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logie 친환경2012.11.13 08:03

지난 호에 아맙(AMAP)을 소개했다. 반경 160km 이내의 지역농산물(주로 유기농)을 거래하는 회원제 직거래장터 아맙은 프랑스에서 현재 폭발적으로 증가추세에 있어 전국에 천 여 개, 파리에만 23개가 있다. 새로운 아맙을 신설한, 또는 하려는 두 명의 20대 젊은이가 있어 이들과 얘기를 나눠보았다.

직거래장터는 자본주의에 대한 보이콧


<쌍블레즈 아맙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20구에서 8번째가 될 아맙을 개설하려는 총각 조제 (José)>


필자 : « 길 건너편에 새 아맙을 틀면 소비자를 두고 쌍블레즈 아맙과 경쟁이 되지 않을까요 ? »

조제 : « 전혀요. 쌍블레즈 아맙 생산자들이 새 아맙에 물건을 제공할꺼거든요. 같은 날 시간차를 두고 장터를 열꺼라서 생산자들은 한번에 두 탕을 뛰고 갈 수 있으니 오히려 잘됐죠. 더구나 쌍블레즈 아맙은 바구니가 60개로, 이미 인원이 다 찼어요. 오늘만해도 쌍블레즈 아맙에 회원가입을 희망하는 이들이 4명이나 왔다갔는걸요. 대기목록에 오른 이들이 새 아맙에서 장을 볼 수 있게 될겁니다

필자 : « 아맙의 채소가 제한적인데, 여기서 다 구하지 못하는 야채는 어디서 장을 보나요유기농가게에서 장을 보는지 아니면 수퍼마켓 ? »

조제 : « [1]이 끝난 뒤에 버려진 야채 및 과일들을 가져다 먹습니다. 수퍼마켓에서도 진열한 뒤에 버리는 것들이 있구요. 완전채식주의를 비건(Vegan)’이라고 하듯이 버려진 채소와 과일 중에 먹을 수 있는 것을 가져가 먹는걸 프리건(freegan)’이라고 해요. 세계적으로 음식쓰레기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해요. 먹고 남은 음식 뿐만 아니라 먹을 수 있는 채소 및 과일 중에 30%가 팔리기 전에 버려진답니다. »


세계 총생산량의 1/3가 쓰레기통으로 !

그러고보니 지난해 가을, 파리 소르본느 대학 강당에서 열렸던 슬로우푸드 설립자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의 강연이 떠올랐다. 팔러나가기도 전에 못 생기고 자잘한 야채와 과일을 골라내 거름으로 직행시키는데, 그 양이 자그마치 생산량의 50%나 된다고 !

최근 조사에 의하면[2], 유럽인들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20%를 버리며, 그중 30%가 포장도 뜯지않은 채 버려진다고 한다. 버려지는 음식물의 절반 이상이 야채와 과일. 연간 주민당 버리는 음식쓰레기로 계산했을 때,  유럽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장 많이 버리는 국가가 프랑스라는 오명을 얻었다. 프랑스의 음식쓰레기 양은 56십만 톤으로, 초당 자그마치 38kg! 프랑스에서 매년 주민 한 명이 버리는 음식은 89.9kg, 독일은 80kg, 스페인은 63.5kg.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음식쓰레기 양은 55십만 톤. 인구 약 5천만명으로 나누면 연간 1인당 110kg의 음식쓰레기를 버리는 셈이니 프랑스보다도, 즉 어느 유럽국가보다도 많은 음식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음식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될까 ? FAO(UN 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총 13억 톤으로 총생산량의 1/3에 이른다. 전세계에서 식품 분배 과정에서 분실되거나 버려지는 먹거리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천억 달러에 이르는 반면, 기아구제에 쓰이는 돈은 (단돈) 35억 달러! 지구상의 기아의 원인은 늘어나는 인구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생산량때문이 아니라는 소리다.

필자 : « 왜 유기농산물을 드시고, 어떤 이유로 유기농 직거래 장터를 만들려고 하시는건지요? »

조제 : « 전 유기농 먹거리를 고집하지는 않아요. 유기농산물은 땅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않기 때문에 환경을 위해서 선호합니다. 직거래장터를 이용하면 비싸다는 유기농산물을 매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죠. 아맙은 생산자나 소비자나 둘 다에게 이득이에요. 더불어 중간상인, 유통, 포장 등이 다 사라지기 때문에 반-자본주의적이죠. 직거래장터는 자본주의에 대한 보이콧이라고 볼 수 있어요. »

필자 : « 아맙 개설 외에 사회운동도 하십니까 ? »

