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logie 친환경2015.12.17 09:55

새벽 4시 불렁줴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

우리는 지금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소비가 미덕인 신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이게 아니다!'라고 소리없이 외치는 프랑스인들이 있다. 이들은 기계화에 퇴색된 인간성에 가치를 두고, 개인주의로 희박해진 나눔을 주장하며, 일회적이고 소비적인 방식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을 우위에 두며, 느린 속도로 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대안적인 방식으로 살기로 결정한 이들, 대안적인 삶을 제시하고 그런 삶이 사회적으로 가능하도록 실천하는 장소를 하나 하나 찾아 소개해보고자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대안적인 삶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지도 모르므로. 연재 그 두 번째로 파리 근교에서 불가마로 굽는 유기농 천연효모 수제 빵집을 방문했다.

프랑스에서 빵집은 아침 7시에 문을 연다.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50km 떨어진 인구 7천 명의 도시 Épône(에뽄)에 매우 보기드문 특별한 빵집이 있다. '라 쿠론 데 프레', 우리말로 '초원의 왕관'이란 이름의 이 유기농 빵집은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효모를 쓸 뿐만 아니라 손으로 직접 반죽하고 빚어서 전기가마가 아닌 장작으로 지핀 불가마에 빵을 굽는다. 게다가 반경 50km 내에서 생산되는 지역산 밀가루를 고집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프랑스의) 우리밀 수제빵을 만드는 이곳을 오래 전부터 꼭 방문해 보고 싶었다. 참고로, 프랑스 절대 다수의 빵집들이 기계로 반죽을 하며, 전기로 된 가마에 빵을 굽는다. 


근처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새벽 3시반에 일어나 아침도 거르고 부랴부랴 뛰었다. 새벽 4시부터 빵 만들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비몽사몽으로 도착하니 피에르가 가마에 장작을 집어넣고 불을 세게 지피고 있었다. 전기 가마가 아니기 때문에 몇 시간 전부터 불을 때고, 가마실을 덥히기 위해 문을 꼭 닫아 놓아야 한다. 사실 며칠 불을 때지 않아도 이 불가마는 사시사철  식지 않는다. 빵을 굽지 않는 오후 내내 혹은 일요일 내내 가마 안에 공기의 유통이 없도록 구멍을 닫아놓으면 며칠이 지나도 훈훈함이 유지된다.




새벽 4시, 불가마에 불을 지피는 것으로 빵집의 하루가 시작된다.


피에르는 어제 한 켠에 만들어 둔 르방(levain, 밀가루에 물을 섞어 오래 두면 자연적으로 생기는 천연효모)을 물에 개고, 못 하나 없이 나무로만 짜깁기된 직사각형의 큰 통에 밀가루, 25~30도의 물, 천일염을 넣고는 맨손으로 섞기 시작한다. 집에서 500g짜리 빵을 반죽하고 쳐대는데도 팔이 아프던데 20kg짜리 반죽을 하면 팔이 얼마나 아플까? 반죽을 한숨 쉬게 하는 동안 다른 편에서 바게트 빵 만들 준비를 한다. 천연효모에 물을 섞더니 나보고 개어보겠느냐고 한다. 손을 깨끗이 씻고와서 뜨뜻미지근한 천연효모를 주물락거리며 훠이훠이 섞는 동안 그는 바게트빵 만들 준비를 한다. 기계 반죽통에 밀가루, 물, 천연효모, 회색의 천일염, 이 네 가지 재료를 섞고 기계가 반죽을 시작한다.


르방


삐에르가 맨손으로 20kg짤리 빵 반죽을 하고 있다.


기계로 바게트 빵 반죽을 한다.


가지런히 쌓여있는 빵 바구니들.


수시로 가마실 온도를 체크하면서 피에르가 이번엔 '글루텐 프리(글루텐이 없는)' 빵 만들 준비를 한다. 프랑스는 요즘 소화불량, 알레르기 등의 문제로 글루텐 프리 빵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점점 늘고있다. 글루텐은 밀 속에 있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밀가루를 물과 함께 반죽을 하면 점성을 만들어내는데, 글루텐 때문에 바로 이 점성이 생긴다. 발효로 인해 부푸는 반죽을 글루텐이 잡아주기 때문에 빵 안에 빈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이왕이면 같은 값에 큰 빵'을 선호하다보니 빵을 크게 부풀게 하려고 밀 종자를 개량해 글루텐을 인위적으로 증가시켰다. 그 결과, 원래 염색체가 14개였던 밀이 오늘날은 염색체가 (3배가 많은) 42개나 된다. 사람의 경우, 염색체가 단 한 개만 더 많아도 다운증후군이 되거나 사망한다.

