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ualités 시사2011.06.17 01:19
참으로 오래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전자책 완결편을 쓰네요. 이번엔 종이책이 얼마나 자유로우며, 얼마나 민주적인지 얘기하렵니다. DRM이란 용어가 낯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전자기술에 대해 문외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 주변의 아주 평범한 이야기들을 시작으로 풀어갈까 합니다. 아주 진지한 주제인데, 재밌게 써봤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실례 1.
우리 시댁 식구들은 시아버지, 시어머니, 남편, 시누이 모두가 해리 포터 팬이다. 해리 포터 신간이 나오는 즉시 사서 한 사람이 읽고, 식구들이 돌려본다.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는 나까지도 그렇게 돌려읽었고, 그외에 내가 모르는 -실은 관심이 없는- 소설도 서로 돌려본다. 식구 뿐만 아니라 집에 놀러온 친구, 동료, 이웃에게 빌려주기도하고, 해리 포터는 남편의 책이었는데 내 지인C의 딸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실례 2.
기욤 뮈소의 소설이 한국에서 대히트하던 2008년, 이곳 시립도서관에서 그의 소설을 몇 권 빌려서 읽었다. (참고로, 사실 나는 소설을 안 읽는다) "무슨 책 보니?"라고 C가 묻길래 설명을 했더니 '다 읽고 빌려달라'더라. 내가 책을 반납하는 날, C와 동행해서 그녀가 즉석에서 대출받아갔다. 그 책을 집에 갖고간 C, 그날 저녁에 딸에게 책을 뺏겨버렸다.

실례 3.
우리 남편은 나와는 달리 소설을 주로 읽는 편인데, 그가 읽은 책을 다 쌓아둘데가 없어서 지하창고에다가 쌓아둔다. (아마 이들이 전자책이었다면 이런 저장공간이 필요없겠지) 쥐도 안 물어가는 책들이 지하창고도 다 차서 작년에 동네 벼룩시장에다가 내다 팔았다. '책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꽤 많이 팔렸다. 저녁 무렵 남편은 내게 부스를 맡기고 벼룩시장을 한 바퀴 돌더니 신이 난 표정으로 "이것좀 봐~ 싸게 샀어~!"이러면서 우리가 처분한 것보다 더 많은 중고책을 한아름 들고왔다. ㅠㅠ 그래... 네가 베고 깔고 자라. ㅜㅜ

우리가 작년 9월 벼룩시장 때 처분하려고 내다놓은 살림살이들.

벼룩시장의 더 많은 사진을 보실 분은 관련 포스팅으로 고고씽~ => '벼룩시장,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냐!'

책을 한 권 사면, 다시 말해서 저작권을 소유한 저자에게 돌아갈 인세를 포함한 값을 출판사와 서점에 치루고나면, 구매자에겐 그 책에 대한 온전한 '소유권'이 생긴다. '소유권을 갖는다'라는건 내가 그 물건을 내 임의대로 다시 팔거나 처분하거나 대여할 수 있다는걸 의미한다. 그 물건 위에 나의 소유권이 존재하기 때문에 벼룩시장에 저렇게 책, 옷, 물건을 다른 누구의 허락을 구하지않고, 내 임의대로 내다팔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책을 대량복사해서 판매하는건 불법이다. 나는 책 한 권에 대한 소유권을 얻었을 뿐이지 원본과 같은 복제물에 대한 권리를 산 것은 아니기 때문이며, 이 과정에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저자는 철저하게 외면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당신이 전자책을 사면 (전자책은 종이책과 가격상 차이가 별로 없다!), 당신에게 '소유권'이 생기는게 아니라 디지털화된 그 저작물에 일정기간동안 '접근할 수 있는 권리'만이 주어진다. 이 권리는 오로지 당신에게만 부여되며, 이 권리는 당신이 전자책을 타인에게 빌려주는걸 철저하게 금한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추!라는 책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최하 100달러짜리 단말기까지 빌려주자니 간이 떨려서 차마 못 빌려주겠고, 내연의 연인에게 간까지 떼놓고 빌려주자니 그녀가 다 읽을 때까지 당신은 다른 (전자)책을 볼 수가 없다.

