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내가 알기로 나를 포함 한국인 3명이 사는데, 어제 하루만에 내가 아는 그들이 아닌 다른 두 명의 우리말 사용자를 만났다. 한 명은 우리 아파트에 공사하러 온 인부인데, 서울에서 12년 살았다고 한다. 한국어를 한국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을 한국에서 만나도 신기한데, 한국 밖에서 만나서 더 신기하다. 헤어지면서 « 수고하세요~ »하니 « 네에~ »하는 자연스러움에 그저 감탄 !

다른 사람은 지나면서 눈팅 몇 번 했던 이웃인데, 한국인 일 수도, 다른 동양인일 수도, 한국에서 어릴 때 입양된 프랑스인일 수도 있어서 서로 지나쳤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뭐하게 ? 나도 그런 쓰잘데 없는 호기심성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 지겹다.) 그러던 어제, 두발자전거를 안 타려고 버티는 아들래미에게 작심을 하고 자전거를 가르쳐주리라하고 아파트 단지 마당에 내려와있었다. 자전거가 싫다고 버티던 녀석이 두발자전거로 달리는데 성공을 하고 나니 주차장을 한 50바퀴는 돌았을까 여튼 40분째 주차장을 돌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내가 애들한테 하는 한국말을 알아듣고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듯한 아기랑 내려와있던 동양인 얼굴의 이웃이 말을 붙여왔다. « 한국인이세요 ? »

나만큼이나 프랑스 생활을 오래 했던 한국인이었는데, 18개월 된 아기에게 계속 불어로 말하고 있었다. 내가 앉아있는데로 아기가 오더니 내 옆에 앉았다. 아기가 하늘을 쳐다보며 손가락질을 하길래 내가 ‘비행기 ?’하는데 아이 엄마는 동시에 ‘아비용 ?’이라고 말했다. 불어로 '아비용'은 비행기를 뜻한다. 아이에게 ‘쎄쎄쎄~’를 해주면서 ‘얘 이거 할 줄 알아요 ?’하니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여기저기 딴전팔고 있는 새 아기가 내 손가락을 잡아 올리더니 ‘쎄쎄쎄~’를 하는게 아닌가 ?!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학수고대하는 아기 엄마를 뒤로하고 들어와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첫번째, 그 엄마는 다른 아이도 아닌 바로 자신의 아기에게, 아직 말도 안 뗀 아기에게 왜 한국인 억양이 섞인 외국어로 말을 가르쳐주면서 동시에 한국을 그리워하는 걸까 ?

나도 가끔 울컥 한국이 그립고, 한국 음식이 땡기고, 한국인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찰진 우리말로 얘기하고 싶을 때가 불현듯 쯔나미처럼 밀려들 때가 있지만 내년 1월이면 프랑스 생활 18년차가 되가는 판에 내가 나를 달래는 방법을 터득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향수병이 돋으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페북에 쏟아놓기. ㅎㅎ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고, 나에게 중요한 것은 언어 그 자체가 아닌, 언어를 통해서 전달되는 내용이다.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가졌으며, 어떻게 표현하는 지가 내 관심을 끈다. 그리고 시간을 들여 생각과 행동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지를 본다. 어떤 언어로 ‘말’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한국어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정서가 있기는 하다. 그건 동의하는데, 그 공유하는 정서가 반드시 커다란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은 아니다. 그건 마치 나도 사랑을 하고 싶고, 너도 사랑을 하고 싶지만 내가 너와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 사는 한국인, 여기에서 살다가 떠난 한국인, 여기 놀러왔던 혹은 일하러 왔던 한국인들과 숱하게 만나고 헤어지면서 이제는 단지 ‘한국인’이라는 공집합이 내게서 유대관계를 이끌어내는 주된 요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솔직히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모두와 친구관계를 맺는 건 아니지 않은가? 우리말로 대화한다고 해서 서로 '말'이 다 통하는 건 아니지 않나? 동일한 모국어로 얘기하고 있어도 말이 안 통해서 답답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우리말 할 때 한국이든 외국이든, 외국에서 수 십 년을 살았든간에 우리말에 외국어를 섞어 쓰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에 대해 왠지 거부감이 든다. 왜 그럴까? 내가 영어를, 불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태도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어를 하는 중에 모르는 단어를 모국어로 쓸 수는 있다. 모국어로 대체하기 힘든 외국어를 번역하기 힘들어서 외국어 단어를 그대로 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국어를 하는 중에 모국어에도 뻔히 있는 쉬운 단어를 외국어로 대체하는 건 그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태도를 은연 중에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번에 한국에 가서 우리말 반, 영어 반 섞인 웃기지도 않은 광고판을 어렵지 않게 봤는데 이건 언제 다시 한번 블로그에서 다뤄볼 만큼 할 얘기가 많다. 