하여튼 글루텐 프리 빵은 밀가루 대신 쌀가루, 모밀가루, 콩가루로 만들고, 점성이 없기 때문에 쳐대지 않아도 되고, 쳐댈 수도 없기 때문에 재료의 무게를 재서 고루 섞은 뒤에 빵틀에 붓고 구우면 끝. 아주 간단하다. 글루텐 프리 빵은 재료를 기계로 섞어서 전기가마에 굽는다.


글루텐 프리 빵 반죽을 틀에 담아 전기가마에 넣고 있다.



새벽 5시 빠른 손동작으로 빵 반죽이 태어난다 

새벽 5시 다른 직원과 견습공들이 도착한다. 두 명의 직원과 세 명의 견습생, 총 여섯 명의 불렁줴(빵을 굽거나 파는 사람)가 빠른 동작으로 작업실과 가마를 오가며 질서정연하고 리드믹하게 빵을 척척 만들어댄다. 가수 비욕이 출연한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댄서 인 더 다크(Dancer In the Dark)'의 공장 댄스 장면을 연상 시켰다.

빵 종류도 여러 가지여서 통밀빵, 호밀빵, 흰빵, 바게트 빵, 양귀비씨를 바른 바게트 빵, 올리브를 넣은 빵, 크랜베리와 호두를 넣은 빵, 표면에 설탕을 바른 빵, 해바라기씨와 아마씨를 섞은 빵, 밤을 넣은 가을빵, 브리오슈 등. 일일이 다 맨손으로 반죽하고 (기계로 빵을 자르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은) 손으로 반죽을 뜯어 저울에 달아 무게를 맞추고, 동글동글하게 성형을 하고, 불가마로 옮긴다. 가마의 온도가 220도에 도달했는지 확인한 뒤, 가마 양쪽에 물을 한 컵씩 붓고 뚜껑을 닫는다. 기화된 물방울이 빵을 노릇노릇하게 만든다고 한다. 증기가 없으면 빵이 익어도 노릇노릇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새 면도칼을 꺼내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Kill Bill)'처럼 날렵하게 칼집을 낸 뒤 길이가 3m에 이르는 나무로 된 긴 도구 위에 빵 반죽을 올려놓은 뒤 가마 안으로 밀어넣고 쪽문을 닫는다. 그러고 손잡이를 돌리면 서걱서걱 소리를 내면서 가마 속에 동그란 밑판이 돌아가고 빵의 위치가 바뀐다. 다시 쪽문을 열고 빵 반죽을 밀어넣고 문을 닫고 손잡이를 돌린다. 이렇게 한 바퀴를 다 돌리고나면 처음에 들어갔던 빵이 노릇노릇하게 익어서 나올 때가 되기 때문에 재빨리 익은 빵들을 꺼내야 한다. 빵 바닥을 두들겨 봐서 속이 빈 소리가 나면 다 익은걸 안다. 덜 익었으면 다시 화로에 집어넣고, 정신을 집중해서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전기가마 같지 않아서 타이머가 없기 때문에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어느새 빵이 타버리기 때문이다.















갓 구워진 바게트 빵


유아학교 선생님에서 유기농 빵집 주인으로

내가 방문한 '라 쿠론 데 프레'는 유기농 빵을 만들어 도매로만 팔기 때문에 카운터를 두고 소비자를 마주하는 일은 없다. 생산량이 많아서 도매로만 거래하는게 아니라 그 반대다. 인근 지역의 유기농 매장, 직거래시장, 학교, 농장 등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주문량만큼만 생산한다.

아침 10시반에 첫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라 쿠론 데 프레'대표 다니엘 부아타르(만 49세)와 이야기를 나눴다. "파이프 한 대 피고 하지요"라고 말하더니 그는 정말 담배가 아닌 파이프를 한 대 물고 나왔다.



- 이 빵집은 언제부터 시작하셨고, 그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2011년에 문을 열었고, 그전에는 유아학교 선생님이었어요."

