸조리를 하면서 '애를 갖는다는 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구나' 싶었다. 타지에서 엄마가 입덧으로 고생할까봐서인지 뱃속에서부터 효도하는 아이에게 고맙다. 

 

그러니 태교를 더 잘해줘야 하는데, 남들은 예쁜 그림만 보고, 클래식을 듣는다는데 니 엄마는 막무가내로 듣는구나. 연일 세계뉴스 첫면을 장식하는 파리 외곽의 폭도 소식에, 24편 내내 손에 땀을 쥐고 가슴을 졸이며 봐야하는 미 TV시리즈 <24시>를 보질않나,쟝르도 알 수 없는 음악과 재즈를 신난다고 듣지를 않나. 그냥 평소의 나처럼 살아가는 대책없는 엄마로구나. 참, 너희 엄마, 천수경과 반야심경도 듣는구나.

 

근데, 솔직히 말해서, 아가야, 네가 태어날 세상은 사실 그다지 평온하지 않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태어나야 하는 이유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야하기 때문이지. 아름다운 사람 덕에 세상이 아름다운 거란다. 요란한 사람 되지말고,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되거라. 그게 네가 태어나서 해야할 일이란다.

 

입덧도 없고, 배도 부르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각할 수 없는 한 생명과 늘 함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정말 신기하다. 얘를 언제쯤 지각할 수 있을까? 어제 저녁 신랑이 그런다.

"내년엔 네 배가 내 배보다 더 나오겠네." "그걸 말이라구?"

"그 배 덮으려면 이불도 많이 차지하겠네?" "당연하지. 2인분인데."

신랑 눈에도 내가 두 개의 생명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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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예약 기다리다가 '앓느니 죽지' 싶은 때가 많다. 당장 이가 아파죽겠어서 치과에 전화하면 한 달, 혹은 의사가 바캉스라도 갈라치면 두 달 후에 오라고 날짜를 준다. 가장 황당했던 경우는 심장이 며칠동안 비정상적으로 뛰길래 심장의를 보려고 전화를 해서 '급하게 보고 싶다' 상황을 설명했건만은 한 달 후에야 예약이 빈다는 답을 들었던 적이 있다. 예미... 앓느니 죽지! 그렇게 기다렸다간 한 달 후에 의사가 아닌 장의사를 보겠다!!!!! 융통성 한치도없는 이들의 냉정함에는 학을 뗀다. 학을 떼. 참고로, 이렇게 미어터지게 예약이 몰리지 않는 의사도 많이 있기는 하다. 다만 진료비를 비싸게 받기 때문에 국가보험으로는 환불이 다 안 된다.

 

파리에 열흘 먼저 도착해서 마누라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신랑이 여기저기 알아본 덕분에 오자마자 며칠만에 곧 산부인과 의사를 볼 수 있었다. 11월 2일, 수요일 오후 4시45분.

 

신랑과 함께 여의사가 맞는 클리닉을 찾았다. 

의사: "임신이 확실해요?"

나: "예, 소변검사로 테스트했고, 초음파로도 태아를 확인했어요. 한국에서 찍어온 초음파 사진이 있는데, 보여드릴까요?"

의사: "한국에서 해온 검사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나: (어절씨구리???? 니가 나를 웃겼어?! 더구나 유니세프에서 '아이에게 친근한 병원'으로 선정된, 한국에도 3개밖에 없는 병원 중 하나인데!!!)

 

마지막 월경일로 계산을 하더니 임신 8주반이랜다. 그건 모 알고 있으니 궁금했던 사실은 아닌데, 신체적으로 어떤 증상이 있느냐 묻지도 않아.. 질문이 있느냐고 시간을 주지도 않아... 내게 말할 기회는 한순간도 주지않고 종이에 연신 적어가면서 혼자 열심히 떠들어댄다. 그다지 귀담아 듣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의사: "복용하는 약이 있나요? 집안에 큰병을 앓은 사람은? 수술한 적 있나요? 임신이 이번이 처음이신가요? 위아래도리 벗고 저기 진료대에 누우세요. (갑자기 뒤돌아 인터폰을 받더니) 2층이에요!"

 

스케줄 받아주는 비서는 같은 건물에 없고, 클리닉은 일반 아파트에 위치해 있고, 접수가 따로 없기 때문에 환자가 올 때마다 의사가 인터폰에 일일이 응답하고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정신사나운 가운데..나, "저기.. 결혼 전에 신체검사 결과를 혹시 몰라서 갖고 왔는데, 보시겠어요?"

 

프랑스에서 결혼할 때 필요한 서류 중 하나로 '결혼을 위한 신체검진'이 있다. 피검사, 소변검사 등 신랑 신부 의무적으로 다 하는데, 특히 여자쪽 검사항목이 많다. 임산부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의사: "그것도 한국에서 한 건가요?"

