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포트

"친동생이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다면 말리겠느냐?"고. 네이버에서 숱하게 받던 인생상담을 티스토리에 와서 처음으로 받았습니다. 으흐흐흐흑~ '이 사람이 정말 나랑 맞는 사람일까 아닐까? 내가 잘하는 짓일까? 아닐까?' 결혼을 앞두고 다들 한번씩 이런 고민을 합니다. 그게 국제결혼이고, 부모형제를 떠나, 나 살던 땅을 떠나 이국에서 살게 되는 상황이라면 고민의 강도는 훨씬 커지기 마련입니다. 결혼, 그리고 낯선 땅에서의 살림살이, 이 두 개가 겹치니까요. 고민하는게 당연합니다.

제 경우는 프랑스에서 살다가 프랑스인을 만나 결혼을 했기 때문에 언어 문제, 문화적 차이가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프랑스인을 만나 불어를 새로 배우고,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와 프랑스 사회를 접하는건 큰 모험이나 다름없을겝니다.

남의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한-불 커플 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각개 다양한 결합의 국제커플 부부들 중에는 남편의 나라인 프랑스를 떠나 아내의 나라에서 사는 부부도 있고, 프랑스가 어느 누구의 모국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와서 여기 와서 사는 부부도 있고, 프랑스인과 결혼해서 달나라, 아닌 다른 나라에 가서 사는 부부도 있어요. 프랑스인 남편은 프랑스를 떠나기 싫어서, 홍콩인 부인은 프랑스가 싫어서 프랑스와 홍콩에 각각 나눠사는 부부도 봤고, 프랑스 유학 중 만나 결혼은 했지만 알제리 출신의 남편은 고국을 위해서 일하고자 알제리에서, 알제리를 못견뎌하는 프랑스 아내는 프랑스에서 살면서 살아가는 부부도 있어요. 물론 두 경우 다 아이를 낳았습니다. 이 모든 건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이에요.

국제결혼한 부부만 '어디서 살 것이냐?' 고민하는 것은 아니에요. 한국인 남편이라도 남편의 출장지에 따라 고국을 떠나 살게되는 부부는 상당히 많습니다. 이 세상 어딜 가든지 그 나라의 장점이 있고, 치부가 있습니다. 내가 참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참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 디테일은 개인마다 다 다를꺼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간다면 프랑스 아니라 그 어~~~떤 곳에서라도 견디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부부 관계 속에서 한쪽만 참으면 안됩니다.  서로 이해하고, 이해시키고, 상의하면서,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적의 노선을 찾아 합의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파리에서 살 것이냐, 서울에서 살 것이냐? '어디서 살까'하는 질문보다 더 궁극적으로 고민을 해야할 질문은 내가 '어디' 살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있느냐입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상당히 많은 것들을 외적인 기준으로 재보느라 막상 본질을 혼동하지요. 

마찬가지로, '프랑스남자'라서 말리고 자시고 하는건 없어요. 말릴 것도, 추천할 것도 없습니다. 남편의 국적이 어디고, 어떤 피부, 어떤 인종이냐는 하~~~등 중요하지 않아요. 그가 '어떤 사람'이냐는 것과 나와 잘 맞는 사람이냐는 두 가지 질문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은 좋은 사람이어도 나와는 맞지 않으면 배우자로 힘들고, 말도 잘 통하고 장난도 잘 치는데 삶에 있어 기본적인 가치관이 판이하게 다르면 역시 배우자로 살기는 힘들어요. 

님께선 내년도 아닌 내후년에 결혼하실 예정이라고 했으므로 시간은 허벌나게 많습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부터 살펴보세요. 예쁜 사랑 키워가시기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

Comment +10

  • 뽀로로2009 2009.11.12 03:01 신고

    우와..^^ 신기해요~ 그런 인생상담도 받으시네요` ^^ 한국남자든 외국남자든 뭐 제 보기에도 사람나름인듯 한데 ㅋㅋ

    • 남편 될 사람의 모국어를 새로 배우고, 낯선 땅에 가서 살려니 은근히 걱정되는게지요. 근데 결혼이 내년도 아니고, 내후년으로 생각한다면 너무 이른 걱정이 아닌가도 싶어요.
      네이버에 있을 때는 쪽지와 안게로 인생상담뿐만 아니라 별의별 자질구레한 질문과 부탁도 다 들어왔다지요.

  • 진짜 ça dépend 이죠. 그분이 이표현 아시면 좋으련만.. ㅎㅎ 저한텐 주로 체류증 상담 많이 들어와요.. 관련 포스트를 몇개 써서 그런가봐요. ^^

  • 쇼파드 2009.11.20 09:23 신고

    진짜..그런 인생상담도 받게 되시는군요;;
    저도 많이 느낀건데...... 정말 많이 대화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게 필요한것 같아요
    예전에는 저는 약간 다혈질이고 조금 심하게(뗑깡쟁이;;) 욱했는데;;
    남친은 반대로 무슨일이 있어도 차분하고 화날수록 가만히 앉아서 차분하게 대화하는걸
    좋아해서 제가 뭔가 성질에 안맞으면 화내고;; 짜증내고 그랬는데;;
    대화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서로 각기 다른 방법으로 30년가까이를 살았는데.. 그게 1~2년만에 바뀌는건.. 아닌것 같더라구요;;

    • 님의 다혈질과 남친분의 차분함은 개인성향이 아니라 한국과 프랑스, 두 집단의 성향을 반영하는 것 같아요. 저희도 좀 그런 경향이 있거든요. 우리가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게 아니라 한국과 프랑스, 어릴 때부터 받아오는 교육과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다르다는거죠. 예외가 있기는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그렇다는 얘기.

  • 홀리 2009.12.01 05:04 신고

    어머, 저 왜 이 포스팅을 지금 봤는지 왜케 멍청할까요 저--; 자주 들어와서 체크했는데 제가 못봤나봐요. 이렇게 길게 포스팅을 남겨주시다니 어쩜, 너무 감사드려요. 네, 말씀하신대로 정말 프랑스 남자인게 중요한게 아닌것 같아요. 서로 잘 맞고 사랑하냐가 문제겠죠^^...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 엑스 빠리지앵 2011.03.01 06:11 신고

    네 말리렵니다. 같이 살때는 구박받고 늙어서 버림받고. 보기안좋더라고요 가끔 좋은 남편도 있겠으나 , 그럼 프랑스여자랑 결혼하지않겠어요 나머지 대부분은 매우 찌질합니다 책임감도 없고

    • '대부분'이 '매우 찌질'이라구요? 그러면 그 하고많은 '찌질'한 커플을 저는 왜 한번도 보도 듣도 못 했을까요? 제가 아는 한-불커플들은 다들 사이좋게 잘 살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