- 어떻게 유아학교 선생님에서 불렁줴가 될 생각을 하셨어요? 
"45살이 되었을 때였는데 학생에서 선생님이 되어 쉬지 않고 학교를 다니는 게 싫증났어요. 내 삶을 바꾸고 싶어서 일을 쳤죠. 그 전에도 집에서 제가 빵을 자주 만들곤 했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불렁줴인 친구 루이즈 네 집에서  멍트라빌 비오콥(Biocoop ;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프랑스의 유기농 매장) 지배인으로 있는 브느와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 친구가 에뽄 비오콥 옆에 빵집을 열어보는게 어떠냐고 제안해왔어요."

- 유기농에 대해서 인식하신 지는 오래 되셨나요?
"10년 전부터요. 관행농에 대해 피에르 라비가 이런 말을 했잖아요. '맛있게 드세요 !'가 아니라 '행운을 빈다!'라고. 

(필자 주: 피에르 라비는 1938년 알제리에서 태어나 유기농 농부, 소설가, 시인, 수필가 등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살고 있다. 철학가이자 농업생태학 전문가이자 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발적인 시민생태운동 '콜리브리'의 창시자이며 한국에는 '환경 운동가이자 농부 철학자'로 알려져있다. 

피에르 라비는 먹거리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On mange tellement de choses toxiques, que ce n'est pas bon appétit que j'ai envie de dire aux gens, mais bonne chance." '오늘날 우리가 정말 유독한 음식을 많이 먹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보다는 '행운을 빕니다'라고 말하렵니다.)

- 이 빵집에서만 만들어 파는 '빌락소 빵'은 밀가루가 독특하다고 들었는데요. 자세한 설명 부탁합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도멘 드 빌락소(Domaine de Villarceaux)에서 생산된 밀로 만든 빵이에요. 밀 종자가 다양한데, 몇 년 전부터 밀 생산자와 함께 여러 종자의 밀로 빵 만드는 실험을 했어요. 소량의 밀을 심어서 그걸로 매번 빵을 만들어 본 다음에 어떤 밀이 그 지역의 땅과 잘 맞는지, 빵으로 만들었을 때 결과는 어떤 지 보기 위해서요. 그중에 '에르메스 리터'라는 밀 종자가 빌락소 땅과 가장 잘 맞는다는 걸 발견했어요. 지역명을 따서 '빌락소 빵'이라고 이름붙이고, 이후에 수 헥타르에 심어 경작하고 있습니다."

- 전통 종자인가요?
"전통 종자는 아닌걸로 알아요." (필자 주- 필자가 빌락소 빵의 밀가루를 만드는 유기농 밀 생산업자를 찾아 직접 물어 본 바에 의하면, 에르메스 리터는 전통 종자는 아니며, 1960년대에 독일인 베르톨트 하이든이 고른 종자라고 한다. 밀 생산지인 도멘 드 빌락소는 에폰에서 30km 떨어져 있다.)

빌락소 빵




기계보다 인간을 우위에 두고, 직접 손으로 다루어 대접한다

- 저 많은 빵을 기계를 안 쓰고 손 반죽을 하는 게 참 특이하던데요.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기계를 쓰면 반죽하는 힘이 세서 소화가 안되는 글루텐이 늘어납니다. 반면에 손으로 반죽을 하면 소화가 잘되는 글루텐이 생겨요. 그리고 기계에 반해서 사람과 사람의 손에 더 가치를 두려는 윤리적인 의미도 있어요. 기계보다 인간을 우위에 두는 거죠. 손으로 직접 음식을 만지고 만들어서 대접한다는 고결한 측면도 있구요."

