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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17 COP21: 전환도시, 롭 홉킨스의 파리 강연
Ecologie 친환경2015.12.17 07:13

11월 30일부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 이하 COP21이 파리에서 개최된다.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C 이하로 한다는 목표 아래 세계 150개국의 정상들과 환경 분야의 활동가 및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이들이 도착하는 토요일과 일요일, 파리는 이미 COP21 모드에 함빡 물들었다.

11월 28일 토요일, 도시에서의 전환(Transition) 운동을 일으킨 롭 홉킨스가 영국에서 건너와 파리에서 강연을 열었다. 롭 홉킨스는 1968년 영국 태생으로, 퍼머컬쳐(permaculture) 강사로 일하다가 2006년 도시에서의 전환운동을 시작한 인물로 유명하다. '석유 없는 세상으로의 전환 ' '전환 설명서' 등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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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을 시작할 때의 롭 홉킨스. 뒤 스크린에 도시 전환 네트워크 로고와 주소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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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퍼런스가 열리기 2시간 전, 파리 11구에 있는 '라 제네랄'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다양한 주제 아래 그룹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다.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 지식과 경험의 공유, 대도시 안에서의 전환, 차 없는 도시, 창조적인 물건으로 다시 태어나 제2의 삶을 살게 하는 재활용, IT적 전환에 이용되는 수학, 시 행정에서의 전환, 왜 도시 농업을 하는가 ?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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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롭 홉킨스는 2006년 영국에서 도시에서의 전환(Transition en ville)을 주창했다. 그의 글을 접했던 이들, 도시 전환에 관심있는 이들이 하나 둘 도착해서 안내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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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롭 홉킨스가 도착하기 2시간 전, 녹색성장 및 도시전환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소그룹으로 자유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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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한 팀을 예로 들어보자. 'Open Source Energy'라는 지속가능한 과학연구 모임의 회원인 안드레아와 유고는 태양열을 모아 증기로 전환시키는 집열판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메뉴얼을 공개했다. 이들은 모든 제작 메뉴얼을 인터넷에 올려 지식을 공유한다. 필자가 이들을 만난 건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여름, 파리 외곽의 밀몽 성에 100여 명의 젊은이가 모여 5주 동안 12가지의 발명품을 만들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이들 발명품은 오픈소스, 즉 저작권 공유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누구나 발전시켜 재공유할 수 있다. 이들 발명품은 9월 19일과 20일, 이틀간  밀몽 성 앞뜰에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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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C21이 전시된 밀몽 성 앞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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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레아 사누토(37)와 유고 프레데릭(29)이 계발한 태양열 콘덴서. 파리 서쪽 외곽에 위치한 밀몽 성 정원에서 지난 9월 19일과 20일 이틀간 일반인에게 첫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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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다시 만난 건 9월 26일, 알테르나티바가 파리에 도착했던 날이었다. 알테르나티바(Alternatiba)란 COP21 두 달 전,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4명이 4인용 자전거를 타고 유럽 80여 개 도시를 순회했던 시민 환경운동이었다. 

9월 5일 바욘에서 페달을 밟기 시작한 이들은 기후변화를 위해  3주 동안 5600km를 달렸다. 9월 26일 오후 4시 파리 레프블릭 광장에 도착한 이들은 광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환대를 받았다.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광장에는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부스들이 들어섰었다. 안드레아와 유고도 그 광장에 태양열 집열판을 조립해서 설치해놓고 대중들에게 설명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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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테르나티바 팀이 파리에 도착해서 준비된 무대에 올라가 동료들을 소개하고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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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테르나티바가 파리에 도착했던 9월 26일 오후 4시, 레프블릭 광장은 빌디딜 틈이 없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멸종위치에 처한 북극곰을 모자 위에 달고 나온 참가자가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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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살의 안드레아는 이탈리아인으로 프랑스에서 컴퓨터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또래의 유고는 실업자라길래 전문분야가 뭐냐고 물었더니 나노옵틱과 물리라고 답했다. 아니 그 첨단 기술을 갖고 어떻게 실업자로 있을 수 있는걸까 ?  유고는 자기의 기술이 군사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쓰이는걸 원치 않고 보다 가치 있고 공공적인 목적을 위해 쓰이는 곳에서 일하고 싶기 때문에 아직도 구직 중이라고 한다. 

