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포트

나에게는 딸 하나, 아들 하나, 이렇게 애가 둘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성별의 자녀를 둔 것을 '왕의 선택'이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왕? ㅎㅎ 딸애의 한국 이름은 '바다'고, 아들은 '나무'다. 바다는 아무거나 잘 먹는 반면에 나무는 가리는 것이 많은 편이다. 밥상머리에서 밥숟갈도 뜨지않고 안 먹겠다고 입을 오리주둥이처럼 내미는 건 늘 나무다. 나무가 먹기 싫어하는 음식은 파, 양파, 당근, 가지, 호박 등이다. 뿐만 아니라 식성도 그지같이 까다로와서 제육볶음을 해주면고기와 밥을 섞으면 안되고, 옥수수 오믈렛을 해주면 송송 썰은 파를 오믈렛과 섞으면 안된다. 

한번은 바다가 감기에 걸렸을 때, 보양식으로 양파스프를 해줬는데, 나무는 배는 고프다면서 양파 스프를 안 먹겠다고 버텼다. 우리는 한 그릇을 거의 비워갈 쯤, '더도말고 딱 한 입만 먹어보라'고 국물을 떠줬더니 인상을 쓰면서 받아먹더니만 금세 자기 스프를 다 먹어치웠다. 마지막 양파스프 한 그릇이 남아서 '이건 누가 먹을래?'하니까 바다가 손을 번쩍, 나무는 슬그머니 머리 뒤로 손을 올렸다. "안 먹겠다고 버티더니?!" 결국 남은 한 그릇을 두 먹새가 다 먹어치웠다. 

어제는 프랑스 전체 파업이라서 초등학교에서 급식이 안 나왔기 때문에 회사에서 하루 휴가를 받아 나무를 학교에서 집으로 데려와 점심을 먹이고 다시 오후 수업에 데려다줬다. 점심은 아이가 좋아하는 걸 해줘서 잘 먹었고, 문제는 디저트에서 제동이 걸렸다. 내가 제안하는 모든 디저트를 거절하면서 점점 신경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먹고 싶은 디저트가 없다니 할 수 없구나'하며 밥상을 치우자 애가 인상을 쓰고, 걷는 게 시끄러웠다. 회사에 휴가까지 내며 밥상을 차려줬는데 애가 심통을 부르니 나도 화가 났다. 

"엄마가 너 점심 준비해주느라고 회사 안 간 거 알지?" -네. 

"너는 엄마가 해주는 모든 서비스가 당연하다고 여기니? 엄마는 너에게 모든 걸 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니?" - 아니. 

"엄마가 너한테 바라는게 뭐라고 생각하니?" -?????

"엄마가 너한테 하는 서비스나 희생에 대해서 돈을 지불하라거나 댓가를 바라든?" - 아니. 

"엄마가 너한테 바라는 건 너의 행복이야. 네가 행복하고 즐겁길 원해. 다른 사람에게 네 점심을 맡길 수도 있었지만 네가 모르는 사람의 집에 가서 점심 먹기를 싫어해서 엄마가 휴가를 냈고, 너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네가 좋아하는 요리를 했어. 그런데 고작 디저트 때문에 네가 화를 내니까 엄마가 실망스러워." 

"네가 먹는 모든 음식을 당연한 걸로 생각하지 마. 너는 먹고 싶은 것만 가려먹으려고 하지만, 이 세상에는 정말 먹을 게 정말 없어서 굶어죽어가는 아이들이 있어. 그것도 매 6초마다! 네가 먹는 음식에 늘 감사해야해.  그 음식이 너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했는 지 그 모든 이들에게 감사해야해.
엄마가 요리를 잘 못해서 미안해. 근데 나는 요리와 화장에 시간 보내는 걸 싫어해서 요리에 30분 이상 시간을 낼 수가 없어. 네가 이것저것 가려먹을꺼면 너 이제 곧 만 9살이 되니까 앞으로 엄마가 장 볼 때, 너 먹고 싶은 거 네가 사와서 네가 직접 요리를 해. 요리가 네 입에 안 맞으면 네가 네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걸 배우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네 장바구니 예산은 내가 줄께. 누나는 만 12살부터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너는 가리는 게 많으니까 조금 일찍 시작하자. 부엌살림은 나눠서 쓰고, 대신 불판과 요리기구를 어떻게 다루는 지는 내가 가르쳐줄께." -...........................................