아.. 글이 대체 어느 세월에 끝날 지 모르겠다. 여기서 잠시 쉬어가는 코너로 엘리스 프레슬리의 Only You를 들어나보자. 이 유투브의 영상은 변하는게 없으니 귀로 들으면서 눈은 계속 아래 문단을 따라가세요. ^^


전자책 200권이 단말기 속에 있다면 이사하거나 여행갈 때 바리바리 짊어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 남편이 창고에 쌓아둔 200 여 권의 책을 200명이 앉아 서로 다른 책을 볼 수도 있고, 시립도서관에 기부도 할 수 있고, 벼룩시장에 내다팔아 살림에 티끌만한 수입을 가져다 줄 수도 있지만, 당신의 손바닥만한 전자책에 저장된 200권의 책은 '오로지 당신만이 (Only you~~~)' 볼 수 있으며, 타인에게 빌려줄 수도, 기부를 할 수도, 다시 팔 수도 없다. 당신은 온전한 소유권을 얻은 것이 아니므로!

이 모든 것은 전자책에 걸려있는 (젠장할) DRM 때문이다 !

어디 그뿐이랴? 전자책과 전자책 단말기는 본문을 입력하고 읽어들이는데 모비포켓, PDF, ePub, 아도브 디지털 에디션 등 여러 가지 포맷을 쓰는데, 당신이 읽고 싶은 책이 당신의 단말기와 동일한 포맷을 사용하지 않으면 전자책을 읽을 수가 없다! 그 책의 포맷과 동일한 포맷의 단말기를 새로 사야한단 말인가?!! 실례로 프랑스에서 킨들 구매자가 FNAC(프낙; 프랑스의 전국적 체인의 상가로 책, CD, 카메라를 팔며, 인터넷 거래도 가능하다)에서 전자책을 샀는데, 결제할 때까지도 DRM에 대한 사전안내가 없었던 탓에 킨들과 구입한 전자책의 포맷이 서로 맞지않아서 여행 중에 읽으려던 전자책을 눈물을 흘리며 PC를 켜서야나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애닲은 사연이 있다. FNAC에 환불요청을 해도 묵묵무답. 블로그에 방방뛰는 사연을 분노와 함께 쏟아놓고 있었다.



DRM이 대체 뭐길래?

디지털 권리 관리
(Digital rights management, DRM)는 출판자 또는 저작권자가 그들이 배포한 디지털 자료나 하드웨어의 사용을 제어하고 이를 의도한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기술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는 종종 복사 방지, 기술 보호 장치와 혼동하기도 한다. 앞의 두 용어는 디지털 권한 관리 설계의 일부로, 이런 기술이 설치된 전자장치 상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사용을 제어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지칭한다.

디지털 권리 관리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분야로 지지자들은 저작권 소유자가 저작물에 대한 불법복제를 막아 지속적인 수입원을 확보하는 데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을 포함한 이 기술에 대한 비평가들은 "권리"라는 용어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사용을 피하고, 더 정확한 용어인 디지털 제약 관리(digital restrictions management)로 바꿀 것을 제안하고 있다.

주로 기업의 기밀 사항을 담고 있는 내부 문서를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사용된다.

기존 CD나 DVD 등을 이용하여 오프라인 상에서 유통되던 많은 음악, 영화등이 온라인 상에서 유통되고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지 않는 불법적인 사용을 차단하기 위하여 인증된 사용자가 인증된 기간 동안만 사용가능 하도록 통제함으로써 불법적인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때 많이 사용되는 기술이다.



DRM엔 어떤 것이 있을까? 

(1) DVD의 시청지역 제한
아시다시피 DVD 시청지역(zone)은 0존에서 8존까지로 나뉘어져 있다.

0존 : 어떤 DVD플레이어로도 읽을 수 있슴.
1존: 미국과 캐나다
2존: 일본, 유럽, 남아프리카, 중동, 이집트
3존: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홍콩
4존: 호주, 뉴질랜드, 중앙 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카라이브
5존: 러시아, 인도, 아프리카, 북한
6존: 중국
7존: 지역은 정해지지 않았고, 병원과 군용.
8존: 비행기, 유람선 내.

