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포트

화학첨가제 +1
어디 지방에 내려갔다가 말로만 듣던 비건 치즈를 발견하고는 덥썩~ 집어 먹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이 없었다. ㅠㅠ


버리기 전에 찍어둔 사진이 없어서 내가 먹은 치즈랑 가장 비슷한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출처: http://www.thediscerningbrute.com/tag/seal-hunt)

오프라 윈프리의 개인 요리사가 만들어낸 레시피로 야채 스파게티를 후딱 만들어 모락모락 김이 날 때
비건치즈 조각을 뿌리고 뚜껑을 덮어 잔열로 익기를 기다렸는데 진짜 치즈만큼 잘 녹질 않더라.

한 입 맛보는데 느끼한 맛이 온몸을 감싸 그 느끼함에 전율을 하겠더라. 뜨하~~
음식에 섞은거니 걸러낼 수 없어서 한 접시 먹기는 다 먹었는데, 남은 비건치즈 반은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다.

프랑스에서 10년 살면서 치즈를 매 끼니마다 먹지는 않아도
이름도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만큼 꽤 많은 종류의 치즈를 먹어봤다. (참고로, 치즈 종류는 300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난 희한하게도 처음보는 냄새나는 치즈마저도 -마치 먹어본 사람처럼- 다 잘 먹는다.
그런데 이 비건치즈는 느글느글해서 못 먹겠다.

지금도 우유는 안 먹어도 치즈와 야쿠르트는 가끔 먹는데,
치즈의 유지방은 약 20% 정도로, 먹을 때 맛은 담백하다.
근데 이 비건치즈는 대체 지방이 몇 퍼센트인지 무척 궁금하다.
지방의 쪼그만 유기농 가게에서 찾을 수 있었던 비건치즈를
왜 파리 근처의 우리 동네 큰 유기농 가게에서는 팔지 않았는 지 이제야 이유를 알 것 같다.

진짜 치즈는 성분이 굉장히 간단하다. 우유와 유산균이 전부인데 비해서
비건치즈는 치즈의 모양과 맛을 흉내내기 위해 굉장히 많은 것들을 섞었더라.
야자유, 대두 단백질, 글루텐 등등해서 기억도 나지 않는 것들까지 대략 열 다섯 정도의 되는 성분들이 열거되어 있었다.
비건치즈의 영양성분을 분석한 자료가 있으면 좀 보고 싶다.
대체 이게 영양은 있는건지, 소화는 잘 되는건지.

동물성이 아니라고해서, 식물성이라고해서 몸에 다 좋은건 아니다.
글루텐은 소화가 잘 안되고,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우며,
야자유는 식물성이지만 동물성 지방과 같은 포화지방이기 때문에 많이 섭취해서 좋을 리가 없다. 

진짜 치즈 흉내내느라 이런 저런 식물성 재료에서 수 십 가지를 추출하고 뽑아낸 뒤,
그걸 다시 열 가지, 스무 가지 섞어서 느끼하게 만들어낸 제품을 먹느니
차라리 단순히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치즈를 먹는게 훨씬 순수하다고 생각한다.

육식제품을 흉내내면서 '고기 안 넣어도 고기 맛이 나지 않느냐'는 방식으로 채식을 하는 것보다
채식 요리 그 자체를 즐기며 먹는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다.

참고로, 한국에서 파는 치즈들






Comment +2

  • Salka 2011.04.27 19:15 신고

    저도 미국 vegan 웹사이트 한참 읽던 시절 비건치즈 보고 '와~ 좋겠다' 이랬거든요. 실제로 본적도 먹어본 적도 없지만 맛이 없다니 그냥 사진으로만 봐야 겠어요. 참, 한국에서 파는 치즈... 저도 일년에 한번 한국에 가면 그게 참 괴로워요. 값은 비싸고 맛과 질은 그다지... 다행히 최근에는 costco에서 수입된 치즈를 괜찮은 가격에 팔더라구요. 전에는 영국에서 Brie, gouda 이것저것 사서 무작정 짐가방에 넣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기억이... ^^

    • 치즈를 들고 비행기를 타셨다니 진짜 치즈광이신가봐요. 저는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치즈보다는 김치가 더 개운하더라구요. ^^;;
      피자 위에서 지글지글 녹아내리는 비건치즈 동영상 보면서 저도 '와~ 맛있겠다. 무슨 맛일까?' 했었는데 환상이 완전히 깨졌어요. 치즈의 제맛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치즈맛을 아시는 분은 비건치즈 못 드실 것 같아요. ^^