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varde 잡담2017.10.19 20:55

우리 동네에 내가 알기로 나를 포함 한국인 3명이 사는데, 어제 하루만에 내가 아는 그들이 아닌 다른 두 명의 우리말 사용자를 만났다. 한 명은 우리 아파트에 공사하러 온 인부인데, 서울에서 12년 살았다고 한다. 한국어를 한국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을 한국에서 만나도 신기한데, 한국 밖에서 만나서 더 신기하다. 헤어지면서 « 수고하세요~ »하니 « 네에~ »하는 자연스러움에 그저 감탄 !

다른 사람은 지나면서 눈팅 몇 번 했던 이웃인데, 한국인 일 수도, 다른 동양인일 수도, 한국에서 어릴 때 입양된 프랑스인일 수도 있어서 서로 지나쳤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뭐하게 ? 나도 그런 쓰잘데 없는 호기심성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 지겹다.) 그러던 어제, 두발자전거를 안 타려고 버티는 아들래미에게 작심을 하고 자전거를 가르쳐주리라하고 아파트 단지 마당에 내려와있었다. 자전거가 싫다고 버티던 녀석이 두발자전거로 달리는데 성공을 하고 나니 주차장을 한 50바퀴는 돌았을까 여튼 40분째 주차장을 돌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내가 애들한테 하는 한국말을 알아듣고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듯한 아기랑 내려와있던 동양인 얼굴의 이웃이 말을 붙여왔다. « 한국인이세요 ? »

나만큼이나 프랑스 생활을 오래 했던 한국인이었는데, 18개월 된 아기에게 계속 불어로 말하고 있었다. 내가 앉아있는데로 아기가 오더니 내 옆에 앉았다. 아기가 하늘을 쳐다보며 손가락질을 하길래 내가 ‘비행기 ?’하는데 아이 엄마는 동시에 ‘아비용 ?’이라고 말했다. 불어로 '아비용'은 비행기를 뜻한다. 아이에게 ‘쎄쎄쎄~’를 해주면서 ‘얘 이거 할 줄 알아요 ?’하니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여기저기 딴전팔고 있는 새 아기가 내 손가락을 잡아 올리더니 ‘쎄쎄쎄~’를 하는게 아닌가 ?!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학수고대하는 아기 엄마를 뒤로하고 들어와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첫번째, 그 엄마는 다른 아이도 아닌 바로 자신의 아기에게, 아직 말도 안 뗀 아기에게 왜 한국인 억양이 섞인 외국어로 말을 가르쳐주면서 동시에 한국을 그리워하는 걸까 ?

나도 가끔 울컥 한국이 그립고, 한국 음식이 땡기고, 한국인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찰진 우리말로 얘기하고 싶을 때가 불현듯 쯔나미처럼 밀려들 때가 있지만 내년 1월이면 프랑스 생활 18년차가 되가는 판에 내가 나를 달래는 방법을 터득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향수병이 돋으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페북에 쏟아놓기. ㅎㅎ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고, 나에게 중요한 것은 언어 그 자체가 아닌, 언어를 통해서 전달되는 내용이다.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가졌으며, 어떻게 표현하는 지가 내 관심을 끈다. 그리고 시간을 들여 생각과 행동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지를 본다. 어떤 언어로 ‘말’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한국어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정서가 있기는 하다. 그건 동의하는데, 그 공유하는 정서가 반드시 커다란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은 아니다. 그건 마치 나도 사랑을 하고 싶고, 너도 사랑을 하고 싶지만 내가 너와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 사는 한국인, 여기에서 살다가 떠난 한국인, 여기 놀러왔던 혹은 일하러 왔던 한국인들과 숱하게 만나고 헤어지면서 이제는 단지 ‘한국인’이라는 공집합이 내게서 유대관계를 이끌어내는 주된 요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솔직히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모두와 친구관계를 맺는 건 아니지 않은가? 우리말로 대화한다고 해서 서로 '말'이 다 통하는 건 아니지 않나? 동일한 모국어로 얘기하고 있어도 말이 안 통해서 답답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우리말 할 때 한국이든 외국이든, 외국에서 수 십 년을 살았든간에 우리말에 외국어를 섞어 쓰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에 대해 왠지 거부감이 든다. 왜 그럴까? 내가 영어를, 불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태도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어를 하는 중에 모르는 단어를 모국어로 쓸 수는 있다. 모국어로 대체하기 힘든 외국어를 번역하기 힘들어서 외국어 단어를 그대로 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국어를 하는 중에 모국어에도 뻔히 있는 쉬운 단어를 외국어로 대체하는 건 그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태도를 은연 중에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번에 한국에 가서 우리말 반, 영어 반 섞인 웃기지도 않은 광고판을 어렵지 않게 봤는데 이건 언제 다시 한번 블로그에서 다뤄볼 만큼 할 얘기가 많다. 

