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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08 파리 16구, 몸사리는 동네 구경담
France 프랑스2007.01.08 18:42

아는 신혼부부가 16구에 살림을 차렸다. 80제곱미터짜리의 아파트를 사서 4개월간 이곳저곳 -실은 구조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 손을 본 뒤, 집들이-는 정확히 아니고, 집들이겸- 초대를 했다. 16구면 파리 내에서 부촌으로 꼽는 구역이다.

 

건물 입구에 도착하니 디지탈 코드가 2개 있다. 디지코드가 2개나 있는 곳은 보통 밤에 걸어다니면 불안한 지역, 다시 말해서 강도나 도둑의 위험이 많은 지역에나 있는 법이다.  16구라면 건들거리는 청소년도, 술취한 중년 남성도, 초미니의 창녀도 나다니지 않는 안전한 곳인데, 디지코드가 2개나?!!

 

황당한 건, 디지코드 2개를 열고 들어갔는데, '나 왔어요~ 문 열어주세요~' 사인을 보낼 초인종이 없는거다! 아파트 홀에서 핸펀을 때렸다. "어, 우리 건물에 도착했는데, 어떻게 초인종이 없어? 어디로 가?"

 

승강기는 홀수층과 짝수층으로 2대. 총 층수가 30층이나 되면 모르는데, 어이없는 건 이 건물은 겨우 6층밖에 안된다는 점! 6층이면 건축법상 승강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화재용 비상승강기를 둘 '수'는 있어도 6층일 경우, 승강기가 의무조항은 아니다. 어쨌거나 이 건물의 황당함은 이것이 끝이 아니더라구..

 

나는 유모차를 타고 승강기를 타고, 신랑은 계단층으로. 왜? 승강기가 코딱지만해요! 기껏해야 6층밖에 안되는 건물, 2대를 합쳐서 큰 승강기 한 대로 운행하면 더 낫지 않냐고요? 어쨌꺼나 유모차를 밀고 나는 승강기 안에 겨우(!) 구겨들어가고, 계단층을 통과한 남편과 승강기 앞에서 재회. 남편이 승강기 문 열어주기를 기다렸다. 왜? 울신랑은 중세 기사, 나는 공주여서가 아니라 승강기가 옛날식이라서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를 않거덩.. 이 나라 옛날식 승강기는 문이 2개. 안쪽문은 자동으로 열리지만, 바깥문은 손으로 밀어서 연다.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그지같다. (참고로 이 건물은 60년대에 지어짐.)

 

승강기에서 내려 두리두리 둘러보니 문은 홀을 돌아가며 여러 개 있는데, 그중에 어느 문? 보통 문 옆에 세대주 이름을 붙여놓는데, 이 -그지같은- 건물은 그것도 없다! 핸펀을 또 때리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문이 열리네. "어, 여기야!"

 

또 황당한 건, 이 집합건물에는 우체통이 없다! 우편물은 어떻게 받느냐고 물어봤더니 수위가 챙겨서 문 밑으로 집어넣는단다. 그럼 수위는 세대주 이름이 적힌 각 층별 평면도를 들고 1층부터 6층까지 가가호호 방문을 한다는 소린데.. 뜨하~ 건물 입구에서 수위실이 있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수위는 어디에 -숨어-있는걸까?

 

그 집에서 나오면서 보니까 승강기 홀 한 켠에 사람 이름이 쪼그맣게 적힌 문을 하나 봤다. 아마도 거기가 수위실인 듯. 수위실에 창문 하나 안 달려 있어서 난 거주세대 중에 하나인 줄로 알았다.

 

도대체 이 건물엔 어떤 주요인물들이, 또는 어떤 억만장자들이 살길래 세대주 이름을 이같이도 비밀에 부치는걸까? 이런 건물은 지금껏 처음 본다. 꼭 크레믈린 궁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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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