한번은 프랑스에 온 지 고작 2년 되었는데 ‘우리 애기 공원에 프로므나드하러 가요’하는 엄마를 만났다. 외국인이 드물었던 그 동네에서 내가 우리애들한테 한국어를 하고 있었으니 너무나 반가와서 내게 말을 걸어왔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는 한국어를 하는 어떤 누구라도 반가왔을꺼다. XXX라는 이름의 나라는 인간은 그저 그에게는 허상에 불과한 거였다. 속을 다 터놓을 듯이 쉽게 친해졌던 그 엄마와의 관계는 결국 3개월도 가지 못했다. 쉽게 친해졌던만큼 헤어질 때도 전화 한 통으로 불발로 끝나더라. 어제 만난 엄마도 아직 말도 떼지 않은 아기에게 불어를 쓰고, 내가 일하는 프랑스 회사를 모른다. 프랑스에 살고 있고, 환경과 유기농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모를 수가 없는 회사인데. 이 엄마와의 공감대를 어디쯤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 엄마는 한국인 엄마를 같은 단지에서 만나서 너무나 반가와하는데, 그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감당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 그의 기대감에 못미칠 것 같아 만남의 첫단추가 불안하다. 

반대로, 가끔 내 불어를 완전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프랑스인들이 있는데, 그들 또한 언어 그 자체 밖에 보지 못하는 맹인들이다. 말하다가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아니면 상대가 하는 말을 잘못 알아들었을 때, 그게 프랑스인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히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거고, 똑같은 경우가 외국인에게 닥치면 '프랑스를 제대로 모르는구나’라고 치부한다. 이건 편견이다. 또한 상대로부터 자기보다 못한 무언가를 찾아내서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스스로를 높이 추켜 세우려는 그릇된 자존심이다. 우리 모두 언어 저편에 있는 진실과 마주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는 시간을 두고 차곡차곡 쌓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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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글을 우리말과 불어로 기고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기자들을 도와 한불 번역작업도 합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연재 '전환을 향해서'), 녹색평론, 녹색전환연구소, 귀농통문, KBS Green, 지오리포트, 네이버 파워블로거(2008~2009). 기고, 통번역, 코디 등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방명록에 남겨주세요.

지난 한 해를 결산할 시간이 29분 남았다. 부족한 게 많은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한테 고맙고, 미안하고, 더 잘 해야겠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야지.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새해에도 사랑과 행복이 충만하길 기도한다. 우리 가운데 혹은 저 멀리 더 많은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아멘 혹은 나무아미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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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기가, 떡국떡이 너무 먹고 싶은데 한국가게가 멀어서 집에서 가래떡을 만들었다. 송편도, 경단도, 인절미도 프랑스에서 여러 번 만들어 봤지만 살다 살다 집에서 손으로 가래떡 뽑기는 첨이다. 쌀가루를 익반죽하여 삶아낸 것을 반죽해갖고 랩으로 싸서 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가래떡(비스무리한 놈)을 뽑아냈다. 꾸덕꾸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썰어야 하는데 어찌 하루밤을 참을 수 있겠나? 찐덕찐덕한 떡볶기라도 얼큰하게 소원성취하고나니 얼굴에 생기가 돌며 때깔이 살아나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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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미국, 벨기에, 노르웨이, 스웨덴 등지에 흩어져 살고있는 한국 인양인들이 어제 파리에서 국제적인 모임을 가졌다. 전후 해외 입양된 한국아이들 수가 총 2십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수치(number)고, 수치(shame)이다. 프랑스에 올 때, 홀트 에스코트로 왔고, 이후에 프랑스 가정에 입양된 한국출신의 동년배들을 만나면서 가슴이 참 많이 아팠다. 만나도 어떻게 또 가슴아픈 사연, 상처깊은 사연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되었는지 내 잘못도 아닌데 내가 받은 마음의 짐이 참으로 컸다. 그들과의 만남에서 내 안에 생긴 한의 매듭을 풀어야할 필요가 있었다. 

