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포트

오늘도 여느 때처럼 점심을 차려서 먹고 있는데 문득 딸애가 묻는다.
"엄마, 왜 고기를 먹으면 안돼?"
아...... 먼 하늘을 올려다보며 순간 띵~!
'엄마, 사람은 왜 물 속에서 숨을 못 쉬어?'보다 훨씬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아이는 지난 9개월 전부터 내가 왜 고기 요리를 해주지 않는 지 궁금했던거다.


아주버님 댁에서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칠면조와 대화(?)를 시도하는 딸아이 (2년 전)
저때만해도 만두볼이었는데.... 지금은.. 흑흑~

지구온난화, 기아, 가뭄, 사막화의 원인이 '고기! 고기! 고기!' 고기를 먹는데 있다고 설명하면 알아들을까? 환경문제, 사회문제, 동물학대문제, 건강과 의료의 문제가 얽혀있다고 설명하면 알아듣기나 할까? 아니, 지루해서 듣고 있기나 할까?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설명하면 아이가 알아들을까?
얘한테는 평생 처음으로 듣는 어휘가 있을 지도 모르는데.
곧 만 5살이 되는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어휘와 이해력의 수준으로 '왜 고기를 먹으면 안되는 지'에 대해서 가장 쉬운 말로, 가장 쉽게 설명해보기로 했다.

고민하고 있는 동안 아이가 재차 묻는다.
"엄마, 왜 닭이랑 돼지랑 먹으면 안돼?"

"고기를 먹으면 안되는건 아니야. 먹고 싶으면 먹어도 돼.
하지만 엄마는 고기를 먹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너.. 밥 먹고, 밖에서 햇볕 보고 뛰어놀고, 밤에는 네 침대에서 자잖아?
근데 사람들이 닭을 어떻게 키우냐면, 밖에 자유롭게 나다니지도 못하게 하고,
다닥다닥 좁은 닭장에 가두고, 햇볕도 못 보게 해서 키워."
(딸애가 '힉~!'하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너한테 어찌 차마 그 처참한 상황을 보여줄 수 있으랴... ㅠㅠ)

"그런 상태에 있으면 닭도 짜증이 나고 신경질이 막~~ 나거든? 그러면 부리로 막 쪼아.
그걸 못하게 사람들이 부리를 가위로 싹뚝! 잘라버려."
(또다시 '힉~!'하고 놀랜다.)

아주버님 댁 풀밭에서 평생동안 먹고 싸고 놀고 뛰는 -운이 기똥차게 좋은- 자유로운 수탉
일반적으로 양계장에선 수탉은 탄생과 동시에 분쇄기에서 바로 생을 마감한다.
밥만 먹고 알을 낳지 못하니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탉이 없는 양계장에서 나오는 달걀은 모두가 그래서 무정란들이다.

"돼지도 마찬가지야. 원래 돼지는 머리가 굉장히 좋아. 깨끗하고 더러운걸 가리는 똑똑한 동물인데,
사람들이 돼지를 살을 빨리 찌우고, 많이 찌우려고 밖에다 걸어다니라고 풀어놓질 않고
햇볕이 안 보이는데다 가두고, 더러운데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먹고 자게 만들어.
그렇게 불쌍하게 키운 닭과 돼지를 꼭 먹어야겠니?"
(아이는 또 '힉~!'하고 놀랬다.
아이에게 항생제 남용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항생제가 뭔지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ㅠㅠㅋ)

"소는?"
"소는 어...... 닭이나 돼지보다 더 큰 문제가 많지.
소는 원래 풀을 먹고 살거든? 근데 사람들이 소를 기름기 많게 살찌우려고 옥수수를 먹여."
"옥수수를?"
"응. 풀을 뜯어먹은 소를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없는데, 옥수수를 먹고 자란 소는 사람한테 안 좋아."