유고처럼 선하고 강한 의지를 지닌 과학자와 기술자가 뜻을 같이하는 경영자를 만나면 이 세상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할 것 같다. 안드레아와 유고의 태양열 집열기 만들기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모금액을 이미 달성한 그들의 크라우드펀딩 누리집을 남긴다. (http://fr.ulule.com/solar-ose).

저녁 7시, 롭 홉킨스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홉킨스는 청중에게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자리를 잠시 바꾸겠습니다' 하더니 강연장 중앙을 파리로 정하고, 가상으로 동서남북 방향을 정했다. 가상의 지도 안에서 청중들에게 자기가 온 곳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했다. 부산하게 이동이 끝나고 다들 서 있었다. 북쪽에 계신 분, 어디서 오셨나요? 물으니 벨기에서 왔다고 한다. 동쪽에 계신 분, 어디서 오셨나요? 물으니 캘리포니아에서 왔다고 한다. 남쪽에 계신 분, 어디서 오셨나요? 물으니 브라질에서 왔다고 한다. 서쪽에서 오신 분, 어디서 오셨나요? 물으니 영국에서 왔다고 한다.

홉킨스는 다시 원하는 자리로 가서 앉으라고 하고 강연을 시작했다. 주제는 COP21를 위해서 최근에 발간한 '전환 이야기 21가지'에 대한 소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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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 중인 롭 홉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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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례는 스코틀랜드의 검은 섬 프로젝트. 인구 1만3천 명의 이 섬에서 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기로 했다. 주민 중 5369명이 30개월동안 471번의 이벤트에 참가했고, 검은 섬 자전거 파티에 600명이 참석했다. 그 결과, 승용차 함께 타기를 이용하는 회원이 늘었고, 자전거로 움직이는 거리가 21만903km 늘었고, 설문 대상자 중 44%가 자전거를 더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자동차 이동 거리가 연간 217만6279 km 줄었고,  CO2 배출량은 718톤이나 줄었다. 1년에 차로 이동하는 거리가 1마일도 안 되는 회원도 생겨났다.

영국의 브릭스턴은 신재생 에너지로 탈바꿈한 도시다. 1800만 유로를 투자해서 설치한 태양열 집열판으로 전기 17800 GWh를 생산해 현재 4천가구에 공급하고, 연간 7450톤의 CO2를 줄였다. 브릭스턴의 지역 화폐는 '브릭스톤 파운드'로, 홉킨스가 지갑에서 꺼내서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데이비드 보위 사진이 박혀있는 브릭스톤 파운드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화폐가 아닐까 싶다.

인구 54만 명의 룩셈부르크에 도시전환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불과 4년 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의 속도와 결과는 굉장히 놀랍다. 국내총생산이 세계 2위인 룩셈부르크의 주민당 CO2 배출량은 매우 낮아 기록적이다. 협력경제의 '리코노미(REconomie)'와 협력가치에서 영감을 받은 협력경제의 모델로 손꼽히고 있는 룩셈부르크에는 지난 3년간 3개의 협동조합이 결성되어 전환 노동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2013년에 만들어진 에너콥(Enercoop)은 태양에너지로의 전환에 중점을 두고 있어 연간 2만6000kWh를 생산하고, 태양에너지 집열판도 먼 중국이 아닌 가까운 독일에서 사와 지역 내에서 해결하고 있다. 2014년에 만들어진 테라(Terra)는 퍼머컬쳐로 농사를 지으려는 세 명의 친구가 결성한 협동 농업 프로젝트이다. 

룩셈부르크에 경작할 땅이 없자 페이스북에 땅을 찾는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자기 땅을 농사짓는 데 쓰라고 내놓는 사람이 생겼다. 페이스북을 가장 바람직하게 사용한 경우였다. 현재 테라 회원은 200여 명으로 매주 신선한 채소 바구니를 받아간다. 세 번째 협동조합은 킬로미테트제로(KiloMinett0). 올해 생겨서 아직 준비 중인데 전환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지역 먹거리 생산자들을 격려해주기 위한 장소가 될 예정이다.

벨기에와 프랑스의 사례는 해당 지역에 사는 이들이 직접 와서 증언했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는 플랑드르 언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국적을 가진 17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 그렇지만 창녀들도 산다는 사실. 사창을 찾는 사람들이 시가지 내로 바로 들어오지 못하고 지쳐 돌아가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차 진입을 막는 블록을 설치했다.

