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데부'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7.06.27 헝데부의 나라, 프랑스
  2. 2007.06.23 다시보자, 프랑스(6)-칼인가 밥통인가?!
  3. 2005.11.15 11월 14일: 분만실 예약
France 프랑스2007.06.27 01:31

프랑스에서 살려면 헝데부에 익숙해져야 한다. 헝데부(rendez-vous)란 불어로 사람과의 시간약속을 말하는데 (영어 appointement에 해당),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갈 때도, 어디가 아파 의사를 볼 때도, 은행에 계좌를 틀 때와 닫을 때는 물론이고 계좌 담당자를 볼 때도아무 때나 불쑥가서 일을 처리할 수 없다. 헝데부를 잡지않는 일반의가 있기도 하지만 응급실을 제외하고는 헝데부가 없으면 의사를 볼 수 없다고 보면 된다. 결혼을 할 때도 넘버원으로 처리해야할 일이 시청에 결혼날짜 헝데부를 잡는 것! (참고: 프랑스에는 결혼식장이 없고, 모든 결혼은 의무적으로 시청에서 치루게 되어있으며 시장이 결혼식 주례를 한다.) 넘버 투는 피로연을 할 식당 예약이다. 이 두 예약을 보통 6개월에서 12개월 전에 한다. 분만을 할 때도 임신 3개월 전에 분만실 예약이 들어가야 한다. 이처럼 예약을 일찌감치 잡고 헝데부를 잡아두면 지체됨없이 일이 착착 진행될까?

 

대개는 그렇다. 프랑스인들은 미리미리 헝데부를 잡는 습관에 익숙한데, 이는 한국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아트 프로젝트의 경우, 이들은 5년 전부터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작년에 한불수교 120주년을 맞아 한국의 문화관련기관에서는 그 전해인 2005년에 프랑스측에 컨택을 했다고들 하는데, 너무 '늦어서'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고 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의미의 중요성을 실은 행사를 프랑스인들이 준비했다면 컨택과 프로젝트 제안이2000년부터 들어갔을 것이다.

 

일상 속에서의 헝데부 문화는 어떨까? 헝데부를 잡아놓으면 병원에서 삽질(?)하고 줄창 기다리지 않아도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더라. 줄창까지는 아니오마는정시에 도착을 해도 15분 정도 기다리는 경우가 통례이며, 30분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많지는 않지만 때로는 1시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헝데부없이 보는 일반의의 경우는 1시간 기다리는건 다반사다.분만 통증이 오는 것 같아서 택시 잡아 뛰어간 산부인과 응급실에서 4시간 기다린 적도 있다. 다행히도 애가 나올 때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었지만 신랑하고 나하고 그날 병원에서 얼마나 씩씩거렸는지 모른다. 기다리기를 우선 2시간인가를 기다렸는데, 진료실이 간신히 하나 비어 들어간 순간, 한 산모가 소방차에 실려 앵앵~거리며 실려오는 바람에 나는 비교적 덜(?) 급한 환자로 취급되서 줄창 기다려야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택시 잡지말고 소방차 부를껄... 푸념을 하면서 남산만한 배를 까고 천정을 하염없이 보며 누워있기를 1시간. 시간은 자정이 다 되가고 있었다. 난 배에 연결된 태아심장측정기를 슬금슬금 치우고 일어나서 바지를 줏어입고 있는데,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아니 지금 뭐하는거냐?!'는거냐며 놀래는거다. 성질좋은 우리 남편이 오죽하면 간호사에게 성을 냈을까? 응급실에 온 산모를 이렇게 수 시간 방치할 수 있냐면서.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만 낄낄.. 

 

