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e 프랑스2009.08.08 06:36
Daum 파워에디터

허브(herb)란 단어가 한국에서는 계급이 상승되서 '서양에서 향료나 약으로 쓰기 위해 키우는 식물'이라고 정의되는데 (자료: 다음 백과사전, http://enc.daum.net/dic100/contents.do?query1=10XXX44794), 실제로 알파벳을 쓰는 나라에서 '허브' (영:herb, 불:herbe, 에흐브)'라고하면 향이 있든 없든간에 잡풀을 포함해서 모든 종류의 풀을 가리킵니다.

'향료나 약으로 쓰기 위해 키우는 식물'은 옳은 정의가 아닙니다. 향료나 약으로 쓴다해도 그 식물군에서 나무는 제외되거든요. 더불어, '키우는 식물' 뿐만 아니라 '자생하는 풀'도 포함해야 합니다. 다음 백과사전이 참조하고 있는 사이트를 클릭해 들어가보면 (http://dictionary.reference.com/browse/herb) herb의 1차 정의는 'a flowering plant whose stem above ground does not become woody.' '꽃을 피우는 식물로, 땅에서 나온 줄기가 나무처럼 단단하게 되지 않는 것'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번역: ely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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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정의로 'such a plant when valued for its medicinal properties, flavor, scent, or the like.' 약효, 맛, 향 등의 가치를 지니는 식물. (번역: elysee)

3차 정의로 'Often, the herb. Slang. marijuana. ' (속어) 마리화나.(번역: elysee)

herb가 실제로 어떤 의미로 쓰이는 지 보기위해서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영어보다 불어가 익숙해서 불어의 예를 들께요.

herbe seche 하면 '마른 풀', 즉 '건초'라는 뜻이고,

직역하면 '나쁜 풀'이란 뜻의 mauvaise herbe는 '잡초'를 말하고,

herbes medicinales 하면 약이 되는 '약초'를 말하고,

donner l'herbe aux cheveux 하면 '말들에게 풀을 주다'는 뜻이고,

"Le dejeuner sur l'herbe"는 모네의 그 유명한 그림 <풀밭 위의 점심식사>의 원제입니다. (아래 그림 참고) 잔디씨를 심어서 가꾼 '잔디'라는 단어는 따로 있고, herbe하면 자연상태에서 자란 풀밭을 말합니다. 일반적인 풀들을 총괄해서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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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파워에디터

에드와르 모네, 1862~1863

캔버스에 유채

208 x 264.5 cm

파리, 오르세 박물관

 

지금 저들은 파슬리, 세지, 로즈마리, 타임 등 향긋한 풀 위에 앉아있는게 아닙니다. 잡풀이 마구 난 그냥 풀밭(herbe)에 앉아있는거에요. 이쯤되면 herb(e)가 바질, 파슬리, 타임, 로즈마리, 라벤더, 박하 등 한국에 알려진 고급스런 향기있는 식물만을 의미하는게 아니라는 걸 아시겠지요? 그냥 푸르른 풀입니다. 따라서 서양의 레시피를 보면 뭉뚱그려서 '허브를 넣는다'고 하는 대목은 한 줄도 없습니다. 요리책에 'herb(풀)를 넣어라'하면 서양인들은 '대체 무슨 풀을 뜯어넣으란 말이냐고요? 내가 소나 말이냐고요?'하고 생각할 겁니다. 대신에 '타임 한 다발과 월계수 한 장을 넣는다' '파슬리를 곱게 다져 넣는다' 등 어떤 풀을 넣는지 구체적으로 꼭 집어서 얘기합니다.

그럼, 바질, 파슬리, 타임, 로즈마리, 라벤더, 박하 등을 서양에서는 '허브'라는 통칭으로 부르지 않는다면 이들을 묶어서 뭐라고 부를까요? 프랑스에서는 plantes aromatiques, 영어로는 aromatic plants라고 부릅니다. '향이 나는 식물'이란 뜻이에요.

우리가 원래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쓰는 있는 외래어 '허브'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이해가 되셨다면 '한국에도 한국 허브가 있다'는 말이 뭔지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풀없는 나라가 있을라고요? 한국에서 '향료나 약으로 쓰기 위해 키우는 식물'은? 산에 들에 피는 뜯어먹을 수 있는 풀들, 한국에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한국을 비롯해서 동양은 날로 먹는 풀이 참 많아요. 한약에서 약재로 쓰는건 대부분이 식물인데, 그것들이 다 허브는 아니죠. 예를 들어, 계피는 계피나무에서 얻어진 것이니 허브(풀)가 아닙니다.