(오메가-6 에 대한 언급은 성인용 버젼(?!)에서.. ^^;)

"너 숲에 가면 나무도 많고, 공기도 맑고 좋잖아?
근데 사람들이 쇠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소를 키우느라 숲을 다 밀어 없애.
아마존의 숲도, 아프리카의 숲도 그렇게 다 밀어없애."
(벌목하는 것보다 태우는게 싸서 숲을 태워버리느라(!) CO2 가 엄청나게 발생한다는 등의
부가설명은 나중에 성인용 버젼에서 다시 다룹니다. ^^;)

"게다가 쇠고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소를 키워 팔려고 사람들이 먹을 곡식을 경작하는 밭을 사서는
그 땅에 소를 키우거나 소에게 먹일 옥수수를 키우는거야.
사람이 먹는 곡식을 심는게 아니라 돼지, 소 먹이는 사료를 키우려고 말야.
그러면 그 땅에서 나는 곡식만큼 사람들이 먹을 게 없어지는거야.
그러니 한쪽에서는 기름진 고기를 먹느라 병에 걸려서 죽고,
다른 한쪽에서는 먹을게 없어서 배가 고파서 죽어."
(죽는다는 소리에 '이크~!' 놀랜다)

"너 방귀 잘 뀌지? 소도 방귀를 뀌는데, 소의 방귀는 지구를 덮게 만들어.
보통 햇빛이 지구에 오면 땅에서 반사가 되서 다시 하늘로 날아가는데, 소의 방귀가 날아가는 햇빛을 잡아서 못 날아가게 해.
그렇게 지구가 더워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놀랍다는 듯이 눈 동그랗게 뜨고 경청을 하고 있다...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더 많은 온실효과를 낸다는 개념적인 사실은 성인용 버전에서 추가하고)

"너 막~~~ 뛰어놀면 덥지? 땀나고 얼굴 빨개지잖아. 더우면 어떻게 해? 외투 벗어야지?
근데 소의 방귀가 하늘에 있으면 지구가 외투를 벗을 수 없는거랑 마찬가지야. 지구가 더워져.
더워지면....... (난 가슴이 먹먹해서 잠시 말을 멈췄다)
땅 위와 바다 속에 있는 지구상의 모든 동물과 식물들이 힘들어하고 죽어가.
너 북극곰 알지? 백곰말야. 지금 그 북극곰이 지구가 더워져서 죽어가고 있어."

"잉??? 왜?!!"
"왜냐면 북극곰은 빙하를 밟고 사는데.."
"빙하가 뭐야?"
"눈이 쌓이고 쌓여서 녹지 않고 아주 아주 큰~~~~~~~ 얼음 덩어리를 만드는거야."
"추운 나라구나?"
"그렇지. 추운 나라지. 우리가 땅을 밟는 것처럼 하얀 북극곰은 빙하를 밟고,
빙하 위에서 뒹굴고 자고 놀고 그러고 살아.
지구가 더워지니까 빙하가 녹아서 물이 돼. 빙하가 그렇게 없어지만 북극곰이 쉴 곳이 없어.
헤엄치다가 물고기를 잡아 빙하 위로 올라와서 먹고, 물개도 잡아먹고, 그러는데
빙하가 녹아버리면 북극곰이 몇 날 며칠을 헤엄만 헤엄만 치다가 사냥도 못하고 쉴 수가 없어서
피곤하고 지쳐서 죽어가는거야."

"사람들이 자기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자기랑 관계없는거라고 생각해.
내가 고기를 먹는거랑 먼 나라에서 배가 고파 죽어가는 사람이랑 아무 관계가 없다고 여기지.
내가 고기를 먹는거랑 북극곰이 죽어가는거랑 아무 관계가 없다고 여기지.
하지만 이 세상(우주)에는 어느 하나 관계없이 일어나는 일이란 없단다."

"근데 엄마 왜 울어?"
죽어가는 생명과 파괴되어가는 환경이 눈 앞에 아른거려 눈물이 어느새 볼을 따라 주루룩 흐르고 있었다.
"죽어가는 북극곰을 생각하니까 슬퍼서"
(관련글 : '2030년, 북극곰이 멸종한다' http://francereport.net/59)



상자 안에 부화한 병아리들을 쳐다보는 아이 (2년 전)
너희에게 오염되지 않은 땅과 하늘을 남겨주고 싶다, 아이야.


