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포트

할로윈 +1

10월 말, 인터넷으로 장을 보면서 '호박죽이나 해먹을까?'하여 단호박을 하나 주문했지요. 애 머리통만 하겠지.. 싶었죠. 받아보니 이게 왠걸? 배달된 장거리를 정리하던 남편이 등 위에서 묻습디다. "이건 할로윈을 위한거야?" 뒤돌아보니 헤엑~!!! 어른 머리통 보다도 큰 넘이 떠억 버티고 있잖습니까. 심각하게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저 놈을 어찌 처치하나.. -,.-ㅋ

저희 서방님께서 장장 6kg에 육박할까 말까하는 단호박님을 들고 계십니다. 사진 찍는다고 각도 잡고 조명 따지며 "가만 있어봐~!"하는 동안 서방님께서는 배에 힘 딱! 주고 (뭔가 나온다..) 들면서 무겁다고 호박 뒤에 숨어서 울고 계십니다. 엉엉엉~

단호박으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대여섯개 긁어 모았죠. 그래봐야 한번에 500g 이상의 양을 요구하는 레시피는 별로 없더군요. ㅠㅠ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던 며칠 후, 드디어 서방님께 칼자루를 쥐어주고 "단호박을 부탁해!" 
한국식 호박죽을 시작으로 해서, 미국식 단호박파이인 펌프킨 파이를 굽고 (그것도 두 판이나!), 호박빵을 만들고, 호박쨈을 만들었습니다. 

펌프킨 파이는 계피가루가 살짝 들어간 것이 오홋~ 맛이 놀라움이더군요. 호박빵은 달지도 않은 것이 먹기 참 좋아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어'치우고' 있는데, 아이들 간식용으로도 좋을 듯 합니다. 단호박과 계피, 생강의 궁합이 입에 달라붙길래 호박쨈에 계피가루와 생강가루를 조금 첨가했는데, 계피맛이 너무 강하게 나네요. 다음엔 계피가루 뿌리는 시늉만 해야겠습니다. 2병반 나온 호박잼 중 한 병은 남편의 동료에게 줄 참입니다. 예전에 그 집 마누라가 집에서 잼을 담궜다고 한 병 받아왔더라구요. 호박쨈으로 앙갚음(?)을.. 흐흐~

마지막으로 단호박 케잌떡을 해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펌프킨파이와 단호박빵이 남아돌고 있는 마당에 남은 호박퓨레 1kg을 냉동실에 처넣었네요. 단호박이 물립니다그려.
아.... 잊지못할 2009년의 할로윈이었슴다. ㅠㅠ

그중 오늘은 미국식 펌프킨파이 레시피를 공개하도록 합지요.

* 재료 : 파이용 도우, 까놓은 단호박 1kg, 계란 3개, 갈색설탕 150g, 계피가루 1 ts, 생강가루 1/2 ts, 머스케이드 (육두구) 가루 약간. 무설탕 우유 페이스트 20cl를 첨가하라고 되어있는데, 이거 건너 뛰어도 맛있더만.

* 만드는 법 *
1. 오븐을 180도씨로 예열한다.
2. 물 2컵 정도 부은 솥에 썰어놓은 단호박을 넣고 익힌다. 뚜껑을 덮고 큰불에서 익히다가 끓기 시작하면 중불~약불 정도로 줄여 30~40분 익힙니다. 중간중간 한번씩 뒤집어 주세요.



3. 호박물을 가능한 다 따라내고, 익은 단호박을 퓨레가 되도록 사정없이 으깹니다. 호박물은 그냥 마셔도 맛있고, 뒀다가 저처럼 호박죽에 넣으셔도 돼요. 호박물을 따라내지 않으면 파이가 너무 묽어져 흐물흐물해집니다. 익은 단호박을 믹서기로 갈아도 되고, 사정이 안되면 큰 포크로 짓이겨 눌러도 돼요. 여튼 사정없이 뭉개주세요.