(필자 주 – 다니엘이 복잡한 화학적인 설명을 피하려고 단순하게 '소화가 잘되는 글루텐'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은데, 글루텐에 여러 종류가 있는 게 아니고 소화가 잘 되는 글루텐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밀에는 글루아딘(밀 속에 들어있는 프롤라민)과 글루테닌이라고 하는 단백질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물과 섞이고 치대는 행동이 가해지면 –SH (황화수소) 결합에서 결합력이 강한 –SS (이황화) 결합으로 바뀌면서 글루텐이 생성된다. 손 반죽과 비교했을 때, 기계 반죽을 하게 되면 반죽 과정에서 열이 생기고, 치대는 힘이 세기 때문에 글루텐 조직이 더 많이 생성된다. 몸에서 글루텐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게 되면 배에 가스가 차거나 심하면 복통, 설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글루텐이 비타민, 칼슘, 철분 등의 체내 흡수를 방해되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는 증상을 셀리악병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의 경우, 글루텐에 민감한 이들의 프랑스 협회(Association française des intolérants au gluten)의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전체 인구 6600만 명 중 0.23%인 15만 명이 글루텐을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 불가마의 불꽃과 익어가는 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자연의 다섯 원소 오행이 결합하기 때문에 불가마 빵이 기계 빵보다 훨씬 더 맛있는거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어떻게 다섯 원소가 되죠?"

- 나무(木)를 때면 불(火)이 가마의 벽돌을 달구잖아요. 벽돌은 흙(土)으로 만들어졌지요. 그 가마를 싸고있는건 금속(金)입니다. 손잡이도 금속이구요. 빵을 굽기 전에 반드시 가마 안에 물(水)을 넣지요. 그 물이 기화해서 가마 속을 돌면서 노릇노릇하게 맛있는 빵을 탄생시키지요.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 주문받은 양만큼만 만드시는데 어디 어디에 납품하세요?
"우리 빵집 옆에 있는 비오콥을 포함해서 비오콥 아홉 군데하고 아맙 여덟 군데, 학교 급식으로 열 세 군데, 그리고 농장에 한 군데, 이렇게 됩니다." (필자 주: 아맙은 유기농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 장터로 일주일에 한 번 생산자와 소비자가 지정된 장소에 모여 먹거리가 담긴 바구니를 받아간다. 대개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 주종을 이루지만 어떤 생산자와 연결되느냐에 따라 빵, 생선, 닭, 고기 등 종류가 다양해진다.)

새 직원을 뽑기 위한 면접이 예정되어 있는 다니엘에게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책 이야기를 꺼냈다.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는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본주의의 대안적 삶을 찾는 일본 불렁줴다. 그는 노동을 착취하지 않기 위해 이윤을 남기지 않고,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보내거나 빵 만드는 아틀리에에서 천연균과 빵만들기 연구로 시간을 보낸다.

그가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이사까지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천연균의 메시지를 읽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못해 감동적이었다. 다니엘에게 며칠 일하냐고 물어보니 일주일에서 하루를 제외하고 엿새 일한다고 했다. 아직 자기는 와타나베 이타루의 수준에 비할 바가 못된다면서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했다. 원어는 일어고 번역서는 한국어라고 했더니 아쉬워한다. 돌아오는 길에 땅과 나무에 내려앉은 가을 햇살은 그 어떤 인간의 언어로 형용할 수 없을만큼 눈 부시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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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Ecologie 친환경2015.11.17 23:34

우리는 지금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소비가 미덕인 신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 가운데 이게 아니다 !’라고 소리없이 외치는 프랑스인들이 있다. 이들은 기계화에 퇴색된 인간성에 가치를 두고, 개인주의로 희박해진 나눔을 주장하며, 친환경적인 방법을 통해 느린 속도로 살기를 선택한다. 대안적인 방식으로 살기로 결정한 이들, 대안적인 삶을 제시하고 그런  삶이 사회적으로 가능하도록 실천하는 장소를 하나 하나 찾아 소개해보고자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대안적인 삶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지도 모르므로.


 

르씨클르리


라 르씨클르리 까페 전경. 입구에 있는 칠판에 오늘의 메뉴, 오늘의 아틀리에 주제와 시간이 적혀있고,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안내 문구가 놓여있다.