조제 : « 돈 거래가 없는 중고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멀쩡하긴한데 쓰지않는 물건들, 신형으로 바꾸느라 내다버리는 구형을 제 가게에 갖다놓으면, 그 물건이 필요한 누군가가 와서 가져가요. 모든 거래는 공짜에요. »


유기농 - 환경, 건강, 동물, 그리고 진짜 맛을 위해서


<파리 3구에 아맙을 개설한 이팔청춘(실제로 만28)의 바바라 (Barbara)>


필자 : « 유기농으로 장을 본 지는 얼마나 됐고, 평소에 어디서 장을 보세요 ? »

바바라 : « 유기농으로 장을 본 지는 5년 됐고, 전문 유기농 가게에서 장을 보거나 유기농이 꼭 아니더라도 지역농산물이 들어오는 시장에서 장을 봐요. 동네의 작은 수퍼마켓의 유기농 코너도 이용하구요. »

필자 : « 왜 유기농을 드십니까 ? »

바바라 : « 농약과 화학물질이 들어간 먹거리를 피하는 첫번째 이유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위해서죠. 두번째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건강을 위해서고, 세번째로, 동물을 존중하기 위해서에요. 유기농으로 먹기 시작한 뒤로 고기를 덜 먹게 됐어요. 1주일에 한두 번 정도 ? »

필자 : « 유기농을 먹었을 때 달라지는 걸 체감하시나요? »

바바라 : « 건강은 잘 모르겠고, 맛의 차이는 확실히 있어요. 유기농산물은 맛이 현저하게 달라요. 제대로 된 미각을 찾는건 매우 중요하죠


유기농으로 먹는 것보다 지역 유기농 생산자를 지원하는게 더 중요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싶은 무써운소비자는 지난 연말에 프랑스 남서부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던 중에 만났다. 다름아닌 내 시누이 실비(Sylvie). 그는 프랑스에서 아맙이 생성되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아맙회원이다. 어떤 동기로 아맙에 가입했고 지금까지 유지하는지 궁금해졌다.


<프랑스 最古의 아맙 회원 실비(42)>


필자 : « 프랑스 남서부 쌍텅드레 드 쿨쟉(Saint-André-de-Coulzac) 아맙에 가입한게 2002년이라면 프랑스에 아맙이 막 생겨나던 초기였는데, 어떻게 아맙을 알게 되셨나요? »

실비 : « 당시에 저는 그 옆동네인 엉바레스(Ambarès)에 살고 있었어요. 토요일마다 서는 장에서 단골로 가던 야채가게 주인이 아맙에 대해 알려줬어요. 직접 재배한 야채를 장에 가져와 파는 생산자였는데, 쌍텅드레 드 쿨쟉 아맙에 물건을 댄다면서 소개해주셨어요. »

필자 : « 그렇다면 그 생산자의 물건을 시장에서 사는 것도 직거래였는데, 아맙에 회원으로 가입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실비 : « 아맙이 신설될 당시에는 유기농산물이 아니었어요. 유기농으로 재배하려는 농부를 지원하는 의미에서 아맙에 가입했어요. 아맙은 가격을 낮춘 직거래장터일 뿐만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의 장이라는 의미가 더 커요. 아맙회원은 유기농에 뜻을 둔 아맙 생산자를 지원하는거죠. 아맙이 신설되고나서 4년이 지난 후에야 유기농산물이 됐어요.[3]»

현재 85개의 바구니를 대는 대규모 아맙으로 성장한 쌍텅드레 드 쿨쟉 아맙은 생산자의 수와 그 품목도 다른 어떤 아맙보다 훨씬 다양했다. 2명의 야채생산자에 더불어 닭과 오리(한 달에 1) 및 송아지 고기(1년에 3)를 대는 축산업자 1, 치즈를 만드는 낙농업자 2, 생선장수 1, 레몬과 귤 공급자 1(11월부터 4월까지 프랑스령인 코르시카의 협동조합으로부터 한 달에 1번 물건을 받는다), 과일장수 1(과일과 빵, 또는 호두기름, 호두, 과일쥬스, 잼 등). 아맙에 생선장수가 있는게 무척 생소했으나 바다가 멀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이곳 아맙은 매주 화요일 저녁에 직거래장이 선다. 때문에 실비는 화요일 저녁에 아맙에 들렀다 오느라고 화요일 퇴근시간이 평소보다 훨씬 늦다. 85명의 가입회원들은 돌아가면서 직거래장터에서 바구니를 나눠주는 일을 거들며, 온실 짓기, 포도 및 과일 따기, 야채 수확 등 연중 8~10번의 농사일 중 최소한 1번 이상은 참여해야 한다. 1년치 선불하는 아맙의 한 달 회비는 17€로 기본 공급물품은 야채. 고기류 및 감귤류는 별도 계약으로 주문받는다.