신랑과 나: "아니요. 프랑스에서 한거에요"

나: (아... 이 의사 진짜 밥맛없네)

의사: "언제 한 결과죠?"

신랑과 나: "지난 5월이요."

의사: "보여주세요. 그리고 마담은 진료대로 가서 옷을 벗고 누우세요."

 

서울에서 한번 해봤던거라 어떻게 해야하는 지는 알겠는데, 진료대 주변에 가리개 커텐도 없고, 걍 60cm 폭의 가림판 하나 있는데, 진료대를 다 가리지도 못하고, 하체를 가릴만한 간이치마도 없고. 아무리 진료실 내에 의사하고 신랑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뭐하자는거냐? 시설은 서울보다 꼬져가지구... 택택거리기는.

 

우선 체중을 재고, 진료대에 누웠다. 의사가 양쪽 가슴을 원형으로 누르며 만져본다.

나: (유방암 검사를 하려나?)

의사: "체중은 늘지 않았지만 가슴이 부풀었군요"

 

이번엔 다리를 벌리고 눕자 뭔가 찬 금속같은 것을 질 안으로 넣더니 뭔가를 긁는 것 같다. 기분 안 좋았다. 곧이어 한 손을 불쑥 집어넣으며 누르더니 다른 한 손으로는 하복부 여기저기를 눌러댄다. 기분 점점 안 좋아진다. "뭐 하는 거야 대체?!!!" 맘같아서는 꽥!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자....

 

의사: "(한가운데 하복부에 내 손을 갖다대면서) 뭔가 오렌지만한 딱딱한 것이 만져지죠? 그게 태반입니다. 이제 내려와서 옷 입으세요."

 

신비하고 경이롭기는 커녕 푸줏간 도마에 덩그러니 내던져진 한 점의 벌건 고깃덩어리가 된 기분이었다.도마에서 내려와 주섬주섬 껍데기를 줏어 챙겼다. 서울에서 본 의사는 환자를 대하는 손길이 이렇게 터프하지 않았었다.

 

의사: "무엇보다 분만실 예약을 빨리 넣으셔야 합니다. 매달 혈액검사를 합시다. 혈액검사는 되는대로 빨리 하시구요. 초음파는 12주가 되서 찍으니까 이달 말에 찍으시구요. 한 달 후에 다시 볼 때 두 검사결과를 갖고 오세요."

나: "네"

 

혈액검사나 초음파검사는 의사가 직접 하지않고 검사만 전문적으로 하는 lab에서 담당한다.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하며, 검사결과가 나오면 그걸 갖고 다시 의사를 찾아가 상담한다. 하지만, 한 달 후에 내, 당신을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진료비로 27유로. 한화로 하면 32,500원. 일단은 내지만 보험으로 전액환불이 될 돈이다.

클리닉을 나와 승강기 문을 닫으면서 신랑이 중얼거린다. 

"여긴 병원이 아니라 공장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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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임신

임신 몇 주인지를 계산하는 방법은 마지막 월경이 시작한 첫날부터라고 한다.

임신 6주~8주가 착상이 가장 불안한 시기라며 절대 안정하라고 의사가 충고한다.

 

"출국 예정일이 다음 주 수요일(26일)인데, 장기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해도 될까요?"

"비행기 안에서는 10시간을 가든 12시간을 가든 사실 문제가 없구요. 비행 전후에 짐을 싸고 공항까지 움직이고 공항에서 집에까지 가고.. 하는게 피곤한거죠. 출국하셔도 괜찮습니다."

 

임신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시댁부모와 신랑을 모시고 서울과 지방으로 돌아다니는 그 강행군을 하지 않았을텐데.. 코피까지 흘려가며 빨빨댔던 지난 1주일을 회상하면 무식해서 용감했다는 생각뿐. 크~ 근데 사실 그때는 코피는 흘렸을 지언정 하혈은 하지 않았는데, 의사를 보고나온 다음 날, 하혈기가 보였다.

 

"지금이 가장 유산(!)이 잘 되는 시기이니 여행을 연기하라"며 부모님과 친구들이 하나같이 다 만류하는 판국에 더구나 하혈기가 보이니 내 마음도 흔들린다. 엄마 앞에서 '하혈'의 '하'만 나와도 출국절대 금지령을 내릴 것이 뻔하겠기에 엄마한테는 함구하고 사촌언니에게 전화로 비밀문의를 했다. 그 의사가 월요일에나 다시 오니 월요일 아침에 의사를 보고, 집밖에 나가지말고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명령'에 가까운 조언이 떨어진다.