파리에서 메트로 4호선을 타고 북쪽 끝에서 내리면  종점인 뽁드드 클리넝꾸르 출구 바로 앞에 La REcyclerie( 르씨클르리)라는 식당겸 테이크아웃 카페가 있다. 앤티크한 인테리어와 참신한 분위기가 풍기는 식당 입구에서 메뉴를 먼저 시키고, 지불을 하고, 플라스틱 번호표를 받고 자리를 찾아 앉아있으면, ‘ 음식 나왔어요~’ 안내가 나온다고 한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자리를 찾아 앉으려고 건물 안을 기웃거려본다. 공구가 정리된  열린 작업실이 오른편에 있고, 전체가 창으로 뒤덮인 밝은 창문으로 가까이 다가서면 발밑으로 지나가는 기차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차 소리도 안들리고, 기차도 없고, 기차 레일 사이사이에는 무성하게 풀들만 자라있는데 어쩌다 기차역이 버려졌을까? 기차길을 따라 내려가고 싶어졌다. 날씨 좋은 밖에 나와 식사를 있도록 마련된 테라스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노라면 계단 중간 왼쪽편에 마리와 닭장이 나오고, 옆으로 길게 뻗은 허브밭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 기차 승강장을 따라 걸어가면 야외 어항이 있고, 텃밭이 있고, 부스들이 즐비해있으며, 다시 돌아와 계단 뒤에 있는 벤치에 앉으면 호박 넝쿨 뒤로 살짝살짝 지렁이 퇴비통이 보인다. 기차역이었던게 틀림 없었을 이곳이 어쩌다 버려지게 되고, 식당 뒤에 넓은 공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라 르씨클르리 창문 뒤로 보이는 기차길 전경.



나뭇가지로 만든 아치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버려진 기차길에 닿게 된다.


식당 이름을 설명하면 바로 단순한 식당이나 카페가 아니라는 눈치챌 있을 것이다. La REcyclerie ( 르씨클르리), 우리말로 재활용 가게라고 있는데, 보통 씨클르리라고 하면 버려진 중고품을 고쳐서 다시 파는 곳을 말한다. 파리와 외곽 경계 지역에 개의 씨클르리가 있지만 18 클리넝꾸르의 르씨클르리 ( 재활용가게)’ 기존의 재활용 가게의 개념을 넘어선다.

 

3R -  «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한다 »


정갈하게 잘 정리된 르네의 아틀리에. 다양한 공구를 나눠쓸 수 있고, 고장난 물건을 직접 들고와서 같이 수선하며 배울 수도 있다.

마디로 말해서 3R (Réduire – Réutiliser – Recycler),  «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한다 »라는 목표 아래 나눔과 친환경을 실천하고 교육하는 열린 공간이다.  입구 오른편에 있던 작업실 이름은 르네의 아틀리에’. 르네는 그저 돈을 받고 고쳐주는 수선공이 아니다.  어떻게 고치면 되는지 조언을 주기도 하고, 이해가 안되면 같이 앉아서 머리를 맞대고 고치면서 수선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1년에 쓸까 말까해서 살까 말까 주저되는 공구를 선뜻 빌려주기도 하고, 바쁜 사람들은 수선을 맡겨놓고 나중에 찾아갈 수도 있다. , 한번에 가지씩만 의뢰할 있다. 뿐만 아니라 순환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필요한 노하우를 알려주기위해 다양한 테마 하에 여러 가지 아틀리에를 매일 매일 열어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고장이 나서 버려질 수도 있는 물건에게 이렇듯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 이곳이 바로 르네의 아틀리에다. 르네는 프랑스 이름인데, RE-né(르네)라는 단어를 - 분석해보면 불어로 새로 태어난이라는 뜻이다.

장면에서 르네상스라는 유럽의 문화사조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가 ? 그렇다, 르네상스는 불어로 재탄생이란 뜻이다. 어쨌거나 René라는 불어 이름이 있기도 하니 르네의 아틀리에 중첩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의 신분증 복사본과 연회비 25유로를 내면  !



100%  순환경제로 구성되고 운영되는 공간

 

까페와 식당은 이곳에서 운영하는 대안적인 프로그램의 주요 재정을 대는 수단이다이곳의 모든 인테리어와 악세서리는 하나도  주고  것이 없다 버려진 물건을 주워서 만들고 붙이고인테리어화장실  타일도 모두 재사용품들이다.

 

버려지는  없이 순환적으로 돌아가는 사이클은 물건 뿐만이 아니다까페와 식당에서 쓰는 재료는 유기농은 아니지만 근거리에서 생산된 지역 농산물이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입구 오른편에 르네의 아틀리에가 보인다. 의자도, 소파도, 데코레이션도, 화장실의 타일도 멀쩡하게 버려진 물건들을 줏어다가 공간을 장식했다.



한때는 버려졌던 물건들이 뚝딱뚝딱 안락의자로 새로 태어나 제2의 생명을 살고 있다.



