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을 트로트풍으로 불러봤습니다. 재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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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글을 우리말과 불어로 기고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기자들을 도와 한불 번역작업도 합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연재 '전환을 향해서'), 녹색평론, 녹색전환연구소, 귀농통문, KBS Green, 지오리포트, 네이버 파워블로거(2008~2009). 기고, 통번역, 코디 등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방명록에 남겨주세요.

퇴근하는 길에 퐁피두 센터에서 공연을 하나 봤다. 아이들이 방학동안 할머니네 집에 가서 저녁에 늦게 들어가도 된다고 생각해서 공연 시작 전 10분 전에 아무 생각없이 보러들어간 공연인데 애들과 함께 왔어야 할 아동극일 줄이야.

내용은 무척 간단하다. 침대에서 책을 읽던 아이가 잠든 뒤, UFO가 나타난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하는 외계인 셋이 아이의 방에 들어온다. 스크린에 아이의 꿈이 나타나고 초록색 외계인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물을 이용해서 음향을 만든다. 예를 들면, 비닐을 부시럭거리면서 파도 소리, 빗소리를 낸다던가, 풍선을 갖고 돼지소리를 낸다던가, 스카치 테잎을 갖고 폭죽소리를 낸다던가 하는. 아래 사진에서는 다가닥거리는 말발굽 소리와 빗소리를 흉내낸다.

대사도 거의 없고, 영상과 음향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만3살부터 볼 수 있을 것 같다.

파리에 사시는 분들을 위해 정보를 추가하면, 4월26일 토요일 저녁 8시반, 27일 일요일 오후 5시, 이렇게 2회 공연이 더 있다. 입장료는 14유로. 퐁피두 패스가 있으면 10유로. 10세 이하는 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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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의 '하녀'(2010)를 어제서야 봤다. 원작과 비교하면서 얘기하자면 한이 없고, 원작과 비교하지 않고도 충분히 비판할 수 있을만큼 실망스러운 구석이 많다. 한 남자(훈)의 씨를 받은 두 여자 사이에서 일방적인 시기, 질투, 모략으로 점철되는 이 영화는 한 마디로 말해서 한국 TV 일일연속극 수준 다름아니다. 주인남자의 씨를 받은 하녀를 모질게 구는 인물은 집주인 여자만도 모자라서 그녀의 친정 엄마가 등장하고, 나이많은 하녀까지 등장한다. 생사의 순간까지 치닫자 나이많은 하녀는 주인공 편에 서기는 하지만. 영화 속의 유일한 청일점이 여성 인물들 사이에 일어나는 심리적 갈등을 제공하고, 그는 내내 쿨~하며, 그를 둘러싼 다 큰 여자들끼리 못 잡아먹어 안달인 구조를 스크린 위에서 본다는건 참으로 불편하고 불쾌하다. 


임상수 감독이 깐느에 왔을 때, 깐느 인터뷰 사회자에게 했던 대답이 있다. (당시 관련포스팅 > http://francereport.net/781)

사회자 : "50년 전에 나왔던 '하녀'라는 작품을 왜 리메이크할 생각을 했느냐?"

임상수: "한국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사회를 반영하는거다."

사회자: "그렇다면 국제 사회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찍은거냐?"

임상수: (1초간 머뭇하더니) "그렇게 안 보셨습니까?"


라디오 코리아에 실린 바에 의하면, "50년 전 작품을 똑같이 만들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김기영 감독님의 '하녀'는 1960년대 한국의 사회 경제적 배경을 깔고 있고, 저의 '하녀'는 2010년의 한국 혹은 지구 전체의 사회적 맥락을 깔고 있는 작품입니다."라고 답했다. (관련 링크>http://www.radiokorea.com/news/article.php?uid=57431)