유럽에서 산 DVD를 일본에서 볼 수는 있지만, 한국이나 미국에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유럽산 플레이어가 있으면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유럽의 전압차가 있기 때문에 DVD플레이어같은 전자기기를 전압차가 있는 상태에서 오래쓰면 기계가 망가진다.

* 귓속말 : 인터넷에 돌아다니면 DVD플레이어에 걸린 zoning DRM을 깨는 방법을 알려주는 고수들이 있다. (고수들이여, 만수무강하시길!)

(2) 복사방지
사적으로 복사해서 외부로 유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

(3) 일부 기능 잠금장치
DVD에서 빨리가기나 건너뛰기가 안되도록 해놓은 부분.

(4) 불법복제 추적
디지털화된 작업물과 녹화기(recorder), 플레이어(reader) 등에 일종의 디지털 문신을 새겨 불법복제 추적을 용이하게 함.



전자책의 위험

위 백과사전에서 DRM 정의에 적힌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은 바로 리처드 스톨만을 말하죠. 그가 불과 며칠 전에도 자신의 블로그에 또다시 'DRM 걸린 전자책은 갖다버려!'라고 소리높여 주장했습니다.

리더츠 스톨만이 블로그에 올린 원문을 읽어보면 전자책 단말기 회사와 전자책 출판사들이 DRM으로 독자의 발목을 얼마나 꽉 잡고있는 지 알기 쉽고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아래 번역 나갑니다. 오늘은 번역 좀 안 해볼라케드만.. 그기아이되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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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전자책의 위험

비즈니스가 정부를 장악하고 법을 정하는 시대에, 기술적인 모든 발전은 비지니스가 대중들에게 새로운 제약을 씌울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를 더 강하게 할 수 있었던 첨단기술은 대신에 우리에게 사슬을 씌우는데 사용되고 있다.

종이책을 사면, 
  • (현금으로 지불할 때) 당신의 익명성이 지켜지고, 
  • 책을 소유하며,
  • 소유권을 제한하는 라이센스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지않으며,
  • 포맷은 다 알려져있으며, 읽는데 어떠한 독점적 기술도 필요하지 않고, 
  • 타인에게 줄 수도, 빌려질 수도, 팔 수도 있으며,
  • 물리적으로 스캔을 하거나 복사를 할 수도 있고, 이건 저작권에의해 종종 적법하며,
  • 아무도 당신의 책을 파괴할 능력이 없다.

반면에, 매우 전형적인 아마존의 전자책들을 사면,
  • 아마존은 전자책을 사려는 사용자들에게 사용자 확인을 요구한다.
  • 어떤 나라에서는 아마존이 사용자에게 전자책을 소유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 아마존이 사용자에게 전자책 사용에 관한 제한적인 라이센스를 수용할 것을 요구한다.
  • 포맷은 비밀이며, 오직 사용자를 제약하는 소프트웨어만이 모든 것을 읽을 수 있다.
  • 대용품의 대여가 어떤 책에선 허가되기도 하는데 제한된 시간동안이며, 동일한 시스템의 다른 사용자 이름으로 지정해야 한다. 주거나 팔 수 없다. 
  • 플레이어에 걸린 DRM 때문에 전자책 복사가 불가능하며, 라이센스에 의해 금지되고, 이 라이센스는 저작권법보다 제약이 더 크다.
  • 아마존은 뒷문을 이용해서 전자책을 원격으로 삭제할 수가 있다. 아마존은 2009년, 이 뒷문을 이용해서 죠지 오웰의 '1984년' 복사본 수 천 부를 삭제했다.