"밥 먹을 때마다 투덜대는 거 엄마는 지겨운데, 너는 어떠니?" -...... 

"이유가 뭔거 같아?" - 모르겠어. 

"엄마는 네가 감사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 네 앞에 온 음식에 감사하고, 너를 위해서 휴가를 낸 엄마에게 감사하고, 네가 제일 좋아하는 옥수수 오믈렛을 만들어 준 엄마에게 감사하면 네가 고작 마음에 드는 디저트가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심통을 내지는 않을 것 같아. 네가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 -...............

"먼저 엄마한테 미안해, 고마워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학교 가기 전에 '나는 긍정적이다'라고 열 번만 쓰고 가자." -10번은 너무 많아!

"난 이걸로 협상하지 않아. 10번을 쓰고 학교에 가든 지, 아니면 지각을 하든 결석을 하든 지, 네가 결정해." 

해서 아이는 '나는 긍정적이다'는 문장을 10번 쓰고 오후 수업에 들어갔다. 



아이가 밥을 안 먹겠다고 투정을 부리면 이렇게 해보라. 

첫째, 일부러 따라다니며 먹이지 마라. 
한 두 끼 굶었다고 죽지 않고, 성장에 문제가 생기지도 않는다. 아이는 부모가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가 밥 먹고 크는 걸 부모가 원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자기가 밥을 먹지 않으면 부모가 걱정한다는 걸도 아주 아주 잘 알고 있다. 그것으로 협상을 하려고 드는데, 그 협상이 먹힌다는 걸 알면 아이들은 종종 같은 방법으로 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다. 아이가 심통을 부리며 먹지 않겠다고 하면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하고 밥상을 치워라. 아이가 밥을 먹고 안 먹고는 협상의 대상 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걸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둘째, 식사 시간을 정하라. 
아이가 밥상에서 투정을 부리면 식사 시간이 길어지고 밥도 국도 다 식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러면 밥상을 정성껏 준비한 엄마는 더 신경질을 받게 된다.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식사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에만 식사하고, 식사시간 외에는 일체 군것질도 하지 않는다. 이 원칙은 모든 식구들이 엄수해야한다. 그래야 아이가 자기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사실을 깨닫는다. 아이가 투정을 부르면서 밥을 안 먹으면, 식사시간이 끝나는 시간에 밥상을 치워라. 몇 시간 뒤, 배 고프다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하면 밥도 군것질도 주지 말라. 그건 아이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식구에게 적용되는 규칙이라고 설명하라. 배 고픈 아이 불쌍하다고 먹을 것을 주면 다음 번 식사시간에 밥을 먹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간식시간이 정해져있다면 그 시간에 간식을 주는 것은 예외다. 

셋째, 밥 대신 군것질을 주지 말라. 
밥 안 먹겠다는 아이에게 과자, 비스켓, 케익, 빵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는 것은 아이의 성장과 건강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상기한 먹거리들은 버터와 설탕이 많기 때문에 영양가 있는 한 끼 식단을 결코 대체할 수 없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식사 시간에 절대로 버터와 설탕으로 범벅된 먹거리를 주지 말라. 게다가 훗날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기름지고 단 음식으로 위로받으려는 어른으로 성장할 확률이 커진다.  

넷째, 아이는 부모의 화풀이 대상이 아니다. 
부모는 아이의 제1의 교육자다. 청년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부모다. 아이의 언행 때문에 화가 나더라도 아이의 마음에 상처주는 언행으로 받아쳐서는 안된다. 부모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 지 보면서 아이는 배운다.  '아, 화가 날 때는 저렇게 대처하면 되는구나! 소리지르고 나이로, 힘으로 누르면 이기는 거구나!'하고. 어미 게가 아무리 '앞으로 똑바로 걸어'해도 어미 게가 옆으로 걷는 모습을 보고 걷는 걸 배우듯이 아이는 부모의 '말'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 '행동'을 보고 배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이에게 교육이니 사랑이니 이런 그럴듯한 이름으로 언어적, 육체적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아이같은 행동에 다름아니다. 내가 화가 날 때 어떻게 행동하는 지 관찰해보라. 화가 나면 나와 먼저 대화를 하고, 나의 화를 가라앉히고나서 아이와 대화하라. 


다섯째, 아이에게 경청하라. 
아이가 밥을 전제로 시위를 하는 숨은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를 들어주라. 아이의 문제나 불만을 '해결'하라는 게 아니라 '공감'하라는 뜻이다.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봄날 눈 녹듯이 부드러워질 수 있다. 