요리에 향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풀들이 뭐가 있을까요? 화사~한 향을 풍기는 풀들, 깻잎, 냉이, 미나리, 쑥갓 등이 있겠지요. 이것들이 한 줌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의 차이는 맛이 180도 달라집니다. 얼큰한 해물탕이 그리우면 여기서 가끔 해먹는데, 미나리와 쑥갓을 구할 수가 없어서 늘 뭔가 2% 부족한 맛이 납니다. 쓸씁한 풀을 구한다고 샐러리를 미나리 대신 넣어보기도 하는데, 안 넣은 것보다는 국물맛이 조금 낫지만 해물탕 속에서 샐러리를 건져서 먹기에는 좀 역겨워요. --;

하지만 깻잎, 냉이, 미나리 등을 '향신용 풀'이라고 부르기는 꺼려집니다. 왜? 향신용 뿐만 아니라 깻잎장아찌, 냉이나물, 미나리무침 등 그 자체로도 요리가 되기 때문에요. 쑥갓과 산초는 '향신료 풀'이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서양요리에 반찬 개념이 없듯이, 한국요리에 향신료 풀이란 개념은 찾기 애매하네요. 서양이랑 달라서 동양에선 워낙 풀이란 풀은 거의 다 먹잖아요. 그래서 동양여인들이 날씬해요. ^^

한국에서 '허브차'라 불려 팔리는 것들 있지요? '허브'가 뭔지 제대로 알고나니 '허브차'라 불리는 것들이 꼭 캐모마일, 박하 등을 우린 차가 아니라는 것쯤은 아셨을 겁니다. 위키페디아에 수록된 '허브차(herbal tea)'의 정의를 보면,

An herbal tea, tisane, or ptisan is an herbal infusion made from anything other than the leaves of the tea bush (Camellia sinensis), which originates from both China and the Middle East.

'허브차, 티잔, 또는 프티잔이란, 약용식물을 우린 물로, 차의 잎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부위로 우린 물을 포함하며, 허브차는 중국과 중동지방에서 유래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번역: elysee) 다시 말해서, 허브차는 통상적으로 우리가 알듯 서양에서 온 차가 아니라 동양에서 유래되었답니다. 아하~!!!

우리는 녹차도 '차', 인삼차도 '차'라고 부르지만 서양에는 뭘로 우렸느냐에 따라 tea(티)냐 tisane(티잔, 즉  herbal tea 허브차)이냐로 구분지어 부릅니다. tea는 찻잎으로 우린 것만을 말하구요, 흰 차, 녹차, 홍차, 세 가지가 있습니다. tisane은 기타 부위, 그러니까 꽃, 뿌리, 줄기, 열매 등을 우린 물을 말해요. tea에는 대게 각성작용을 하는 '테인' 성분이 들어있는 걸 말하고, tisane은 각성작용이 없지요. 자기 전에 따끈하게 차로 몸을 덥히고 자고 싶을 때 tea를 마시는게 아니라 tisane을 마시죠.


허브차 찾으러 수입상가까지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에는 허벌티가 허벌나게 많거든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요. 인삼차도 허브차구요, 오미자차도 허브차구요, 대추차도 허브차구요, 매실차도 허브차구요, 중국의 쟈스민차, 일본의 현미차 등 모두가 다 허브차입니다. 몸에 좋은 허브차 많이 드세요. 야밤에 잠이 깨서 매실차 한 잔 마시고 쓰기 시작한 글, 이제 마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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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
France 프랑스2009.08.08 05:27
양식에는 특정 허브들을 요구하는 레시피들이 있습니다. 넣는 양은 적지만 그 허브가 빠지면 그 음식의 제 맛이 나지 않아요. 소량을 위해서 다발을 사자니 남은 허브를 처치하기 곤란하고, 말리거나 얼려서 보관하자니 촉촉한 잎사귀 상태의 그 향이 안 살고.. 그러다보니 집에서 몇 가지 허브를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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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스파게티에 얹어내는 토마토 소스 만들 때, 없어서는 안되는 허브에요. 요즘 한창 꽃이 필 때라 대공마다 하얀 꽃이 열렸습니다. 바질없이도 잘 해 먹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날 이 허브를 넣고 만들어보니 맛이 180도 달라지더군요. 2~3인분 소스 만들 때, 2~3장만 있으면 되는데, 그 몇 장을 넣고 안 넣고는 맛의 차이가 극명합니다. 오레가노와 함께 이태리 요리할 때 자주 쓰이는 허브에요. 말려서 통에 넣어 파는 것도 있는데, 향이 살아있는 싱싱한 잎사귀를 넣는 것과는 맛이 확실히 틀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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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파

연보라 산파 꽃이 참 예쁘죠? 저는 저걸 부추려니.......여기고 김치 담글 때 넣고, 부침개할 때도 넣고, 생두부에 간장양념 올릴 때도 넣고, 정어리 요리해서 상에 낼 때 양념에 섞어 올리고 한답니다. 서양요리에서는 많이 쓰이지 않아요. 저 녀석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냐면, 물을 잘 안 줘도 그만~ 겨울에 눈 속에 파묻혀도 봄에 또 싹 트고~ 먹으려고 쑥쑥 베가면 며칠 후 또 이만큼 자라있고~ 병충해 하나없이 정말 '굳세어라 금순아'로 잘 자라요. 화분에 키워도 키우기 너무 쉽고, 참 잘 커서 주변에 원하는 이들이 있으면 나눠주고 싶을 정도에요.