이들 침해 중 단 하나라도 전자책을 종이책에비해 뒤쳐지게 만든다. 전자책이 우리의 자유를 존중할 때까지 우리는 전자책을 거부해야만 한다. 전자책 회사들은 저자들에게 계속 돈을 지불하려면 우리의 전통적인 자유를 부인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 저작권 시스템은 비열한 짓이다. 차라리 이들 회사를 지원하는게 낫다. 우리의 자유를 축소시키지않고도 다른 방법으로 저자들을 지원할 수 있으며, 공유를 합법화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내가 제안하는 2가지 방법은 :
전자책은 우리의 자유를 침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전자책 회사들이 결정을 해버린다면, 전자책은 우리의 자유를 침해하게 될 것이다. 그들을 막는건 우리에게 달렸다. 투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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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보다 먼저 시작된 음악(mp3)은 이미 DRM이 깨졌고, 영화에서는 부분적으로 깨지고 있다. 전자책도 사실은 인터넷에 포맷 컨버터라는 해결사가 등장했다. 각 포맷별 DRM을 깨주는 포맷 컨버터를 이용하면 전자책의 DRM을 깨뜨려 포맷이 서로 다른 전자책을 읽을 수 있고, 킨들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출력할 수도 있다나? 오 마이 갓! (할렐루야라고 해야하나?)


연재를 마치며

전자책은 종이와 나무를 소비하지 않고, 배달비도 들지않으며, 운송이 없으니 석유도 소비하지않고, 24시간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바로 손에 넣어 읽을 수 있으며, 단말기 하나에 수 백 권을 담아둘 수 있으니 저장과 휴대가 간편하다. 하지만 전자책을 읽기위한 단말기 제조과정과 폐기과정에서 종이책을 훨씬 뛰어넘는 독성물질과 CO2와 물을 소비하며,  밧데리의 수명연장을 위한 흔치않은 광물 채취로 천연림의 생태계가 무차별하게 파괴되고 있다. 게다가 폐기되는 단말기는 재활용이 안된다!

종이책 한 권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버금가려면 전자책은 3년동안 동일한 단말기로 연간 80권, 3년간 240권을 읽어야 한다는 계산이 있다. (연재 3편 참조) 연간 80권이면 한 달에 6권 반. 전자기술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디카가 6개월마다 업그레이드 되며, 핸드폰 모델을 매년 갱신하는 요즘, 단말기 하나로 3년이나 쓸 수 있을 지 과연 의문이다. 친환경적 대안으로 전자책이 출현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종이책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거짓말은 말아야겠다.

매2초마다 축구장만한 숲을 사라지게 하는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는 종이의 남용은 책 때문이 아니라, 한번 읽혀지고 버려지는 복사지와 출력지, 아니 한번 읽혀지지도 않고 바로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수 만 톤의 광고전단지, 손수건과 행주를 대신하게 된 종이 티슈와 종이 타월 등에 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종이책 또한 재활용지의 적극적인 활용과 친환경 인쇄로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오명을 벗어야 할 것이다.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뒤로, 사실은 그 인쇄술마저 한국에 방문한 구텐베르크의 친구가 배워간 것이라고 하는데, 산업혁명과 인쇄술의 발달로 성직자의 전유물이었던 성경을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지식이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인간은 지식의 보급 앞에서 평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자책의 탄생은, 이와는 반대로, 독서를 철저하게 전적으로 개인에 종속시키며, 몇 안되는 전자책과 단말기 회사가 첨단기술을 이용해서 책 읽는 대중을 마치 바코드처럼 편리하게 그들의 관리 하에 얽어매려고 하고있다.

무엇보다, 전자책 회사들이 DRM free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미래의 그날이 온다해도 가벼운 잡지, 퍼즐, 만화, 스마트폰을 통한 게임과 영화로 시간을 죽이던 사람들이 종이에서 전자식으로 형태를 바뀌었다고해서 안 읽던 책을 찾아 읽지는 않을 것이다. 도서관 안 가던 사람이 대출증이 전자식으로 바뀌었다고 도서관에 가겠는가?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책은 우리가 가까이 할 인류의 자산이며, 후대에 넘겨줄 기록이고 유산이다. 돌려읽고, 빌려읽고, 기부하고, 내다팔고, 맘에 들거나 필요한 부분은 부분적으로 복사하고 밑줄치고, 중고책을 한아름 싸들고 돌아오는 풍경을 전자책에선 그려볼 수 없으리라.