그 어떤 순간에서든 아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가장 먼저 생각하면 아이와 생기는 마찰이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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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을 이렇게 빨리 하려고 했던건 아닌데... --ㅋ 어쩌다보니 알려드리고 싶은 기사를 보게 됐네요. 한국 사이트 검색해보니 한국에는 아직 알려진 바 없는 얘기라 번역 들어갑니다. 과학용어가 막히네요. 정확한 우리말로 수정해주시는 분, 환영합니다.)

 

포르투갈 '막스 사이언시스'에서 막 들어온 뉴스입니다.

포르토(Porto) 대학 연구팀은 양념에 절인 고기가 요리 과정 중 발생될 수 있는 발암물질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소고기를 포도주나 맥주에 양념에 6시간 절이면 이종환식아민(이하 HAA)의 형성을 억제한다. 고기를 기름에 튀기거나 직화구이를 하게되면 HAA의 천연당과 아미노산이 형성된다. 그런데 절인 고기 속에 있는 흡수된 당은 이 과정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리브유, 레몬, 마늘(!)은 이미 HAA 형성을 강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있어 닭 바베큐의 경우 90%를 억제하며, 닭튀김의 경우 적포도주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처음으로 맥주가 고기의 맛은 별로 변형시키지 않으면서도 발암물질 억제 기능은 더 빨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HAA는 잠재적인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불에 그을리거나 튀기거나 고열로 바베큐를 하는 과정에서 고기 표면에 형성된다.

 

절이는 방법만이 HAA형성을 줄이는 건 아니다. 연구팀은 익히는 온도, 열원과의 거리, 요리 시간 등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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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나 막걸리에 절인 고기도 같은 기능을 하는 지 궁금하네요. 한국 주부들에게는 올리브유보다 친근한 참기름도 같은 영향을 주는 지도 궁금하구요. 쇠불고기할 때 맛술과 참기름 넣지 않습니까? 맛술과 참기름이 HAA형성을 줄여줄 것 같은데 한국팀이 좀 연구를 해주셔야겠어요.술회사 스폰받아 연구해볼 팀 없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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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두 커플을 초대했어서 오늘은 장이 서는 날, 장에 나가 먹거리를 사와 양념에 절여 준비를 했다. 남편쪽 손님을 한국식으로 초대하기는 극히 드문 일이다. 그렇다고 모 내 쪽 손님은 늘 한식으로 준비하느냐.. 잠깐 생각보니까 그건 아니로구나. 으흠. 근데 말이지.. 사람들이 12명, 14명이 우루루 오면 한식으로 도저히 준비할 수가 없다. 한식 준비하려면 씻고 썰고 손이 을~~~마나 많이 가는데 한국처럼 아낙네들이 미리미리 와서 손을 거들어 주면 몰라도 그게 아닌지라 아예 시작을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반찬을 요리조리 하고, 12~14명분 초대할 정도로 한식상을 차릴 줄 잘 아느냐,하면 그것도 아니고. 경제차원에서 보더라도 한식으로 그 많은 인원의 밥상을 차리고 나면 우리집 한 달 식비가 간당간당 할꺼다. 프랑스에서 한식으로 장을 보면 비싸거든요. 한국에서 수입식료품 사는거나 마찬가지.게다가 12인분을 할 밥솥도 없거니와 그 비싼 한국 쌀을 내놨는데 밥풀을 다 안 긁어먹었다가는 손님이니 구박도 못하고 어쯜꺼냐 말이다 !

 

어쨌거나 내일 모일 인원은 어른 6~7명에 아이 하나. 그중에 임산부가 둘. (난 아녀!!!) 

이들을 위하여 준비한 메뉴는 전식(entrée)으로 토마토와 오이 샐러드에 키위 드레싱, 메인(principal)으로 소불고기와 돼지불고기를 준비했고, 여기에 상추와 밥이 첨가되겠지, 디저트(dessert)로 멜론펀치를 준비할 예정이다.