반면, 헝데부보다 늦게 나타난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고 '새로 헝데부를 잡으라'라고 퇴짜를 놓는 의사도 간혹 있다. 지금까지 두 번 봤다. 개인적인 헝데부나 단체모임에서 잡히는 헝데부에 '코리안 타임' 비스무리한 건 없다. 전부들 10분 전쯤에 나타나서 헝데부 정각에 이동을 하든지 행사를 시작해버린다. 이 나라 시스템은 헝데부에 늦으면 늦은 당사자에게 손해가 돌아가게 되있다. 행정적인 헝데부들은 특히 칼같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난 친구와의 약속이나 모임약속이나 10분에서 많게는 30분 늦게 나타나곤 하는 버릇이 있었다. 집에서도 '출동준비~!'하면 맨꼴찌로 현관문을 나서곤 했는데, 프랑스에 살고부터는 그 버릇이 싸악~ 고쳐졌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헝데부를 잡으면 좋을 것 같지? 앓느니 죽는 경우도 있다.한번은 쇼크를 받아 심장이 며칠간 비이상적으로 뛰길래 급하게 심장의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 얘기를 했는데, 비서가 한 달 후에야 시간이 난다면서 헝데부를 한 달 후에 잡아주더라! 한 달 후에는 장의사를 봐야할 지도 모르는데 이 사람들이.. 거참. 또 한번은치과에 정기검진을 갔는데 (치과와 안과는 1년에 한번씩 정기검진 받는거 아시죠? ^^), 대체 언제 났는지도 모르겠는데 사랑니 4개가 다 났더라. 문제는 그중 아래 사랑니 2개가 비이상적으로 자라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4개를 다 빼라는 진단이 나왔다. 프랑스는 치과의(dentiste)가 사랑니 제거 수술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관련의사를 찾아 헝데부를 잡으러 전화를 거는데... 그때가 지금처럼 6월이었나보다. 의사들이 바캉스를 간다고 헝데부를 석 달 후로 주더라고.. 이 사람들이 정말. 물론 며칠 안에 헝데부를 잡아주는 시간많은(?) 전문의들도 많다. 다만 그들의 진료비는 보험국에서 책정한 금액을 훨씬 웃돌기 때문에 내가 부담해야할 진료비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의사들이다.

 

헝데부를 잡고도 황당했던 top 1은 분만예정일에 일어났다. 제왕절개수술 날짜를 받아두고 멀리서 TGV를 타고 올라오신 시어머니와 신랑까지 대동해서 예정된 바로 그날, 큰맘을 먹고 병원에 갔다. 소방차 타고 분만실 들어가는게 꿈이었으나 현실은 꿈처럼만 흘러가는 것이 아닌 법. 택시를 타고 우아하게 걸어들어갔다. 아니 왠걸? 그날따라 왜 하필이면 온동네 산모들이 다 같이 통증이 와가지고 분만 후 쉴 침대가 없다면서 우리 셋은 퇴짜를 맞았다. 난다긴다하는 의사들이 결정해서 헝데부를 잡아도 신의 뜻이 아니면 아닌겨.. 어흑~임신 초기에 분만실 예약잡느라 들고 뛴 에피소드는 엮인글에서 읽으시고.. 임신 중 정기검진을 가도 모든 검사가 총괄적으로 산부인과에서 이뤄지지 않고 각 전문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치뤄진다. 때문에 한번의 산부인과 헝데부로 끝나지 않고 여러 개의 헝데부를 잡아야 한다. 예를 들면 소변검사, 혈액검사 및 기타 임신관련 검사들은 lab에서 치뤄지니 lab에 헝데부 잡고, 초음파촬영이 있는 날은 radiologue와 헝데부 잡고, 그 결과를 다 들고 다음 번 산부인과 의사와의 헝데부에 가야한다.헝데부가 이쯤 되면 골치가 쪼금 아프지 않은가?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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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 프랑스2007.06.23 08:27

에피소드 1.

프랑스의 경우, 집 빼기 석 달 전, 서면으로 통지를 해야한다. 이사 날짜 석 달하고 이틀 전날, 부동산에 가서 서면을 제출했다. 그걸 한 부 복사해서 내게 건내줘야 하는데, 그 편지를 받은 여자 왈, "이 편지는 정확히 석 달 전이어야 해요. 이틀 후에 제출하세요."

나: "이틀 후면 일요일이에요. 여기 문 닫지 않습니까?"

녀: "그럼 날짜를 앞당겨 정확히 석 달 후에 방 빼세요."

나: "방 열쇠는 편지에 적힌 날짜에 건내고 싶어요. 미리 방 빼고 싶지 않습니다. 석 달에서 이틀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고, 이틀 먼저 제출하는건데 그게 문제가 되나요?"

녀: "그럼 편지에 적힌 서류작성일을 이틀 후로 하세요."

카피만 하는 이 고지식한 직원, 나더러 방을 빼지 말라는거냐 뭐냐.. 왠 트집을 이리 잡냐? 뜨하~ 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다른 부동산 직원 둘이 내 편을 들어줬다. 다행히. 이 얘기를 이웃집 여자에게 하니 대체 그 부동산 어디냐고 묻는다. ㅎㅎㅎ

 

에피소드 2.

행정상의 서면통지를 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오후 2시30분 이후에 전화를 하라는 내용이다.

집에서 5분 거리인데다 그곳에 다른 일로 갈 일이 있어서 들른 참에 담당자를 찾아 잠깐 얘기하려고 했다. 보이는 아무 문에 노크를 했다. 금요일 오후 2시였다.