한번은 프랑스에 온 지 고작 2년 되었는데 ‘우리 애기 공원에 프로므나드하러 가요’하는 엄마를 만났다. 외국인이 드물었던 그 동네에서 내가 우리애들한테 한국어를 하고 있었으니 너무나 반가와서 내게 말을 걸어왔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는 한국어를 하는 어떤 누구라도 반가왔을꺼다. XXX라는 이름의 나라는 인간은 그저 그에게는 허상에 불과한 거였다. 속을 다 터놓을 듯이 쉽게 친해졌던 그 엄마와의 관계는 결국 3개월도 가지 못했다. 쉽게 친해졌던만큼 헤어질 때도 전화 한 통으로 불발로 끝나더라. 어제 만난 엄마도 아직 말도 떼지 않은 아기에게 불어를 쓰고, 내가 일하는 프랑스 회사를 모른다. 프랑스에 살고 있고, 환경과 유기농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모를 수가 없는 회사인데. 이 엄마와의 공감대를 어디쯤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 엄마는 한국인 엄마를 같은 단지에서 만나서 너무나 반가와하는데, 그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감당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 그의 기대감에 못미칠 것 같아 만남의 첫단추가 불안하다. 

반대로, 가끔 내 불어를 완전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프랑스인들이 있는데, 그들 또한 언어 그 자체 밖에 보지 못하는 맹인들이다. 말하다가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아니면 상대가 하는 말을 잘못 알아들었을 때, 그게 프랑스인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히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거고, 똑같은 경우가 외국인에게 닥치면 '프랑스를 제대로 모르는구나’라고 치부한다. 이건 편견이다. 또한 상대로부터 자기보다 못한 무언가를 찾아내서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스스로를 높이 추켜 세우려는 그릇된 자존심이다. 우리 모두 언어 저편에 있는 진실과 마주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는 시간을 두고 차곡차곡 쌓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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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France 프랑스2008.12.09 20:38

정내미없는 프랑스인이라고, 퍼줘도 고마운 줄 모르는 프랑스인이라고 남편에게 신경질을 내며 불평할 때가 있다. 자기나라 사람 욕하는 아내가 예쁠리가 있겠는가마는 그는 아무말 하지 않는다.

 

프랑스인.

1년 내내 일주일에 한번 이상씩 만난 프랑스 애기엄마가 있는데, 그녀는 내게 한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 늘 내 쪽에서 연락을 하고, 좋은 기회가 있으면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불러서 데려간 적도 여러 번. 내가 연락하면 반갑게 응대하기는 하지만 그녀가 먼저 내게 연락을 한 적은 한번도 없다. 내게 어디를 같이 가자고 제안한 적도 한번도 없다. 프랑스인들은, Les francais sont sympa mais pas gentils. Ils sont polis. C'est tout.

 

한국, 내 나라로 가고 싶다고 울컥 그리움이 쏠리다가도 '한국인이라고 별 수 있겠는가?' 싶게 만드는 실례들을 떠올려보면 방황하던 그리움이 타박타박 집을 찾아 돌아온다.

한국인.엮인글 제이님께서 나열한 에피소드에 뭐 더할 것이 별로 없다. 나역시도 파리에 살면서 여러 번 겪어본 일이라서. 

 

- 프랑스 베스트셀러 책 모니터링을 해서 한국 모 출판사로 연락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나중에 잘~되면후사하겠노라'고. 나중에 내게 번역을 맡기겠는 것도 아니고, 모니터링 하는데 필요한 실비 정도는 지불하겠다는 말도, 댓가로 제안하는 것도 없었다. 돈 없고 시간없는 학생의 발품과 시간만 뺏어먹으려는 나쁜 심보.