"그리고 엄만... 나중에 엄마랑 아빠가 죽고, 너희들이 지금의 엄마 아빠만큼 커서 애기도 낳고 살 때,
맑은 공기, 아름다운 땅에서 살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엄마는 고기를 안 먹는거야.
너희들이 먼 훗날 아름다운 환경에서 살기를 바래. 그랬으면 좋겠어..."


Comment +20

  • 아...여기는 KIKI님 블로그가 아닌가;;; 거기에서 건너왔는데, 저도 채식하고 있어서요.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도 성인이지만 설명해주기가......너무 길어요-_-...누군가 마케팅 쪽에 일하시는 분이 말씀하시더라구요. 뭔가를 타인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한마디가 필요한데, 채식은 그게 안 된다고. 생각해봤더니, 그렇더라구요. 흠...2007년인지 2008년인지 youtube에서 meet your meat이라는 동영상을 보고 2주 정도 고기를 안 먹다가 포기했는데 작년 2월에 THE COVE를 보고 그 동영상들을 다시 찾아서 보고 3월 1일부터 채식을 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던 터라 계속 생각을 하다보니 우유랑 계란도 안 먹게 됐고 꿀은 먹어도 되는 건가...라는 문제로 고민도 했죠. 나중에 '완전채식', 'vegan' 등의 용어를 알게 됐어요. 그게 내가 하는 거였구나......그러다가 6월 말에 프랑스로 여행을 갔는데, 2주 정도 채식을 하다가 여행 중에 얻어먹을 때도 많고, 맛있는 걸 대접해 주려는 그분들의 마음 때문에 포기하게 됐어요.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소나 돼지를 공장형농장에서 사육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얼마 전에 한 영국 친구에게 그렇지 않다는 얘기도 들었죠.) 9월 말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그 때부터 계속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다가 얼마 전에 구제역 때문에 생매장되는 돼지들의 동영상을 봤어요. 정말 랩탑을 잡고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군요. 그날부터 다시 채식 중이에요. 반가워요 : )

    • 여기는 키키님 블로그에서 링크로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채식하는 이유가 워낙 다양해서 그 모든 이유를 다 열거하기는 실로 방대하죠. 각자에게 핵심이 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말씀하시는 meet your meat라는 동영상은 저도 봤어요. 저도 실질적으로 고기를 끊게된 계기가 바로 그 동영상이었어요. 프랑스에서는 저도 공장식 축산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작년에 TV(!)에서 방영된 바에 의하면 적어도 돼지, 닭, 토끼 등이 좁고 더러운 사육장에서 키워집니다. 소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소는 유기농으로 키워진다 하더라도 소의 대량사육 자체가 환경에 무지막지한 해악을 일으키고 있어요. 고기 소 사육은 환경에 도움이 전혀 되질 않는다고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할 수 있어요. 게다가 소의 크기를 불리기 위해 거세하는 방법이 온당하지 못하다고 여겨집니다.

      여튼 채식하는 분을 티스토리에서 만나니 정말 반가와요. 서로 화이팅합시다. ^^

  • 일단 fb에 링크할게요. 원치않으신다면 지우겠습니다 : )

    • 안녕하세요. 본문스크랩은 허용하지 않지만 링크스크랩이라면 괜찮습니다. ^^ 질문인데요.. 제 블로그의 글을 fb으로 링크를 할 수가 있나요??? 제가 컴을 잘 못해서 글 밑에 트윗이고 페북이고 링크 다는 법을 못해서 달지를 못했거든요. 방법을 아시면 한 수 이참에 가르쳐주실래요? ^^ㅋ;;;

  • 에......그건...질문의 요지를 잘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간단한데......제가 하려는 대답이 원하시는 대답인지가 심히 의심스러워질 정도로 간단한 그 얘기를 해드리자면 그냥 http://francereport.net/category/Ecolo%20%EC%B9%9C%ED%99%98%EA%B2%BD 이 주소를 복사해서 트위터, 페북에 붙이면 됩니......이걸 원하신 게 아니겠죠-_-? 아마도 질문하신 건 이 글 밑에 페북-좋아요 링크와 트위터 twit this 링크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그건 저도 잘 모르지만 지금 한 번 알아보죠 뭐.ㅎㅎ. 잠시만요.