나: "실례지만 XX를 찾습니다."

녀: "전데요. 무슨 일이세요?"

나: "편지를 받았어요." (편지를 보였다)

녀: "아, 그거요? 헝데부를 잡아야 합니다."

난 다이어리를 꺼내 헝데부(=만남 약속)을 잡으려고 했다.

녀: "편지에 전화하라고 써있잖아요. 월요일 오후에 전화주세요."

나: (@@!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뭐꼬? 지금 여기서 헝데부 잡으면 안되나???)

녀: "보시고 계시는대로 제가 지금 바빠요. 월요일 오후에 전화로 주세요."

나: "아..... 모..... 그러시든지."

녀: "고맙습니다. (Je vous remercie beaucoup. ; '고맙다'는 표현 중에도 굉장히 깍듯이 형식적인 방식이다)"

우리 신랑이 이 얘기를 듣고 어이없다고 웃더라.

 

에피소드 3.

우체국에 은행계좌가 있었을 때였다. 우체국에 우편물 건으로 아침 일찍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 우체국 문 바로 앞에서 출근하고 있는 내 계좌담당자를 만났다. 안 그래도 그에게 물어볼 것이 있던 차에 잘 됐다 싶어,

나: "안녕하세요. 당신이 계좌관리하는 클라이언트 중에 하나에요.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그: "전화로 헝데부 잡아서 오세요."

나: "지금.. 눈 앞에 있는데, 전화를.. 하라구요?" (이해를 못해서 어리둥절..)

그: "그게 더 프로페셔널합니다. 전화로 주세요."

띵~! 황당해하는 나를 뒤로하고 그는 우체국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하도 기가막혀서 길/건/너/ 공중전화박스에 가서 그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나: "여보세요? 방금 몇 분 전에 당신이 마주치고 지나간 클라이언트요. 이제 됐소?!"

난 그 날로 우체국에 남은 돈을 타은행에다 전액송금 시켜버리고 우체국 은행계좌를 닫아버렸다.

 

에피소드 4.

이건 몇 년 전 얘기다. 이삿날이 체류증 유효기간 마지막 날이었다. 이사 바로 전날, 경시청에 가서 사정 얘기를 하고, 유효 말일 하루 전날 기간연장을 부탁했다. 답하기를, "오늘은 유효기간 마지막 날이 아니기 때문에 연장 못 해드립니다. 유효기간이 끝나는 내일 오세요."

여기서 잠시 경시청 사정을 설명하자. 경시청 내외국인 체류증은 줄이 너무 많아서 새벽 5시반에 일어나 6시에 출발해서 7시전에는 도착해 줄을 서야했다. 경시청 문은 8시45분에 열린다. 7시에 도착하면 당일 오후 4시, 문이 닫히기 바로 전에 턱걸이로 일을 마칠 수 있다. 이러니 이삿날 잠시 들렀다 가기가 불가능했다.

그녀가 이어서 말하길, "안 그러면 새 거주지에 가셔서 하세요. 모든 서류를 처음부터 다시 다 준비해 가셔야 합니다." 모든 서류를 처/음/부/터? 꿱~~~~!!! 차라리 내일 다시 올께요. 깨갱~ 나는 이날 빠꾸 맞았다. 경시청에 가서 빠꾸 맞은 외국인이 어디 나 하나였으랴? 나도 처음이 아니었던 것을. 프랑스에서 경시청 가기가 젤~ 싫다.

 

다음 날. 새벽 5시에 일어나 밥을 먹는둥 마는둥 눈꼽만 떼고 출발, 6시에 도착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야 일을 마치고 이삿짐을 나를테니 서둘렀다. 이날이 12월 9일 (안 잊어버린당!), 추위 속에서 2시간 45분을 기다렸다. 8시45분이 됐다. 이날 문이 열리고 경시청 직원들 파업했다고 문 앞에서 다 쫓아냈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을 말자.

녀: "어제 말씀하시기를 오늘 이사하신다면서요?"

나: (뜨끔!!!) "네....."

녀: "거주지 이전신고는 이전일로부터 30일 내에 하셔야 합니다. 그러니 오늘 기간연장은 한 달로 해드릴께요."

원래 기간연장은 보통 석 달이다. 체류증에 한 달짜리 도장이 찍히려는 순간이었다.