하지만, 임상수 감독은 원작과 자기가 만든 영화의 차이를 180도 잘못 해석하고 있는걸로 보인다. 임상수의 '하녀'에는 '이 세상의 모든 사회', '지구 전체의 사회적 맥락'이란 눈꼽만치도 없다. 남편이 하녀방을 찾아가 여자를 임신시켰는데, 잘못한 당사자를 꾸짖기 전에 어떻게 피해자인 여성에게만 손가락질을 하는가? 인터네셔널이란 단어를 제발 함부로 붙이지 말아달라. 적어도 내가 사는 유럽에선 임상수의 등장인물처럼 반응하는 여성들은 없을 터인즉. 오만방자한 대답대신 그저 겸손하게 덜도 더도 없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 성적 불평등, 계급구조를 리메이크를 통해 단적으로 보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면 차라리 솔직하고 좋았을 것을. 어디다 인터네셔널이란 단어를 붙이고 그러나? 


1) 임상수의 '하녀'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 인물은 어느 누구 하나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 없다. 

훈의 아내 : 첫애를 낳고, 쌍둥이를 출산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늙은 하녀와 젊은 하녀가 집안일은 물론 머리까지 씻겨준다. 넷째, 다섯째도 낳고 싶다고 말하는 팔자 늘어진 여자.

훈의 장모 : 다 큰 딸에게마저 '해야될 일'을 일러주며, 하녀의 태아를 낙태시키는 매우 교활한 여자.

늙은 하녀: '아드메치(; 아니꼽고 드럽고 메스껍고 치사)'한 상황에서 평생을 보냄. 늙은 하녀의 아들이 검사가 된 소식에 훈의 장모는 '인간승리'라며 축하한다. 늙은 하녀의 계급을 상승시키는 건 검사가 된 '아들'인 것이다, 아들! 딸이 아니고.

하녀: 젊고 예쁜데다 착하고 잘 웃는 이혼녀. 게다가 성적 매력도 있고, 대학물도 먹고, 여기다가 약간 둔하기까지해서 한번 놀고 버리기에 정말 완벽한 여자. 비좁은 전세집에서 살다 대궐같은 부잣집에 하녀로 들어오니 집도 넓고, 값비싼 먹을 것도 많고.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여성은 할 일 없거나, 일이 있어봤자 하녀인 인물들일 뿐이다.

돈, 권력, 섹스는? 다 청일점인 남자 훈에게서 나온다. 부인과의 잠자리가 만족스럽지 않아 하녀방에 가서 유혹을 하는 것도 남자고, 수표 한 장으로 차버리는 것도 남자고, "어찌 감/히/ 내 아이에게 손을 대느냐"라고 분노없이 쿨하게 내뱉는 것도 남자고, 오럴섹스를 받기만 하는 것도 남자고, 그러면서 두 팔을 올려세우는 것도 남자다. 그는 모든 것을 다 가졌으며, 영화 속의 모든 심리적 갈등으로부터 유일하게 자유롭다. 이건 불평등해! 이 계급구조가 현재 한국 사회를 닮았다고 생각하노라니 더더욱 불편하다.

김기영의 '하녀'에 나오는 등장인물들과 비교를 하면 그 차이가 더 확연하지만, 이 영화는 그럴만한 가치조차 없으므로 패스~


2) 모든 걸 돈으로 !

집에서 부리던 하녀가 입원을 해도 찾아가보지 않고 으리으리한 꽃다발에 수표를 껴서 보내는 걸로 대신하는 집. 부적절한 성관계를 돈으로 마무리하는 집. 낙태를 하고 사라지면 1억을 주겠다는 집. 돈으로 모든걸 해결하려고 하고,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집. '이게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야? 집이야?' 싶은 집의 파사드는 돈으로 잉태된 권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런 집이니 눈 앞에서 분신해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되려 "천한 것들은 안돼"하지.