세계각처에서 한국 입양인들이 파리에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처음 그 자리에 갔다. 세느강에 둥실둥실 떠있는 바지선 위에 수 십 명의 한국인이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밖에서 보면 영락없는 한국인들 모임이지만 실은 한국어를 능통하게 하는 이는 없다. 프랑스 입양인, 다른 프랑스인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던 중, 한국에서 나온 홀트 관계자가 테이브에 잠시 와서 인사만 하고 가시려는걸 내가 우리말로 이런 저런 질문을 드렸더니 대화가 길어졌다. 어떤 이유로 아이들을 버리는지, 왜 상처깊은 입양인들이 미국보다 프랑스에 더 많은지,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되었다가 양부모가 거두지못하고 왜 프랑스 고아원으로 보내게 되는지, 누구는 친부모를 찾고, 누구는 친부모를 찾지 못하는지, 왜 친부모를 찾았다가 다시 안 만나게 되는지 등등. 한참 얘기를 나눈 뒤 그분이 자리를 뜨시자 우리 둘 사이의 한국어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며 아는 한국어를 들어보려고 애쓰던 프랑스애가 날 보고 "너 한국말 잘 하는구나! 몇 년 공부했니?"한다. ㅍㅎㅎㅎ

그 프랑스애가 한국친구가 있다고 했다. 누구? 했더니 프랑스 한국입양인을 가리켰다. 내가 그래서 "아니야. 걔는 한국인이 아니야. 한국출신의 프랑스인이지." 프랑스애가 나보고 '아주 정확한걸'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살면서 한국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어중간한 지점 어딘가에, 프랑스와 한국 사이의 어느 바다 위에 나의 정체성이 둥둥 떠돌아 다니고 있노라고 믿던 시절을 상기했다. 출신도, 국적도, 언어도, 부모도 100% 한국인인 나마저도 두 나라 사이에서 정체성을 헤깔려하는데 아무렴.

바지선 위에서 나와 똑같은 피부색과 얼굴 모양을 한 그들과 때로는 불어로, 때로는 영어로 얘기하면서, 깔깔 웃으면서, 마치 어학연수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듯이 친절하게 대하고 즐겁게 대화 나누면서, 나는 내가 어디 있는지 잊은 채 내가 과거에 입양인들로부터 받았던 힘든 마음의 짐을 그제서야 해가 저물어가는 세느강에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같은 피부를 가진 이들과 다른 언어로 얘기하는게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던 우려는 맑게 개인 하늘의 구름처럼 다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그들에 대한 애틋함도 연민도 없었고, 그들이 한국인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들과 외국어로 소통하는게 난 즐겁기만 했다. 어쩌면 한국인답지 않게 불어를 하고, (발음만) 미국애처럼 영어를 하는, 그리고 우리말로 수다도 치는, 그 가운데 어딘가에 내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과 어제 자리가 편하고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지난 6월6일에 개봉된 'Couleur de peau : miel'을 포함한 입양 관련 영화상영이, 내일은 하루 종일 세미나가 예정되어 있다. 어제는 카메라가 무기처럼 보일까 싶어 가져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들과 며칠 남지 않은 만남을 필름에 기록하기위해서 들고나가려고한다. 출산과 양육을 거치면서 나라는 정체성과 기나긴 투쟁의 터널을 통과한 지금, 이제는 그들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듣게된다해도 내 마음에 위치한 천칭이 균형을 잃지않고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당신들도 행복하기를. 


La Libération, Enfant adoptés : dans le pays d'origine, "nous nous sommes que des touris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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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야후에서 이상한 메일을 받았다. 비사용중인 계정을 정지시키니까 본 메일에 답신을 보내야지만 계정을 계속 쓸 수 있다는 내용. 내가 하루에 야후 메일 몇 십 통을 읽고 쓰는데 이런걸 보내는건지? 이거 혹시 사찰??? 이걸 어디다가 의뢰하지? 야후 관리자 메일 주소도 없고 이걸 어디다가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다음은 오늘 내가 받은 메일의 전문 :

-----------------------------


De : L'équipe yahoo <fab1702@gmail.com>
À :
Envoyé le : Lundi 23 avril 2012 18h40
Objet : FERMETURE DE VOTRE COMP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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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메일, 야후
시할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산소마스크 끼고 오늘 낼 하신다는 소식을 출국하면서 들었고, 귀국날 새벽에 부고 메일을 받았다. 한평생 칠십을 채우기도 힘든데, 1살 연상과 결혼해서 70년을 해로하셨다. 남편은 오늘 장례식에 참석하기위해 아침 8시 기차를 타고 내려갔다.

귀국하고 시어머님께 '장례식에 내려갈까요?' 물으니 "애들이 어려서 증조 할아버지 모습을 보면 무서워할꺼다. 뼈에 가죽만 씌운 듯이 앙상하시거든. 오지말라고 하면 듣기 서운하겠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너는 파리에 있거라. 대신 시할머님께 위로의 카드를 우리애(=그니까 나한테는 남편)를 통해서 보내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구나." 자기 아버지의 죽음을 차분하게 말씀하시는게 퍽 인상적이었다.

