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선 이후부터 유독 한식만 찾는다. 며칠 전부터는 냉면 한 그릇이 눈 앞을 왔다~갔다~

한식당 밥값이 만만치 않은터라 선뜻 "가서 사먹어!" 소리는 못하고 신랑은 "집에서 해먹으라"고 하는데, 냉면이 집에서 뚝딱!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걸 이이가 모르는게야..

 

육수를 만들려면 적/어/도 1시간은 고기를 삶아야 하고, 그게 양지머리면 차가운데 몇 시간을 내놓아서 고기의 지방을 걷어내야하며, 션~한 동치미국물을 섞어서 입에 쩍~쩍~ 달라붙는 맛난 냉면국물을 얻어내려면 동치미를 담그고 익기까지 사흘을 기다려야 하는데.. 집에 냉면 면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당면갖고 시도를 해보나? 하는 참 안쓰러운 상상을 하면서 서울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야? 나.. 응.. 잘 지내.. 서울에서 (3번이나) 먹었던 그 물냉면이 먹구 싶네.."

역시나 엄마다. 당장 "한식당 가서 사먹어!"

"여기 비싸."

"얼만데?"

"12유로(=1만5천원). 한국 냉면값의 3배야!!!"

"엄마아빠 통장에 달아놓을테니까 오늘 점심에 가서 꼭 사먹구 와! 알았지? 먹고와서 다시 전화해!"

 

하여, 11월 23일 점심. 냉면을 하는 한식당 몇 군데에 전화를 걸었다. 노틀담 옆에 있는 한식당은 하필 수요일이 정기휴일이랜다. 15구에 있는 고기집에 전화를 걸었다. 몇 주 전에 신랑의 친구 커플들과 함께 몰려가서 '한식을 소개시켜주마!'하는 취지로 소/돼지 갈비와 불고기를 시켜먹었던 집이다. 다행히 한댄다. 바깥기온은 끽해야 5~7도. 모자 쓰고, 목도리 두르고, 누비 롱코트 입고 집을 나섰다.버스타고, 전철타고, 또 버스로 갈아타고... 당장 간다고 했지만 45분은 족히 걸렸다. '아, 배고파..' ㅜㅜ

 

나: "애가 서서 그런가... 이 추운데 갑자기 물냉면이 먹고 싶어지더라구요.." ^^;;

주인 아저씨: "추우실텐데... 라디에타 옆에서 드셔야겠어요" ^^

나: "따끈한 육수 한 컵 좀 주시겠어요?"

 

잠시 후, 주인 아줌마가 보글보글 끓고있는 설렁탕 국물을 한 사발(!) 가득 내오셨다. 감격적이었다. ㅜㅜ물냉면을 먹다 추우면 육수를 마시고, 육수를 마시다 냉면이 그리우면 허겁지겁 냉면을 먹었다.그렇게 물냉면 한 그릇을 끝내고, 입에 쩍쩍 달라붙는 고깃국물을 끊임없이 퍼마시고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옆에 오셨다.

 

"밥 좀 드릴까요? 밥도 있는데..." ^^

"아우, 아니에요. 배 부르게 많이 먹었어요." ^^;

"2인분이신데.. 많이 드셔야죠." ^^

말이 막힌다. 그저 참 고맙다는 생각뿐.

 

잠시 후, 냉면은 다 건져먹고, 뜨끈한 육수 사발은 바닥을 훤히 드러냈다. 물냉면은 서울에서 엄마랑 아빠랑 같이 가서 먹었던 곳이 더 맛있었지만 며칠동안 먹고 싶어 마음만 졸이던 물냉면 먹어 속풀고, 육수로 몸 덮히고, 감격스런 두 분의 친절에 마음까지 훈훈해진 채로 식당을 나왔다.

 

지난 주말에는 냉면 면발을 샀다. 집에서 동치미를 담그고, 육수도 끓였다. 며칠 후면 집에서 만든 물냉면을 먹을 수가 있다. 신랑이 아직 맛도 못 본 다수의 한국음식 중에 하나일 것이다. 신랑보다 애가 먼저 냉면 맛을 안다. 요즘은 아랫배에 점점 탄력이 생기면서 단단해진다.1시간 후에는 초음파 촬영 헝데부가 있다. 헝데부 1시간 전에 물 3컵 마시고 오랜다. 물 마시고,이따가 애기 보고와서 보자고요~! ^^

 

 

* 참고: 파리에만 한식당이 20군데는 되는데, 각각 전문요리가 다르다. 내가 갔던 <봉식당>은 갈비와 불고기가 대표 메뉴고, 냉면도 먹을만하다. 맛있고, 반찬 깔끔하고, 무엇보다 주인내외분이 인정많고 친절하다. (식당정보: <봉식당>, 41 Rue Blomet (15구, 메트로 Volontaires) Tel. 01.4734.7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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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꼴로

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글을 우리말과 불어로 기고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기자들을 도와 한불 번역작업도 합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연재 '전환을 향해서'), 녹색평론, 녹색전환연구소, 귀농통문, KBS Green, 지오리포트, 네이버 파워블로거(2008~2009). 기고, 통번역, 코디 등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방명록에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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