블록 안쪽의 시가지는 도보 전용 지역이 되었고, 블록으로 구성된 작은 공간에 15개의 화분을 설치하고 지역주민이 관리하는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텃밭 입구를 잠그고 비밀 번호를 입력해야 열리도록 했는데, 동네 아이들이 텃밭 화분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얼마나 놀기를 좋아하는지 귀신같이 비밀 번호를 알아내서 지금까지 5번이나 바꿨다고 한다. 사창가로 이미지가 실추될 뻔한 도시가 도시농업을 통해 어른과 아이들 모두를 위한 주민들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도시전환의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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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에서 온 남녀가 브뤼셀의 도시전환 프로젝트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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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퍼런스의 마지막으로 프랑스 동쪽 알자스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 웅게르샤임이 소개됐다. 시장님께서 직접 오셔서 전환도시의 사례를 생생하게 들려주셨다. 인구 2천 명의 이 도시에는 지역 화폐 '르 하디'가 유통되고 있다. 

이곳의 신재생 에너지 생산률은 49%로,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인접한 라인 강에서 얻어진 수력발전 덕분이다. 모든 학교의 급식과 간식은 100% 지역 유기농산물로 공급되고, 아이들은 통학버스 대신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등하교한다는 사실은 이미 TV를 통해서 알고 있었던 바였다. 시립 수영장 옥상에 120m²의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한 지 이미 16년이 되었고, 최근에는 한 고등학교 건물 옥상에 알자스 지방에서 가장 넓은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여 여기서 생산되는 40kWh의 전기로 급식을 요리하는 데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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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스 지방의 웅게르샤임에서 파리까지 강연을 위해 먼길을 오신 시장님 쟝-끌로드 멍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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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프랑스에서는 전기는 많은 건물의 난방, 요리, 온수에 쓰인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프랑스는 에너지 자립을 위해 핵 발전소에 치중했고, 현재  58개의 원전으로 인구대비 세계 최다 원전국이 되었다. 총생산전력의 80%가 핵발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프랑스 전기는 '핵 전기'인 셈이다. 옆 나라 독일의 경우,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되는 전기 생산량이 50%를 웃돈다.

CO2를 줄이기 위해 세계 여러 도시에서 성공한 도시전환 실천 사례를 보니 가슴이 뜨거웠다. 1시간 동안 12개의 사례를 소개한 홉킨스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기에 앞서 옆에 있는 사람들과 인사하고 지금까지 본 사례들에 대해서 10분간 옆 사람과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모두가 머쓱해하며 주변을 두리번 쳐다본다. 나는 사진을 찍느라 계속 서 있었는데, 그룹을 찾지 못하고 혼자 앉아있는 여자분 곁에 가서 인사를 하자 그 주변에 있던 세 사람도 두리번두리번 멋쩍어하더니 의자를 끌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내가 말문을 텄다. 

"나는 우리 딸애 학교의 학부모 대표 중 하나인데, 최근에 학부모 대표 동료들과 함께 지렁이 퇴비 통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음식물 쓰레기양도 줄이고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도 가져다준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지렁이 퇴비 통이 위생상 더럽다면서 거절했다. 우리가 본 사례들처럼 도시전환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 협력을 끌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그러자 한 여성이 말한다.

"내 지역의 경우는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사람들을 모아서 얘기하자고 자리를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얘기를 꺼낸다. 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더니 몽트러히라고 한다. 몽트러히는 파리 동쪽에 있는 방리유로 오래 전부터 좌파가 집권했던 곳이다. 오랫동안 공산당이 시장으로 있었고, 현재도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이 세 당이 혼합된 시의원들이 행정을 하는 도시라서 시의원들끼리의 정당 싸움을 하는 게 문제긴 하지만 사회적 연대감과 녹색전환만큼은 파리와 인근 지역의 그 어떤 도시보다 월등히 앞서있는 특별한 곳이다. 다른 여성이 자기도 학부모 대표라면서 적어도 한 명의 교사가 녹색전환에 동의하면 그 제안은 받아들여질 것이라면서 실망하지 말고 계속 시도하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1시간의 질의-응답 시간이 끝난 뒤, 난방이 들어오지 않는 추운 건물에서 이제 그만 몸을 덥히자며 지역에서 생산된 수제맥주 파티 타임을 시작했다. 콘퍼런스가 있기 전의 분위기과는 달리 이미 청중들 사이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돌고 있었다. 콘퍼런스가 있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람들과 녹색전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서로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환경을 파괴하는 것도 사람이고, 전환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것도 사람인 만큼 현대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의 벽을 허물고 소통을 끌어내는 것이 땅을 사랑하는 롭 홉킨스의 도시전환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열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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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