* 관련글 : 종이책 vs 전자책 1편~3편은 환경문제와 관련있기 때문에 '친환경' 카테고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종이책 vs 전자책 (1) : 전자책이 더 친환경적이다?
종이책 vs 전자책 (2) : 전자책의 환경발자국은 공룡!
종이책 vs 전자책 (3): 첨단기술의 신기루, 환경적으론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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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Actualités 시사2006.03.10 17:52

http://news.kbs.co.kr/bbs/exec/ps00404.php?bid=134&id=815

빌 클린턴 대통령 시대에 인권담당 차관보를 지내고, 현재 예일대 법대 학장을 맡고 있다는 해롤드 홍주 고(한국명: 고홍주)씨의 글을 KBS 워싱턴 특파원 민경욱 기자가 원문과 번역문을 포스팅한 페이지입니다. 아래 내려가는 제 글 읽기 전에 먼저 읽어주세요.

 

 

글을 읽어보니 메스껍습니다. 매우 미국적인, 그것도 하필이면 잘 포장되었으니 실은 상당히 불평등한 미국적 시각으로 한국을,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가치관을 다른 나라에 적용시키지 말라'는 한국인의 말에 고홍주씨는 '인권'을 들먹입니다. 첫째, 가치관과 인권은 동등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그러는 미국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인권은 왜 침해합니까? 왜 미국인의 인권과 타국에 대한 인권이 평등하지 못합니까? 미국은 세계에 대한 미국의 우위성과 미국인의 인권만 존중할 뿐입니다.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면서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그건 진실로 인권을 존중하는 한 아시아인의 얼굴이 아니라 미국 최우선주의적 가치를 맹신하는 미국시민권자의 얼굴일 뿐입니다. 왜 미국인의 자유를 위해 다른 나라의 자유는 침해되도 되는 겁니까? 그걸 고홍주씨는 '전염'이라고 표현한 겁니까?

 

역사적으로 정치적인 얘기는 그만두고라도 파리에서 마주친 미국인들에 대한 인상을 얘기하겠습니다. 전철이나 기차 안, 심지어 갤러리 안에서 유난히 시끄럽게 떠드는 무리들을 마주할 때가 있는데, 다가가서 "Excuse me,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으면 "I'm from AMERICA."라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그들은 확실히 다른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자유로와 보입니다. 대중교통과 갤러리 내부를 목청높은 수다로 채우면서 그들은 '그들의 자유'를 '전염'시킵니다. 하지만 조용한 환경을 원하는 내 자유는 침해되고 있지요. "실례지만 목소리 좀 낮춰주시겠어요? 여긴 야외공원도 나이트클럽도 아닙니다"라고 하면 그들은 얼굴 빨개지며 미안한 기색은 커녕 오히려 "저 사람이 우리더러 조용히 해달래~"라며 비웃듯이 깔깔대고 웃더군요. 주한 미국인들이 민간인들에게 보이는 추태나 세계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추한 재이라크 미군들의 행동거지와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이게 미국인들이 말하는 자유입니까? 이건 인권과 무관합니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미국인들의 가치관과 무례함을 보여주는 매우 단적인 예가 아닐까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대량살상무기'와 '세계의 적의 축'이란 구실로 이라크를 공격할 때, 분명히 원인제공은 911테러였습니다. 근데 빈 라덴 대신에 후세인을 잡아갔습니다. UN의 지지를 호소했고, UN은 반대했지만 UN의 결정은 개무시하고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그리고는 전세계에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세계 전역에서 '인권'을 사랑하는 민간인들의 반전시위가 끊이지 않았지만 역시 꼴좋~게 완전 개무시 당했습니다.프랑스 정부도 이 세상의 그 어느 나라보다도 인권을 사랑하지만 미국과 영국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보기좋게 이후로 눈에 가시가 되었지요. 