난 하녀가 푸른 아이셰도우 그리고 립스틱 짙게 바르고 그 집에 다시 들어올 때 뭔가 일을 좀 칠 줄 알았다. 임상수는 그런 나의 기대를 깡그리 짓밟아 버렸다. 그러고나서 보여주려했던게 계산된 반전이었다면 그는 상당한 실수를 했다. 복수같지도 않은 시시껄렁한 복수를 보여주는 결말은 썩어빠지고 유치하기 짝이없는 현 한국 정치권력에 저항하기를 포기하는 한국의 현실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국정원 촛불집회는 불과 아주 최근의 일이다.) 물론 임상수가 그걸 의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단순한 원색들의 배치로 시선을 잡아끄는 데코레이션과 카메라 앵글만이 감독의 감각을 보여줬다. 시각적 감각만으로 영상물을 만든다면 영화말고도 다른게 있을꺼다. 필연성없이 날 것을 그대로 토해내는 대사를 듣는 것도 참으로 불편했다. 임상수는 provocateur에 지나지 않는가 싶다. 전도연, 이정재, 윤여정, 세 배우로 지탱된 이 영화에는 서스펜스도, 재해석의 여지도 없었다. 원작을 따를꺼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하지도 않았고, 김기영의 '하녀'에 대한 반세기 후의 현대적 재해석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실망, 실망, 대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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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선한 체하지 않고
너무 지혜로운 말들을 늘어놓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꿈을 갖더라도
그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네가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바보들이 너를 욕하더라도
너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너의 전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한번쯤은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고
내기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 잃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네가 잃은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고
다 잃은 뒤에도 변함없이
네 가슴과 어깨와 머리가 널 위해 일할 수 있다면.
설령 너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 해도
강한 의지로 그것들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되
그들로 하여금
너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루디야드 키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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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5년 7월 22일, 네이버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처음 올렸던 글입니다. 포스팅하자마자 비공개 스크랩이 쇄도해서 확 닫아놨어요. 그때만해도 블로그에 처음 글을 썼던 때여서.. 6년간 비공개로 해놨던 글을 코닥이 파산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끄집어 다시 읽어봅니다. 


'100년 역사의 코닥'이라함은 'photography'라는 단어가 생겨나던 때부터 사진의 역사와 늘 함께 해왔다는 의미다. 세계 최초의 사진은 1827년 경, 니세포르 니엡스의 정물사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르그라의 집 창에서 내다본 조망>이란 작품은 노출이 장장 8시간!!! 지금이야 왠만한 후진 카메라도 1/500은 기본이지만 180년 전 초기 사진은 은근과 끈기가 필요해야 했다.

 

초상사진 한 장 찍기 위해 부동자세로 30분씩 있어야했다. 하지만 초상화를 그리는데 화가 앞에서 3박4일은 앉아있어야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똥빠지게 시간들여 찍어놓으면 더이상 재인화도 할 수 없었다. 사진이미지가 찍힌 감광판 자체를 인화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당시 사진기는 크고 무거웠고, 인화하는데 필요한 기계 또한 트럭 하나 정도 되었으며, 감광도는 매우 낮았다. 

 

<르그라의 집 창에서 내다본 조망>을 사진의 역사 책에서 볼 수 있는 이유는? 복제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기술만해도 은판사진의 복제는 사실 불가능했다. 왜? 원판 자체가 거울면처럼 번쩍이고 상이 너무 어렴풋하기 때문이다. 그 사진을 복제가능하게 했던 기술자가 바로 코닥연구원이었다.

 

"역광을 비추거나 흰 마분지로 반사광을 비추어 명암대비를 강하게 하면, 그 상이 뚜렷이 보이지만 복제상태로 이 상을 선명히 보여주기는 무척 어렵다. 원판 자체가 거울면처럼 번쩍이고 상은 너무 어렴풋하기 때문이다. 이 상을 복제한다는 난제를 훌륭히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코닥 연구소의 와트씨의 덕분이다"

- 1952년 5월 <포토그래픽 저널>에 실린 헬무트 거른샤임과 알리슨 거른샤임씨의 말 인용.