이곳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는 직접 키우는 열댓 마리의 닭과 지렁이 퇴비통으로 향한다그러니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없다닭똥지렁이똥지렁이가 분해한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가  텃발에 뿌려지니 식물과 흙에 풍부한 영양분이 된다텃밭은 화학비료도농약도 치지 않고 유기농으로관리한다주변에 사는 주민들도 이곳 지렁이 퇴비통에 음식쓰레기를 가져와 버릴 수가 있다그리고    퇴비를 받아갈  있다고 한다튀김과 요리에 사용된 식용유도 그냥 버려지지 않는다에콜로직 오일이란 회사에서 수거한  바이오 연료로 다시 탄생한다.

계단 밑에 버려지는 자투리 공간에 퇴비통을 감쪽같이 숨겨놨다. 왼편에 보이는 호박 넝쿨로 덮힌 곳에서 지렁이들이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음식물 쓰레기를 자연분해해 텃밭에 매우 유익한 퇴비를 만들고 있다.


계단 밑에 지렁이 퇴비통을 만들어놨는데, 냄새도 나지 않고 호박 넝쿨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다. 주변의 주민들도 이곳에 음식물 쓰레기를 주고 퇴비로 받아갈 수 있다.


튀김이나 요리로 쓰였던 기름은 ‘에콜로직 오일’이란 회사에서 수거해가서 바이오 디젤과 같은 연료로 만들어진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요리하고 버려진 식용유 3만6천톤이 수거되는데, 이는 전체 요식업계의 30%에 해당한다. 참고로, 바이오 디젤은 경유와는 달리 미생물 분해되며, 독성이 없으며, 연료로서 연소될 때 독성이나 기타 배출물이 현저하게 적다.


 

야외에 있는 어항은 단순한 어항이 아니다. 식물과 물고기의 공생을 이용한 아쿠아포닉스다. 식물은 뿌리와 박테리아로 물을 정화해서 물고기에게 주고, 물고기가 싼 똥은 식물에게 보내져 영양분이 된다.



버려진 기차길을 따라 쪽 뻗은 텃밭은 유기농으로 관리되고 있다. 수확물을 이곳 식당에서 재료로 쓴다면 완전 순환되는 시스템이지 않느냐 물었더니 ‘우리는 그러고 싶지만 프랑스 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식당에서 쓰이는 음식 재료는 구매를 해야하고, 텃밭 수확물은 아쉽지만 우리 직원들끼리 나눠 갖는다’고 한다.


건물 자체도 버려진 기차역을 재활용한 것이다. 오르나노 () 위치한 오르가노 기차역은 파리 둘레를 도는  주요한 기차 노선이었던  라쁘띠뜨 쌍튀르노선의 역으로,  1869년에 문을 열었다. 1930 , 메트로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라쁘띠뜨 쌍튀르 노선 이용자가 줄었고, 오르나노역은 다른 역들과 마찬가지로 1934년에  문을 닫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후 80년이 지난 2014 ,  르씨클르리프로젝트는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누리집 바로가기) 키스키스뱅뱅 누리집에 올라있는 프로젝트 소개문 일부를 번역해보면 아래와 같다.

 오르나노 역으로 쓰였을 당시의 사진이 라 르씨클르리 입구에 전시되어 있다.

현재 공사 중인 이곳은  르씨클르리 이름으로 매일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하고, 올봄에 새로 문을 엽니다. 51일부터 준비에 동참할 당신이 필요합니다 !

 

라르씨클르리, 중고품 창조 공간

 

르씨클르리는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친환경적이고 대안적인 사고에 기반합니다. 공간과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회관계가 재활성화되는 즐거운 터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삶이 펼쳐질 공간은 해당 지역에 뿌리를 두고, 파리와 외곽지역에 열려있습니다. 이곳은 일상 속에서 중고품을 창조하는 곳이 것입니다. 만남의 장소가 것이고, 웰빙 음식을 먹을 있으며, 발견하고 배우는 장소가 것입니다.  공사 중인 장소와 프로그램, 식당 메뉴 등은 아래 가지 원칙에 기반합니다.

 

1.        3R : 줄이기, 재사용하기, 재활용하기.

줄이기 : 쓰레기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단계에서부터 실천해야 한다.

재사용하기 : 물건에 2 생명을 부여한다.

재활용하기 : 쓰레기를 모으고 가공해서 제조공정에 재투입할 있도록  한다.