    • ㅎㅎㅎ 그렇군요. 근데 복사해다 붙이기에 주소가 너무 길지 않나요? francereport.net/835 가 훨씬 간단하지 않나요???

      그런걸 '페북-좋아요' '트위터 디스'라고 하는군요. 오호라~! 제가 지금껏 컴맹 소리는 안 들었는데 요즘은 슬슬 새로운 것들을 따라잡기 힘들어져요. 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블로그에 띄울 수 있도록 한번 해볼께요.

  • 일단 페이스북은 여기에 한 번 가보시구요...

    http://bless2u.tistory.com/180 중간쯤부터 (제가 추측하는) 궁금해하시는 방법에 대해서 나오네요.


    트위터는 여기...

    http://paperinz.com/1198

  • 윤영래 2011.05.12 06:08 신고

    나중에 저도 제 아이가 님의 딸아이처럼 질문을 했을때 눈물이 날것 같아요~
    지금보다 지구가 더 건강해졌으면 더없이 기쁘겠지만요~
    눈높이 설명도 배워가요~^^

    • 반갑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윤영래님. ^^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느낀다면 지구가 확실히 더 건강해지겠지요. 저도 아이들에게 우리의 환경을 얘기하고자하면 암담한 마음에 눈이 깜깜하다가도 그애들의 눈망울과 미소 속엥서 다시 힘을 얻는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2011.05.23 15:44

    비밀댓글입니다

  • 연두빛 2011.06.09 10:51 신고

    대화에 호기심에 지지적으로 반응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아이가 참 행복하겠어요. 부럽부럽~ ^-^

    • 아마도 다른 부모들도 아이의 호기심에 자상하게 설명해줄 것 같은데요? ^^ 한 가지 생각나는 에피소드! 동물원에 갔는데, 등 뒤에서 한 (프랑스) 아이가 즈 엄마한테 묻더군요. "엄마, 팬더는 뭘 먹고 살아?" 엄마 왈, "중국 유칼립투스를 먹고살지." ㅍㅎㅎㅎㅎ 어머님 위신 때문에 그 앞에서 그 애한테 정답을 알려줄 수도 없고 참.. 파안대소와 함께 오감이 순간 교차하더군요. ㅋㅋ

  • 연두빛 2011.06.10 07:32 신고

    대나무 잎 먹고 사는거 아닌가요? ;;;
    검색해보니까 코알라가 유칼립투스 먹고 산다 하는데.
    실제로 제가 본 적은 없어서리. 맞는거죠? ㅎㅎ

    • 예, 맞아요. 중국 출신의 팬더는 대나무 잎을 먹고살고, 유칼립투스 잎을 먹는건 호주 출신의 코알라죠. 특히나 지렁이 앞에서 주름 잡는다고, 동양인인 제 뒤에서 '팬더가 중국 유칼립투스를 먹는다'고하니 웃음이 나서 죽는 줄 알았네요. 엄마로서의 체신은 지켜드렸고, 아이는 학교에서든 책에서든 팬더가 뭘 먹고 사는 지 언젠가 알게 될 기회가 오겠죠. ^^

  • 푸른싹 2011.06.16 02:07 신고

    감동받았습니다. 생명을 사랑하시는 진심이 느껴지고요. 조근조근한 설명도 쏙쏙 들어오네요. 배워갑니다. ^^ 그리고 이런 생각을 갖고 실천하시는 한 분이 계시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 미르 2011.06.25 16:49 신고

    혹시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을 읽으셨나요? 제가 육식의 종말이란 책을 읽었는데 거기 나온 내용이랑 포스팅된 내용이랑 똑같네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참 좋습니다 ^_^

    • 육식의 종말도 읽었고, 자연을 닮은 식사도 읽었고, 가축을 어떻게 키우는지 보여주는 프랑스 TV 다큐도 봤고, 자연, 인간, 세상만물에 대한 제 철학도 담겨있고... ^^

  • 김서현 2011.10.19 07:28 신고

    블로그보고 뒷글읽으려고 들어왔어요^ ^
    근데 갑자기 완전 궁금해졋는데요 암탉은 수탉없이도 어떻게 알을 낳을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