 

애초부터 명분이 약해서 지진부진했던 이라크전에 대해 미국인들은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심었다'라고 말합니다. 이라크에 심은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아마도 부시가 대량 소유하고 있는 석유회사 주식들의 시추선이겠지요. 후세인을 잡아가기 위해서 숱한 민간인이 죽어가고, 살아남았다하더라도 이라크의 여성들은 기형으로 태어날 아이를 낳기 두려워할 정도로 화학무기에 심각한 수위에 노출되었습니다. 서방언론은 그 심각성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발표하지 않습니다. 누구 좋으라구요? 수많은 이라크 '민간인의 인권'보다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우선하는 '미국의 가치관'이 더 중요하거든요. 자연에너지가 고갈되가는 이 마당에 물론 석유가 이념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인도하고 최근에 핵협약 체결한 거 보세요. '이라크의 것과는 문제가 다르다'고 하는군요. 이라크는 군사적 목적이었고, 인도는 시민을 위한 목적이라는거죠. 근데 이라크에 핵은 커녕 대량살상무기가 없잖았습니까?

 

토니 블레어가 (이제 와서 다시 보니까)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는 없더라'고 몇 달 전에 공식발표했습니다. 영국 국회에서 욕 무쟈게 얻어먹었습니다. 그 불확실한 정보를 갖고 나라의 세금을 전쟁에다 퍼부었냐면서. 서방언론의 날조된 기사에 의해 알자지라가 없이는 이라크는 그야말로 나쁜 나라로 몰릴 뻔하고, 그 땅은 이미 폐허가 다 된 상태에서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라니요. 엎드려 절받기입니다. 집을 잃고, 팔다리를 잃고, 부모를 잃고, 자식을 잃고, 남편과 부인을 잃고, 건강한 아이마저 낳을 수 없어 통곡이 끊이지 않는 그들에게 대체 어느 누가 죽은 생명을 되돌려 준답니까? 그들 앞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자유'를 위해서였노라, 말씀하시렵니까? 묘비명 먼저 새겨놓고 가시기를 충고드립니다. 그건 그렇고 이 잡듯 잡겠다던 빈 라덴은 어디 있습니까? 그의 조카는 뉴욕에서 앨범내고 가수로 진출하고 있다는데 말이죠.

 

미국은 총 한 방 쓰지 않고 정치권이 이양되었다구요? 미국은 어떻게 만들어진 나라입니까? 평화롭게 살고 있던 인디언들을 총으로 몰아내고,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잡아다가 노예로 부려먹으면서 세워진 나랍니다. 총 한 방 쓰지 않았다니요? 5살짜리 꼬마가 동생과 총놀이한다고 엄마 서랍에 있던 진짜 총을 꺼내서 3살짜리 동생을 죽이기도 하고, 미국의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고등학교에서 아무런 원한도 없이 총기 난사로 수 십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총 한 방 없다구요.복잡한 절차나 인증서없이도 총을 쉽게 살 수 있고,어슥한 시내 뒷골목에만 나가도 총이 옆구리로 들어온다는데 아마 시내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는 총이 백악관에서만 모습을 감추나봅니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는 전인류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존중합니다. 하지만 미국적 자유, 미국적 가치관, 다시 말해서 독단적인 미국 우선주의 또는 미국적 영웅주의는 정말로 메스껍습니다. 논리가 정연하든 정연하지 않던 역사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연설은 늘 God bless you 로 끝납니다. 이때의 you는 미국인들만을 가리킵니다. 신은 정말 어디에 있는걸까요? 당신이 어느 나라 사람이든, 어느 민족 출신이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미국땅에서의 성공을 위해 한 인간으로서 '양심'을 팔아버리지는 마세요.

 

* 참고할만한 글 :

1. 아무도 모른다, 어떤 아기가 태어날지 - 열화우라늄탄의 재앙.. 이라크의 어린 생명.. 미국의 죄악/ 안찬수.

http://www.georeport.net/news/articleview.asp?menu_code=&no=12781

2. 여기선 제 목소리가 묻혀버렸습니다 - 반전 호소한 13세 (미국) 소녀 샬롯 앨더브런, 그 뒷 이야기/ 지오리포트.

 http://www.georeport.net/news/articleview.asp?no=13115&menu_code=c10200

3. 미국, 이라크에서 화학무기 사용?/ 서정민 중동전문기자.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amirseo&folder=5&list_id=5547180

4. 이라크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의약품이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http://www.kfhr.org/iraq/mai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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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