 

오늘은 프랑스의 손님 초대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나.프랑스인들은 집에 불러 잘 먹이지 않는다. '밥 한 숟갈 더 놓으면 되지' 정도는 초대도 아니고, (여기서 만난 한 한국엄마가 지나가는 길에 들른 나를 '밥 한 숟갈 더 놓으면 되니 들어와서 먹으라'는걸 내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밥 먹고 왔노라고'한 것을 같고 '초대를 거절한거 당신이었다'고 쏴붙이드만. 이 사람아.. 그건 한국식으로도 초대라 하기는 민망한걸쎄)초대하고 하면 최소한 2주 전에, 때로는 한 달 전에 날짜를 잡아서 apperitif(아페리티프)부터 디저트까지 내놓는다. 식사시간은 총 약 3~4시간 걸린다. 프랑스에 온 지 일주일도 안 되었을 때, 4~5시간 걸리는 식사에 초대받았는데, 정말이지 테이블에 앉아서 죽~~~는줄 알았다. 배가 너무 부른데 좀 걸어다닐 수가 있나 불어가 들리기나하나..

 

대체 4~5시간동안 뭘 먹느냐고? 달리 프랑스인들을 gourmand(구르멍; 미식가라는 뜻)이라고 하겠나? 불어 배우던 때, 프랑스인들의 식사법과 음식 나오는 챕터에서 -맛은 하나도 모르는- 음식 단어며, 테이블 세팅이며, 식사관련 단어 하나 하나 외우느라고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난다. 프랑스인들은 이 긴긴 시간을 걍 많이 먹자고 보내는게 아니라, 얘기하기 위해서 식사를 한다.

 

사람들을 초대한 날은 테이블보도 예쁜 걸로 깔고, 집단장도 당근 신경을 쓴다.접대용 음식준비는 남편이 적극적으로 도우며, 초대한 시간이 가까와오면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손님맞을 준비를 한다. 쥔장의 부인은 미용실에 가서 머리 손질을 하기도 한다.또한 이날은평소에 안 쓰는 숨겨둔 '접대용 식기'가 따로 나온다. 이건 쥔장 아내의 자랑이기도 한 것이다. 평소에는 사기로 된 막접시에 먹지만 이날은 반짝이는 도자기 접시를 꺼내고, fourchettes(훗쉣; 포크)과 couteaux(꾸또; 나이프), 디저트에 쓸 작은 스푼 등도 멋진 걸들로 세팅되어 테이블을 장식한다.이렇듯이 집에 부르는 손님에게 온갖 정성을 부어 대접하기 때문에 식사초대는 친한 사이나 어느 정도 잘 아는데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 귀중한 사람만 부른다.

 

 

그나저나 프랑스인들은 무슨 얘기를 그래 할까? 

프랑스인들사적인 얘기를 잘 안 하고, 타인에게도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기로 아주 유명난 사람들이다. '잘 지내?'하고 안부를 물었을 때 '응, 잘 지내'는 댐댐하게 얼굴만 알고 지내는 사이에서나 이렇게 썰렁하게 대답한다. 그러면? 최근에 갔던 여행에 관한 얘기며, 이사를 했다거나 옮긴 직장에 대한 얘기며, 아이에게 생긴 눈에 띄는 발전과정 등 안부를 얘기하면, 그것들을 소재로 대화를 발전시킨다. 대화가 한참 진행되면 개인의 안부를 떠나 사회문제, 경제, 정치, 인터넷 등 소재가 다양하게 발전되며 우스개와 개인이 겪은 에피소드 등으로 왁자지껄 웃는 분위기로 흐르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먹거리가 어떻게 나오느냐....

 

apperitif(아페리티프)

땅콩이나 크래커같은 과자류, 쏘시쏭 등을 도수가 낮은 알콜 음료와 함께 먹는 걸 말한다. 아페리티프는 그니까 식사 전에 입맛을 돋우며 '나 먹을꺼에요~'하고 위에 사인을 보내는거다. 기호에 따라 무알콜 음료, 예컨대 과일쥬스를 마시기도 한다. 과일쥬스를 알콜에 섞어서 마치 과일소주처럼 알콜 맛이 안 나게 먹기도 하고, 때로 남자분들은 쥬스 섞지 않고 알콜만 마시기도 한다. 예를 들면, 마티니, porto (뽁도), 위스키, 백포도주, licoreu (리꼬뢰) 등. 많은 양 아니고 소주잔 한 잔 정도?

 

반드시 아페리티프 뒤에 식사가 따라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간단한 만남의 자리에 아페리티프를 준비하기도 하는데, 전시회라든가 오프닝 행사에서 흔히 보는 음료와 주점부리 서빙이 이에 속한다. 또는 식사초대까지 하기는 부담스러울 때, 아페리티프와 함께 1~2시간 얘기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집에서 아페리티프를 하는 경우, 정원이 있으면 잔 하나 들고 정원을 거닐며 얘기하지고, 보통은 낮은 테이블을 앞에 두고 소파에 둘러앉아 먹는다. 우리말로는 '먹는다'고 했지만 실은 아페리티프는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의미가 있다. 아페리티프에 쓰는 잔은 폭이 좁고 키가 큰 잔을 쓰거나 under rock으로 마실 경우는 목이 없고 지름이 넓은 잔을 쓰기도 한다.