결혼하기 전에 지금의 시댁 식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보내러 내려갔을 때, 시할아버님을 처음 뵈었다. 그때만해도 건강하셨고, 유머감각이 넘치셨다. 옷매무새 단정하고, 사교성 좋은 시할머님의 모습과 개구장이같은 시할아버님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늙어가야지'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인천공항에서 나오면서 사서, 다 적고 부치지도 못했던 관광엽서 한 장을 골라 위로의 말을 적었다. 그리고 증손주들을 찍은 디카 이미지를 출력해서 같이 보내드리려고 사진출력소를 찾았다. 부랴부랴 동네 출력소에 도착한게 12시, 점심시간 문닫는 시간이 12시30분이라고 문에 적혔다. 휴우~ 안도의 한숨도 잠시. 급하게 나오느라 USB는 들고 나왔는데 지갑을 안 들고 나왔네! 집에 다시 갔다와도 되느냐 물으니 어두운 얼굴로 '죄송하지만 오늘 오후에 장례식이 있어서 12시에 문을 닫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후 5시에 다시 문을 엽니다.'

아, 당신도 장례식?!!

"저도 시할아버님이 돌아가셔서 할머님께 사진을 내일까지 부쳐드리려고 하는데, 문을 그렇게 늦게 열면 우체국에서 편지를 걷어가는 시간이 지나 내일까지 도착할 수 없을텐데 어쩌나..." 하고 있는데 그는 습관처럼 바로 디카 이미지 출력을 돌리면서 "오후 3시15분에서 30분 사이에 문을 열테니 그 15분 사이에 오세요." "아, 그럼 우체국에서 편지를 걷어가기 전에 부칠 수 있겠네요. 그럼 그때 돈을 갖고 와서 사진을 찾아갈께요."하니 그새 벌써 다 출력된 사진을 건내면서 '이따 오시겠지요? 믿겠습니다.' 단골이 아니구서 프랑스에서 이렇게 장사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아니, 없다.

사진을 받아 집에 들러 동전지갑과 지갑을 들고 12시30분에 문닫는 우체국으로 유모차와 함께 들고 뛰었다. (그 사이에 집에서 큰애 코피 한 번 터져주시고~) 카드를 부치려고 지갑을 여니 아뿔싸! 지갑에 돈이 없다. 귀국하고 유로화를 채워넣지 않았던 것. 다행히 동전지갑에 들어있는 동전으로 빠른우편값을 치루고 돌아와 오후 3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아이 둘을 대동하여 '얘들아, 엄마 외상 갚아야돼. 어서 가자, 어서 어서~' 부랴부랴 사진가게에 도착하니 3시 25분.

당연히 내야할 돈을 내는데 그가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참고로, 프랑스에선 뭐든지 받으면 'Merci'라고 한다. 외상 떼먹지 않아서 아마도 특별히 더 감사?) "제가 되려 감사하지요." 3유로 8쌍팀을 내면서 '명복을 빕니다'라고 하니 '감사합니다'한다. 돌아서서 나오는데 "언제고 다시 출력하러 오세요." 그가 내게 고마왔나보다. 나는 그가 고마왔는데.

어두운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아주 친한 사람이 돌아간 것 같다.
같은 날 장례식을 치루는 두 사람의 신용거래, 참으로 우연하고 신기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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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 한글학교에서 오늘은 수업없이 설행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간식을 설 전통음식에 맞춰서 보내주면 좋겠다'는 학교측의 부탁에 따라 나는 쑥인절미와 수정과를 해주기로 했다. 어제 저녁엔 수정과를, 오늘 아침엔 1시간만에 쑥인절미를 뚝딱~! 트위터에서 인증샷을 원하셔서 포스팅으로 답합니다. ^^

 


프랑스의 다른 도시에도 있으려나 모르겠는데, 파리엔 H떡집이 있어요. 한국가게에 가래떡, 인절미 등을 납품하고, 명일에 맞춰 떡주문도 받아요. 500g 짜리 3봉지 사서 설에 한 봉 뜯었습니다. 다시마와 황태국물에 국간장과 천일염 소량으로 간하고 마지막에 더 뽀~얘지라고 뭔가를 풀었습니다. 그게 과연 뭘까요? ^^ 오른편 뒤쪽엔 초록색이 많이 도는 이 동네 무로 담근 깍두기에요. 많이 먹다보면 좀 쓰네요.