필자 : « 지방이라서 더 저렴할 줄 알았는데, 17유로면 파리와 근교에 있는 아맙보다 비싼데요. »

실비 : « 저희도 예전엔 15유로였는데, 최근에 젊은 농부를 지원하기 위해서 가격이 인상됐어요. 그 농부가 땅이 없거든요. »

프랑스 농림부 장관의 발표에 의하면, 프랑스에서 2006~2010년간 경작가능한 땅 327,000ha가 사라졌다. 매년 82,000ha, 초당 26m²의 경작가능한 땅이 사라지는 셈이다. 더구나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아갈 때, 농경지를 둘러싸고 마을을 이루기 때문에 산업화에 우선적으로 희생되는 땅이 농업에 적합한 땅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농경에 적합한 흙 위에 시멘트를 부어 주거 및 상업시설을 짓고, 일부는 공원과 같은 녹지로 사용된다. 농경지 감소 현상은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2~2007년 사이에 4,080,300에이커(=1,651,238ha)의 농경지가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변경됐다[4].  캐나다의 94%는 농사에 적합치 않은 땅인데, 1971~2001년 사이 농업에 적합한 땅40,000km²가 사라졌다. 인구는 느는데..

필자 : « 일종의 계를 조직해서 생산자를 돕는거군요. 아맙에서 모자른 장은 어디서 보세요 ? »
실비 : « 토요일 오전에 서는 장에 가요. 유기농이 아니더라도 지역농산물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채소류를 살 때는 절대로 수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서 안사요. 국내산이든 수입산이든 먼거리를 달려온 농산물들이잖아요. »



<파리 인근 몽테쏭에 위치한 대형마트 까르프의 유기농(le bio) 코너. 2011년 여름, 이곳 까르프는 유기농 코너를 4배 확충했다.>

<까르프에서 파는 야채 및 과일들은 프랑스산 뿐만 아니라 스페인,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각지에서 수입된 농산물들이 과반수다. 이들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뿌리지 않았으니 유기농산물이긴 하지만 비닐포장과 장거리 운반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CO2 등을 고려하면 넓은 의미에서 결코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없다>


조제, 바바라, 실비, 모두 다 농업관련인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유기농 소비자이며, 유기농산물  소비를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환경운동, 사회운동을 실생활에서 실천하며,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연대를 지어 유기농 시장을 넓혀가는데 한몫하고 있었다. 식품 구매 형태에서도 동네에 3~4일마다 서는 장이든 아맙이든 직거래장터와 지역농산물 구매를 우선으로 하고, 대형마트나 대형 체인망을 가진 수퍼마켓을 멀리한다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유기농 시장을 움직이는 무서운 소비자들이었다. 

내가 전편에서 파리의 3구와 20구의 아맙을 비교했는데, 사실 두 지역을 선택한 기준은 빈부격차였다. 3구는 파리에서 부촌에 속하는 지역이고, 20구는 그 반대. 두 지역에서 유기농 직거래 장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접근하며, 어떻게 운영하는지, 두 지역의 직거래장터 운영에 차이가 있는지 한국 독자들이 직접 사례를 보고 선입견없이 판단하게 하고 싶었다. 내가 보긴 차이가 없는데, 독자들이 보기엔 어떠했는지 모르겠다. 유기농을 가격이 비싸서접근하지 못한다는 이들에게 파리20구에 아맙 장터가 파리에서 가장 많은 8개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다음 호에선 재배방식이 전혀 다른 두 프랑스 유기농 생산자, 생협(비오콥) 실무자와의 인터뷰를 다룬다.

 



[1] 프랑스 전국에선 동네마다 1주일에 1~2 장이 선다. 마을 중심에 장이 설만한 넓은 광장이 있으며, 야채, 과일, 고기, 생선, 어패류, , 옷장수들이 온다. 

[2] 통계는 2011 3, Albal TheConsumerView 통계연구소가 공동으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의 1,500가구, 스웨덴, 벨기에, 러시아, 오스트리아의 1,000가구 유럽 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3]프랑스에서 유기농산물 인증마크를 받기 위해서는 야채는 2, 과일은 3년의 전환기를 거친다.

[4] 2007, National Resources Inventory.



 '귀농통문'에 기고한 글 ('귀농통문' 2012년 봄,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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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