 

 

Entrée (엉트레)

전식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아페리티프가 끝나면 식사용 테이블로 이동해서 '엉트레'를 들기 시작한다. 레스토랑에 가면 엉트레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집에서는 손쉽게 대개 살라드(salade, 샐러드)로 주로 대접한다. 이날의 주요리는 따로 있기 때문에 엉트레에는 크게 신경을 쏟아붓지 않는다. 엉트레보다는 메인과 후식에 신경을 더 쓰는 편이다.

 

프랑스에서는 아무리 꼬진 식당을 가도 풀코스가 나온다. 이 장면에서 menu와 carte를 설명해야겠다. menu(므뉴)는 전식-메인-후식을 한묶음으로해서 시킬 수 있게 되있는 주문방식이고, carte(깍뜨)는 전식은 전식대로, 메인은 메인대로, 후식은 후식대로 따로 시킬 수 있도록 되있는 주문방식을 말한다. 므뉴에는 전식-메인-후식이 묶어진 것이 있고, 므뉴라해도 전식, 메인, 후식으로 고를 수 있는 선택이 몇 가지 주어지는 것도 있다.carte로도 전식-메인-후식을 풀코스로 먹을 수 있고, 전식-메인, 또는 메인-후식, 또는 메인만 달랑 시켜 먹을 수도 있다.프랑스 요리로 가장 유명한 달팽이요리는 엉트레에 속한다. 6마리 혹은 12마리를 시킬 수 있다. 후식까지 먹을 사람은 6마리만 시킬 것. 안 그러면 배불러서 살살 녹는 초콜렛케익 앞에서 울어버릴 수가 있지롱. 다시 손님 초대 얘기로 컴백..

 

 

Principal (프랑시팔)

(위에서 계속 '메인'이라고 말했던) '프랑시팔'은 그야말로 집쥔의 솜씨가 나오는 오늘의 주요리! 고기나 생선을 중심으로 야채나 곡류가 곁들여 나온다. 채식주의자는 야채나 곡류만으로 된 걸 먹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초대되는 날 미리 말을 해둬야 한다.프랑시팔을 위해서는 요리 하나에 한 시간 이상 걸리는건 보통이다. 그전날 절이거나 양념을 해서 숙성시킨 후에 다음 날 요리해야 하는 격 높은 요리들도 있다. 내일의 프랑시팔로 오늘 돼지불고기 2kg과 소불고기 1.3kg를 양념에 재워 냉장고 안에서 자고 있다. 

 

아페리티프용 알콜은 아페리티프에서 끝내고, 프랑스팔이 시작되면 술 종류가 바뀐다. 뻔하잖은가, 포도주! 물론 아페리티프에 나오는 단맛이 살살도는 포도주도 있다. '리꼬뢰'라고 하는데, 그건 역시 아페리티프용이고, 프랑시팔에까지 들고 오지 않는다. 프랑시팔에서는 주요리에 따른 포도주가 따로 나온다. 포도주잔 옆에 물잔도 있는데, 포도주잔이 물잔보다 더 화려하든가 크기가 더 작고 아담하다. 쥔장이 포도주병 들고 서빙할 때, 큰 물잔 들고 덤비지 말기.

 

 

Dessert (데쎄르)

(위에서 '후식' '디저트'라고 했던) '데쎄르'도 차례가 있다. 데쎄르 세 가지 차례대로 받고나면 테이블에서 자동으로 멀어지게 된다. 배가 나와서.'데쎄르로 뭘 드시겠어요? 무엇 무엇 무엇이 있어요'라고 쥔장이 먼저 묻는다.

 

fromage(후로마쥬). 영어로 cheese. 한 4~5가지가 한 번에 나오는데 구미에 당기는 것만 한두개 먹는다. 하지만 프랑스 요리에 익숙치 않아 어떤 후로마쥬가 무슨 맛인지 모르면 '이것저것 조금씩 다 맛을 봐도 되겠느냐?'고 물어보고 모든 후로마쥬를 조금씩 다 맛봐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 단, 한 사람이 서빙된 모든 후로마쥬를 다 건드리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쥔에게 먼저 양해를 구할 것. 후로마쥬를 단독으로 먹기도 하고, 테이블에 처음부터 끝까지 줄창 놓여있는 빵바구니에 담긴 바게트에 바르거나 얹어서 먹기도 한다.

