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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ents 교육/육아/Grossesse 임신

11월 16일: 프랑스의 임신 및 분만시스템

어머님께서 떠나셨다. 다시말하면, 미션이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는거지. 쿄쿄쿄~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오늘은, 한국과는 달리 진료와 분만이 분리된 프랑스의 시스템을 설명해야할 것 같다. 

 

1. 한국 : 종합선물세트형

서울에서 가봤던 산부인과는 -그 병원 시설이 워낙 좋아서 그랬던건지 몰라도- 산부인과 의사가 초음파도 보고, 진료도 한다. 임산부가 "뱃속의 아이가 보고싶다"고 하면 의사는 즉석에서 초음파로 태아를 보여주고 찍어주고 CD에다가 녹화까지 해준다. 임신 5주차에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착상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러 갔던 첫진료에서 친척언니의 제안대로 초음파촬영을 했고, 하혈기가 보였던 7주차에 갔을 때는 아무말 없이 의사가 초음파로 태아를 보여줘서 봤다. 의사는 굉장히 친절했고, 초음파촬영(3만원)은 보험으로 처리가 되지 않았다. 친척언니는 그때 태아의 심장에 미세한 문제가 있다는 의사의 진단 하에 태아의 심장테스트를 더 정밀하게 했는데, 그 진료비로 15만원이나 나왔다. 보험처리가 한푼도 되지 않았다. 언니는 내 초음파 촬영비용까지 18만원을 냈다.'애를 낳는데 매달 생돈이 이렇게 나가면 돈 없는 사람은 애도 못 갖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보험이 되는 의무적인 항목만 검진을 해주던가.

 

어쨌거나 산부인과에서는 분만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내가 갔던 산부인과는 같은 건물에 산후조리원이 붙어있는데, 비용이 자그마치 1주일에 100만원이었다. 1주일에 1,000유로!!! 어거거걱~! 여튼 서울의 산부인과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되어 있어서 임신 전과 후, 분만과 조산까지 모든 문제를 한 곳에서 다 처리할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2. 프랑스 : 따로국밥형

2-1. 초음파 촬영

반면, 프랑스의 임산부관련 시스템은 참으로 초라하다 할 수 있지만 반면에 훨씬 세분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가 초음파 촬영을 하지 않으며, 분만을 돕는 산파역할을 하지도 않는다. 초음파 촬영은 초음파 전문의가 담당하고, 임산부가 원할 때 보여주는게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가 진단을 내릴 경우에만 가능하며 의사의 진단서를 동반해야한다. 초음파 촬영을 CD에 담아주는 산부인과가 있다고 TV에서 본 적은 있지만 대중화는 되지 않았고, 약 9개월의 임신기간 중 초음파는 3개월에 한번씩 촬영한다. 그저께 초음파 촬영 헝데부를 잡으려고 전화를 했는데, 내가 며칠이라도 좀더 일찍 보고 싶다고 애교를 떨어봤지만 '완전히 12주를 넘긴 후에 보자'며 헝데부 날짜를 잡는다. 촬영해봐야 사실 형태가 뚜렷하게 보이지도 않지만 유산 확률이 높은 초기 3개월은 초음파 촬영을 할 필요조차 없다고 보는 것 같다.

 