 

2.       협력적인 시도에 가치를 부여한다

과도소비의 실락원은  ! 대여, 교환, 중고품 구입, 공동 사용 등을 통해서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안에서 교류하고 즐거움을 나눌 있도록 한다. 르씨클르리는 지속성, 근거리성, 친환경성, 책임성 순환경제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단순한 소비자를 책임감있는 소비자로 만든다.   

 

3.       Do It Yourself : 다른 방식으로 자율적이 된다.

DIY  스스로 알아서 고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안적이고, 분명하고, 협력적인 공통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다시말해서 각자 공구를 만들 알고, 주어진 것에 맞춰 순응하는 것을 말한다.

 

15000 유로를 목표로 했던 프로젝트는 목표액을 훌쩍 넘어서 펀딩 마지막 날인 56일에 16 252유로를 끝으로 성황리에 마감됐다.


« 조용하고 좋아서 그냥 산책하러 가끔 와요 »

 

지렁이 퇴비통 앞에 놓인 벤치에 중년의 여인이 앉아 손에 악보를 들고 허밍을 하고 있는데, 악보를 흠칫 엿보니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오래된 바로크 음악 같아 보였다. 나는 취미로 성악을 하는데, 최근에 굴룩, 헨델 바로크 곡을 연습했어서 특이한 악보가 어느 시대 음악인지 정말 궁금했다. 

필자 : « 실례합니다. 보고 있는 악보가 바로크 음악인가요 ? »

여인 : « 아니오. 르네상스 음악이에요. »

라 르씨클르리 식당에서 채식 메뉴를 시켜보았다. 접시에서 동물성 단백질만 빼고는 먹을꺼라고는 변변찮은 풀과 감자튀김 밖에 없는 무늬만 채식음식인지 채식인을 위한 진짜 채식음식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대만족 ! 재료가 다양하고, 식물성 단백질과 비타민 등 영양가를 고려했고, 먹고나니 배가 든든했다. 시각적으로 미각적으로 영양학적으로 전혀 손색이 없었다.

, 르네 (RE-né)!’ 한참 바로크 음악과 르네상스 음악을 둘러싼 문화적인 대화가 오고간 , 카메라를 나를 보고 여인은 내게 이곳 취재를 하러 왔느냐고 물었다. 답을 나는 그에게 점심을 먹으러 왔느냐고 물었다. 나는 사실 채식 음식을 주문해놓고는 계단 지렁이 퇴비통을 찍으러 잠깐 내려왔던 터였다.

여인 : « 아뇨. 이곳이 조용하고 좋아서 그냥 산책하러 가끔 와요. 게다가 집에서 별로 멀지 않구요.  오늘은 여기서 친구랑 만나기로 했어요. »

초면인 사람과 이름도 모르고 음악 얘기, 지렁이 퇴비통에 대한 얘기 대화를 나누다가 그의 친구가 도착했고, 나는 식어버린 음식을 찾으러 올라갔다.




어떤 제품이 고장나거나 옷수선이 필요할 , 고치는 방법을 몰라서 혹은 공구를 사자니 비싸서, 혹은 수선을 맡기자니 것을 사는 것보다 비싸서 폐기처분시키는 경우가 많다. 음식물 쓰레기만 봐도 세계 식량 생산량의 3분의 1 해당하는 13 톤이 매년 버려지지 않는가.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전자 전기 제품 쓰레기는2013년에 3908 , 2014년에는 4108 톤으로 매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중에는 수은, 카드뮴, 크롬 독성물질 2200 톤이  들어있다. 인간이 버리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무한정 먹고 자연분해시키는 블랙홀 같은 쓰레기통은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사회에서 식당과 카페로, 지역농산물 지지자로, 재사용하고 재활용을 실천하고 배우는 장소로, 사람들이 만나고 대화하는 장소로, ‘소비의 목적없이 그냥 좋아서오는 산책의 장소로, 주민의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교환해주는 르네상스의  핵으로 자리매김을 시작한 르씨클르리가 지속가능한 순환의 모터가 지역 사회에 좀더 많아지길, 그리고 번성하길 희망한다

« 당신은 기후변화를 위해 무엇을 실천하나요 ? » « 저는 은행을 바꿉니다 » « 근거리에서 해결합니다 »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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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