 

- 인터넷 게임하는 한국 회사에서 프랑스에 로컬리제이션(localisation)을 의뢰해왔다. 프랑스에서 그 캐릭터가 잘 먹힐 것 같느냐고.'나중에 잘~되면현지 사장으로 앉혀주겠노라'며. '나중' 얘기는 '나중'에 하고 당장 현지조사에 들어갈 실비정산부터 얘기를 하자,고 했더니 얘기를 더이상 꺼내지 않더라. 이 분은 내가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안면이 있는 분이었어서 실망이 더 컸던 케이스.  

 

- LG글로벌챌린저에 응모하는 두 팀이 쪽지를 보내서 자기 소개도 없고 인사도 없고 다짜고짜 '연세대 학생인데, LG글로벌 챌린저에 응모하는데 자료가 필요하니 자료를 보내달라'고 할 때는 참으로 황당했다. 니들은 인간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도 없냐?!! 거절당한 팀의 한 일원이 내게 다시정중하게 메일을 보내오고, 전화를 해서 나도 공손하게 응대했다. 시간약속도 잘 지키고 출발 전 다시 연락도 하는 등 그 예절바른 학생 덕분에 나도 그들이 원하는 이상으로 충실하게 자료를 퍼주었다. '인터뷰하러 가면 선물을 꼭 하라'는 LG의 스폰 덕분에 이때 야채분쇄기를 받았지롱~ 그때 내가 그들을 위해 해주었던 것은 그들이 내게 제출한 자료를 훑어보고 점검하고 정정하는데 4시간, 인터뷰하는데 5시간 (간난애 안고 5시간 인터뷰하기가 어떤 건지는 애기 키워본 사람은 알 것).

 

- 지식in을 통해 들어와서 번역을 부탁하는 쪽지는 하도 많아서 이젠 대꾸도 안한다. 제게 불어 질문하시고 싶으신 분들, 지식in에 게시판에 올리시면 누군가 대답해드립니다. 불어란 에디터로 있어봐서 알지만 제대로 된 답이 올라간다는 보장은 절대 없지요.제게 개별적으로 번역을 부탁하시고 싶다면 지식in을 통해서 1대1 질문으로 보내주시든가 번역비를 송금하세요.

 

- 프랑스 의류를 수입하고 싶다는 여성이 쪽지를 보내온 적이 있었다. 안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인사도 없고 자기 소개도 없었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부탁을 해오는 사람들은 대개 그렇다. 고자세로 나오던 그녀의 요구에 응답을 충실하게 여러 번 보냈더니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을 내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여겼는지 어느날 갑자기 살갑게 '프랑스 언니'라고 부르면서 무리한 요구를 해오더라.

 

- 프랑스에 오기 전에 현지 날씨 체크하고, 숙소와 관광정보 보내달라는 건 기본이고, 유학/이민을 오려고 한다며 보내오는 길고 긴 장문의 메일에 답변을 보내주면 '고맙다'는 답변 하나 없다. 내게 질문하고 부탁할 때는 '같은 한국인'이고, 원하는걸 얻고나면 남이다.

 

-몇 년 동안 아무 연락없다가 연수 나온다고 '답장 좀 달라'고 수선을 떨며 여러 번 메일을 보내오는 건 비일비재한 일. 그렇게 메일 주고 받고 메신저하다가 한국에 들어가고나면 나랑 언제 연락했었느냐는 듯이 다시 연락 두절 모드로 컴백. 그래, 바쁜게 이유지. 필요하면 다시 연락하겠다구? 됐다그래, 응. 