 

무겁고 큰 장비로 대중화가 힘들었던 사진기가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정도로 간편해지도록 나오자 -쉽게 말해서- 세상이 발칵 뒤집어졌다. 은판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었고, 인화트럭을 갖고 다닐 필요도 없었다. 얇은 막에 몇 초만에 영상이 기록되는 기술의 힘에 의해 '탐정카메라' (말하자면 몰래카메라)라고 불리는 핸드카메라가 19세기 말에 대량생산되었다. 그중 가장 기억될만한 핸드카메라는 조지 이스트먼이란 제작자가 내놓은 '코닥카메라'였다.  아래 사진 속에 보이는 이가 조지 이스트먼.  

 

<S.S.갈리아 갑판에서 코닥카메라를 들고 있는 조지 이스트만>

프레드릭 파고 처치, 1890.

조지 이스트먼 하우스 소재, 로체스터, 뉴욕.

 

'코닥'이란 이름을 붙인 이스트먼의 작명술을 들어보자.

"순전히 임의로 글짜를 짜맞춰 지은 것입니다. 어떤 기존 낱말 전체나 일부를 인용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상표 이름의 제 조건을 고루 갖출 수 있는 단어를 상당히 궁리한 끝에 그렇게 정했습니다. 짧은 단어이어야 한다는 것이 우선적인 원칙이었습니다. 잘못 표기하여 그러 정체를 오도하게 될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신하고 특출한 개성도 있어야 했고, 외국의 다양한 등록상표법에도 맞아야 했습니다"

- 조지 이스트만이 존 맨리에게 보낸 보낸 1906년 12월 15일자 편지.

C.W.Ackerman, Geroge Eastman (Boston : Houghton Mifflinm 1930), p.76.

 

실제로 Kodak이란 상호는 전세계 어느 언어권의 사람이 읽어도 똑같이 '코닥'이라고 발음할 수 있도록 알파벳을 선택했다. 한국사람도, 프랑스사람도, 러시아사람도, 일본사람도, 미국사람도, 아프리카사람도 전세계 어느 나라 사람도 Kodak을 한결같이 똑같이 발음한다. '코닥'!

 

코닥이 히트를 쳤던건 세계적인 전략으로 내놓은 잘만든 이름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내놓은 서비스를 한 마디로 요약하는 슬로건이 있다.

 

" 여러분은 단추만 눌러주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해드립니다"

 

코닥카메라에는 필름이 장착되어 있었고, 판매가에는 현상 인화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진을 찾아가는 손님에게 새로운 필름을 넣어 돌려주었다. 사진 한 장 찍고 현상소로 들고 뛸 필요도 없게 되었다. 코닥카메라는 불티나게 팔렸다. 사진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코닥은 세계 제일의 사진관계용품 제조회사로 우뚝 선다. 내가 경험한 바로 특히 필름과 인화지만큼은 기타 어느 상표보다도 월등하다. 다른 상표보다 조금 비싸다. 하지만 비싼만큼 품질이 훌륭하다. 입자 하나하나 정교하게 퍼지고, 어느 색감 하나로 쏠리지 않으며, 눈으로 보는 그대로의 색을 -물론 자연광에서- 뽑아내는 탓에 우리 아버지는 필름을 사러 가시면 꼭 '코닥'을 고집하셨다.

 

"코닥 필름 하나 주세요!"

 

여튼 비싸긴 비싼 탓에 인화지는 만만한 상표쓰고, 필름만 -특히 흑백만큼은 꼭 코닥을 쓴다. 나중에 내 사진 산다는 훌륭한 고객 만나면 코닥인화지에 뽑아주면 된다. 그건 그렇고 여튼 우리 시대에는 대부분이 디카를 쓴다. 찍은 자리에서 확인하고 맘에 안 들면 수십번씩 다시 찍어도 필름값이 안든다. 필름 10롤씩 들고 다니느니 용량 빵빵한 메모리카드 한 장 카메라에 박아넣어 오면 된다. 기술은 발전은 빠르고도 놀라와서 200만 화소짜리 디카에 감격하던 때는 옛날 얘기고 이제는 7백만 화소 디카가 눈앞에 와있다. 디지탈 사진을 현상하기 위해 인터넷 전송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은 현상소는 장사하기 싫다고 봐야한다. 현상소에 가서 메모리카드, USB, CD를 보여주면 주문대에서 나와 옆에 놓여있는 사람크기만한 기계 앞으로 안내해준다. 알아서 출력해가세요,라는거다. 꼭 "코닥필름 주세요" 하셨던 아버지도 환갑이 넘은 지금, 7백만 화소짜리 디카 하나 들고, 메모리카드 1장 껴서 출사를 나가신다. 인터넷으로 사진도 전송하시고, 인화도 주문하신다. 인화된 사진은 우편으로 날아온다. 현상소에 굳이 발걸음할 필요조차 없다. 솔직히 말하면 위에 실은 코닥 상표도, 이스트만의 사진도 5분 전에 디카로 찍어서 포토샵에서 색보정해서 올린거다.