 

월요일 아침, 엄마와 함께 산부인과에 다시 갔다. 의사의 긍정적인 판단을 엄마가 직접 들으면 안심을 할 것이고, 부정적인 판단이 나오면 내가 여행계획을 연기하는거다.

 

"아니, 낼모레 출국하실 분이 왜 다시 오셨어요?"

기억력 참 좋은 의사다. 진료대에 다시 누웠다.

 

"음.. 아이 때문에 하는 하혈은 아니구요. 폴립이 있군요. 뭔지는 나중에 설명해드릴께요. 자, 스크린을 보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추모양의 검은 물방울무늬였던 아기집이 슬슬 타원형으로 변하고 있었고, 그 안에 이제 강낭콩만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머리와 몸통이 만들어졌고, 팔다리가 돌출하기 시작했다. 불빛처럼 깜빡깜빡거렸던 심장은 몸통의 1/3 상단부에서 콩당콩당 뛰고 있는게 보였다.

 

"이제 9mm로 자랐네요. 심장박동수도 정상입니다."

구미리... 나흘동안 7mm 컸다. 하나의 불빛에서 강낭콩만한게. 그 나흘간 아기가 자란게 신기했다.

 

"폴립이란 (사진을 보여주며) 자궁 밖, 질 안에 혹처럼 돌출된 건데 많이 피곤하거나 성관계 후에  출혈이 생길 수가 있어요. 보통 임신 전에는 모르고 있다가 임신 후에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유는 임신을 하면 자궁에 많은 피가 몰리기 때문입니다. 심각한건 아니구요. 임신 10-12주에 떼내고 지혈을 하면 간단하게 처리가 되는데, 나라마다 달라서 우리나라처럼 폴립을 떼는 경우가 있고, 시술을 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나라도 있습니다. 프랑스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엄마와 함께 고개를 끄덕거리는 동안 자상한 여의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하혈이 자궁에서 발생한게 아니기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는 전혀 없구요. 하지만 언제든 출혈이 보이면 바로 산부인과를 찾아가시는게 바람직합니다. 의사의 소견으로서는 비행기를 타셔도 되구요. 다만, 제 여동생이라면 몇 주 더 있다가.. 10주 지나서 폴립 떼고 안전하게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네요."

 

"여행 중에서 혹시 발생할 지도 모를 하혈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응급처치약은 없을까요?"

 

"하혈에 쓰는 약이 호르몬제라서 함부로 처치를 할 수가 없구요. 무엇보다 지금 출혈이 태반에서 발생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처방을 할 수가 없네요."

 

간단명료, 솔직+속시원한 의사의 소견에 엄마는 드디어 마음을 놓고 임신한 딸을 출국시키기로 하셨다. 

 

지난 번에는 초음파만 보고 3만원이 들었는데, 이날 진료비는 초음파 사진 3만원에 폴립 진료비인 듯 2만원이 추가되어 총 5만 얼마를 냈다. 보험이 있든 없든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산부인과 진료비, 정말 비싸다. 이 돈을 매달 내야만 한다는거지? 프랑스에서는 산부인과 보험처리가 어떻게 될런지.. 11월 2일, 임신을 둘러싼 프랑스 의사의 진단이 기다려진다. 신랑아, 기다려라. 아이와 함께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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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 어르신들과 가까운 친척들은 '축하한다'고 난리인데, 막상 나는 임신이 되고도 아무런 생각이 없다. 입덧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배가 당장 불러오는 것도 아니고 얼떨떨~. 역시나, 출산경험이 있는 친척언니가 '착상이 잘 되었는지 보자'며 산부인과에 언니의 진료예약이 있는 날, 내 손을 잡아끌고 병원에 데려갔다. 
 
나: "난 여기 보험도 안 되어 있는데 생돈 내야되는거 아냐?"
친척언니: "산부인과는 원래 보험처리가 안돼"
나: "잉? 그럼 보험료는 뭣하러 내는거???"
 

내가 뭘 아나.. 가자는대로 따라갔지. 엄마 손 잡고 감기 예방주사 맞으러 가는 기분으로 쫄래쫄래 따라들어간 곳은 압구정에 있는 호산산부인과. 간호사며, 의사며, 환자며.. 여자들만 왔다갔다 하는 것도 낯설었고, 그것도 배가 불룩한 여자들을 한곳에서 여러 명 보는 건 더 낯설었다. '내 배도 언젠가는 저리 되는겨???' 아, 낯설음. ㅠㅠㅋ

 
언니의 진료가 끝나자 간호사가 나를 진료실로 불렀다.
"임신테스트를 했다고 하시니, 소변검사는 생략하고, 초음파로 태아의 착상상태를 보죠."
 