"잠깐만요~~~~~~~~~~!!!!!!!!이것 보세요. 저 임산부요. 어제도, 오늘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왔어요. 8시45분에 열리는 문 앞에서 6시부터 저 추운데서 줄을 섰어요. 해도 뜨지 않아 깜깜한 그 추운 겨울 아침에 임신부가 밖에서 3시간씩.. 이 짓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또 한 달 후에 또 하란 말입니까? 한 달 후면 1월 9일, 역시 엄동설한이요. 사정 좀 봐주시오! 제발 부탁이오!"

그녀는 아직 티가 나지 않은 내 배를 보더니 (배가 나올 시기도 아니었지만 배가 봉긋하게 올랐다해도 겨울옷에 덮여 티가 나지도 않았을꺼다) 기간을 석 달로 연장했다.

솔직히 말하면 새벽같이 나가서 줄을 선 건 내가 아니라 신랑이었다. 그가 출근할 시간에 맞춰 내가 8시에 도착, 교대했다. 여기 겨울 아침 8시면 동이 트는 시각이었다. 45분이라해도 추위 속에 뱃속에 씨앗을 품고 서서 45분 줄서기가 결코 쉽지 않더라.

 

칼일까요? 밥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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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에게 풀장을 달라!

3시간 후면 시어머니께서 도착하신다. TGV로 3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를 불사하고 하루 이틀 머물자고 파리를 오시는 이유는 단 한 가지 : 나의 분만실 예약을 잡아주는게 그분의 이번 미션!

 

생리가 멈추고 소변검사로 임신을 확인하게 되면, 그때는 이미 임신 5주째다. 근데 프랑스에서는  이때부터 바로~~!!! 분만실 예약을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입덧 조리를 한 달 간 더 하다가 갈까.. 했을 때, 신랑이 프랑스에서 '빨랑 오라!'고 재촉을 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분만실 예약 때문이었다. "임신 1~2개월에 분만실 예약하는거래. 안 그러면 나중에 우리 애기 길에서 낳게 될지도 몰라!!!" '길거리가 뭔가? 나에게 풀장을 달라! (쿨럭~)' 전화 저 편에서 신랑이 워낙 심각하게 애원을 하니 장난도 못 쳤다.

 

이 나라는 하이간 모든게 'rendez-vous(헝데부)', 즉 예약이 없이는 아무데도 못간다고 보면 된다. 은행에 내 계좌 관리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도 헝데부,의사를 만나러 갈 때도 전화걸어 헝데부,경시청에 서류하러 갈 때도 어떤 방법으로든 먼저 헝데부부터 잡고 봐야하며,결혼을 할 때도 결혼준비의 첫시작은 이 헝데부를 잡는 일부터 시작한다. 결혼식을 시청에서 하는데, 시청에다 헝데부를 먼저 잡고, 피로연을 할 식당에 헝데부를 잡는데, 늦/어/도/ 6개월 이전에 예약을 넣는게 상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하는 식당에서 식을 치루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피로연 식당을 1년 전에 예약하는 커플도 많다. 청첩장은 3개월 전에 돌리고, '온다, 안 온다'는 확답을 식 1개월 전까지 받아 식당에 정확하게 예약을 넣어야 한다. '온다'고 했다가 안 오거나 '안 온다'고 했다가 오면, 낭패다. 피로연 1인당 식비가 10만원꼴 하기 때문에! (프랑스의 결혼문화는 언제 날 잡아서 길게 얘기하자) 한국에서 예식장을 6개월에 예약하러 가면 씨익~ 웃을껄? "뭐가 그렇게 급하시다구.. 자리 많이 비었으니 한 달 전에 오세요~" 청첩장도 식 한 달 전에 돌리는게 통례인 우리나라에서 보시기에 이상했는지 울부모님도 우리 신랑신부에게 그러셨다. "아니 뭐가 그렇게 급해? 너네가 서두르는거야? 프랑스가 원래가 그런거야?" 하다못해동네 미용실에 머리하러 갈 때도 헝데부를 잡아야 할 정도면 말 다 한 거 아닌가?

 

임신을 하고보니 이젠 또 분만실을 7~8개월 전에 예약하라고 하네? 애가 나온다 싶으면 근처 산부인과로 뛰어가면 되는게 아닌가부네? 허~ 참. 근데 병원에 가서 어느 의사에게 헝데부를 잡아야 하는지 알아야 말이야... 뭘 미리 알아보고 결정해야 되는지 알아야 말이냐고.. 아파서 병원 한번 갔다오는 거는 전혀 문제가 아닌데, 분만을 위한 산부인과를 예약하면 -이 나라에서는- 임신 6개월부터 그리로 통원을 해야한다고 하고, 임신 말기가 되면 1주일에 의사를 2번씩 봐야한다고 하니 이건 한번의 헝데부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나와 내 아이의 건강과, 무엇보다, "생명"을 맡기는 중대한 문제라 아무 병원에나 덥썩 예약을 넣어서는 안되겠다 싶은거다. 