 

-유럽에서 연수가 끝나고 한국 들어가기 전에 한국에서 온 식구들이랑 파리로 여행 나오는데, 숙소를 잡아달라는 후배가 있었다. 나 유학시절에는 연락 한번 없다가 연수준비할 때부터 시작해서 연수하는 동안내내 '외롭고 한국이 그립다'고 메일과 메신저로 연락을 해오던 녀석이었다. 호텔은 비싸니파리 나 사는 근처에다가 한인민박집 하나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민박집에서 묵을 애가 아닐 것 같아서 부드럽게 거절을 했는데반드시+꼭!!! 언니가 구해주는 숙소에서 묵겠다며 몇 번 씩이나 신신당부를 해오는거다. 민박집에 직접 가서 예약을 하고 '꼭 올겁니다'라고 장담까지 하고 왔더랬는데, 출발 며칠 전 연락이 왔다. 민박집 취소해달라고,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고. 한국에 돌아간 뒤로 그녀는 잊혀질 듯 하면 나한테 연락을 하는데, 할 때마다 번/번/이/ 요구사항이 있다. 그녀가 아는 척하면 긴장된다. 또 뭘 해달라고 하는걸까? 싶어서.

 

- 블로그에 올렸던 책을 보고 한 이웃분이 출판사 친구에게 소개를 했다. 친구분과 메일을 주고 받고 통화를 했다. 프랑스 출판사와 연결을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근데 통화 중에 내게 사적인 질문을 필요이상 참 많이 하시더라. 한국에서는 어느 대학, 무슨 과를 나왔느냐, 남편은 무얼하느냐, 남편 나이는 어떻게 되느냐, 프랑스에는 언제 갔느냐, 프랑스에서 뭘 하고 있느냐 등등. 불편한 질문에 다 대답을 하면서 '이렇게라도 비즈니스로 연결되면 좋을텐데'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빗나갔다. 내게 공짜로 부탁을 하기가 민망했기 때문이었는지 남의 사생활에 원래 그렇게 시시콜콜 관심이 많은건지? 프랑스 출판사를 직접 만나 연결시켜주고 나니 연락 두절.

 

- 한인지에서 읽은 기사인데, 한국 관광객들이 프랑스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부득이 현금이 떨어져서 파리 한국대사관에 '돈을 빌려달라'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갚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갚는 경우는 거의 없답니다.

 

멀리 내 조국 한국이라고 그리움을 품다가 이런 황망한 일들을 당하면 그리움이 증발해 허공에 사라져 버린다. 차가운 프랑스인, 자기가 필요할 때만 살갑게 굴어별반 나을 것도 없는 내 나라 한국인, 그 사이에 산다. 해줘도 고마운 줄 모르고, 그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주지 못하면 그때껏 받은건 생각하지 못하고 못 받은게 아쉬워서 '못됐다'고 뒤에서 욕하지. 때문에 해외에서 외국인 만나기보다 한국인을 만나기가 더 어려울 때가 있다. 뭐라고 뒷말이 나갈 지 몰라서.

 

이 글 읽으시는 분들, 프랑스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신 분들은 알아서 찾으세요. 그리고 사진이면 사진, 글이면 글, 아이디어면 아이디어, 출처를 반드시 밝히세요!!! 현지 특파원이 필요하신 분들은 댓가를 지불하세요. 성사가 된 후에 하는 댓가는 물론이구요, 성사가 설령 되지 않더라도 현지조사에 들어가는 실비와 시간이 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발품과 시간을 공짜로 뺏으려 하지말고 당신이 프로라면 프로답게 현지 특파원에게 투자하세요. 그 돈 내기가 아깝다면 비행기 타고 날아와서 당신이 직접 뛰세요. 프랑스에 직접 날아와봐야 이곳 실정도 모르고, 지리도 모르고, 말도 안 통하는 모든 어려움들을 한방에 공짜로 날려주길 바라지 마세요. 다행히 댓가를 받으며 현지 특파원 일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람 마음 좋아서 마음에 상처만 받는 해외동포들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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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France 프랑스2006.01.30 22:21

1.

"한국은 안 그런데 프랑스는 왜 이래?" 할 때마다 '저러다 한국가서 살자는거 아냐?' 조마조마했던 신랑이 작년 가을, 한국에 가더니 난~~리가 났다, 난리가.

 

신랑: "서울 진짜 크다! 강도 진짜 크고! 세느강하고 비교가 안되네? 다리 진~~~짜 길어! 시장이며 가게며 밤 10시가 되도록 다 열려있네? 도시에 저 불빛들 좀 봐! 물건 값도 저렴하고, 특히 음식들이 왜 이렇게 싸? 술 한 잔에 30센트? (; 소주 한 잔에 500원) 와~ 와~"

 

입 다물어라. 그러다 턱 빠질라... 안 그래도 기차로 4시간 걸리는 곳에서 살고 있는 아들내미가 국제결혼해서 먼 한국가서 살겠다고 할까봐 걱정스런 시어머니, 옆에서 프랑스 자랑을 열거하신다. 필자는 아무 소리 안 하고 씨익~ 미소만 지어준다.