 

아마추어 사진가와 네티즌만 디카를 애용하는게 아니라 요즘은 프로페셔널 사진가들도 다 디카를 쓴다. 포트폴리오를 옆구리에 끼고 오는 프로페셔널은 별로 없다. 빈손으로 나타나서 주머니에서 CD 한 장 꺼내 에이전시 사무실 책상에 놓고 간다. 흑백사진 인화를 위해 암실에서 땀빼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지난 20세기의 유물이 되어가는 듯 하다. 컴퓨터에서 흑백조절하고 곧바로 출력한다. 칼라로 찍었더라도 흑백으로 전환시키는 건 한 순간이다. 찍고, 현상하고, 인화해서, 골라낸 후 이튿날 보도하기엔 너무 늦다. 찍고, 확인하고, 전송해서, 30분 내로 보도화 되어야 한다. 이제는 필름조차 필요가 없어졌고, 인화지는 사진출력용지로 대체되고 있다. 암실이 사라지고 있다.

 

어제 신문에서 코닥이 2만5천명을 해고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작년 1월에 기업재조정을 발표했을 당시 수치의 1/3에 해당한다고 한다. 디지탈사진의 영향으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탓이었던게다. 또한 지난 1년반동안 기술의 발전 속도가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탓이었을게다. 어디 코닥뿐이랴? 작년부터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일포드가 인화지 제조를 중단했고, 코니카 필름도 시장에서 사라졌다. 시대의 변화는 따라가야하고 받아들여야겠지만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마음이 아플 때가 종종 있다. 코닥의 기업재조정 기사를 읽는 지금이 그렇다. 누군가의 부고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매우 아프다. 일자리를 디지탈에 내주고 퇴사하는 2만5천명과 그 식솔들은 또한 어떠할 것인가.

 

오늘 아침 TV에서 코닥 광고를 보았다. 집에서도 디지탈사진을 뽑을 수 있는 코닥 디지탈사진 출력기! 지금까지 찍사들의 입장에서 최고의 서비스와 품질로 시대의 변화에 잘 적응해왔던 것처럼, 앞으로 사진이 살아있는 한 코닥이 늘 함께 하기를 손꼽아 빈다. 내게 있어 '사진'이란 단어와 동급의 상징을 지녀왔던 코닥이여, 코닥이여, 영원하라!

 (2005년 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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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사진, 코닥

Happy New Year 2012 !

Repos 쉼 2012.01.01 19:39


새해를 북경에서 온 중국친구와 맞으려고 토요일 저녁에 초대했는데,
올 수 없다고 연락이 와서 조촐하게 짐 챙겨 차 끌고 토요일 아침에 바다로 튀었습니다.

해서, 2011년의 마지막 밤을 노르망디에서 보내고 이제 돌아왔어요.
한없이 모자라는 저를 아껴주시고,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2012년 다시다란할 한 해에도 행복 충만하고 건강하시기를 일렁이는 파도에 띄워보냅니다.
올 한 해도 잘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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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 갤러리를 둔 그녀는 자기네 갤러리 소속작가들의 사진을 내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일반 갤러리스트답지 않은 구석이 있었다. 공적인 자리라서 어쩔 수 없이 차려입은 정장 위로 보이는 그녀의 외모가 수더분해서가 아니라 내가 던진 질문 이상으로 성심성의로 답을, 아니 그 이상의 설명을 하고 있는 점 때문이었다. (내가 콜렉셔너로 보였던가?)