 

무엇을 알아봐야 하는지 여러 번 시어머님께도 묻고, 임신 7개월인 시누이에게도 전화로 물었다. 시어머님께서 "너만 원한다면 내가 올라가마". "괜찮아요, 어머님. 제가 알아볼께요." 했지만 지난 1주일간 '자궁' '양수' '제왕절개' '신생아' '기형' 등 분만과 관련된 새로운 어휘들이 속출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들 사전 뒤져가며 깨우쳐가고 있는 판국에 병원에 가서 혼자 이래저래 알아보고 따져보고 '어느 병원! 어느 의사!"로 결정내릴 자신이 솔직히 없었다. '나에게 풀장을 달라'던 배짱은 꼬리를 감추고, 전화 띠리리~ "어머님, 와주세요. SOS!" ㅠㅠ

 

 

2. 지리멸렬한 서류의 파도와 또 한판 씨름

아침에 보험국에 갔다. 남편의 회사보험을 배우자에게도 받을 수 있게 되서 지난 주 보험카드를 반납했었다. 새로운 서류가 도착할 때까지 내 보험은 당분간 무효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만실을 예약할 수 있을지 물어보러 갔다.

 

보험국: "임신증명서 있어요?"

나: "12월초에 산부인과 의사를 보러 가는데, 그때 받을 수 있을꺼에요"

보험국: "임신증명서 갖고 오시면, 보름 후에 서류 발급해 드립니다."

나: "지금 임신 10주차로 접어드는데요. 새 서류 발급받을 때라면 한 달 후, 임신 3개월이 지나가는데 분만실 예약이 너무 늦지 않을까요?"

보험국: "새 서류 없으면 분만실 예약 못 잡습니다."

 

뜨아아~~ 아, 또 씨름 한 판 시작하는구나. 시어머님은 저녁에 기차타고 올라오시는데 으쯔까나..!!! 집에 와서 분만실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병원: "보험서류, 보험카드, 임신증명서 필요없구요. 혈액검사나 초음파검사 결과가 있으면 예약 가능합니다."

나: "혈액검사는 했구요. 초음파를 한국에서 임신 5~7주차에 봤는데, 유용한가요?"

(전에 말했다시피 프랑스에는 12주가 넘어야 첫초음파 촬영을 할 수 있다)

병원: "문제 없습니다. 마지막 생리일과 출산예정일만 아시면 돼요."

 

흐뭇~! 보험국과 병원측의 말이 이렇게 다르다. 혹시나 싶어 아침에 받아온 혈액검사 결과를 다시 들여야봤다. 대체 어느 항목이 임신을 확인할 수 있는거람??? 결과서를 들고 다시 lab에 갔다. lab의 답,

"테스트 중에 임신을 증명할 수 있는 항목은 없네요." @@!!!

 

병원이 집에서 1시간 반 떨어진 곳이라 재확인하러 전화를 걸었다. 지난 금요일에 신랑이랑 먼거리 갔다가 이미 한번 빠꾸맞았으므로. 흑흑~ 아까와는 다른 사람이 받았다.

 

나: "혈액검사를 하기는 했는데, 임신을 증명할 수 있는 검사는 없는데요. 임신 5~7주차에 한국에서 찍은 초음파 사진 가져가면 예약 가능하죠?"

병원: "예, 가능해요. 근데 어디 사시죠?"

나: "지금은 어디 사는데, 3주 후면 거기로 이사합니다."

병원: "주소지가 추적되기 때문에 지금은 예약하실 수 없구요. 거기로 이사한 다음에 오세요."

나: "새 집 계약서에 싸인까지 해서 이사가 확실하고 거기에서 분만할게 확실한데요?"

병원: "이사하신 후에 오세요."

 

아니.. 임산부는 이사도 할 수 없단 말이냐? 분만을 3개월 앞두고 이사하는 임산부가 있다면, 대체 분만실 예약도 못 하고 길거리에서 낳으란 말이냐 뭐냐? 어머님께 전화를 삐리리~ 돌리려다가 '이미 기차에 타신 분, 어찌하리? 도착하신 다음에 대책을 세우자' 싶어 말았다.

 

배는 불러오지도 않는데 분만실 예약 문제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이 없다. 2시간 후면 '협상의 여왕' 어머님이 몽빠르나스역에 도착하신다. 미션이 과연 성공할 지...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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