4. 큰 그릇에 계란 3개, 설탕, 계피가루, 생강가루, 육두구 가루를 넣고 섞어주세요. 육두구 가루 구하기 힘들면 건너뛰세요. 반대로 계피가루는 절대 빠뜨리면 안돼요~~!

5. 이번엔 거기다가 뭉갠 단호박과 우유 페이스트를 넣어 잘 섞어요. 전 우유 페이스트 사러 나가기 싫어서 패스~ 했어요.

6. 파이도우를 파이판에 깔고, 4+5섞은 것을 담은 뒤 오븐에 넣습니다. 180도에서 15분 구운 다음 165도로 줄여서 약 30분 구워주세요. 저는 약 10분 더 익혔습니다. 겉면이 노릇노릇해지면 됩니다. 실온에서 식혔다가 식으면 냉장고에 넣었다가 먹는다,가 정답인데 기다림을 참을 수 없어 실온에서 식은 놈을 그냥 덥썩! ^^; 맛있게 드세요.


Comment +8

  • 옥돌언덕 2009.11.11 20:29 신고

    괭이님, 부지런하십니다.
    맛있는 냄새가 여기까지 솔솔 ... ^ ^

    • 단호박 요리만 두세 개 한꺼번에 하느라 부엌에서 한참을 서서 일했네요. 끙~ 하지만 이제 먹는 일만 남았으니까. 흐~

  • 오, 괭이님이시여~ 단호박을 어디서 구할 수가 있나요? 아무리 봐도 늙은 호박같이 생긴 아이만 마트에서 팔더라구요. 전 한국의 단호박(작고 녹색인 아이)으로 한국에선 매주마다 호박죽을 끓이고 하는데...;;; 단호박없이 프랑스에서 살아갈 일이 벌써부터 걱정인 사람이거든요.
    늘 좋은 글 잘 읽고 있는 일인입니다. ^^

    • 왠 '님이시여~'는... ㅋㅋ
      지윤님은 단호박으로 껴안고 주무실만큼의 단호박귀신이군요. 프랑스에서 단호박은 아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걱정을 말덜덜덜덜덜~하여이다. 10월부터 작고 녹색인 아이도, 작고 주황색인 아이도 아주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저렇게 무식하게 큰 아이는 통으로는 잘 안 팔(리)구요, 보통 잘라서 팔아요.
      독자라고 드러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흑~ '누가 내 블로그에 와서 읽기는 하겠어?' 시큰둥~하던 차였다지요.

  • 쇼파드 2009.11.20 09:16 신고

    우와~ 대단하신것 같애요 >_<
    요새는 호박이 완전 작게도 나오더라구요.. 주먹만한 미니 호박도 나와서..
    데쳐서 그냥 아작아작 먹기도 하고 맛난거 같애요.
    근데 저런 다양한 요리도 있네요;;
    보통 집에서는 삶아서 먹거나 죽으로만 먹는데;;
    근데 프랑스에서도 인터넷 쇼핑이 발달되어있나봐요;;
    -_-;;;;; 이렇게 발달된데는 우리나라 뿐이라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터라서
    좀 놀라워요~

    • 오~ 조막만한 미니호박은 못 봤어요. @@!
      하하.. 인터넷 쇼핑은 전세계적인 추세지요. ^^ 하지만 한국이 "서비스"가 더 좋기는 해요. 얼마 이상사면 보너스 상품도 주고, 배달도 훨씬 빠르구요.

  • 지난 금요일 배운 요리가 호박 스프였는데..
    거기다 호박 무진장 들어가는 레시피였는디..ㅎㅎ
    한발 늦엇네요.

    • 저는 프랑스식 호박스프보다 한국식 호박죽이 더 맛있더라구요. 저희 신랑은 '둘 다 맛있다'라고 하지만. ^^ 요리강습시간에서는 어떻게 만드셨는 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