2-2. 산부인과와 마떼르니떼

산부인과는 임신초기부터 임신 5개월 또는 최대 7개월까지의 진료만 담당한다. 한 달에 한번씩 산부인과를 보다가 임신 6개월 또는 8개월이 되면 -지금까지 내가 편의상 '분만실'이라고 부른- '마떼르니떼(Maternité)'로 가야한다. 임신 초기부터해서 임신 8개월이 넘어가도록 한 임산부를 계속 진료하는 개인 산부인과 전문의는 없다. 마찬가지로마떼르니떼에서는 나같은 초기 임산부는 아예 받지도 않는다. 1주일에 2번씩 의사를 봐야하는 후기 임산부만 받는다. 다시 말해서 마떼르니떼란 임신 6개월 또는 8개월이 된 후기 임산부의 진료를 담당하며, 분만이 24시간 준비되고, 출산 후 3~5일의 조산원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산부인과 의사는 한 동네에도 선택을 해야할 정도로 여럿이지만 마떼르니떼는 동네마다 다 있는게 아니다. 실례로 현재 우리 동네는 주민수가 5만인데, 마떼르니떼가 없다. 이사갈 동네에도 역시 없다. 큰 옆동네로 가야한다. 이런 상황이어서 임신 1~2개월에 신속하게 마떼르니떼에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마떼르니떼에 예약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어제 어머님과 함께 마떼르니떼에 가니 그동안 걱정했던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 쉽게 일이 풀렸다. 이사갈 집 옆 동네에 같은 병원 소속의 마떼르니떼가 2개 있는걸로 알았는데, 안내를 듣고보니 한 곳에서는 임신 6개월 이후의 임산부의 산부인과 진료만 보고, 다른 곳에서는 8개월이 지나 분만을 앞둔 임산부만을 받는다고 한다. 매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초음파 검사, 혈액검사도 요구하지 않은 채 이름과 주소만으로 예약을 받았다. 그리고는 출산과 관련된 정보지를 쥐어주었다.

 

2-3. 조산부

정보지에는 무통분만에 대한 상세한 설명, 조산부들의 목록, 산통이 시작될 때 병원에 들고 와야할 짐의 목록 등이 써있다. 짐은 신생아의 베냇저고리를 비롯해서 임산부와 아이가 조산원에 머물면서 필요한 것들인데, 임신 7개월에 준비해둔다. 흥미로운 것은 조산부들의 목록이다. 조산부란 출산과 임신에 대한 상담을 해주고, 수영이나 요가, 명상 등임산부를 위한 운동을 시키고, 신생아 돌보는 방법을 교육시키고, 산후 운동을 시키는 등 산부인과 진료만 빼고 빠르면 임신4개월부터 출산 후까지 산모를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조산부에 따라서 침술을 하는 이도 있고, 마사지를 할줄 아는 이도 있다.주말에도 일하는 조산부라면 남편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2.4. 보험

지금까지 설명했듯이 모든 것이 한 곳에 집중되지 않은 탓에 산부인과 진료 따로, 혈액/소변검사 따로, 초음파 촬영 따로, 분만 따로, 출산 전후 조리 따로, 다 '따로국밥'으로 되어 있다. 지금까지 발견한 가장 큰 장점은 임신과 분만에 관련된 모든 진료비가 보험으로 다 처리된다는 것이다. 진료비, 초음파 촬영비, 분만에 들어가는 비용은 당근이고, 조산원에서 3~5일 간호받고, 조산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두가 다!

 

어제 마떼르니떼에서 상담하면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분만시 응급차는 물론이고, 소방차나 택시를 불러서 병원으로 달려가면 소방차든 택시든 임산부 운반비용이 보험으로 다 처리가 된다는거다. 난 보험처리 안되면 버스타고 걸어서 가려고 했다,면 새빨간 거짓말이고, 교통비가 어떻게 되든 감수할 생각이었는데 정말 놀랐다. 분만실로 실려가는 임산부의 택/시/요/금/이 전액 보험처리가 되다니! 

 

프랑스는 유럽에서 출산률이 높은 나라 중에 하나라고 한다. 이는 프랑스 부부가 다른 나라 커플보다 유독 사랑을 많이 나누는 때문이 아닌 것 같다. 임신과 출산에 따른 보험, 보조금, 휴가 등 실질적인 혜택을 요사이 하나 둘 발견하게 되면서 출산을 장려하는 국가적인 지원때문이라는 사실을마떼르니떼에서 돌아오면서 실감했다.

 

그나저나 택시요금까지 환불해주는 훌륭한 보험 저편에 우리 신랑이 매년 국가에 얼마나 많은 세금을 갖다바치는 지는 나중에 얘기하자고...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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