아랫도리를 진료실에 있는 치마로 갈아입고 진료대에 누웠다. 잠시 후, 컴퓨터 단말기의 스크린이 켜지고, 사촌언니가 내 머리 쪽의 커텐을 열고 들어와 함께 초음파 스크린을 주시했다. 전체적으로 하얀게 둘러쌓인 가운데 고추 모양의 검은 물방울 무늬가 보였다.
 
"물방울 무늬가 보이시죠? 그게 아기집입니다. 아기집이 잘 생성되었네요. 자, 숨을 잠시 멈춰보세요."
합!!! 숨을 멈추자 아기집 속에 불빛 하나가 반짝반짝 거렸다.
 
"깜빡깜빡 반짝이는게 보이시죠?"
"네"
"그게 뭔지 아세요? 아기의 심장입니다."
"아.....!"
 
순간 한 줄기 눈물이 주루룩 떨어졌다. 생명이 잉태되기 시작되는 가장 첫순간부터 세상 하직하는 날까지 심장은 쉬지않고 저렇게 뛰는 거로구나!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심장부터 만들어져서 콩당콩당 새 생명이 내 안에서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신기하고 경이로왔다.내 눈으로는 암만 봐도 모르겠는데, 의사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아래 사진의 +부터 +까지가 아기라고 한다. 이제 겨우 2mm. 1초에 2번씩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신호를 보내는 불빛, 그것이 숨쉬고 있는 한 생명의 출발이라니! 두 눈 뜨고 보고 있어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랍고 경이로울 뿐이었다. 프랑스로 먼저 돌아간 남편이 저 스크린을 나와 함께 봤다면 그 느낌이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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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식구들과 부모님과 함께 경복궁을 구경하고 나와 오후 2시에 청와대 방문에 앞서, 청와대 공식지정 중국집으로 향했다. 류산슬, 팔보채, 고추짜장 등을 시켜서 배부르게 먹고 청와대 방문차량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 민방위훈련에 걸려 방문이 20분 지연된다잖나. 

 

순간 배가 살살 아파왔다. 간만에 너무 느끼한 걸 먹어서 그런가, 제대로 씹지를 않아서 그런가? 체한 것 같았다. 수중에 약은 없고, 두 달 전부터 잡아놓은 청와대 방문은 곧 시작될터고. 나무그늘에 앉아 미식거리는 속을 쓰다듬고 있는데, 한 관광버스운전사가 오시더니 지압을 해주시겠단다. 아니, 이런 고맙겠시리...도 잠깐. 고사리같은 내 양 손을 떡주무르듯이 하고, 척추의 뼈마디를 내려치는데, 으아아~~~

 

"살려도! 나, 안 아플래여!!!!!!"

 

그렇다면, 수지침! 이러시더니 침을 꺼내서 왼손 엄지와 오른손 엄지를 따신다. 그렇게 피를 쥐어짜도 속이 계속 미식거린다고 하자, 왼쪽 손바닥 열 군데, 오른쪽 손바닥 열 군데를 순식간에 따신다. 허걱! 백설공주의 어머니도 손가락에 이렇게 피를 흘리시지는 않았을 것. 으아아~~~

 

'저 아저씨 혹시 돌팔이 아냐? 왜 아직도 미식거리는거지?' 했지만 입으로는 "고맙습니다"

솔직히 아프다는 사람에게 침값도 안 받고 즉석에서 팔걷고 도와주는 사람이 흔치는 않지않던가.

 

속 미식거림이 이날 밤까지 갔다. 손마디의 욱씬거림은 그 다음 날까지 갔고.

손 뼈나 근육, 어느 한 구석 부러지거나 고장났는 줄 알았다. ㅠㅠ

 

한편, 월초면 나오던 생리가 비치지를 않아 의아하던터였다. 집에 어른들께는 '속이 계속 안 좋아서 약을 조제하러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신랑과 함께 약국에 내려가 임신테스터를 샀다. 일전에 생리가 늦어져서 임신테스터를 산 적이 한번 있었다. 결과는 임신이 아니었어서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근데 말이지. 한국 테스터는 프랑스의 것보다 1/3이나 싸다. 무더기로 가져다가 팔까? 싶은 유혹. 흐흐..

 

다음 날. 10월 15일.

아침 5시에 소변을 보려고 부스스 일어났다. 그 잠결에도 정신은 차려서 테스터를 찾아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테스터에 선명하게 뜨는 분홍색 선 두 개, 임신.전날의 미식거림이 임신의 초기 자각증상이었음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제 우리가 엄마 아빠가 되는거야?"

신랑은 기쁨에, 나는 신기함에 들떠 동이 틀 때까지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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