사이먼과 가펑클의 <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상당히 오래 된 노랜데...^^;

Are you goin to scarborough fair?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Remember me to one who lives there, she once was a true love of mine....

스카보로우 시장에 가시나요? 파슬리, 세즈, 로즈마리와 타임(을 파는). 거기 사는 한 사람에게 나를 기억해달라고 해주세요. 그녀는 한때 내 진정한 사랑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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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슬리

파슬리, 이 노래 가사 첫번째 나오는 허브입니다. 샐러드에 잘게 썰어넣기도 하고, 생선을 후라이팬에 구워 서빙하기 바로 전에 잘게 썰어 얹어 내기도 합니다. 식당에 가면 파슬리 작은 다발을 아예 접시 위에 장식으로 얹어내기로 하지요. 저희 딸은 이걸 집어서 토끼처럼 양양양 씹어먹습니다. ㅋㅋ 이태리 식당에서 파스타가 전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파스타도 파스타 나름이지만, 익힌 스파게티에 올리브유, 소금과 후추, 잘게 썰은 파슬리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왕단순한데 그 맛이 또 입에 달라붙어서 며칠을 그것만 해먹은 적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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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위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타임입니다. 타임과 월계수는 생선 요리든 고기 요리든 프랑스 요리에 자주 등장하는 허브에요. 다른 허브들도 마찬가지지만 향이 은은~하니 좋아요. 요리할 때 향을 위해서 줄기 통째로 넣는데, 줄기는 넣지 먹지는 않습니다. 서빙할 때 빼거나 혹시 접시에 담겨있어도 안 먹고 내놓습니다. 이 녀석은 작고 하얀 꽃을 피우는데, 저희 집에서 단 한 번도 꽃을 피워보지 않은 독종입니다. ㅠㅠ 작년까지 화분에서 뼈(가지)만 앙상히 남아 상당히 부실하게 자라던 녀석이었는데, 지난 겨울에 뿌리를 땅에 박아준 뒤로 정상적으로 무성하게 크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꽃을 피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2011년 6월 26일 추가: 신기하게도 타임을 땅으로 옮겨준 '이듬해'부터 매년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 양념에 넣을 때는 줄기를 훑어서 짧은 바늘같은 잎만 넣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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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

위 타임과 함께 단짝으로 프랑스 요리에 자주 등장하는 월계수 잎. 월계수는 두 종류가 있는데, 독성이 있어서 식용으로 쓰이지 않는 월계수가 있고, 위 사진처럼 요리에 넣는 식용 월계수가 있습니다. 저 나무는 아직 어린거고, 큰 월계수는 성인 키보다 더 크게 자라기도 해요. 일반 허브들은 요리에 섞여 같이 먹는데 월계수는 요리에 향을 위해서만 사용하고, 서빙할 때 거둬내든가, 서빙된 접시에 들어있다해도 먹지 않고 거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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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나 그때로 돌아갈래~!' 상큼한 박하사탕의 톡쏘는 맛의 원천, 박하가 꽃을 피웠네요 요즘. 베트남, 모로코, 알제리 등 이국적인 요리에 잘 들어갑니다. 후식으로 먹는 과일 샐러드에 박하잎을 몇 장 손으로 썰어넣으면 상큼한 맛이 아주 그만이구요, 박하 잎이 남아돌 정도로 풍성하다면 몇 줄기 뜯어 끓는 물에 우려 차로 마셔도 그만이죠. 거기에 설탕을 충분히 타서 마시는 북아프리카식의 박하차, 맛과 향도 그만이지만, 박하가 소화에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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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

아직도 라벤더 철인데, 제가 손질을 잘 못 했는지 6월에 연보라색 꽃을 한번 피우고는 비실비실한 라벤더입니다. 햇빛 좋은 남불에 가면 허벌나게 볼 수 있는 꽃입니다. 고속도로 옆에 라벤더 밭과 달맞이 꽃밭이 쫘~~~악 깔려있어 보라색과 노란색으로 갈라져있는 들판은 숨이 막힐 정도의 장관이에요. 어딘가 캘린더 사진에서 한번쯤 보셨을 지도. 남불에서는 라벤더를 방향제로 쓸 뿐만 아니라 요리에도 넣어요. 라벤더 꽃을 넣은 쌀을 팔던데, '대체 저게 무슨 맛일까?'싶어 사고싶은 의욕이 안 나데요. 저도 요리에 넣어 먹어본 적은 한번도 없네요.


위에 나열된 허브들은 요리에만 쓰이는게 아니라 약효를 지닌 약초로도 쓰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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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