오늘 아침에 찹쌀가루와 현미가루 반반 섞어 만든 '유기농' 쑥인절미입니다. 정말로 '떡같이' 생겨서 자르기 전에 한 컷! 한글학교에 가져갈꺼에요. 딸래미 급우들에게 3조각씩 나눠줄 겁니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오늘의 인증샷 : 쑥인절미와 수정과 ! 곶감까지는 바라지 마세요. ㅠㅠ

수정과에 들어간 계피만 빼고 들어간 설탕과 잣까지 모든 재료가 유기농입니다. 유기농을 고수하는건 (이 장면에서 길게 썰할 자리는 아니고 간단하게 말하면) 이 땅과 환경을 위한 결의와 행동입니다. 적어도 애들한테 먹이는 것만큼은 전 유기농을 고집합니다. 아이들이 먹기 좋게 작게 썰었어요. 오른편 인절미가 한글학교에 가져갈꺼고, 왼편이 남은건데 이 사진 찍고나서 애 둘이 달려들어 눈감짝할 사이에 콩가루만 펄펄 날립디다. 수정과는 제 입엔 아주 맛있는데, 애들이 생강맛 때문에 맵다고 안 먹네요. 이따가 한글학교에 가져갈까 말까 고민입니다. ㅜㅜ



깍두기를 두 통 담궜는데, 한국가게에 내려가서 그만 조선무를 보고 반해서 무를 또 2개나 덥석 집어왔지 뭡니까? 트위터에 SOS를 청했더니 트위터 사용자들께서 무요리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셨어요. 그 덕분에 조선무 한 통을 단 하루만에 해치워버렸어요! 야호~! 이 자리를 빌어 무요리 팁을 주신 트위터 사용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복 많이 받으실꺼에요~! ^^ 무밥, 무나물, 무생채를 했는데, 애들은 고춧가루 하나 넣지 않은 무나물, 무밥도 안 먹네요. OTZ 위 무생채에 새로 산 바질+박하잎이 들어간 백포도주 식초를 뿌렸더니 상큼하고, 개운하고, 향긋하고, 깃털을 달고 사뿐히 날아갈 듯한, 한 마디로 환상적인 맛이 나더군요! 제가 요리는 잘 못하지만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만큼은 엄선합니다. ^^;



올 한 해도 댁내 모두 건강하시고, 사는게 많이 힘들지라도 용기와 희망을 갖고 꿋꿋하게 헤쳐가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m^^m_


+ 추가 : 한글학교에 수정과와 쑥인절미를 해간 결과를 보고합니다.
1인당 떡 3개씩이 다 뭡니까? 애들이 하나같이 떡을 째려보면서 '이거 뭐에여?' 먹어보려하지도 않더이다. OTZ 수정과도 마찬가지. 맛도 보려하질 않더이다. OTZ 반면에 엄마들이 "어머, 어떻게 인절미를 집에서 하셨어요?"라며 놀라더라는! (어깨 으쓱~) 하여 인절미는 어머님과 선생님들이 하나씩 맛만 보시고, 우리 두 떡보가 서로 질세라 서로 미친듯이 '떡 줘! 떡 줘!'하며 끝내주게 먹어줬네요. 수정과도 선생님과 엄마들의 사랑을 독차지! 서로 달라고 하여 한 병 비워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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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글을 우리말과 불어로 기고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기자들을 도와 한불 번역작업도 합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연재 '전환을 향해서'), 녹색평론, 녹색전환연구소, 귀농통문, KBS Green, 지오리포트, 네이버 파워블로거(2008~2009). 기고, 통번역, 코디 등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방명록에 남겨주세요.

1차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생겨난 추상주의에 대해 퐁피두 전시담당자가 설명하면서 'mondialisation(세계화)'란 단어를 쓰더군. "왜 세계화?"냐고 물으니 '러시아,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프랑스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라는거야. '미국에선 일어나지 않았지만...'이라고 토를 달더니 무리 중에 동양인이라곤 유일했던 내가 '세계화'란 단어에 이의를 달고 가만히 전시담당자를 쳐다보고 있으니까 '아프리카에도 없었고...',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까 마침내 '중국에도 없었고'.

그게 무슨 '세계화'야? 추상주의는 유럽 내에서의 움직임이었다고 솔직히 인정해. 유럽이 the world(세계)니?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가 다 빠졌잖아? 웃기는건, 유럽 밖에서도 서양(유럽+북미)이 the world라고 철떡같이 믿는 이들이 있다는거야.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세계사'라고 배웠던 걸 상기해본다면 말이지. 그건 세계사가 아니라 '서양사'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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