 

2.

작년에 생긴 일이었다. 체류증 갱신을 해야되는데, 여권을 잃어버려 여권재발급을 위해 파리주재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했다. 며칠 안에 다행히 분실된 여권을 찾아서 재발급은 면했지만 이후로 남편은 식구든 친구든 만나기만 하면 한국대사관 영사과 얘기를 꺼냈다.

 

남편: "프랑스 행정이 좀 그지같은게 느려 터졌잖니. 우리 마누라가 작년에 체류증 하나 받으려고 경시청에 5~6번은 들락거렸거든. 그러고도 아직도 배우자 체류증이 안 나왔잖아? 근데 한국 행정은 얼마나 빠른지 알아? 여권분실 때문에 재발급하러 한국대사관에 갔더니 '그건 좀 오래 걸린'데. 근데 그 '오래'가 얼만 지 알아? 1주일이야. 1주일!!!"

 

3.

나중에 여권기간 연장을 위해 한국대사관을 찾았다. 이후로 한국대사관 영사과의 놀라운 업무는 또다시 남편의 친구들과의 대화 소재로 올랐다. 

남편: "한국 행정 진짜 죽여주더라. 우리 마누라가 여권기간 연장을 했는데, 그게 얼마 걸린 줄 알어? 3일 걸렸어, 3일!!! 프랑스같으면 몇 주 걸렸을꺼야. 더 대단한건 있잖아... 기간연장된 여권을 받으러 갔는데, 점심시간에도 근무를 한다는거야! 한국사람들은 밥도 안 먹고 일하나봐!"

 

4.

최근의 일이다. 지난 토요일, 떡국 사러 한국수퍼에 갔는데, 셔터가 내려가있네? 혹시 방으로 연결되서 받을까 싶어 가게 문에 써붙인 번호로 핸펀을 때렸다. 때르릉~ 때르릉~ 받지는 않고 팩스로 연결. 음.. 멀리서 왔는데 어쩐다? 떡국없이 어찌 설을? 아니면 다른 가게를 전전?

 

남편은 그만 가자는걸 아쉬움에 가게 유리창에 붙어 안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 가게 안에서 아저씨 한 분이 부시시 눈을 비비며 이미 팩스로 떨어진 전화 받으러 오는게 보인다. 창을 두드렸다.

"아저씨이~~! 내일 설이라 떡국 사러 왔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저희 멀리서 왔는데잉..."

셔터가 올라간다. 스르르. 으흐~

 

아저씨: (눈비비며) "문 10시 반에 여는데요.."

필자: (남편에게) "문 30분 후에 연데. 어떻게 할까?"

남편: "이 추운데 어떻게 30분을 기다려?"

아저씨: "추운데 안에 들어와서 기다리시겠어요?"

필자: (남편에게) "안에서 기다리는데 어쩌지?" (가게 쥔에게) "아저씨, 저희 낼아침에 먹을 떡국만 사면 되거든요? 떡국만 좀 파시면 안될까요?"

아저씨: "잔돈 있으세요? 계산대 잠겨있거든요."

 

장을 보고 나와,

필자: "문도 안 열린 시간에 와서 죄송해요. 고맙습니다, 아저씨. 설 잘 쇠세요."

아저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필자: "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녕히 계세요."

 

필자: "아저씨 굉장히 친절하다. 그지? 여기가 프랑스 가게였으면 셔터 열어주지도 않았을꺼고, 밖이든 카페든 어디서든 시간 죽이다 30분 후에 오라고 했을게 분명해. 게다가 9유로 27센트 나왔는데, 9유로만 내라잖아. 프랑스 가게였으면 그런게 어딨어? 1센트, 2센트 짤없이 다~ 받았을꺼야."

남편: "음.. 음.. 아니, 한국사람들은 대체 왜 그래? 밥 안 먹고 잠 안 자고 일하는거야???"  

우리 원래 이래.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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