 

gâteau(갸또)가 있으면 '먹을꺼냐? 말꺼나?' 묻지않고 바로 나온다. 케잌류와 쿠키, 마카롱 등을 포함해서 단맛이 도는 베이커리류를 말한다. 쥔장이 갸또를 굽기도 하고, 초대 손님이 갸또를 갖고 오기도 하고, 두 개 이상의 갸또가 상에 오르기도 하고.. 그렇다. 커피나 차가 갸또에 따라 나온다거나 샴페인, 소화를 돕는 도수가 높은 술 등이 곁들여 나오기도 한다. 우리는 손님 중에 하나가 갸또를 준비하겠다고 해서 내 쪽에서는 이 더운 날 시원하게 먹을 과일펀치를 준비하기로 했다.

 

fruits(후뤼) 과일이다. 과일을 하겠다고 답하면 쥔장이 무슨 무슨 과일이 있다고 알려주거나 과일이 담긴 접시를 갖다 내놓는다.

 

yaourt(야우르) 야쿠르트. 마시는 야쿠르트도 있지만 데쎄르로는 떠먹는게 나온다.

 

glace(글라스) 아이스크림.

 

위에 적힌 데쎄르 중에 쥔장이 한 가지 선택을 해서 먹기도 하고, 여러 가지 후식이 다 나올 경우는 후로마쥬-갸또 혹은 글라스-후뤼 순으로 나온다. 갸또와 글라스가 다 준비된 경우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한다. 배가 부르거나 생각이 없다면 non merci하고 거절해도 된다.

 

초대를 받았을 경우

 

누가 식사초대를 하면 바로 '난 무엇을 갖고 갈까?'라고 묻는다. 그러면 쥔장은 아페리피트를 갖고 와달라거나 포도주를 들고 와달라거나 데쎄르를 갖고 와달라거나 부탁한다. 그러면 '저는 ***을 갖고 갈께요'하고 답한다. 특히 데쎄르의 경우, 어떤 갸또를 해갖고 간다거나 크렙(crepe)을 해갖고 가겠다거나 여름이라면 아이스크림을 갖고 간다거나 구체적으로 대답한다. 그래야 쥔장이 초대 당일날 무엇을 준비해야하고, 무엇은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지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만일 '아무 것도 안 들고 와도 된다'고 하더라도 빈손으로 가는 법은 없다. 꽃 한 다발이나 초콜렛 한 상자, 아니면 쥔장에게 줄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음식이든 선물이든 현관에 나오는 쥔장이 아니라 반드시 그의 '아내'에게 건내준다.

 

집에 초대되었을 경우, 집쥔이 먼저 '집구경 시켜드릴까요?'라고 묻지 않는 한 '집 좀 구경 시켜주세요'라고 요구하는건 실례다. 자신의 사적영역을 침해받기 싫어하는만큼 타인의 사적영역도 침해하지 않는다. 개인의 사적영역을 침해하는건 실례라기 보다 '무례'로 여긴다.

 

프랑스인들은 평소에도 위에 설명한대로 먹을까? 그건 아니다. 식사초대를 한 '특별한 날'의 경우다. 평소에도 살라드, 프랑시팔, 후식으로 후로마쥬와 야우르 정도는 먹지만 격식을 차리지 않을 뿐더러 프랑시팔이라고 말은 하지만 간단한 고기/생선류에 감자나 곡류를 함께 먹는다. 우리 시아버님은 적포도주는 아침을 제외하고 매끼니 마다 드시지만 평소 식사에 포도주를 곁들이지 않는 프랑스인들은 오늘날 많다. 때문에 국내에서 소비량이 줄어든 포도주를 수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장황하게 설명을 했지만 식사초대에 한번 받아보거나 프랑스식 레스토랑에서 풀코스를 먹어보고 나면 감이 확 올 것이다. 풀코스 한번 먹어보고 나니까 쬐만한 비행기 기내식에서도 전식-메인-후식이 보이더라는.. ^^ 이렇게 살다가 미국에 가보니 뉴욕 레스토랑 주문판 앞에서 당황스러웠다는.. 그 얘기는 언제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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