그녀는 나를 이리로 따라와라, 저리로 따라와라하며 내가 질문하지 않았던 것까지 설명해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구석에 초록색의 대형 전쟁포로 사진이 걸려있었다. 눈이 가리고, 두 손이 묶인 이들이 포로복을 입고 시멘트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폐부가 아파오는데 그녀는 기어이 내 가슴 깊은 곳을 푹 찌르고 말았다.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보이며) "이 핸드폰을 사기 위해 사람이 죽어가기도 한다는걸 사람들은 알지 못해요."
(계속해서) "핸드폰에 들어가는 흔치않은 광물을 얻기 위해 콩고에서 전투가 일어나거든요."

핸드폰 때문에 왜 콩고에서 전투를 하는지 모르시는 분?



나: "맞아요! 생산과 소비의 거리가 멀어지면 어떻게 생산을 하든 소비자들은 도덕적인 면죄부를 얻지요. '난 떳떳하게 돈을 주고 샀을 뿐이고!'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돈 뒤에 누군가의 피가 묻어있는 건 게의치 않아요."

어느덧 우리의 대화는 삼천포로 빠져 그녀는 어느덧 사진 얘기를 제껴두고 기후변화, 경제위기, 에너지위기 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전시 보러다니다가 이런 인간을 만날 줄이야!

나: "근데 그 많은 위기가 한꺼번에 닥친 이 때, 우린 무엇을 해야할까요?"

그녀가 말문이 막혔다. 난 질문을 일반화시키는 동시에 좀더 구체적으로 던지기로 했다.

나 : "당신에게 하는 질문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해요. 각종 위기가 닥친 지금,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가 고민하고 있거든요.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당신은 당신 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녀 : "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런 문제점을 던져주는 사진들을 전시해서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고 있어요."
(이어서) "Paris Photo가 오픈하기 전에 이 곳엔 관람객이 하나도 없었고 작품을 나르는 인부들과 사진작품만 있었어요. 인부들이 사진을 감상하고 있었죠. 전 그게 참 좋았어요. 갤러리스트는 부자 고객만 기다리는건 아니거든요."

나 : "정말요? 전 갤러리스트들은 다 돈있는 고객만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요. ㅎㅎㅎ"
(참고로 이 전시장에 입장하기 위해 난 25€, 한화로 3만7천5백원을 지불했다. 작년까진 15€였는데.. 흑흑~ 내년엔 사진을 나르는 인부가 될까부다.)

'뭥미?'하는 표정으로 잠시 띵~한 표정을 짓는 그녀가 마치 친구같았다. 

그녀 : "그들 덕에 내가 계속 문제점을 던져주는 작가들을 후원하고, 전시를 계속 할 수 있게 하니까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긴하죠."

그녀는 말을 마치더니 PET 물 한 병과 플라스틱 컵을 두 개 들고나와 내게 한 잔 건냈다. 낄낄거리며 개인적인 대화를 조금 더 주고받다가 산더미처럼 쌓인 전시를 봐야하기에 자리를 떴다. 지구상 어딘가에 그녀와 같은 이들이 있어 세상이 아름다운 거겠지.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보면 내가 그 별 중의 하나에서 살고 있고, 내가 그 별 중의 한 별에서 웃고 있으니까 아저씨에게는 모든 별이 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생떽쥐뻬리의 <어린 왕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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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꼴로

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글을 우리말과 불어로 기고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기자들을 도와 한불 번역작업도 합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연재 '전환을 향해서'), 녹색평론, 녹색전환연구소, 귀농통문, KBS Green, 지오리포트, 네이버 파워블로거(2008~2009). 기고, 통번역, 코디 등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방명록에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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